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고 싶은데, 막상 여행을 다니다 보면 또 집이 그리워진다. 

암트랙이 취소되어 다른 도시를 가볼까 싶기도 했지만 집에 고양이도 그립고, 먼가 몸도 지친 거 같아서 그냥 예정보다 하루빨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도착한 아름다운 산타페역. 계속 봐도 너무 좋다 ㅎㅎ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려고 역사 안에 카페에 갔는데 이런 문구가 ㅋㅋㅋ 내가 섹시를 표방하진 않지만 그래도 괜히 팁을 주게 만드는 고도의 상술.

사진 포커스 무슨 일이니 ㅋㅋㅋ 그래도 역사가 예쁘니까.

행복했던 샌디에이고의 여행을 마치고 암트랙을 타고 다시 LA로 출발!

예쁜 암트랙 컵에 담긴 아메리카노와 함께!

 창밖으로 보이는 샌디에이고의 거친 파도. 

무슨 역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괜히 예뻐 보여서.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미국스럽게 느껴지는지.

암트랙을 타고 2시간 반 정도를 달려 다시 LA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친구가 마중 나와줘서 차에 짐을 싣고, 지난번에 못 먹었던 타미스 버거(Original Tommy's)를 먹으러 왔다 ㅋㅋ

그러고 보니 여기도 핑크네. Tacos El Gordo도 그렇고. 맛집은 핑크인가!

어마 무시했던 천조국의 코카콜라. 중국도 이 정도로 주진 않던데 ㅋㅋㅋ

칠리 치즈 프라이 크...

Chili Tamale. 이건 약간 라자냐 같은 느낌. 친구도 처음 먹어봤다는데 존맛.

그리고 칠리버거 후.... 이거랑 할라페뇨 들어간 Calienta Burger도 시켰는데, 사진을 찍기 전에 잘라버려서 ㅠㅠ

타미스를 경험하고 나서 왜 LA 가면 인 앤 아웃만 얘기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자기들만 먹으려고 그랬나? 치사하게 ㅋㅋ 나 진짜 이 햄버거 먹고, 타미스야말로 미국 베스트 버거라고 주장하고 싶어졌다. 아니 이 칠리버거를 두고 어떻게 인 앤 아웃이나 쉑쉑 따위를 들이미는 건가! 못 배운 사람들 같으니! 이건 완전 먹어줘야 함. 미국 여행 필수 버거!

아 근데 불편한 게 하나 있다. 여긴 좌석이 없어서 포장해가거나 서서 먹어야 한다;;;; 근데 그래도 괜찮아!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Original Tommy's World Famous Hamburgers

햄버거를 먹고 다시 친구네로 왔다. 마지막 만찬을 위해 짐을 두고 밖으로 나왔는데, LA가 진짜 나를 위해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주는구나.

시간이 없던 우리는 부지런히 걸어서 동네 술집에 찾아갔다. 그리고 이 나초와

맥주 샘플러. 맥주는 솔직히 별로였는데, 친구와 동네 펍에서 맥주 한 잔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중요하지 않았음 ㅋㅋ

그렇게 친구와 한 잔 하고 다시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친구네 집으로 고고!

공항까지 배웅해준다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리프트를 타고 공항에 왔다. 리프트가 너무 빨리 와서 갑작스럽게 인사를 하고 호다닥 공항으로 ㅎㅎ 

공항에서는 미국에서 못 먹어봤던 우유를 하나 사봤다. 우윤데 포장이 너무 귀엽고, 상당히 맛나다.

그렇게 보름 동안의 미국 여행을 마치고 14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갈 때와 달리 꽉꽉 차서 눕코노미를 못했다는 슬픈 마무리.

공항에 도착하니 요렇게 마약견이 가방을 검사하고 있었고, 짐을 찾고 집에 갈 때쯤 몇몇 아이들은 퇴근하고 있었다. ㅋㅋㅋ 귀여워!! 수고했어!!

이렇게 미국 여행 끝!

출라 비스타에서 돌아온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샌디에이고의 마지막 밤을 즐기러 나섰다. 그전에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근처에 있던 Old Spaghetti Factory라는 곳으로 찾았다.

