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로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같은 나라지만 지역적으로 미세하게 다른 생각의 차이를 알게 되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화과자 클래스에서 향일암에 간다는 얘기를 하니까 쌤은 꽤 멀지 않냐고 살짝 놀란 눈치다. 카카오 맵으로 보니까 빠르면 한 시간도 안 걸리겠어서 그 정도면 갈만하지 않냐고 했더니, 여수 사람들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은 먼 곳이라고 생각해서 날을 잡고 간다고. 서울 사람들은 그 정도 거리는 부담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서울에서는 출퇴근도 기본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크게 부담 없다고 느끼는데, 여수는 사흘밖에 안 있었지만 어디든 금방 금방 가서 꽤 먼 거리로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 새삼 서울이 얼마나 큰 도시인지(면적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하긴 예전이었으면 내가 사는 양천구나 지금의 강남구나 다 서울이 아니었으니까 ㅎㅎ
여수사람에게는 먼, 서울 사람에게는 시내 나가는 정도인, 약 한 시간 거리의 향일암에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 중간중간 바다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돌산대교도 지나고 했는데, 어쩜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네? ㅎㅎ 쌤이 추천해 준 방죽포는 돌아오는 길에 들리려고 했는데, 버스 시간을 잘 모르겠어서 포기.

 

 

향일암 근처에 도착한 후 일단 허기를 다스리기 위해 밥 집에 갔다. 백암식당? 이었던 것 같은데, 게장백반정식과 갓김치백반정식 중에 아무래도 여수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니까 갓김치백반정식으로 주문. 순간 착각해서 갓김치로 만든 김치찌개인 줄 알았는데, 된장찌개였다. ㅎㅎ 여수가 바닷가라 그런지 게 한 마리가 퐁당 들어가 있고, 갓김치, 볶은 갓김치, 물갓김치가 함께 나왔다.

맛은 머..쏘쏘.

 

 

밥맛보다는 경치 맛집일세. 식당에서 찍은 사진인데, 조오타~~ 이제 향일암으로!

 

 

잊고 있었는데, 맞다! 등용문이 있었다. 시험 결과 잘 나오게, 새로운 회사 입사 등등 잘 풀리게 해 주세요. 소원 빌면서 여의주 쓰다듬어주고 다시 고고!

 

 

올라가는 길에 본 향일암 근처의 일출 명소. 실제보다 사진이 더 잘 나왔다. 저 푸른 바다... 역시 바다는 남해바다야!

 

 

드디어 도착. 해탈문.

 

 

헙... 좁다... 실제론 그렇게 좁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엄청 좁게 느껴진다.

 

 

오늘의 목적지인 관음전. 향일암은 원통보전보다는 관음전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엄마들에게.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불교 공부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안 해가지고 잘 모르겠다.ㅋㅋ 우리 집과 언니네 입춘기도, 정초기도, 산신기도, 삼재풀이 등등 기도 붙이고. 관음보살님께 따로 연등초 올리고 시주하고 소원을 빌었다. 욕심이 많아서 여기 말고도 원통보전, 천수관음전 등등 할 수 있는 데는 다 시주하고 기도했다며 ㅎㅎ 이 정도면 하나는 들어주시겠지? 무슨 소원을 들어주실지 몰라서 다 빌어 봤어요! :)

 

 

원효대사 좌선대. 그 시절 어찌 여기까지 와서 참선을 하셨을까? 심지어 그때는 버스도 안 다니고 길도 이렇게 포장되지 않았을 텐데. 진짜 옛날 스님들은 경공술이나 축지법을 쓸 줄 아셨던 거 아닐까? 

미션 완료했으니 이제 다시 여수 시내로! 

 

 

교동시장 포장마차 거리. 원래는 좌수영음식문화거리로 갈까 했는데, 블로그를 보다가 이 곳을 발견해서 급 목적지를 바꿨다. 라떼는 종종 볼 수 있었던 개천. 지금은 다 복개천으로 바뀌어서 깔끔해졌는데, 어린 시절 개천에서 놀던 생각이 가끔 나곤 한다. 동네 언니 오빠들이랑 놀다가 저 드런 곳에 신발도 빠지고 그랬더랬지 ㅋㅋ 요즘 아이들은 보면 아마 기겁하겠지? ㅎ 내가 또 포장마차도 좋아하는데 혼자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는 로망도 있었다.(로망부자 ㅋㅋ)

 

 

갑자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아무 포장마차나 들어갔다. 20번 포장마차였나? 여긴 다 포장마차마다 번호를 붙여놓더라. 암튼 소주는 싫어하지만 포장마차에서는 소주를 마셔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힌 나는 소주를 시켰고, 기왕이면 여수에 왔으니까 여수밤바다 소주를 시켜줬다. 맛은 머 소주 맛. 두 잔도 못 마신듯. 쏘주는 역시 노노. 도수가 16.9%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소주 도수가 진짜 많이 낮아졌구나 싶다. 라떼는 말야...ㅋㅋㅋ

 

 

딴 거 시킬까 하다가, 그래도 여수에서는 해물삼합이 대표 메뉴인 것 같아서 주문해봤다. 다 못 먹을 것 같은데...는 무슨 ㅋㅋ

 

 

혼자 온 내가 안쓰러워서였는지,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포장마차 이모가 맛있게 구워주심.

 

 

삼겹살, 갓김치, 산낙지 그리고 소주와 함께 뙇! 맛나다. 맛나긴 한데, 너무 아는 맛이다. ㅋㅋㅋ 이모한테 혼자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밥은 안 볶을래요 했지만, 삼겹살 몇 개 남기고 다 먹어줬다. 밥도 뽂아먹을 수 있었지만 이미지 관리상? 안 먹어 줌. ㅋㅋㅋ

아주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복귀했다. 좀 더 시내 구경하고 싶었는데 다음날 한파가 온다더니 바람이 엄청 불어제껴서 얌전히 숙소로...역시 바닷바람은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 이틀 있었는데 얼굴이 땡기기 시작.

 

 

얌전히 숙소에서 일찍 취침하고. 언젠가부터 여행가면 일찍 자는(일찍 일어나진 않음) 건강한 습관을 갖게 됐다. 다음날 아침. 냥이가 안 보인다. ㅠ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스케줄인 오동도 산책하러 고고!! 동백꽃 군락지가 있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오동도로 들어가기 위해 걸었던 방파제 길.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바람이 엄청났다. 그래도 덕분에 저런 멋진 구름도 찍히고. 햇살도 꽤 좋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떨어진 온도로 동백꽃 군락지에서는 동백꽃의 붉은 잎은 구경도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도 가파른 길로 동백꽃 군락지로 갔는데, 거기선 허탕 지고 옆에 편안한 길에서 드디어 붉은 동백이를 만났다. 이러기야? 예쁘게 핀 애가 없어서 헤매고 헤매다 찾아낸 아이. 정말 전형적인 동백이다. 예뻐라!! 

 

 

오동도 바닥에 있는 동백꽃 보도블록. 좀 더 예쁘게 안 되겠니? 경주의 천마총 보도블록처럼 좀 멋지 해주라.

오동도까지 계획했던 모든 스케줄을 끝마치고 숙소에 가니 딱 공항 갈 시간이 됐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시간.

 

 

이건 왜 찍었냐면, 버스 탈 때마다 느꼈던 여수시의 잘 정비된 버스정류장이 인상 깊어서. 버스 도착정보도 아주 잘 나오고 특히 아래에 버스카드 잔액조회 가능하게 해 놓은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다 싶었다. 여수가 생각보다 잘 정비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고, 서울처럼 인간이 너무 많아서 북적이지도 않아 꽤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tmi로 여수에서 버스 탈 때 유의할 점은 탈 때, 내릴 때 확실히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ㅎ 버스에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버스기사 분들이 대충 지날 칠 때가 많아서 못 내리고 못 탈 뻔한 적이 있었음.

일자리만 있다면 이런 적당히 잘 발달된 도시에서 살고 싶다. 서울 사람들보다 지방도시 사람들이 시간을 더 알차게 쓴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 경기도 사람들은 1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며 사느라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이 없는데, 여수에서는 그런 삶이 아니라니까.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으니까. 훨씬 시간 부자, 풍요로운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 보니까 여수시는 재난지원금도 25만 원 준다면서? 서울보다 낫네 나아.

집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상한 애 만난 거 말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역시 여행은,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은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화과자 만들기였다.

중국 여행 다니면서 그들의 차문화가 꽤 맘에 들었던 나는 이런저런 차를 마시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재작년 시안 여행서 들렀던 비싼 찻집에서 준 다과.

 

시안의 어느 한 찻집에서 차와 함께 내어 준 다과. 그렇다. 비싸다!

 

다양한 다과들과 차를 마셨던 기억이 너무 좋았는데, 특히 왼쪽 반합에 작은 비닐에 포장된 저 과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알리바바의 天猫를 뒤지고 뒤져서 红糖酥饼이라는 걸 알아내고 열심히 사서 먹고 있다 ㅎㅎ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다양한 다과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는데, 마침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마이여수라는 예쁜 화과자 만드는 곳을 소개한 걸 읽었다. 인스타로 찾아보니 여느 화과자보다 예쁘길래 결국 여수까지 가서 수업을 받기로 했다. 마침! 1월부터는 주말 클래스도 운영한다고 하니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운명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수 도착 다음날 수업 받으러 고고!

 

 

수업받으러 가는 길에 만난 옛 정취가 느껴지는 작은 골목길. 많이 짧긴 했지만 요즘 보기 힘든 골목길이라 반가웠다. 여수도 완전 도시 도시한 곳이라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더라.

 

 

마이여수에 도착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생각나는 'ㄷ'자 식탁. 사장님이 끓여 준 우롱차 한 잔 마시며 수업을 기다림. 차 맛이 아주 좋다. 

 

 

오늘 수업할 화과자 고나시의 앙금과 앙금 반죽들. 색깔이 알록달록 예쁘다아!

 

 

올해 꽃길만 걷자는 의미에서 꽃 모양으로 수업을 준비했다는 쌤. 제일 처음 만든 동백꽃 화과자. 동백꽃이 좋아서 여수 온 김에 동백꽃 봐야지 했는데, 쌤이 뙇 동백꽃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여수의 시화가 동백꽃이라고. 이건 운명이야 진짜 ㅋㅋㅋ

앙금 반죽으로 앙금을 감싸는 걸 포앙이라고 한다는데, 처음 할 땐 앙금을 뭉갤까 봐 손이 부들부들했다. 그래도 잘한다고 칭찬받았다. 쌤이 고래도 춤추게 하는 능력이 있으신 거 같음.

