중국 샤먼은 언젠가는 꼭 가고 싶었던 여행지이다. 설레게 하는 해양성 기후와 해외에 자리 잡은 중국 화교들이 광둥 성만큼이나 많은 지역이라 그 문화가 궁금하기도 했다. 또한 여기도 청나라 때 강제 개항된 지역인 걸로 아는데, 그래서인지 서양과 중국의 양식이 결합된 건물들이 많아서 이국적인 매력이 넘치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친구가 드라마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의 돤자쉬에게 푹 빠져서 ㅎ 나도 영업당하고, 함께 드라마의 여운을 즐기러 가기 위함이었다. 가보자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모으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진짜 십몇년 만에 탄 거 같다. 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보다 특별히 더 서비스가 좋은 걸 모르겠는데, 비행기 티켓값은 늘 더 높아서 잘 안 타기도 하고, 땅콩항공 이후는 아예 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먼 직항은 대한항공과 샤먼항공 밖에 없고, 대한항공이 시간대가 좋아서 어쩔 수 없이...

게이트 맨 끝 쪽은 처음이라 찍었는데, 창으로 보이는 태양이 여행의 설렘을 더해준다. 뭔가 영화에서 보던 장면 같아 ㅋㅋ

신형비행기라 화면도 큼직하고, 좌석 간 간격도 널찍하니 좋았다.

기내식은 불고기비빔밥. 비빔밥은 맛 없을 수가 없지 :)

파랗고 청량한 한국을 떠나 샤먼에 도착했는데 날씨 왜 이래... 공기 안 좋나...

샤먼이 알고보니 섬이어서(너무 기본적인 정보를 몰랐나?ㅋㅋ) 공항과 시내까지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았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밀레니엄 하버 뷰.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곳으로 지하철역과 중산루 바로 옆에 있어서 위치는 정말 좋았다.

호텔명은 하버뷰지만 우리 방은 사거리 뷰 ㅋㅋ 근데 고층으로 올라가면 바다가 보일 것 같긴 함.

우리가 예약한 방은 슈페리어 트윈 룸. 분명 욕조가 있다는 걸 보고 예약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없다...나 뭘 본 거니..우리 냥이 떠나보내고 정신이 오락가락했나 봄. ㅠㅠ

짐을 풀고 밖에 나오니 비행기에서 봤던 것과 달리 파란 청량한 하늘이 기분 좋게 만든다. 호텔 바로 옆에는 중화청(中华城)이라는 엄청 큰 백화점이 있었다.

중화청 옆 길을 따라 걷다가 길을 건너려는데 태양이 예쁘게 거리를 비추고 있어서 한 컷.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철판구이 꼬치 하나 입에 물고

남들 여행하는 것만 봤던 샤먼의 메인거리 중산루를 걸었다. 1층은 상가 2층이상은 가정집인 전형적인 중국식 건물에 서양의 요소가 가미된 매력적인 중산루의 건물들. 기대만큼 예쁘고 거리도 깨끗해서 처음 중국 땅을 밟은 친구도 놀람. 중국이 생각보다 깨끗하답니다 여러분. 

그렇게 중산루를 걷고 걸어 바닷가 도착. 한국에서는 못 보던 예쁜 꽃도 보이고

저기 건너편이 구랑위(鼓浪屿)란 말이지!

바다 구경 후 다시 중산루로 돌아와서

군것질 타임 ㅎ. 푸젠성은 대만이랑 가까워서 음식이 비슷비슷하다. 특히 굴전은 대만에서도 많이 먹는데 푸젠성에서도 굴전을 파는 곳이 엄청 많았다. 이 집은 사장님이 대만 사람이라고. 근데 약간 나랑은 안 맞음. 전분이 들어가서 좀 끈적? 먹을 만했지만 꼭 먹으라고 추천은 못하겠음.

친구는 우롱차아이스크림으로. 달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음.

슬슬 저녁때가 되어 맛있어 보이는 집을 찾아다니던 중

오 고기집이다. 九市? 동네 이름인가? 아무튼 소고기를 판다 하니 고고

하지만 중국에 왔으니 훠궈를 먹어야겠지?

어 근데 내가 생각한 훠궈가 아니다? 국물이 무슨 진한 갈비탕 같았고, 다양한 내장과 스지, 삼겹살, 완자 등이 주를 이뤘다. 근데 저 버섯 크기 무슨 일이야 ㅋㅋㅋ 솔직히 양도 너무 많고 헤비해서 많이 먹진 못했다. 중국은 훠궈 종류가 많은데 확실히 남방 쪽은 사천보다 매운 음식을 안 먹어서 인지 기본 탕이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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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 먹고 배는 부르지만 친구에게 이 차 브랜드는 꼭 소개시켜주고 싶었음. 크리스찬디올이 생각나는 패키지의 CHANGHEE. 너무나 짝퉁스럽지만 ㅎ 그래도 패키지 퀄이 꽤 좋다 ㅎ 요즘 중국 차(茶) 시장은 이 브랜드가 휩쓰는 것 같다. 없는 도시가 없음. 

배도 부르고 삘도 받아서 돤자쉬꺼의 집이 있는 샤포웨이를 가기로 했다. 마침 중산루에서 그리 멀지 않고 버스도 한 번에 가길래 고고고!

겁나 화려한 샤먼의 콘래드 쌍둥이 건물. 샤먼대학교 근처라 사람도 많고 저녁인데도 번쩍번쩍하다. 약간 옛날 홍대처럼 소소한 가게도 많고 여행지 느낌 물씬.

어디 보자~ 지도상 돤자쉬꺼 집이 이 근처인데. 근데 이 동네도 너무 예쁘다 ㅠㅠ

약간 부둣가 같은 이 길에는 카페도 있고 술집도 있고 딱 노는 분위기. 

하지만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 결국 돤자쉬꺼 집은 찾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그냥 자긴 아쉬우니까 편의점에서 알콜 비스름한 거 사다가 한 잔 해주고. RIO는 중국 현대극에서 많이 등장했던 술인데, 이걸 술이라고 해야 하나 ㅎㅎ 과일에 살짝 알코올이 들어간 건데 거의 못 느끼겠음.

걷기만 해도 좋았던 샤먼에서의 첫 날은 그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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