여기도 오며가며 보게 된 곳인데, 건물 외양이 있어 보이고 가게 이름도 매력적이라 한 번 들어가 봤다.

가게 내부가 생각보다 근사해서 바로 착석 ㅎㅎ

세트메뉴라고 해야 하나 수프와 본식이 함께 제공되는 메뉴였다. 일단 야채수프와 빵부터. 수프는 생긴 게 완전 비호감인데 ㅎㅎ 약간 슴슴하니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그리고 본 메뉴인 라자냐. 너무 맛있긴 했는데 너무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다 먹진 못했지만 훌륭했던 곳.
밥을 실컷 먹고 나서 어딜 갈까 하다가 리틀 이태리로 향했다. 관광지 분위기 나고 잘 꾸며진 곳이라 샌디에이고에서 제일 많이 갔던 곳인 듯.

평일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저 보라색 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었는데, 색깔이 너무 비현실적이야 ㅠㅠ

꽃이 땅에 많이 떨어져 있길래 제일 멀쩡한 거 하나 주워봤다. 이쁘다...
그렇게 주변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주 매력적인 기타 연주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미국 와서 길거리 공연하는 사람 많이 봤지만 편차가 너무 심했는데, 이번에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홀린 듯이 소리에 이끌려 갔다.

사운드가 쏘울풀하더라니! 나도 모르게 팁을 $5 주고..ㅎㅎㅎ

매력적인 연주를 배경 삼아 칵테일 한잔을 했다. 칵테일 이름은 Sunset Blvd.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미국에 와서 석양을 많이 감상한 터라 이 날도 석양을 볼만한 곳을 찾았으나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마침 Sunset Blvd 칵테일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앉은자리에서 나름 석양이 잘 보여서 정말이지 아름답고 낭만적인 마지막 밤이었다.

석양이 지는 리틀 이태리...아 저 꽃나무 우리나라도 좀 어떻게 수입 안되나. 너무 아름답자나.

예쁜 리틀 이태리 사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진짜 디자인 참 잘해.

숙소로 돌아올 때는 트롤리 그린라인을 타고 산타페(Santa Fe) 역에 내렸다. 샌디에이고 도착했을 때도 역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밤에 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고백하자면 산타페라는 말이 나에게는 약간 좀 촌스러운 단어였다. 물론 무슨 뜻인진 몰랐고 ㅎ 아마 자동차 이름으로 먼저 접해서 그런가. 하지만 이제 나는 '산타페'하면 이 아름다운 역사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LA 유니온 스테이션도 그렇고 미국의 역사들은 다 교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역사에서 내린 나는 또 겁 없이 숙소까지 걸어왔다. 샌디에이고 다운타운의 밤거리.


숙소에 들어가기 전 항상 대기자가 긴 줄로 늘어서 있던 술집 El Chingon이 웬일로 한가한 것이다! 마침 Michelada도 한 번 더 마셔보고 싶어서 쓱 입장 ㅎㅎ 그랬더니 기본으로 나초를 저렇게 많이 주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안주를 안 시키는 건데! 세비체도 함께 시켰던 터라 너무 배부르게 먹었다. 라자냐 먹은 것도 소화가 덜 됐는데 말이지.
아 우리나라 미첼라다 파는 곳 없나? 너무 맛나다 ㅠㅠ
El Chingon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샌디에이고에서 먹방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날은 한국에 귀국하기 위해 pcr검사를 받아야 해서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침은 숙소 근처에 있던 베이글 가게 Spill the Beans Coffee and Bagels. 늘 많은 사람이 줄 서 있던 곳이다. 베이글을 안 좋아해서 노 관심이었는데, 그래도 유명 맛집인 듯하여 마지막 날에 시도해봤다.

내가 원하는 맛의 베이글과 크림치즈를 고를 수 있었는데,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니까 가게 점원이 추천해줬다. Serrano Hab&Jack베이글과 Shallot n Chive 크림치즈를 선택했는데, 베이글을 방금 오븐에 데워서 그런지 꽤 맛났다. 베이글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좋아할 듯.
Spill the Beans Coffee and Bagels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PCR 테스트를 하러 샌디에이고 공항 근처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의 애정하는 교통수단 트롤리를 타고!