 

 

그다음에 만든 수국. 반죽의 파트를 나누는 게 좀 걱정이었는데 (뭐든 반듯하게 나누는 걸 못하는 나이기에..) 쌤이 워낙 마무리를 잘해주셔서 꽤 봐줄만하다. 반 이상은 쌤이 만든 것 같다? ㅋㅋㅋ

 

 

꽃 보자기랑 꽃, 꽃!! 색깔이 너무 예뻐! 어렸을 땐 이런 파스텔톤 극혐 했는데 왜 나이 들수록 좋아지니? 주책이야.

 

 

1시간 반? 정도에 걸려 완성된 나의 첫 화과자들. 워낙 반죽 색깔이 예뻐서 너무 이쁘게 나왔다.

 

 

요건 그릇을 바꿔서. 흰 그릇에 담으니 색이 확실히 더욱 살아난다.

 

 

수업 중에 만든 것을 오늘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 고민했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먹어봐야지 않겠냐며. 요 두 개만 맛 봄. 다른 화과자와 달리 달지 않아서 상당히 맘에 든다. 다과들 너무 달아서 불만이었는데(많이 못 먹으니까!) 요정도는 딱 좋다. 함께 내어주신 보이차는 뭔가 굉장히 좋은 차 같다. 끝 맛이 살짝 달게 느껴지는 이런 보이차 처음이야!

 

 

나머지 4개는 포장해가기로.

 

 

케이스도 맘에 들어!

 

 

요건 별도로 주문한 양갱이들. 이것도 인스타에서 보고 색감이 너무 예뻐서 반했는데, 5~6가지 맛이 섞여 있다. 하나는 먹고 하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다 먹어야겠다ㅋㅋ 다음엔 이것도 꼭 배우고 싶다.

화과자를 만드는 것 상당히 매력 있다. 일단 만들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뜨개질, 매크라메 등등처럼 ㅎㅎ 집에서 유튜브로 영상도 찾아보고 그러는데 이러다 조만간 정식 클래스 지르지 싶다;;

차 마시는 동안 사장님 겸 쌤과 나눈 이야기도 좋았다. 워낙 나와 삶의 가치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물론 나보다 더 능력 있고 용감한 분이지만 ㅎㅎ) 향일암 간다고 길게 얘기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향일암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은 향일암으로!

생일에 여행을 떠나는 건 꽤 오래된 로망이었다. 아마도 그 회사에서 사장님이 일 년 열심히 일하고 생일 즈음에 친한 직원들과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것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그땐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리더에 가까운 분이셨다. 인간적이면서도 비즈니스에서는 냉정한 면이 있는.

아무튼 회사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서, 백수가 되어서는 돈을 아끼려고,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는 연수지에서 여행 많이 다닐까 등등의 이유로 미루던 생일 여행. 위의 모든 장애물이 없는 상태인 반백수 프리랜서인 지금이 내 로망을 실현시킬 절호의 찬스였다. 원래는 해외여행을 꿈꿨지만 망할 코로나...

생일 당일엔 오랜만에 중요한 업무가 생겨서 부지런히 정리하고 출발했다! 무궁화 열차 타고 무려 5시간 가까이 달려서.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서 지루하진 않았다. 무슨 잡생각이 그리 많은지.

기념으로 여수엑스포역 사진 한 장!

게스트하우스에 대충 짐풀고 배가 너무 고파서 내조국(내가 조선의 국밥이다라는 ㅋㅋㅋ)에서 푸짐하게 국밥을 먹었는데, 핸폰 충전시키느라 사진이 없...

배도 채웠겠다. 소화도 시킬 겸 그 유명한 여수 밤바다 보러 낭만포차거리 산책. 근데... 솔직히 이 경치 외엔 볼 게 없다...낭만포차거리는 을왕리조개구이 거리와 별 차이가 없어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날도 추운데 그냥 이 하멜등대 보고 숙소로 복귀. 아 볼 거 없다 진짜. 장범준이 대단한거냐...내가 감성이 부족한 거냐... 부들부들

이건 그냥 개인 취향으로다가 찍은 사진. 홍콩에서도 그렇고 나는 이런 항구도시에 있는 이런 광장들이 꽤 맘에 든다. 묘한 설렘을 주는데 왜일까?

나의 숙소인 백패커스인여수는 게하 맞은편에 펍&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술은 안 마실까 하다가 또 요런 바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게 로망이었어서(로망 왜 이리 많아 ㅋㅋ) 간단하게 한 잔만. 남해라거라는데 가볍고 아주 맘에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먹은 저 닭다리과자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다트도 있는 이 펍.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시끌벅적했으려나... 쓸쓸하네. 펍에 손님은 나 혼자 ㅋㅋ

숙소가 게스트하우스 하면 상상되는 여행의 낭만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그런 게스트하우스였다. 시설도 잘해놔서 뜨신 물도 잘 나오고 티비도 좋고. 방이 온돌이라 온돌방 선택했으면 등도 지지며 잘 수 있었을 텐데, 침대가 좀 안 맞아서 잠을 설쳤다.

조식은 게하 1층 공용 주방 냉장고에 준비해 둔 재료로 알아서 해 먹으면 되는 시스템. 게하에서 키우는 예쁜 샴고양이 바라보며 토스트와 당근 주스로 하루를 시작했다. 마침 햇살도 따스하고 기분 좋은 아침.

예쁜 냥냥이랑 있고 싶어서 일부러 커피 사다가 마시며 여유 부림. 샤미들은 진짜 애교도 많고 개냥이들이야.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화과자 체험 클래스 하러 고고고고!

중국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계화'는 무슨 맛일까? 였다.

재작년 시안 여행 때 찡까오(镜糕)라는 떡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이때 계화맛을 선택해서 먹은 것이 나의 첫 계화와의 조우였다. ㅎㅎ

하지만 그때는 맛이 희미해서 그닥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작년 직구로 말린 계화를 시켜서 그 향과 맛을 제대로 알게 됐다. 오렌지향이 나면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게다가 위장에도 좋다길래 수시로 소화불량에 걸리는 나에게 딱이라며 꽃차로 애용했다. 하지만 꽃이 담긴 통을 홀라당 엎어버리는 바람에 얼마 못 먹고 끝나버렸다는 슬픈 결말.

암튼 자주 가는 중국 커뮤니티에서 중국 배우 등륜(邓伦)이 광고모델인 계화맛 펩시 콜라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구로 구입했다!

 

 

계화 모양을 프린트한 캔이 인상적이다. 캔을 따는 순간 인공적인 계화향이 확 올라온다. 워낙 맛있다는 후기가 많아서 산 건데 생각만큼 맛나진 않았...그냥 콜라에 향을 덧입힌거라 완전히 융화되진 않은 느낌이다. 

향도 좀 호불호가 있지 싶다. 나는 워낙 계화에 호감이라 괜찮지만 꽃향 싫어하는 사람들은 완전 불호일 듯.

개인적으로 코카콜라보다는 펩시콜라를 좋아하는데, 중국은 펩시콜라의 종류도 다양하게 나오는 것 같다. 지난 번에 여행갔을 때는 파란색 콜라를 봤던 것 같은.

암튼 계화맛 펩시는 그냥 한 번 맛 본 것으로 만족.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가끔 사먹겠지만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또 직구하진 않을 것 같다.

====

이건 캔에 쓰여진 성분표시 등을 번역한 것. 개인적으로 중국어 공부하느라 정리 함 해본다. 앞으로 가능하면 직구 리뷰마다 써볼까 싶지만..

百事可乐(펩시콜라)

桂花味(계화맛)

可乐型汽水(콜라형사이다) 净含量(실제함량) : 330毫升(330ml)

每罐(1캔당) : 能量(열량) 634千焦(킬로줄) (152千卡(킬로칼로리))

8%NRV 

NRV : 营养素参考值 (영양소참고치)

图片仅供口味参考, 产品以实物为准 (본 그림은 맛을 참고하는 용으로만 제공되며, 상품은 실물을 기준으로합니다)

营养成分表(영양성분표) 

项目(항목)

100毫升(100ml)

营养素参考值(영양소참고치)%

能量(열량)

192千焦(192킬로줄)

2%

蛋白(단백질)

0(0g)

0%

脂肪(지방)

0(0g)

0%

-饱和脂肪酸(포화지방산)

0(0g)

0%

碳水化合物(탄수화물)

11.3(11.3g)

4%

-()

11.3(11.3g)

 

(나트륨)

10毫克(10mg)

1%

产品类型(상품유형) : 可乐型汽水(콜라형사이다)

配料(배합원료) : 水(물)、果葡糖浆(과당시럽)、白砂糖(설탕)、食品添加剂(식품첨가제)(二氧化碳(이산화탄소)、焦糖色(카라멜색)、磷酸(인산)、食用香精(식용에센스)、咖啡因(카페인))

制造商(제조사) : 南京百事可乐饮料有限公司(난징펩시콜라음료공사)(5385)

地址(주소) : 中国南京市江宁经济技术开发区庄排路118号 (중국난징시장닝경제기술개발구좡파이루118호)

产地(산지) : 江苏 南京(장쑤 난징)

电话(전화):(025)52102905

食品生产许可证编号(식품생산허가증번호):SC10632011501020

生产日期(생산일자)(批号(로트번호))标于罐底(캔바닥에 표시)(年|月|日 / 년,월,일)

保质期(보관일):十二个月(12개월) 产品标准号(생산표준번호):GB|T10792

贮存条件(보관방법) : 禁止加热或0以下冷冻(열을 가하거나 0도씨 이하 냉동을 금함)

避免阳光直晒及高温储存,冷饮口味更佳。(빛을 직접 받거나 높은 온도에 보관하는 것을 피하고, 차갑게 마시면 더욱 좋다)

百事可乐,PEPSI,PEPSI-COLA 

及百事圆球图案为美国百事公司

PepsiCo,Inc. 所拥有的商标,授权南京百事可乐饮料有限公司使用。

(百事可乐,PEPSI, PEPSI-COLA와 펩시원형도안은 미국펩시회사 PepsiCo,Inc.가 상표를 갖고 있으며, 난징펩시콜라음료유한공사에 사용 권한을 부여함.)

太汽(태기) 桂花味(계화맛)

저 太汽 글자가 잘 해석이 안되는데, 바이두 좀 찾아보니 중국 국풍(우리나라로 치면 약간 국뽕?전통적인 것을 주제로 한)과 관련있는 것 같은데, 감은 오는데 정확한 개념은 안 잡힌다.

'중국 > 중국 직구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이펀 고수맛 과자  (0) 2021.02.23
즈하이궈(自嗨锅) 인스턴트 훠궈  (0) 2018.12.10
인스턴트 마라샹궈 후기  (0) 2018.12.01
중국 군것질1  (0) 2018.11.21
인스턴트 마오차이  (0) 2018.08.12

올해는 책을 좀 의식적으로 많이 읽는 해가 되기로 계획했다. 그래서 올해 완독한 첫 책!

