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에서의 첫날 아침이 밝았다.

느지막이 10시쯤 숙소에서 나섰더니 하늘 색깔 무슨 일. 숙소와 지하철 역 사이에 있는 싱칭궁(兴庆宫)흥경궁이라는 곳으로 산책을 나섰다.

물 한 모금 마셔주고. 장백산이란다...우리 백두산 호랑인데...슬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건 아마도 올해 백두산 여행을 위한 복선이 아니었을까? ㅎㅎ

중국은 큰 도시마다 이렇게 넓은 공원 꼭 있다. 대부분 인민공원이라 불리지만 ㅎ 아무튼 여기는 당나라 현종이 오랜 기간 기거하던 곳이라고 한다. 한글로도 안내가 되어있어서 자세한 정보도 알 수 있었다.

중국 공원을 오면 늘 볼 수 있는 춤추시는 어른들. 시안 공원의 특징이라면 여기에 회교도가 많아서인지 신장? 아랍쪽으로 보이는 춤을 많이 춘다는 거다. ㅎ

멋진 버드나무와 악기를 연주하시던 분들. 이렇게만 보면 중국 사람들 참 여유롭고 좋아 보인다.

비교적 최근에 개보수한 공원이어서인지 다른 부대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적당히 공원을 산책한 후 용싱팡(永兴坊)에 도착했다. 용싱팡은 지난 시안여행을 하다가 알게 된 곳인데, 서쪽에 회족들의 거리인 회민지에(回民街)가 있다면 동쪽에는 한족들의 거리라 할 수 있는 용싱팡이 있다. 
용싱팡은 당나라 시기 108팡(팡坊은 아마도 구역을 나누는 명칭인 것 같다) 중 하나로, 현재는 산시(陕西,섬서)성 비물질문화특색거리라고 한다. 관중항(关中巷), 산난지에(陕南街), 산베이시엔(陕北襄)등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산시성의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지만 수공예품과 공연 등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목적은 당연히 먹거리 ㅋㅋ 소개글에는 '전국 10대 미식거리'라고 한다. 중국은 10대, 3대, 5대 뭐뭐뭐가 너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함 ㅋ

용싱팡 입구에는 이렇게 큰 거울이 있고. (이것도 뭐라 뭐라 설명이 써 있었는데 기억 안 남 ㅎ)

첫 번째 먹은 음식은 이렇게 아주머니들이 부지런히 만들고 계신 ~~煎饼。

가게이름이 子长煎饼이니까 뭐 음식 이름도 지앤삥이겠지? 왜 메뉴판을 안 찍어뒀을까? 속 안에 재료를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아마도 부추계란으로 시킨 거 같기도 하고..기억이 안 나네..뭐 맛은 좋았던 거 같다. ㅎㅎ
지앤삥을 먹고 슬슬 구경하고 다니다가

탕후루 발견. 이때 우리나라에 엄청 탕후루 열풍이 불고 있었는데, 원조 탕후루를 또 먹어줘야 하지 않겠어?

기왕 먹는 거 산사열매로다가. 제대로 원조 탕후루 먹어 줌. 맛은 뭐..그냥그냥 ㅎ 원조를 먹었다는 거에 의의를 둔다.

구경하다 발견한 필수로 먹어야 하는 시안 음식. 하하 귀여워. 못 먹어 본 것이 아직도 많네.

원래도 많이 못 먹지만 나이들어 더 노화된 나의 위장으로 무언가를 더 먹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이 삔시엔위미엔(彬县御面)은 좀 궁금해서 먹으로 입장. 이 삔시엔위미엔은 위미엔(玉面), 즉 옥면이라고도 불리는데 량피의 밀가루와는 차별되는 특제 식품이라고 한다. 색이 옥과 같고 맛은 쫄깃하고, 입안에 향이 남는다. (발번역). 이렇다는데 어떻게 안 먹어? ㅋㅋ 게다가 이 음식에 御자가 붙은 것은 무려 3천 년 동안 이어 내려져 온 궁중음식이기 때문이란다. 전해지기로는 주태왕구공단의 아버지가 빈(현재의 彬县)에 거주할 때 그의 부인인 강씨가 밀로 만들었던 음식이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내가 주문한 것은 얇은 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双拼御面. 11위안으로 싸다 싸.

요 탱글탱글한 식감. 맛은 뭐 량피도 그렇지만 양념 맛으로 먹는 거 아니겠음? ㅋㅋ색다른 식감이 꽤 좋았다.