트롤리 그린라인에서 창밖을 보며. 이날도 날이 너무...영화였어

잠시 정차했던 건널목.

목적지였던 미들타운 스테이션의 건널목. 저 멀리 공항이 보인다.

샌디에이고 국제공항. 김포공항도 이렇게 가까이 보기 힘든데,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PCR 검사까지 마치고 드디어 나의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탐험이 시작됐다! 바로 출라 비스타 Chula Vista 찾아가기!
출라 비스타는 멕시코 티후아나 Tihuana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인데, 여기에 또 아주 유명한 타코 집 Tacos El Gordo가 있다 하여 도전해보기로 했다. 티후아나식 타코를 한다고 하는데,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서 일단 먹으러 감. ㅋㅋ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트롤리 블루라인의 San Ysidro 방향으로 탑승 -> Palm Avenue 역에서 하차 -> 934번 버스 탑승 -> Palm Av & Beyer Way에 내려야 하는 아주 고난도의 도전이었다.

Palm Avenue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찍은 한 컷! 버스를 기다리면서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 아래 약간은 황량한 느낌이 들면서 마치 내가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 미국 로드 무비에서 보던 그 장면이랄까?
버스를 타고 안내 방송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Tacos El Gordo 간판이 아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월하게 도착!

이런 느낌일 줄이야 ㅋㅋㅋ 핑크 핑크 하니 예쁘다.

하지만 예상 못한 난관을 만났으니, 바로 메뉴가 다 스페인어고, 점원들도 대부분 스페인어밖에 못한다;; 일단 나는 블로그에서 본 대로 Tacos de Suadero와 Tacos de Adobada를 시켰다. 시킬 땐 몰랐는데, 내가 쟁반을 들고 각각의 타코 만드는 곳에 가서 주문해서 받아 온 다음에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겁나 헤매다 어찌어찌 하긴 했다 ㅎㅎㅎ

짜잔! 타고 두 개짜리가 Suadero 소고기를 얇게 썬 것이고. 존맛탱. 타코 하나짜리가 adobada 매콤한 양념한 돼지고기 있다. adobada가 맵다고 들었는데, 전혀 안 매웠고 ㅎㅎ 역시 나는 소고기 더 맛있는 거 같다.
그리고 저 그릴드 페퍼는 따로 달라고 했는데, 돈은 안 받은 듯하다. 아무튼 다 좋은데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타코를 좋아하고 탐험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 중 하나였다.
TACOS EL GORDO!

타코도 먹었겠다. 멕시코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하길래 리프트를 타고 넘어갔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걷는 길이 좀 애매한 거 같아서 이번에는 리프트로!
출라 비스타에서 멕시코가 보이는 곳은 바로 라스 아메리카 프리미엄 아울렛(Las Americas Premium Outles)이었다.ㅎㅎ 여기는 명품보다는 대중적인 미국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산책 겸 걷기 좋았다.

산책을 하다가 뭔가 좀 특이한 풍경이 보여서 가봤더니 바로 저어~기 멕시코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삼면이 바다에 북으로는 막혀있는 나라에 살다 보니 이렇게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걸 보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트롤리 블루라인 종점인 San Ysidro역에서 멕시코 국경까지 넘어갈 수 있다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또 호기심이 발동하여 찾아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리니 북적북적한 가운데 이런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멕시코 국경으로 가는 안내표지판이 있다. 나도 이 길을 따라 가보기로.

그리고 국경 도착! 저 문만 넘어가면 바로 멕시코인 것이다!! 두근두근. 나도 한 번 건너가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느껴졌지만 워워하고.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 괜한 문제 일으키지 싶어서 얌전히 돌아왔다. 실제 코로나 전에는 샌디에이고 여행 온 김에 멕시코로 여행 갔다 온 사람들도 꽤 있더이다.
나는 아직 영어가 시원찮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이번에는 미국으로 가는 안내판이다 ㅎㅎ

약간 살벌했던 미국 세관-국경수비대. 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보려고 했더니 수비대로 보이는 사람이 "무슨 일이죠 맴?" 이라고 살벌하게 물어보길에 "낫씽"을 외치고 얌전히 트롤리 역으로 갔다 ㅎㅎ 쓸데없는 호기심은 넣어두세요.