저자인 최배근 교수님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통해 알게 된 분이다. 매번 통찰력있고 객관적인 지표로 거시경제를 잘 알려주시던 분이라 호감이었는데, 책 홍보도 열심히 하셔서 ㅎㅎ 호기심에 책을 질렀다.

솔직히 경제 공부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읽기 어려울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대학교 때 미시, 거시 경제 수업 듣길 잘했다며.

앞부분에는 1차 산업혁명부터 지금의 4차 산업혁명과도기의 역사를 요약, 설명해놔서 잃어버렸던 지식들이 다시 조합되는 느낌이다. 특히 내가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당시가 세계적으로 금융화의 정점이고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화두였음에도 극혐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저자는 경제학 교수님 답게 1차산업혁명 이후의 경제사를 자세히 풀어내서 차근차근 읽다보면 19세기말에서 21세기 현재까지 산업구조의 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경제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전환기에 있는 지금, 코로나19가 전세계와 맞딱드린 지금의 상황을 '새로운 처음'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나라의 산업생태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에는 우리나라 기득권들이 싫어하는 기본소득제도와 토지공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 사회주의적인 주장이다 ㅎㅎ.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제도는 버나드쇼의 책 '쇼에게 세상을 묻다'를 통해 그 필요성에 설득당했던 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주장하기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사람이 AI와 경쟁에 밀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질 것이고 지금의 중급숙련자들의 자리는 계속해서 없어질 것이 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AI나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더욱 창의적인을 해야할텐데, 지금처럼 노동시간이 길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시간과 함께 줄어드는 소득을 어느 정도 보전해줘야 사람이 적당히 일하면서 창의적인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이다.

이건 나도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특히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높은 직책이 올라가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웬만한 일들은 부하직원들이 하기 때문에, 여기서 사람들은 두가지 갈래로 나뉜다. 일보다는 정치질로 높은 직책에 올라가거다 열심히 일해서 자기 사업을 차리거나. 

앞으로는 이 부하직원들이 하던 일을 AI가 하게 되는 것이고 나는 관리자가 되어 정치질을 하거나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해서 사업을 하든 다른 무엇을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리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스로 창의성을 길러 스스로의 일을 만들어내야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어느정도 소득보전이 필요하다.   

토지공개념은 누구나 다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솔직히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왕조가 패망의 길로 접어든 건 대부분 토지의 사유화게 극에 달해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민심을 잃었을 때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민심을 이용해 새로운 왕조가 세워진 역사는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도 너무 많다.

이런 기본적인 논리를 따라 '새로운 처음'을 맞이하게 되는 4차혁명시대에는 개방적이고 연결된 사회에 어울리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계신다. 물론 그에 맞게 우리나라의 정책들도 따라서 바뀌어야하는데 우리 관료들은 아직도 관성적이 정책들만 내놓고 있고, 오바마나 일본의 망한 정책들을 이름만 바꿔서 사용하는 걸 넘어 심지어 삼성의 망한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고 계신다.

4차산업시대에는 그에 걸 맞은 노동 생태계가 필요한데 그걸 우리 관료들은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타다' 사태는 혁신도 뭐도 아닌 걍 얍삽한 사업가가 이름만 그럴듯이 해놓고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서 사업하려다 망한 케이스라고 생각하는데, 그거에 대해 확실하게 짚어주셔서 좋았다.

다소 아쉬운 점은 연결, 개방 시대에 걸맞는 인재 상에 대해 조금 알려주시길 바랬는데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율성과 교육에만 맡긴 느낌이라 전국시대 진나라가 시행했던 엄격한 법가적인 마인드를 가진 나같은 사람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저자가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여준 적절한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모습이 연결, 개방 사회인 지금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말에는 크게 공감한다. 그 원인으로 '눈치문화'를 얘기했는데 백퍼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물론 눈치는 일본도 많이 보지만 우리나라의 눈치문화와는 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똘똘한 우리 나라 사람들, 적당히 눈치 챙기면서 결국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국민성은 가끔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끈기가 있지만 그래서 이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잘 살아남아왔다고 생각한다. 이 적은 인구에 이 작은 국토에, 가성비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호모엠파티쿠스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저런 감상_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사 다이제스트100  (0) 2019.05.06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정말 하마터면  (0) 2018.11.01
바깥은 여름  (0) 2018.07.28

오늘 오전부터 방문자수가 좀 있길래 (워낙 휴면블로그나 다름 없어서 좀만 방문자 수가 높아도 두근 거린다 ㅋㅋ), '송니일타소홍화'때문인 줄 알았더니 즈하이궈와 징동이 tvn드라마 '여신강림'에 PPL로 대문짝만하게 나와서 논란 좀 있어서였구만 ㅋㅋ

드라마 제목부터가 중국스럽다. 여신ㅋㅋㅋ

이미 중국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그들의 대놓고 PPL(植入广告)에 익숙해진 나는 그러려니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PPL에 상당히 엄격해서 이런 논란이 이해는 간다.

중국 콘텐츠들을 보다보면 정말 뜬금 없이 PPL이 나오고, 대놓고 단독협찬을 진행하면서 프로그램명 앞에 사용하는 걸 종종 봤다. 마치 우리나라 콘서트에서 기업 스폰을 받으면 'OOO, OOO콘서트'라고 하는 것처럼. 예로 최근에 블랙핑크가 기아자동차 스폰받아서 대문짝만하게 투어포스터에 기아 로고를 쓴 것 처럼.

내가 주로 보는 것은 후난위시(망고tv)인데 여기는 아주 상업적으로 끝판왕인 것 같다. 

처음 보게된 중국의 예능은 효리네민박 짝퉁으로 잘 알려진 '친애적객잔2(亲爱的客栈2)'였는데, 여기가 핀둬둬(拼多多)와 OPPO의 협찬을 얼마나 세게 받았는지, 정말 처발처발해서 너무 인상이 깊었던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핀둬둬는 노래도 외움 ㅎ

PPL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코로나19로 인해 라이브커머스가 활발해지면서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제품, 해외제품이 무슨 소용 있으랴? 솔직히 징동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무리겠지만 즈하이궈는 꽤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처럼 국내에서도 직구해서 먹는 사람들이 꽤 있고, 중국 식품이라는 편견만 없이 보면 상당히 제품이 좋다. 앞서 포스팅(minxi.tistory.com/22)했던 훠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부대찌개니 소고기덮밥이니 종류가 계속 많아지고 있는데 나는 우리나라 웬만한 인스턴트 식품보다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한국에 수입되기를 바라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고.

아쉬운 건 발열팩이 들어있는 제품이라 쓰레기량이 상당하다는 것. 특히 플라스틱위주의 포장지들은 환경오염 문제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제품이 한국에 꽤 어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실제로 국내 총판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으... 누가 말해줬는지 기억이 안 난다)

지금 논란이 되는 건 중국 자본이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이용해서 다른 나라에 마치 한국 문화인 것처럼 제품을 판다는 의도때문이라는데...글쎄...장사꾼 세계에서 그게 잘못된 일일까? 누군가의 말대로 그럼 우리도 즉석훠궈가 우리나라 문화라고 하면되지 않겠는가 ㅋㅋ 중국이 한복이며, 김치며 자기네 나라꺼라고 하듯이.(이 주제도 할 말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는 라이브커머스나 PPL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관대하기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는 걸 수도 있다.

문화적 피해의식은 그만하고 어쩔 수 없는 대세에 우리나라도 이런 PPL 마케팅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미 라이브, 온라인 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지는 못할 망정, 좋다 싫다만 논의 되기에는 너무 순진한 생각들이다.

특히 요즘 중국 젊은 세대들이 자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키워주기 시작하는 경향을 보면, 최고급도 아니고 싸구려도 아닌 중상위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우리나라는 점점 더 중국 리테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세이도나 랑콤 등 최고급 브랜드에 대한 열망이 더 큰 것 같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들이나 예능을 보면 조만간 우리나라 따라 잡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더이상 우리가 그들에게 앞서가는 문화, 세련된 문화가 아니라는 느낌이다. 

그들이 과연 우리 문화가 마냥 좋아서 찬양만 할 줄 아는가? 이미 독을 품고 만들기 시작하고 있는데, 돈 있고 인구 많아 엔터산업에 훨씬 유리한 그들이 우리를 앞지르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공산당 규제때문에 힘들다고? 미안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에게 이득이 되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는 나라다. 

얼마나 많은 거상들이 중국에 있는 지를 알면, 중국을 단순히 사회주의 국가라고 보진 못할 것이다. 사회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 끝판왕의 나라가 중국이라는게 내가 지난 몇년간 중국을 파면서 확신을 갖게된 점이다.

그러니 이런 PPL에 논란만 있기보다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열심히 마케팅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즈하이궈 주목 받는 기념으로. 벌써 재작년이냐.. ㅠㅠ 칭다오에서 먹었던 버섯소고기 덮밥. 훠궈만 맛있을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ㅈㅁㅌ. 간장소스 진짜 예술이었다. 

'이런저런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형적인 2찍과 그나마 정신차린 2찍  (0) 2022.07.20
좋아 하는 일을 하자  (0) 2020.07.21
새 살이 돋았다  (0) 2019.10.02
회사에서의 승진이 갖는 의미  (0) 2019.03.06
손혜원 의원과 목포  (0) 2019.01.21

 

 

아직 한국에서 개봉한 건 아니지만 우연히 유튜브에서 접한 이 영화

'송니일타소홍화(送你一朵小红花)' 동명의 OST가 너무 좋아서 요즘 계속 흥얼거린다.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중국 어학연수 가고 싶었던 거다. 영화관에서 너무 보고 싶은데 볼 수도 없고, 한국에서는 언제 개봉할지도 모르고...

주인공은 작년에 드라마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과 영화'소년적니(少年的你)'에서 아주 호감 중연이 된 이양첸시다. 

TFboys 처음 봤을 때 너무 구리고 역시 중국 아이돌은 아직 멀었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긋나긋한 독특한 말투에 빨려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배우인 거 같다. 

'소년적니'는 정말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보고 울었다.