친전미피(秦镇米皮). 요것도 먹고 싶었는데, 배의 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관계로 사진만 찍어 옴. 실은 이거 말으러 친전秦镇이라는 곳을 여행해보고 싶었음. 량피와 달리 쌀로 만든 친전미피는 진나라 시절 흉작으로 힘들어하던 친전의 군수였나 누군가가 쌀을 조공할 수 없어서 이걸로 대신했는데, 진시황이 사연을 듣고 친전에서는 앞으로 쌀대신 이걸로 조공을 하라고 했다 함. 폭군으로 알려졌지만 꽤 합리적이었던 것 같은 진시황. 나만 긍정적으로 보나 봄 ㅋㅋ

술을 마시고 술잔을 깨는 체험을 하는 곳. 지난 번에 해서 이번엔 패스. 근데 이거 술은 아니고 박카스맛 음료임 ㅋㅋ 술잔을 깨는 문화는 병사들이 전쟁 전에 결의를 다지기 위한 행위였다고 하나 현재는 안 좋은 일을 없애고 좋은 운이 돌아오길 기원하는 행위로 바뀌었다고 한다. 

처묵처묵하여 배부른 배를 좀 꺼뜨리고자 마신 뽕열매즙 ㅋㅋ 영양도 풍부하다니 마셔줘야지 ㅎ

즐겁게 용싱팡을 구경하고 나서 성 안으로 들어왔다. 장락문. 즐거움이 오래 되길!

목적 없이 그냥 성벽 안 거리를 이리저리 걷는데, 길들이 꽤 예뻤다.

그리고 아저씨를 너무 좋아하던 하얀 고양이. 아우 귀여워.

그렇게 정처 없이 걷고 있는데, 엇 시안사변 기념관 등장 두둥!

동북 최대 군벌이었던 장학량(张学良)공관. 일본에 항전하기 위해, 공산당을 손 잡을 수 없다는 국민당의 장개석을 감금시키고, 국공내전을 종결시킨 말 그대로 사변이 발생한 곳.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듣고 알게 된 인물인데, 이런 사람을 바로 상남자라고 해야 한다고 본다 난.
듣기로는 미국 하와이인가? 암튼 미국에서 남은 여생을 마쳤다고 하던데, 그의 말씀 중 의미 있는 게 있어서 찍어뒀다.

장학량은 일본 NHK기자 간담회에서 21세기의 젊은 일본인들에게 몇 마디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일본의 젊은 청년들이 다시 과거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희망한다. 무력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이 점은 역사가 이미 우리에게 알려줬다. 일본 청년들은 역사의 과정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알았느냐? 일본인들아?

시안사변 기념관을 나와 회민지에(回民街)로 가는 길에 보게 된 식당의 문구 "인간사의 큰 일은 먹고(吃), 마시는 것(喝) 두 글자다" ㅎㅎ 맞말이라 사진 찍어 둠. 써먹어야지.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고냥이들. 중국에서는 길 고냥이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중국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듯.

걷다 보니 회민지에가 있는 종로우(钟楼)까지 걸어가는 건 무리다 싶어서 지하철을 탔다. 시안시의 지하철 엠블럼은 성벽 모양이다 ㅎㅎ, 그리고 지하철 티켓. 이때만 하더라도 알리페이로 버스는 탈 수 있었는데, 지하철은 탈 수가 없어서 티켓을 따로 끊었다. 기념샷 찍기.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종로우(钟楼)역에 도착해 종로우와 구로우(鼓楼)를 거쳐 

회민지에 도착. 아직 사람이 아주 많진 않다.

그리고 또 고냥이. 너 입에 치즈 묻었어 ㅋㅋ

이리저리 구경하는데 단곶감? ㅋㅋㅋ

이날 저녁은 지난번에 못 먹어봤던 사오즈면(臊子面). 이것도 시안의 유명 음식 중 하나라던데, 약간 국물 있는 고기비빔국수 같았다. 소화가 잘 되는 너낌.
밥도 먹고 발 마사지도 받고 빡세게 걷다가 숙소로 복귀.

날이 어두워지니 구로우와 종로우에도 조명이 들어오고,

마침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서 멋진 종로우를 담을 수 있었다. 화려한 시안의 밤.

마지막으로 발 마사지사의 영업에 구입한 연고. 충칭 모기들에게 물어뜯긴 나의 다리를 보더니 이거 바르면 빨리 나을 거고 흉터도 빨리 없어질 거라고. 자기네 가게에서만 파는 거고 어제도 어떤 손님이 3개나 사갔다고 어쩌고 저쩌고.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뭐 기념품이다 싶어서 하나 샀는데, 더 살 걸;;; 좋긴 좋더니다. 뒤꿈치에 발랐더니 금방 매끈해지고. 아 가게 이름을 안 적어와서 담에 살 수 있을런지...
그렇게 시안 첫날 여행 마무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