San Ysidro역의 맥도날드는 꽤 유명한 거 같다. 일단 역에 도착하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고, 저렇게 간판을 맥도날드 트롤리 스테이션이라고 할 정도면 상징적인 장소인 것 같다.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인가!

맥도날드 내부는 이렇게 생겼었다. 약간 쇼핑몰 한가운데 있는 느낌? 지난번에 산타모니카에서 맥도날드에 아주 실망한 터라 따로 사 먹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의 멕시코 국경 탐험을 끝마치고 다시 쉴 겸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하나 구입한 펩시 체리맛. 우리나라도 좀 출시해주면 안 되겠니!

샌디에이고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LA 보다는 남쪽에 위치해서인지 확실히 더 기온이 높긴 했다. 그래서인지 꽃들이 더 활짝 피어있었다.

내가 LA에서 처음 발견하고 너무 좋아하게 된 이 나무의 꽃이 샌디에이고에서는 너무 예쁘고 비현실적으로 활짝 피어있었다.

둘째 날 가게 된 관광지는 바로 올드타운 샌디에이고 역사 기념 공원이다. 숙소에서 트롤리 타고 한 2~30분이면 도착했던 것 같다.

입구에는 이렇게 마을 전체를 표시한 지도가 있다. 우리나라 민속촌 비슷하면서도, 옛날 건물들을 박물관이나 기념품샵으로 개조한 관광지이다.

이렇게 보면 아울렛 같아 보이긴 하는데 ㅎㅎㅎ

안내소이자 기념품 파는 곳을 들어가면 이렇게 미니어처로 만든 마을을 볼 수 있다. 이런 거 너무 좋음!
안내소에서 가볼만한 곳들 일부 추천받고 나섰다. 이날 일요일이라 문 닫은 곳도 몇 군데 있긴 한데, 머 상관없음!

여기에서 발견한 또 새로운 나무. 저렇게 노란 꽃이 탐스럽게 핀 나무는 또 첨 본다. 역시 다른 대륙에 와 있구나 깨닫게 되는 모먼트.

처음 방문한 곳은 MACHADO Y SILVAS 뮤지엄이다. 1843년에 Machodo가족이 딸 마리아와 남편 실바스를 위해 지은 작은 집인데, 나중에 살롱, 레스토랑으로 운영했다고 한다. 1975년부터는 박물관으로 새롭게 탄생했다고.

내부에는 당시 집기들을 재현해놓고 있었다.

그 다음에 방문한 곳은 시가 샵이었는데, 점원들도 너무 옛날 시대 복장을 하고 있어서 재밌었던 곳. 한쪽에 시가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와 시가 피는 거 처음 봤는데 냄새 너무 심하던데. 이걸 어떻게 피는 거야;;; 좋은 구경 했다 하고 나옴.

무슨 건물인지 기억이...

옛날 느낌 물씬나는 수제 캔디샵. 충동구매할 뻔했으나 안 함. 칭찬해 나 자신.

아침에 전날 먹다 남은 브뤼또를 먹어서 그닥 배가 고프지 않았으나, 또 맛난 멕시칸 집이 있다고 하여 안 먹을 수가 있어야지 ㅋㅋㅋ. 그래서 비프타코와 Horchata와 어제 같이 선셋 타코 투어 하던 친구가 마셨던 Michelada를 시켜봤다.

Horchata는 친구가 길거리에서 사줬던 것이 더 맛나긴 했다. 여긴 좀 살짝 밍밍한 맛.

그리고 타코... 난 좀 작은 또띠야에 담긴 걸 원했는데, 양이 너무 많았...; 글고 약간 타코벨 맛? ㅋㅋㅋ 저 사워크림은 그닥...

다른 음식들은 소소하게 먹을만했는데, 물건은 이것! 미첼라다? 미켈라다? Michelada였다! 발음은 사람마다 달리해서 뭐가 정확한 건지 모르겠다;;;
암튼 이건 맥주에 살사 소스, 칠리 라임 솔트 등을 섞어 마시는 건데, 웬일이니. 일단 하나도 안 취하고 매콤, 상큼하니 진짜 여름에 딱인 맥주였다. 한창 더운 대낮에 마셔서 취기가 오를까 봐 살짝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없었음. 아 너무 맛있어!! 이렇게 또 새로운 문물을 알아갑니다. 가장의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은 ㅋㅋㅋㅋ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올드타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특이한 선인장들도 있고. 와중에 선인장에 저렇게 또 낙서를 해주는 인간들 ㅋㅋㅋ

그리고 실제 마구간도 있어서 당나귀도 볼 수 있었다.