쨌든. 아직 영화를 못 봤지만 이미 주제곡이 너무 좋아서 영화가 너무 너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 HSK시험 공부를 해야함에도 가사를 베껴쓰고 있었다는...(시험 공부가 하기 싫어서 더 좋게 느껴졌나?ㅎㅎ)

발해석이지만 가사가 좋아서 해보고 싶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PL--XVCrkg&t=87s

送你一朵小红花
너에게 작은 붉은 꽃을 보내

送你一朵小红花 开在你昨天新长的枝桠 어제 새롭게 자라 난 너의 가지에 핀, 작은 붉은 꽃을 보내

奖励你有勇气 主动来和我说话
스스로 나에게 와서 말을 건 너의 용기를 응원해

不共戴天的冰水啊 义无反顾的烈酒啊 원한 깊은 얼음장도 뒤돌아보지 않고 용감히 나아가는 독한 술도

多么苦难的日子里 你都已战胜了它 수많은 힘든 날들을 너는 이미 승리했어

送你一朵小红花 遮住你今天新添的伤疤 오늘 너에게 새로 생긴 상처를 가리는, 작은 붉은 꽃을 보내

奖励你在下雨天 还愿意送我回家
비오는 날 나를 집으로 돌려보낸 너를 칭찬해

科罗拉多的风雪啊 喜马拉雅的骤雨啊 콜로라도의 눈보라도 히말라야의 소나기도

只要你相信我 闭上眼就能到达
네가 나를 믿기만 한다면 눈만 감으면 닿을 수 있어

送你一朵小红花 开在牛羊遍野的天涯 소와 양이 뛰노는 들판의 하늘 끝에, 작은 붉은 꽃을 보내

奖励你走到哪儿 都不会忘记我啊
네가 어디를 가든 응원할게 나를 잊지 마

洁白如雪的沙滩啊 风平浪静湖水啊
눈과 같은 새하얀 백사장도 바람이 잔잔한 호수도

那些真实的幻影啊 是我给你的牵挂 그것들은 진실의 환영, 내가 너에게 준 걱정거리

送你一朵小红花 开在你心底最深的泥沙 너의 마음 깊은 진흙에 핀, 작은 붉은 꽃을 보내

奖励你能感受 每个命运的挣扎
모든 운명을 힘써 버티는 것을 받아들인 너를 응원해

是谁挥霍的时光啊 是谁苦苦的奢望啊 누가 시간을 펑펑 흘려보내고, 누가 애타게 원하는지 

这不是一个问题 也不需要你的回答
이건 물어보는게 아니야 대답할 필요는 없어

 

하고 보니 진짜 발 번역. 노래 가사 번역이 어렵구나...

막 가사가 와닿는데 한국어로 이따위 번역 밖에 못하는 나레기...그 동안 쓴 글들은 정말 막 쓴 글이구나...

속상하다. 마음 만큼 번역이 안돼서

'이런저런 감상_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bby Caldwell  (0) 2018.12.22

너무 두꺼워서 읽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 나던 책. 시작해본다. 하루에 한 장씩 읽으면 81일.

앞서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이런 식으로 나눠서 읽었더니 부담없이 완독이 가능했어서(아침에 읽어서 비몽사몽했지만ㅋㅋㅋ)도올쌤의 책에도 도전해보기로!!

 

 

다만 이 책은 읽기만 하지말고 요약도 좀 해보고 중국어 발음도 연습해봐야겠다.

블로그에 써볼까...

급제동. 1장이 너무 길다. 1장만 일주일 걸릴 듯 ㅋㅋㅋ

+ 다행히 1장만 개념 정리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고 그 다음부터는 쑥쑥 진도가 나가서 이미 완독했다. 

노자장자할 때 노자라는 이름만 알고, 약간 도가사상에 영향을 준 인물이라 현실도피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도올선생님께서 워낙에 동서양철학, 신학을 아우르는 분이시라 당신이 알고 계신 다양한 지식을 책에 담아서 조금 어렵고(비유하신 개념들이 일단 내가 아예 모르는 것들이라 ㅎㅎ) 산만하게 느껴졌지만 기본적으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근데 한자를 모르면 확실히 읽긴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재밌는 건 도올 선생의 굉장히 현실적인 단어들(까발리다 등등의 ㅋㅋ)이 내가 워낙 정제된 언어를 써야하는 직업에 있다보니 헉!하면서도 꽤 즐거웠었음. 그게 바로 보통의 우리말이지 않을까. 너무 있어보이는 단어와 정제된 단어만 사용하며 10년 넘게 살았더니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ㅋㅋ

근데 마지막에 노자가 한반도, 혹은 고조선 출신이라고 추론?(믿음?)하시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다. 예전에 방송에서 장학량이 고구려 혹은 우리 민족의 피를 이어 받은 사람일수도 있다고 말씀하실 때는 '오 그럴수도!'라고 생각했는다...노자는 뭐랄까...사고 방식이나 주장하는 바가 우리 민족의 생각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리 느끼실 수 있지만. 

아침마다 노자를 읽는 건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유교적 혹은 서양적인 사고 방식이 우리에게 성공의 공식처럼 느껴지는 삶을 살면서 원래 나 스스로가 지녔던 가치관이 꽤 많이 바뀌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잃어버렸던 나의 가치관을 조금 되찾은 것 같다.

삶이 조금 지겹고 이유를 모를 때 다시 한 번 읽어보자!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HSK 6급 합격  (0) 2021.01.25
방송통신대 졸업학점 변경  (0) 2021.01.19
HSK 5급 IBT 합격  (0) 2020.08.24
방통대 중문과 20년 1학기 장학금 현황  (0) 2020.07.22
방통대 중문과 성적우수 장학금 평점 실화냐?  (0) 2020.01.20

8월 9일 시험 본 HSK5급 IBT 성적이 오늘 발표됐다.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모의고사 풀 때 점수가 그럭저럭 괜찮아서 기대를 살짝했고, 한 190~210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점수가 높아서 갑자기 6급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뿜뿜 차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랑할 데가 없어서 내 블로그에 자랑을 하기로 했다. 인스타에 올리거나 지인에게 얘기하면 좀 웃길 것 같아서 ㅋㅋ 

중국어 공부한답시고 쉬고 있는데 5급도 못 따면 어쩌나 싶었는데. 시험 날짜가 가까워졌을 때는 9월로 미룰까 고민도 했었던...

솔직히 스트레스 받으면서 공부를 하진 않았기 때문에. 놀멍쉬멍 부담없이 한 거라 떨어지면 열심히 안 해서라는 핑계를 댈려고 했는데 ㅎㅎ

역시 언어공부는 무작정 외우는 것 보다는 다양하게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게 나한테 더 잘 맞는 것 같다.

남들처럼 공부했다면 이미 포기했지 싶은.

오늘 하루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마음껏 즐거워하기로 했다. 수고했네!

내일 방통대 수강신청을 앞두고 2020년 1학기 장학금 하한선이 공개됐다.

이번 학기는 텄다 텄어.

중문과가 점수가 후했던건가? 4.5가 아니면 명함을 못 내민다 ㅋㅋㅋ 후아..작년에도 심했는데 올해는 더 심하네. 나는 평점 4.3을 받고도 장려 장학금 조차 못 받게 되었다. ㅎㅎ

방통대 수강료야 워낙 저렴해서 크게 상관없다만. 그 먼가 기분이라는게...한 번 받아보니 욕심이 나더이다ㅋ 하지만 시험끝나고 교수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 보면서 정말 점수 치열하게 받으려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나는 감히 낄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교수님이 불쌍하게 느껴졌...다들 무슨 점수를 맡겨 놓으셨나...역시 모든 일은 극한직업이야...

올해 기말고사가 온라인 과제로 바뀌면서 점수가 많이 후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점수 인플레가 심하다. 덕분에 나도 점수가 잘 나온 거 겠지만...

그래도 7과목 무난히 이수하고, 영문과 3과목도 점수 잘 나와서 스스로 만족하는 학기였다.

이제 1학기 남았다. 한 과목만 들어도 되는데, 두 과목 욕심이 나기도하고...고민중

우리 왕라오스(王老师)왕이보(王一博)가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가치를 일깨워주셔서 기념 삼아 남긴다.

这!就是街舞 예고 영상에서 我的王一博说 “在喜欢的东西上可以很认真很快乐很努力。你可能幸运可以获得到一些很好的天赋或者怎么样。如果不幸运的话还可以,获取一些更多的快乐!”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열심히하고, 즐겁게하고, 노력하게 됩니다. 운이 좋으면 천부적인 재능이나 다른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어요. 만약 운이 좋지 않아도 괜찮아요.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거든요!

내가 첫 직장 그만두면서 마음에 품었던 마인드가 바로 이런 거였다.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직장인 큰 돈을 못 벌거라면 내가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게 흐르고 흘러 내가 좋아하는 엔터업계에 취직하고 최고의 힙한 회사도 다니고, 최고의 아이돌과도 일하고, 그들의 추락도 보게 됐다. 돈도 조금 벌긴했지만 많이는 못 벌었고. ㅎㅎ 하지만 난 누구도 경험하기 힘든 일을 즐겁게 다니면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결혼하고, 빚내서 집사고, 아이 낳고 하는  표준적인 삶을 사는 친구들에 비해 갑자기 내가 너무 철없이 사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멈추게 됐다. 그 와중에도 내가 좋아하는 중국어하겠다고 이러고 있고. (열심히 한다는 건 아님 ㅋㅋ)

많이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보의 저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그래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정말 막 산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하면서, 하루하루 의미있는 시간 보내려고 살아왔고, 돈은 좀 운이 안따르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많이 못 모았지만 2년정도 백수로 살 정도의 여유면 나쁘지 않은 삶이 아닌가?

대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중국어를 이렇게 여유롭게 공부하고 있지 않은가.

王一博, 谢谢! 你提醒我!我们一起来吧!为了你我拼命地工作!我觉得我们能成为一个好搭档!

'이런저런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형적인 2찍과 그나마 정신차린 2찍  (0) 2022.07.20
tvn '여신강림' PPL에 대해  (0) 2021.01.07
새 살이 돋았다  (0) 2019.10.02
회사에서의 승진이 갖는 의미  (0) 2019.03.06
손혜원 의원과 목포  (0) 2019.01.21

주말 내내 떠나고 싶었다. 반백수 프리랜서의 장점을 이용해 월요일에 떠났다.

나는 자연보다는 도심 속을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솔직히 해외 도시를 여행하는 게 아닌 한 국내 도시는 거기서 거기지만 낯선 동네가 전해주는 알 수 없는 판티지, 상상력 자극하는 그 느낌이 좋다. 특히 오늘 같이 파란 하늘에 구름이 적당한 여름에는 말이다.  

첫 목적지는 평양면옥 본점.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을 엄청 좋아하는데, 특히 서울의 필동면옥이 완전 내 취향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의정부 평양면옥이 본점이라지 않는가. 아니 와 볼 수 없었다.

 

 

내공이 느껴지는 평양면옥 입구. 간판이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

 

 

주문하면 나오는 계산서와 면수. 면수가 물인줄 알고 무심코 들었다가 너무 뜨거워서 놓칠 뻔. 조심하자. 몇 년 전이라면 홀로 수육도 시켰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이젠 많이 못 먹는다. 걍 얌전히 냉면만...ㅠ

 

 

맑은 국물의 평양냉면과 무초절임. 단출하다. 국물은 깔끔한 와중에 고기맛이 나고 면은 전혀 푸석하지 않고 적당히 쫄깃해서 식감이 좋았다. 면먹고 바로 국물 마시면 딱 좋아! 절반정도 먹고 식초와 겨자 넣어 먹으니 또 새로운 맛이다. 면수는 식히느라 냉면 다 먹고 마셨더니 영 맛이....에잉... 면수는 냉면 먹기 전에 마시자~

 

 

의정부역에 있던 안중근 의사 동상. 중국에서 제작해서 선물했다고 하던데, 상당히 역동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본 적 있는데, 직접 봐도 상당히 근사했던. 

 

 

의정부역사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잠깐 쉬는 타임. 먼가 감성있는 짓을 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요즘 빠져있는 왕이보(王一博) 유튜브 영상보고 낄낄 거리고 있었다. ㅋㅋ 조만간 우리 이보 글 좀 써야겠다. 왕허디 이후 오랜만에 또 푹 빠지게 만드는 중국 아이를 만났다. 심지어 나 얘 연습생 때 사옥에서 마주쳤었어! 하...

 

 

오늘 예뻤던 하늘. 요즘 중국 가수 永彬RyanB.의 '像极了‘에 푹 빠졌는데, 거의 모 첫사랑에 설레게하는 느낌. 특히 이런 여름날 잘 어울리는 곡이라 하루에 수십 번 듣는다. 나를 이 여행이라면 여행에 이끈 노래. 이 친구 노래 참 괜찮더라. 다른 곡들도. 상당히 세련됐고. 중국어 발음을 팝에 어울리게 잘 만든 듯. 

 

 

지난 번 부대찌개 먹으로 왔을 때 탔던 경전철의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괜히 한 번 타봤다. 심지어 하늘도 예쁘자나 ㅠㅠ 유리창의 저 지저분한 것이 옥이 티로군...

하루종일 의정부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다니다가 6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이보의 '陪你到世界之巅’ 보다가 정신 팔려서 구일역에 내렸다. 아놔...이보야 너의 매력이란.. 우얄꼬. 살짝 삽질했지만 이런 멋진 지는 태양도 보고. 마침 이 길이 우리 냥이 약도 타고, 필요했던 물품도 사기 좋았던 루트라. 오히려 더 좋은 마무리였다. 특별히 한 건 없지만 나의 감성을 꽉 채운 하루였다. 돌이켜보니 행복한 하루였네.

이제는 슬슬 낯선이 아닌 익숙한 동네가 되어가고 있는 까치울 까페거리.

오늘은 눈여겨 봐뒀던 커프앤드가 당첨되었다.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보기 드문 중국, 대만차도 함께 파는 곳이라 상당히 맘에 들었던 곳.

첫 시작은 아메리카노. 12시 정도 도착해서 사람이 그다지 많진 않았다. 까치울역에서 나오면 바로 있는 곳. 

아메리카노는 리필도 해주는 곳. 훌륭하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초여름라 아직 짙어지기 직전의 푸른 나뭇잎이 눈을 정화시키고 무지 더운 날이었지만 카페의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방통대가 기말고사를 취소하고 전부 온라인 과제로 대체한 관계로 이제 숙제를 열심히 해야한다. 오늘 고급중국어1 숙제를 끝내겠다는 다짐으로 또 이렇게 잔뜩 시켜 줌. ㅎㅎ

차는 동방미인차. (이거 마시면 미인되나요?ㅋㅋ) 대만 우롱차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이 차를 마시고 동방의 미인과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나도 인터넷 찾아보고 알...)

다른 우롱차와 달리 순하고 마시기 편해서 기분 좋았던 차. 

조금 아쉬운게 차에 어울리는 다과가 없는 거였는데, 무지개 케익은 머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펑리수같은 酥종류의 간식들을 갖다 놓으면 참 좋겠지만, 수요가 많지 않으니 그러진 않겠지? ㅎㅎ

암튼 좋은 카페에서 집중해서 숙제한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끝냈고, 새로운 카페 클리어!

다음엔 또 새로운 카페로 고고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된 나.
고대하던 어학연수도 해외여행도 못가고.
작정하고 여행을 떠나자니 아직도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코로나19감염 사례들이 쉬이 움직이질 못하게 한다.
재난지원금도 쓸 겸 지난 번에 왔다 반해버린 까치울에 다시 왔다.

마고코로카레의 비프카레 약간 매운맛

동네 밥집이 그닥 많아 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지난 번 식당은 좀 실패해서 새로운 곳으로. 마고코로카레. 무난한 카레지만 무난해서 맛났다. 함께 내어 준 단무지는 쥔장이 조금 손을 본 것인지 살짝 단맛(유자?)도 나고 꽤 좋았다. 김치도 맛났고. 먹다 흘렸지만 ㅠㅠ. 한 때 일본을 일로 자주 가면서 코코이찌방야라는 신세계를 경험했었는데, 이제 이런 카레집도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구나. 돈까스 토핑을 올릴까 고민했지만 최종적으로 포기했다. 다이어트 해야하니까...

카페노브(Nov)의 아이스아메리카노
하트 빨대

여기는 까치울 전원주택 단지의 카페거리. 다양한 카페들이 많았는데, 지난 번에 간 봉슈를 다시 가볼까 해서 찾았지만 지난 번과 달리 사람이 너무 많았다. 슬슬 걷다가 발견한 이 곳 카페 노브(Nov)는 가게도 넓고 사람도 많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꽤 진하게 나와서 샷추가 안해도 되고. 맘에 드네. 봉슈와는 또 다른 느낌.

다음에는 어느 카페를 가볼까.

이 동네 분위기 맘에 들어.

까치울 Bong su 카페

경기도 재난 지원금을 쓰기 위해 찾은 카페

앞의 약속과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까치울이라는 낯선 동네로 오게 됐다.

원래는 다른 곳에 가서 공부하려 했는데 동네도 맘에 들고, 카페도 내 취향은 아닌데 예뻐가지고 ㅎㅎ

유자파운드 케익과 아메리카노 딱 조화롭고 좋다.

집이 이 동네면 참 좋겠네.

이리 평화로우면 안되는 백순데...

근데 좋다 ㅋㅋㅋ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많이 꼬인 것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쓰려한다.

영화 '기생충'은 진작에 봤고, 리뷰도 쓸까했지만 나의 꼬인 정서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그냥 글쓰는 걸 보류했다. 가끔 술마시면서 사람들에게 솔직한 감상평을 전했을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기생충'이 CJ가 아닌 업계 2, 3위 제작사나 투자사 혹은 아예 외국 회사에서 투자, 제작을 했다면 이런 기분이 덜 들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기생충'이라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기저에 흐르는 '가난한 자'에 대한 잔인할 정도로의 매정한 시선과 '빈부격차'을 다루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재벌의 자본이 투입됐다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게 살아 온 나에겐 조금 기분 나쁘게 다가왔다. 하긴 '빈부격차'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재벌의 자본이 투입된 것이 아이러니한 것은 아니다. 그게 바로 재벌이 재벌일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 시선으로 반지하 방에 살며 생계가 막막한 그 가족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니깐.

다시 한 번 배웠다. 재벌이 되려면. 부자가 되려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다른 사람의 불행도, 비참함도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매정함을 갖춰야하며(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정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상처를 받든 말든 그것을 계속해서 포장하고, 홍보하고, 팔아서 마침내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는 집요함을 가져야한다. 자신이 가진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기생충'에 쏟아지는 찬사를 보면서 내가 들었던 의문은 "세상에서 나만 가난한 건가?" "가난한 사람들은 진짜 이 영화를 보고도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건가?"이다.

지금 나의 삶은 어린 시절의 가난함에서 한참 벗어났지만 나는 영화 속 가족들처럼 남한테 기생하지도 않고 정당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이만큼까지 왔는데. 

가난한 자들이 돈 있는 부자 하나 물어서 온 가족이 달려들어 빨대 꼽는 모습으로 묘사한 것.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보면서 느낀 그 시선. 마치 자신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용당한다는 이상한 피해의식. 나는 이 '기생충'을 통해 그 시선이 느껴져서 너무 불쾌했던 것이다. 

나도 재벌이 되면 공감할 수 있을까?

영화 자체에 대한 나의 개인 감상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예술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번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스포츠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 딴 것 같은 수준으로 감동을 하는 건 공감하기가 참 어렵다. 
이 영화가 상을 받을 수 있게 물심양면 힘을 쓴 미키리는 미국인 아니던가? 그녀가 미국 영화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있는지는 다시 한 번 피부로 와 닿았다.(칸에서부터 예상된 일)

그리고 감독말대로 그냥 로컬 상 아닌가? 아카데미 영향력 예전만 못한 지가 언젠데 멀 이렇게들. 그리고 그녀와 그녀가 고용한 대표가 시상식에 등장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비꼬아서 보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 실직 후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방통대 중문과에 나름 열심히 임했다.

1학기는 그럭저럭 봤고 2학기는 성적들이 꽤 좋아서 전액 장학금도 기대했던 터. 평점이 '4.4'이니까 충분히 전액 장학을 기대했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성적장학금 발표가 있었다. 두근두근.

 

 

근데 중문과 미친 거임?

 

 

일단 전액 장학금 성적 비율이 5%로 줄은 것도 문제지만, 3학년 전액 장학금 성적 하한선이 4.41이라니... 물론 프랑스언어문학과 3학년 하한선이 4.5인 거에 비하면 양반이지만(불어불문과도 미쳤다 ㅎㅎ)

하... 정말 나는 평소보다 조금 열심히 했다고 만족해하며 자뻑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늘 너무 많구나... 이게 무슨 일이야.

기쁜데도 기뻐할 수 없는 나... 욕심이 너무 과했나 내가... 그래도 0.0167 모자르다고 못 받다니... 아우

어학연수 가기 전에 홀가분하게 뽝 좋은 점수 얻고 갔다 오려고 했는데. 하늘이 내가 너무 자만할까 봐 이런가 보다. 진짜 나한테는 항상 조금 모자라게 주는구나. 하긴 내 성격에 다음 목표가 없으면 분명 손 놓을 터이니.

아 씁쓸한 이 마음을 감출 수가 없구나... 장학금 인증샷 남기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벌써 여행을 갔다 온지 3개월이 지났다니..

늘 부지런히 블로그에 올려야지 마음 먹어 놓고는 결국 이제야 첫 발을 내딛는다. 그냥 여행 중에 실시간으로 짧게 짧게 올릴 걸 그랬나 봄.