옛날 느낌 물씬 나는 상점들

길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커다란 식당가가 있었고, 거기에서 또 이렇게 라이브 공연을 하는 팀이 있었다. 누군가가 베사메무쵸 불러 달라고 했는데, 다른 노래 부르더이다 ㅋㅋㅋ 신기했던 건 베사메무쵸 발음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것! 현지인들도 그렇게 발음하는구나!
올드타운을 둘러보는 데는 한두 시간 정도면 아주 충분했다. 그래서 시간이 너무 남았길래 날도 덥고 좀 쉴 겸 다시 숙소로 복귀.

첫날은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입구에 가스램프 쿼터 지구라고 표시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가스램프를 못 봤다는 ㅋㅋㅋ
적당히 휴식을 취하고 코로라도섬에 가러 페리를 타러 갔는데, 길을 조금 헤매는 바람에 코앞에서 배를 놓쳐버렸다...젠장.

그래서 잠시 배를 기다리며 맥주타임 ㅋㅋㅋ

맥주를 마신 곳은 내가 너무 가고 싶어 했던 미국의 전형적인 펍이었다. 이때가 LA 다저스랑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조금만 빨리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면 경기를 보러 갔을 텐데 말이지!

시원하게 맥주를 한 잔 하고 났더니 이렇게 페리가 도착했다. 잘 부탁해!

페리에서 바라본 샌디에이고 풍경. 홍콩 생각도 나고. 역시 난 바다가 좋고 배 타는 게 좋다!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코로나도 섬이라는 거지?! 슬슬 해가 지려고 한다.
코로나도 섬에서 나의 목적지는 호텔 델 코로나도(Hotel del Coronado). 여행 전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여기가 아주 유명한 스팟이었고, 호텔도 너무 예뻐 보여서 묵지는 못하지만(너무 비싸 .... 부자가 될 테야) 구경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호텔까지의 이동 수단은 바로 버스!

미국에서 버스 탈 때 주의할 점은 내리는 역에서 저 노란 줄을 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하차벨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영화에서나 봤지 진짜 해보니까 재밌었다 ㅎㅎ 살짝 긴장됨. 내릴 곳을 놓칠까 봐.

그렇게 도착한 호텔 델 코로나도. 와....영상에서 봤던 것만큼 너무 예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딱 석양이 질 때였다. 이렇게 이틀 연속 샌디에이고에서 멋진 석양을 감상해주고.

와일드한 샌디에이고의 파도 위로 지고 있는 해를 보자니. 이번 여행은 정말 축복받았나 싶고, 석양을 보기 위한 여행이었나 싶다. 조슈아 때부터 정말 석양 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맞추는 듯.

그 와중에 너무 아름다운 호텔 델 코로나도.
갬성적이었던 코로나도 석양을 실컷 감상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선착장 근처에서 만났던 냥이. 정말 미국에서는 고양이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안녕~

코로나도 섬 선착장 근처 공원에서 바라본 야경. 왜 코로나도 섬 야경 멋지다고 아무도 얘기 안 해준 거야!

홍콩, 상하이의 야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돌아올 때 원래는 5번가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다른 선착장에서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서 Foot of broadway에서 내렸다. 그랬더니 저런 멋진 군함이! 무슨 USS 미드웨이 박물관이라고 하던데 나는 노관심이라 패스 ㅋ