게으르다고 하기엔 좀 억울하고 너무 잘 올리려고 하는 마음이 문제였던 듯.

어쨌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더듬어 뒤늦게라도 올려본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샤오미 배터리를 사러 헤매다가 너무 배고파서 들어간 곳. 가게 이름이 爱辣局 였던 것 같은데. 마라 카오위  비슷한데 생선이 통째로 나오는게 아니라 살점이 분리되어 나왔다. 통태포처럼. 감자나 버섯, 야채 소세지 등을 추가로 시킬 수 있는데. 나는 적당히. 밥과 함께 먹었다. 우리나라 뚝배기 같이 바글바글 끓는 채로 나와서 엄청 매운 국물이 테이블에 튀었던 기억. 무슨 황제가 먹던 비법 소스 머 이런 홍보 문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맛은 좋았다. 역시 중국 음식은!

후루토우탕(葫芦头汤). 가게는 스푸파2에서 백선생님이 후루토우샤오차오(葫芦头少炒)를 먹었던 곳. 나는 손님도 너무 많고 라오반(老板)말 알아듣기 힘들어서 탕으로 시킴. 방송하고 일주일정도 뒤에 간 셈인데, 이미 한국인이 넘나 많았다. 라오반이 나보고 한국인이냐며, 저기 한국인들있다고. 너 아는 사람이냐고. 아니 서안에서 한국인들끼리는 머 서로 다 알고 지내나유? 암튼 나는 볶음이 아닌 탕을 시켰고, 맛나보이는 반찬도 함께 시켰다.

이 가게에서도 열심히 모를 뜯고 뜯어서.

다 뜯고 나서 주방으로 보내고 나면

곧 요렇게 따랏! 나온다.

양곱창과 당면과 모가 함께 어우러진 후루토우탕. 근데 생각보다 맛이...잡내가 좀 나더이다. 역시 볶음으로 먹었어야하나...

솔직히 이 연근, 야채 무침이 더 맛났다. 이걸 더 많이 먹은 듯 ㅎ

이건 아마도 섬서역사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서 옆에 큰 쇼핑몰에서 먹었던 것 같다. 이름하여 라오샨쉐이주로우피엔(老陕水煮肉片). 대림동에서도 팔던 것 같은데. 이 메뉴는 중국 여행할 때마다 요리집에서 늘 볼 수 있던 메뉴였다. 그래서 너무나 궁금하던 참에 양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아서. 가격이 착했던 기억이. 그래서 시켜봤다.

아놔. 사진 머이리 흔들림. 그래도 맛은 최고였다며. 부드러운 고기편육과 보기와 달리 전혀 맵지 않았던 마라국물. 푸짐한 야채. 괜히 요리집마다 있던 메뉴가 아니었다.

이건 쉐이주로우피엔과 함께 시킨 관중스샤오지엔(关中四小件). 바이두 뒤적거리다가 찾아낸 시안 특별식인데, 4가지 종류의 양피를 새코롬한 양념과 함께 먹는 것이었다. 小件이라길래 얕봤는데 꽤 양이 많다. 식전 메뉴로 먹기 좋은 듯. 혼자 먹기 좀 아까웠다. 여럿이 먹었다면 참 맛났을텐데. 암튼 위에 쉐이주이로우피엔과 이것 합쳐서 66위안. 한화로 한 1만2천원이었던 듯. 역시 중국은 밥값이 싸서 너무 좋아!

시안 시정부쪽으로 숙소를 옮기고 발견한 푸드코트에 있던 중국식 닭도리탕 라오랑따판지(老狼大盘鸡). 여기서도 역시나 반찬으로 연근, 오이 등등을 함께 시켜 먹었다. 환경의 변화로 위장이 또 말썽을 부려서 덜 자극적인 것을 먹으려고 했는데, 시안을 떠날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부랴부랴 시켜먹었던 메뉴다. 매운맛 조절이 가능한데 혹시 몰라 웨이라(微辣)로 시켰더니 또 너무 안 매워서 좀 아쉽. 적당히 매웠다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메뉴일텐데 말이다. 양이 너무 많아서 많이 남겼다. 나중에 면사리도 꽁짜로 주던데 이노무 허약한 위장으로 인해 걍 밥만 시켜먹었던 슬픈 기억. 가격은 아마도 53위안? 1만원 안했던 기억. 우리도 밥값 좀 싸면 안될까 ㅠㅠ

이것은 정말 나의 해외여행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 바로 중국 절 공양간에서 먹은 점심이다! 부처님 손가락뼈 사리를 모신 법문사(法门寺)에 여행가서 공양간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찬스가 있다하여 바로 신청했다. 절밥답게 소박하고 간이 심심했는데, 와중에 저 시커먼 버섯탕이 너무 맛났었다며. 중국은 절에서도 야채를 볶아먹더라. 별거 없는데 너무 맛나게 먹었던 점심이었다. 단지 공양간이 너무 넓고 추워서 몸을 덜덜 떨며 먹었지만....

이것 말고도 시안에서 먹은 간식들과 칭다오에서 먹은 완전 맛난 음식들이 남아있는데, 언제 또 쓰게 될런지. 어학연수 가기 전에는 다 정리해야하는데 ㅠㅠ

어느덧 열흘 간의 시안 여행이 끝났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번 시안 여행은 출발 전 주에 운 좋게도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2'에서 시안 편을 방송했다.
이번 여행은 미식보다는 역사 여행이 목적이어서(시안은 면요리 말고는 알지도 못했고, 기대도 안했고 ㅋㅋ)음식은 뺭뺭면정도만 인지했었는데 좋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물론 만족감은 작년 청두보단 못했다. 근데 그건 방송 문제라기보단 시안 음식들이 그러한 것이었다.
와보니 알겠다. 방송에 담기 적절한 비주얼과 맛은 아니라는 걸 ㅎㅎ
암튼 백슨생님이 간 가게는 한 군데 밖에 안 가봤지만 메뉴는 거의 다 먹어봤다.

첫 백슨생님 메뉴는 로지아모(肉荚膜).
나에게 중국 음식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준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에 방송됐던 집이라고 한다.
이건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다 안 사실이고 ㅎ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섰길래 무의식적으로 줄서서 사 먹었다.
가격은 15元.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냄새도 전혀 안 나고 고기도 담백하다.

줄을 서서 돈은 내면 종업원이 요런 카드를 준다.

카드를 내면 이국적으로 생긴 청년이 고기를 마구 다져서 모에다가 담아 준다.

회민제에 위치한 백가네 파오모. 老字号가 붙은 곳이었는데, 웬일인지 일주일 후 지나갈 땐 老字号가 사라졌다.궁금.

요건 후라탕(湖辣汤). 7元. 모를 넣기 전. 식당은 숙소 근처. 숙소가 회민제 근처라 굳이 남문조찬시장을 안 가도 됐었다.

모를 깜빡했다. ㅋㅋ

모를 뜯어서 넣은 후. 휘적휘적.

고기와 함께.
일단 맛이 엄청 강렬하다. 시안 사람들도 고추를 엄청 먹는다. 항상 辣子?라고 묻는다. 혹시 몰라 달라고 했는데, 고추 매운 맛보다 후추와 화지아오의 麻한 맛이 더 강렬하다.
아니 이렇게 강렬한 음식을 아침으로 먹다니! 이게 바로 관중(关中 이 글자 진짜 많이 봤다 ㅋㅋ)의 맛인가!

량피(凉皮). 첨 나왔을 때.

휘적 휘적한 후. 맛은 우리나라 묵 무침 맛. 묵보다는 끈기가 있지만 별차이를 모르겠다.

유포면(油破面).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그릇 안에 고춧가루를 머금은 기름이 여기저기 튀어있다.

비벼 비벼.

왜 백슨생님이 기름 떡볶이 맛이라 했는지 알겠다. 그리고 이리 넓은 면은 첨인데 맛난다 ㅎㅎ. 하지만 느끼해서 다 못 먹었다. (량피랑 같이 먹어서인가;;)
유포면과 량피 합쳐서 43元.
식당은 병마용 출구쪽에 있는 식당. 아무곳에서나 먹었음.

유차마화(油茶麻花). 역시 숙소 근처 조시장. 5元.
율무깨죽에 견과류와 꽈배기를 넣은 맛. 요우티아오도 그렇고 중국 친구들 탕에 꽈배기 넣는 거 참 좋아함. 근데 굳이 왜...라는 생각이 들었음 ㅋㅋ 맛은 건강한 맛.

여긴 식당이 더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로컬.

펀정로우(粉蒸肉). 용싱퐝(永兴坊)에서. 15元.

蒸이 찌다라는 뜻인데, 쌀가루와 고기를 같이 쪘다. 고기는 장조림 맛. 나쁘진 않았는데, 훠궈로 너무 배불리 먹어서 거의 못 먹음.
중간중간 뼈가 씹혔는데, 얘네는 口水鸡도 그렇고 칼로 뼈째 고기를 자르다 보니 이렇게 뼛조각이 종종 씹힌다. 이해해야하는 건가 ㅎ

쩡까오(甄糕)를 깜빡했다. 10元. 회민제.
비주얼이 좀...

아마도 참쌀가루?와 대추를 함께 찐 떡. 그 위에 설탕을 뿌려준다. 그냥 먹으면 맛이 심심하고 설탕이랑 같이 먹어야 맛이 좀 괜찮다.

요건 중드 '꽃피던 그해 달빛(那年花开月正圆)'에서 정까오가 나온 장면을 홍보용으로 붙여 논 것.
주인공이 섬서성(陕西省)상인이어서 여기저기 활용되는 듯 하다. 푸차(茯茶)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낫배드지만 청두에서의 감동이 너무 강렬해서 조금 실망했던 백슨생님 스푸파 시안 메뉴.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중국이지 않은가! 너무너무 맛난 음식이 너무너무 많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서울->칭다오->시안 비행기를 탔다. 칭다오에서 주유하고 다시 그 비행기를 타는 거였는데 도착해서 나는 국내선 출구로, 내 짐은 국제선 출구로 이산가족이 됐다. ㅎㅎ
잊어버리지 않은게 어디냐며 안도 하고 숙소로 출발~
근데 이노무 동방항공 기내식으로 생수 두 병이랑 코딱지만한 말린 완두콩 한 봉지 밖에 안 줬다.(그와중에 너무 맛나서 돌아갈 때 사갈 예정 ㅋㅋ)
워낙 뱅기가 저렴해서 그려려니하고 참았지만 너무나 배고픈 것.
버스가 원래는 종로우(钟楼)까지 가는 거지만 너무 시내 중심이라 먼가 복잡해서 택시도 잡기 힘들어 한 정거장 전에 내렸다.
그대로 아무것도 안 먹고 숙소에 가면 너무 늦게 먹거나 너무 배고플 것 같아서 정류장 근처 아무 가게나 가서 훈툰 한 그릇!

샹차이 듬뿍 줬는데, 여긴 특이한 건 김도 뿌려줬다. 우리나라 만둣국처럼. 중국에서 음식에 김이 뿌려져  나오는 건 처음해보는 경험 ㅎㅎ
중국 훈툰은 정말 가장 안전한, 맛을 보장하는 음식인 것 같다. 물론 샹차이 싫어하큰 사람은 빼고 먹어야겠지만.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아침 식사하러 고고! 숙소가 너무나 시장골목 한 가운데라 곳곳에 아침 파는 곳이 많았다.
여긴 회족이 운영하는 곳인데 쏸차이빠오즈(酸菜包子)와 샤오미시판(小米稀饭)을 하나 시켜서 적당히 아쉽게 먹었다. 앞으로 먹어야할 것이 넘나 많기 때문에!
그리고 稀饭관련 작년 청두에서 궁금했던 의문이 풀렸다.
죽을 중국어로 나는 粥로 알고 있었는데, 稀饭이라는 말이 갑툭튀해서 당황했었다.
알고보니 口语와 书面语의 차이였다. 중국은 한국보다 회화체외 문어체가 좀 차이가 있다. 중국어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이 동네 시장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고기를 손질해서 판다. 신기한 광경. 고기가 겁나 신선해 보이고, 와중에 보기완 달리 시장이 상당히 깨끗하다. 지저분한 음식냄새가 날 법한데 전혀 안그래서 놀라운. 甚至现在下雨!!

숙소를 잘 잡은 듯 하다. 물론 게하다보니  욕실은 좀 맘에 안 들지만 아래 카페를 너뮤 잘해놔서 喝一杯美式咖啡!
자 오늘은 어딜가볼까나.
#중국 #시안 #회족거리 #中国 #西安 #回民街

백수가 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조카들에게는 알 수 없는 부채의식이 생겼다. 항상 주는 쪽이었음에도.

친구들이 조카에게 선물하느라 돈을 많이 썼다느니, 어딜 놀러가서 주말이 쉬질 못했다느니 등등 자랑아닌 자랑을 늘어 놓으면 내가 참 정없는 이모인가 라는 생각도 종종하고 했다.

그러다 이렇게 여유롭게 명절을 보내는 것도 대학생 이후 처음이고, 마침 언니네도 첫째가 고등학생이라 학교에 빠지기 쉽지 않다며(중학교때까지 그리 쉽게 빠졌다는 것이 더 놀랍지만 ㅎ) 이번에는 시댁에 안 간다고 하여 애들 밥이나 챙겨주자 생각하며 이런 저런 음식들을 했다.

그러다가 사달이 났다. 중식도로 버섯을 썰다 손가락도 포를 뜬 거다. 피가 철철 나는데. 칼에 베인 적이 종종 있지만 이렇게 철철 나서 지혈이 안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짜증이 나진 않았는데, 아니다 짜증이 났다. 아파서. 참 묘한 기분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행위가 나한테 상처를 준다는 것.

며칠이 지나 상처가 아물고 허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지저분하기 그지 없었다. 뱀처럼 깔끔하게 통으로 탈피하면 좋으련만 군데군데 지저분하게 새 살과 허물이 어우러져 누구 보여주기 싫은 손가락이 되었다.

그러고 잊고 살았는데, 오늘 다친 손가락이 너무 맨질맨질해서 살펴보니 팽팽하다. 반대편 손가락과 비교해보니 다른 손가락은 주름도 깊고 탄력도 떨어진다. 

맨질맨질하고 새롭다 못해 붉기까지 한 새 살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막 좋지는 않고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다른 부위들은 여전히 주름이 더 깊고 탄력이 없어서 부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다른 살들이 통으로 탈피할 수 없으니 새로운 살이 늙어가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건가. 새로움은 늙어갈 수 있지만 늙음을 새로워질 수 없다는 자연의 진리인 것인가! ㅋㅋ

내 몸에 젊음이 새로움이 나타났다는 게 어색해질 줄이야 ㅎㅎ

상처가 없으면 새로워질 수 없는 건가. 왜 아파봐야만 새로워질 수 있는 건가. 피곤하다 인간의 삶. 아프고 싶지 않아.

이건 방통대 숙제로 제출했던 감상문인데, 비록 숙제를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요즘 느끼는 부의 편차에 대한 고민과 어우러져 꽤 즐겁게 임했던 시간이었다. 

곧 새 학기도 시작하고. 1학기 성적도 확정됐고. 어딘가에는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블로그에 올리기로.

========================

지아장커 감독의천주정 중국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사는따하이’ ‘조우산’ ‘샤오우’ ‘샤오후이 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현대 중국사회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 등장인물인따하이 산시성 어느 탄광촌 마을 사람으로, 촌장이 공동자산이자 국가자산인 탄광을 따하이와 동창생이었던 쟈오셩리에게 헐값에 넘기고 자신의 이득만을 챙긴 것이 부당하다고 계속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쟈오셩리는 이미 홍콩에서 개인전용기를 사는 것은 물론 동네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따하이와는 격차가 벌어진 삶을 살고 있다. 따하이는 촌장과 쟈오셩리의 부패를 고발하려 하지만 오히려 마을사람들은 쟈오셩리가 취득한 부는 그의 노력의 결과라고 옹호하는 것은 물론 따하이를 굴욕적인 별명을 부르며 비웃는다. 결국 오랜 시간 억눌려왔던 따하이는 촌장과 쟈오셩리를 비롯해 자신을 비웃던 마을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총으로 살해한다.

 

두 번째 인물인 조우산은 중국 전역을 돌며 위험한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노모의 칠순을 맞아 잠시 고향에 돌아왔지만 그의 아내는 그가 위험한 일로 버는 돈은 필요 없다며 고향에 정착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고향을 떠난다. 조우산은 영화의 시작부터 아무렇지 않게 도끼를 청년 셋을 총으로 살해하는 것은 물론 은행에서 나오는 노부부를 백주대낮에 총으로 살해하고 그들의 돈가방을 갖고 달아난다. 

 

안마와 사우나 겸하는 곳에서 카운터 근무를 보고 있는 여성캐릭터 샤오우는 광저우에 사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아직 현재의 아내와 헤어지질 못한다. 그런 그를 다시 광저우로 떠나 보내고 자신의 일터로 돌아 샤오우는 유부남의 아내와 동행한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한다. 험한 일을 당한 다시 일터로 돌아 샤오우는 이번에는 남성의 손님으로부터 매춘을 강요당하고, 이를 거부하자 그들은 돈다발로 그녀를 때리며 치욕스럽게 만든다. 결국 칼로 남성을 살해하고 정처 없이 방황하던 샤오우는 공안에 자수를 한다.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청년 샤오후이와 그의 동료는 수다를 떨다 동료가 손에 부상을 입게 된다. 공장의 사장은 업무 규정에 벗어난 샤오후이에게 사고의 책임을 지게하고, 이를 부당하게 여긴 샤오후이는 광저우의 친구를 찾아간다. 친구는 샤오후이를 둥관시에 홍콩, 대만 사업가를 상대로 하는 클럽에 연결시켜 일을 있게 해준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샤오후이는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만 화류계에는 진정한 사랑이 없다는 여성과 이별을 하고 다시 친구가 다니는 공장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취직한다. 샤오후이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돈을 함부로 쓰고 다니는 아니냐며 전화기 너머로 잔소리와 비난을 듣는다. 사랑도 돈도 어느 하나 쉽게 가지지 못한 샤오후이는 기숙사 침대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기숙사 밖으로 뛰어내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지아장커 감독은천주정 통해 거시적인 사회적 메시지 보다는 현재 중국을 사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중국 개혁개방 이후 물질적인 풍요와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국가의 모습 뒤에 남겨진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있다.

 

천주정 등장한 개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따하이, 조우산, 샤오우는 중국을 충격 속에 몰아 넣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샤오후이 역시 실제인물은 아니지만자살공장이란 오명을 쓰게 된 팍스콘의 노동자 연쇄자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앞선 영화들을 통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문 지아장커의 장기는 이런 중국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천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부산국제영화제 GV 당시 지아장커 감독은천주정 통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인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영화의 앞부분에서 보여주는 눈에 보이는 무차별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난무하고 인상 깊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러한 폭력들은 결국 비극으로 귀결될 밖에 없다.

 

천주정 지아장커가 말하는 폭력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밖에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중국 사회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중국의 개혁개방의 과실을 얻지 못하는 중국 대부분의 국민들을 대표한다. 

 

따하이는 촌장과 쟈오셩리를 자율위원회에 고발장을 중난하이에 보내려 하지만 미디어에서 나오는 중난하이라는 이름만 정확한 주소를 몰라 결국 시도마저 좌절될 정도로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다. 하지만 촌장과 쟈오셩리의 마을자산, 국가자산을 유용해 자신들만 부를 챙겼다는 정도는 안다. 쟈오셩리가 마을사람들에게 하던다같이 발전해야죠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결국 따하이는 폭력으로 불합리한 현실과 쟈오셩리를 옹호하는 세력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조우산과 샤오우의 이야기는 돈만 된다면 사람의 목숨과 존엄 정도는 쉽게 무시당하는,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중국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특히 사우나의 카운터 직원이라고 밝혔는데도 샤오우에게 매춘을 강요하던 남자들이 돈으로 그녀를 때리며돈으로 깔아뭉개 줄게라는 대사는 천박한 자본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장면으로 느껴졌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마지막에 등장한 샤오후이의 이야기다. 한국도 요즘 부모보다 살게 되는 최초의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의 힘든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샤오후이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샤오후이는 공장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피해 도망가고, 자본가들이 즐기러 오는 화려한 클럽 세계에 몸을 담지만 부는 그의 것이 아니다. 자본가들은 샤오후이가 사랑하는 그녀가 지닌 젊음을 돈으로 소비할 뿐이다.  

 

근무도중 몰래 휴식을 취하던 샤오후이가 사랑에 빠진 매춘부와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이 기사에 다는 모든 댓글은씨발(자막 표현대로)’이었다. 짧은 단어 한마디가 현재 중국 청년 세대들의 심정 아니었을까? 

 

샤오후이는 결국 사랑도 포기할 밖에 없고, 자기 딴에는 열심히 산다고 살지만 어른 세대(어머니)돈을 허투루 쓴다 질책한다. 

 

더 이상의 희망은 기대할 없으니 결국 자살이라는, 자신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어쩌면 폭력이 앞선 타인에 대한 폭력보다 심각할 것일 수도 있다. 변화와 개선의 여지를 주기보다는 소멸의 길을 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주정 폭력이라는 주제로 지아장커 특유의 진지한 현실 비판과 상황을 통한 인물의 내면 풍경 묘사하며 작가주의적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과 함께 G2 불리며 짧은 시간 급성장한 중국의 화려한 이면에 놓인 약자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결국 사회는 개개인의 삶과 이어져있고 삶은 사회에 영향을 미칠 밖에 없는데, 사회적 발전을 위해 소외되는 개개인이 많아 질수록 사회는 결국 퇴보될 밖에 없다. 

 

이는 특히나 3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국에서는 반복되어왔던 역사적 사실이다. 약자의 핍박과 소외는 결국 폭력으로 나타날 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사회는 결국 전복될 밖에 없다는 것을 감독은 영화천주정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천주정 장면에는 붉은 토마토를 가득 실었던 트럭이 전복되어 있는 장면이 나온다.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이 영화를 보고 후에는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붉은 토마토는 현재 중국에 쌓여가고 있는 무수한 빨간 경고 등을 상징, 그리고 경고 등을 외면하고 무시한 가득 싣고 계속해서 질주하다보면 결국 전복된 트럭처럼 중국이라는 트럭도 전복될 있다는.

이 책을 통해 하-상(은)-주로 시작해 지금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역사를 말 그대로 핵심요약정리할 수 있었다.

3천 년 이상 된 중국의 역사와 문화, 제도를 다루다 보니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기억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중에는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었고 좀 더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게 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워낙 많은 황제와 왕조가 세워졌다 사라졌지만 역시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고 마음이 가는 국가와 인물들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국가는 15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세워졌다 사라진 ‘신’나라다. 전한과 후한 사이에 잠깐 있다 사라진 왕망의 신나라는 국사책에서 배웠는지 안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새롭게 다가온 국가이기도 하다.

유교적 이상국가를 꿈꿨다는 왕망은 왕전제를 실시했는데, 모든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여 매매를 금지하고 백성들에게 고르게 분배하는 제도였다. 이는 중국 최초의 토지 국유제라 볼 수 있는데, 중국 최초의 사회주의자로 불릴만하다.

인상적인 왕으로는 진의 시황제와 후한의 광무제를 꼽고 싶다. 시황제는 불로장생을 꿈꿨다던지, 분서갱유를 통한 지식인의 압박, 만리장성 축조를 위해 백성들의 힘겨운 부역을 시킨 점 등으로 악독한 이미지와 희화화된 인상이 컸다.

하지만 따져보면 막강한 권한으로 법률, 문자, 화폐의 통일, 만리장성 축조 등 2000년 전 지금의 중국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중국 역사에서 시황제만큼 중요한 인물이 있을까 싶다. 특히 하루에 죽간으로 된 서류 120근 분량의 업무를 처리했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워커홀릭이었는지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역시 학생때와 사회인이 됐을 때 한 인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라진다.

흥미로웠던 나라는 ‘송’을 꼽을 수 있다. 중소 상업도시의 출현, 개방적인 도시로의 변화, 와자라라는 대규모 극장 탄생, 서적의 거리판매, 서민문화 발달, 광동등 대무 역 도시 탄생, 세계 최초의 지폐인 교자 발행, 주판 발생 등 지금의 도시라 부를 수 있는 개념이 아마도 송나라부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도시화로 인해 농업시대보다 여성들의 노동력이 덜 필요해지면서 여성들의 지위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시의 발달이 여성의 지위와 이런 식으로 상관관계가 생길 줄이야. 끔찍했던 전족 문화도 송나라 때부터 시작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가장 궁금했던 점이 해소가 됐는데, 바로 가난하고 작은 규모였던 공산당이 어떻게 국민당을 이기고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게 되었는지다. 국민당 내부의 부정부패와 장제스의 권력에 대한 야욕, 그의 아내 송미령의 사치스런 일화 등은 대만에서 장제스가 왜 존경받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특히 일본의 위협에도 공산당에 대한 탄압에만 신경쓰던 모습은 우리나라가 아님에도 분노가 일 정도였다. 장제스를 통해 오히려 반대로 중국에서 마오쩌둥이 우상화가 될 정도로 존경을 받게 됐는지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홍군의 대장정 중 보여준 농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의 위하는 마오쩌둥의 정책은 그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의 실책들이 있을지언정 이미 농민들, 인민들에게 자신들을 위하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워낙 방대하기에 인상 깊었던 것들만 몇 개 적어봤지만,

이 책은 중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집에 두고두고 수시로 찾아볼만한 것 같다. 

 

'이런저런 감상_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0) 2021.01.11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정말 하마터면  (0) 2018.11.01
바깥은 여름  (0) 2018.07.28

오늘은 신성한 노동절.

느지막이 일어나 라면도 먹고, 밀린 공부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드라이크리닝도 맡기고, 염색도 하고. 하나하나 별 거 아닌데 시간이 후딱갔다.

그리하여 날도 좋고(미세먼지빼고), 전부터 넘나 먹고 싶었던 옛날 동네 통닭집 닭도 땡기고..

하지만 배달이 안돼서(배달의 민족에서도 안된다) 매번 상심했었던! 그 치킨! 李서방치킨!을 먹기로 결심(?!)했다.

최근에 집 근처에 따릉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거다!!!

날도 좋겠다. 운동 겸 따릉이 타러 고고!

따릉이가 잠시 나를 열받게 했지만 그래도 예전이었으면 택시를 타고 사왔을 통닭을 따릉이 타고 룰루랄라 포장해왔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지만 몇군데 안 남은 '이서방양념치킨'은 네이버 지도 찾아보니 서울에는 한 6군데 정도 밖에 없는 거 같다.

내가 사 온 곳은 신월6분점. 신월동 먹거리 골목에 있는 곳이다. 근데 언제 이 골목이 먹거리 골목이 됐지 ㅎㅎ 머 음식점이 많이 몰려있긴하다.

추억의 맛. 지금 여느 치킨집들과도 차별화된 그 맛. 그 맛을 여기에 소개한다!  

봉다리에 담아 온 李서방치킨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시시콜콜한 소스는 없고 치킨, 치킨무, 콜라만 심플하게 담아준다. 콜라가 펩시인 것도 너무나 내 취향. 이렇게해서 2만원! 프랜차이즈치킨 1마리가 2만원 이하인 것 생각하면 살짝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러나!! 여기는 치킨 한마리를 시키면 1마리 반을 준다.  

따란~~! 대망의 치킨. 

근접 샷. 자세히 보면 닭다리가 세개다. 그렇다 1마리 반을 주기때문에 닭다리도 하나가 더 들어있다. 결코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큰 치킨을 사용해서 그런지 닭다리도 먹음직스럽다. 바싹 튀긴 치킨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이건 괜히 올렸나 ㅋㅋ 리얼함을 보여주기 위해!

먹고난 소감은 확실히 옛날 양념과는 조금 달라지긴했다. 올리고당? 물엿? 이 좀 더 많이 들어가서 양념이 좀 쫀쫀해진 느낌. 머 시대의 흐름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래도 이서방치킨만의 맛난 냄새는 다른 치킨은 따라할 수 없다!

이제 따릉이도 있겠다 종종 사먹으러 갈테다!!

여담이지만 주인집 아주머니한테 신정동 배달 안돼서 아쉽다니까 멀리서 와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내가 더 고맙다. 아직도 버티고 계셔주셔서.

사장님 말로는 연신내로 시집간 여성도 임신한 상태에서 이 치킨이 먹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그 맛이 그리워서.

이서방치킨 때메 간만에 따릉이 타고 옛동네도 구경하고, 대부분의 집들은 빌라나 아파트로 바뀌었지만 신기하게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 가게들이 있다.

옛동네로 진입하는 순간 건물들은 변했어도 그 구역, 구획들은 그대로이기에 낯선느낌이 아닌 늘 지나다니던 길이라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묘했다. 타임슬립한 기분이랄까.

아직까지 그 당시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이 참 따뜻한 위안이 됐다.

치킨으로 시작해 살짝 추억에 젖어 본 노동절 오후였다.

'먹어봤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을 못 가서 낯선 동네 즐기기  (0) 2020.06.05
낯선 동네, 낯선 카페서 커피 마시기  (0) 2020.06.03
연남동 삼국지 쏸라탕펀  (0) 2018.11.25
마라반(麻辣拌) 후기  (0) 2018.10.28
중국 음식들  (0) 2017.11.03

3월 6일. 그렇다 '캡틴 마블'의 개봉날이다.

주말에 볼까했지만 공부하기 싫어 즉흥적으로 예매했다. 그리고 역시나 대만족이다. 마블은 정말 실망시키지 않는다!

감동이 식기 전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들을 써본다.

1. 고양이 '구스'  이건 정말 고양이를 잘 관찰하고 잘 알아야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다. CG임은 알지만 그래도 상당히 자연스러운 구스의 유연한 몸 동작과 구스의 실체. 냥이의 그 갑작스런 변화를 정말 잘 구현해냈다. 그리고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ㅎㅎ. 냥집사로서 이게 제일 인상 깊었다. 다른 사람은 아닐수도 ㅋㅋㅋ

2. 어벤져스의 탄생과 닉 퓨리의 애꾸눈. 어벤져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바로 이 캡틴 마블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마블의 세계관과 비하인드를 알려준다.

3. 마블식 유머와 세련된 수트. 정말 DC는 구현할 수 없는 마블의 유머는 예상치 못한 데서 빵터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굳이 DC와 비교하고 싶진 않았지만 지난 번 아쿠아맨에서 DC가 어설프게 유머를 구사하길래 써본다. 그리고 아쿠아맨의 그 구린 수트를 보다 마블의 수트를 보니 정말 살 것 같다. ㅋㅋㅋ

4. 스토리를 살려주는 ost. 영화에 적절한 음악이 얼마나 작품에 몰입을 시켜주는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마블은 정말 음악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익숙한 팝 넘버들과 경음악의 적절한 배치는 단연 마블의 장기다.

5. 쿠키 영상은 2개다. 첫 번째 영상은 어벤저스 엔드게임에 대한 힌트를 남겨주고 있고, 두 번째는 음...힌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ㅎㅎ

6. 마블은 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집단 같다. 블랙팬서에서는 인종,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역할을 하더니 이번에는 여성이다. 마지막에 주드로가 비어스(켈리)에게 하는 행동은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한 여자가(실은 그 남자보다 더욱 능력있지만) 자신이 심어 놓은 세뇌에서, 틀에서 깨어 났을 때 마지막까지 센 척하는 그 꼰대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났고 그를 응징하는 켈리 행동은 속이 다 시원.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좋아할 것 같다. 마블의 이런 메시지는 과연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그 과정이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만족도 100% 마블 영화였음을 알리며. 강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