돌아오는 배 안에서 발견한 페리 스케줄표. 1915년부터 운행했다니. 세상에나. 홍콩이나 상하이를 가면 꼭 페리를 타는데, 샌디에이고도 페리 타는 걸 강추한다. 친구나 가족끼리 오면 저 하버 투어도 잼날 듯.
선착장에서 리프트도 우버도 잘 안 잡혀서 결국 걸어왔는데... 내가 간이 부은 건짘ㅋ 그래도 노숙자도 별로 없고 걸을만했다. 물론 중간에 싸움이 난 건지 경찰차와 엠뷸런스가 출동한 곳을 지나긴 했지만...
그렇게 샌디에이고의 둘째 날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안 먹어 본 것이었다! 마침 숙소 왔갔다 할 때마다 궁금하던 곳이 있어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주기!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면서 물어봤더니 이 아이스크림 이름이 쿠키몬스터란다 ㅎㅎ. 아주 맘에 들어!
가게 이름은 Cali Cream Homemade Ice Cream. 점원도 힙하게 잘 생김 ㅋㅋ

알찼던 샌디에이고에서의 2일 차는 이렇게 마무리!

갑작스럽게 샌디에이고로 여행을 온 나는 기차 안에서 우선 숙소를 부랴부랴 예약했다. 숙소 위치는 다운타운 가스램프 쿼터.
하지만 도착시간은 오전 9시 반 정도라 체크인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우선 짐만 맡기고, 호스텔 매니저에게 근처 식사할 곳을 추천받았다.

이름이 참.. 상의 없다고 해야 하나. 암튼 여기이다 ㅋㅋ

커피와 오믈렛을 시켰다. 워낙 유명한 곳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심지어 아침부터 술 마시는 사람들 천지. 특히 블러드 메리 칵테일이 유명한지 많은 사람들이 죄다 그걸 주문하고 있었다. 나도 그 맛이 궁금해서 샌디에이고 여행 중에 한 번은 먹어보려 했으나 어째 저째 못 먹었네. 그리고 저 커피잔 너무 탐났었음. ㅎ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산책 겸 걷고 있는데, 이렇게 길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날이 토요일이라 여기도 장이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상품들을 파는 노점들. 나도 좀 이것저것 사고 싶었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럴 기운까진 없었다. 와중에 날씨 무슨 일이니? 캘리포니아는 진짜 날씨가 너무 예술이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관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트롤리를 탔다. 여행 책자에서 샌디에이고 교통수단으로 트롤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무척 궁금했었는데, 트램이네? ㅎ
하지만 역시 미국 서부에서 대중교통은 좀 위협적이다. 노숙자들도 많이 타고 마리화나 냄새도 많이 나고 혼잣말하는 사람도 많고 ㅎ 하지만 가격이 공짜인 듯? 일단 돈을 내거나 패스를 찍는 곳이 없다. 나는 혹시 몰라 교통카드인 PROTO도 사고 충전도 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찾질 못했다. 그리고 내가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당황.

리틀 이탈리가 있는 동네에서 내려서 다시 산책. 크흐...하늘...날씨...

여기도 파머스 마켓이 엄청 크게 열렸다.

예쁜 분수대

그리고 너무 탐났던 다양한 종류의 살사. 정말 잔뜩 사 오고 싶었다.

잠시 리틀 이태리를 둘러보고 체크인하러 다시 숙소로. 다운타운 근처엔 꽤 오래된 멋진 건물들이 많았다. 이건 발보아 극장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늘 거의 무계획으로(그래도 대략적인 큰 그림은 그림) 여행을 다니긴 하지만 이번만큼 무계획인 적은 없었다. ㅎㅎ 당장 이날 오후 남는 시간을 어찌 보낼지 고민하는 중에 호스텔 벽면에 선셋 타코 투어 찌라시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어머 이건 뭐야? 다행히 그날 투어가 있었고 4시 반까지 신청하면 된다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신청과 결제를 일사천리로 끝냈다.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모이는 장소로 출발!

도착했더니 이런 버스가 딱! ㅎㅎㅎ 너무 귀여운데 ㅋㅋㅋ 신청자들은 나 포함해서 한 6명 정도 되었다.
선셋 타코 투어는 말 그대로 샌디에이고의 유명한 타코 집들을 투어하고 마지막에 바닷가에서 선셋을 보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타코에 눈을 떠 타코 타코 노래를 부르던 나에게 너무나 딱인 투어였다. 그렇게 신나게 첫 번째 타코 집으로!

가게 내부 힙하다!

카운터도 느낌 있어.

그리고 시킨 타코와 맥주. 아! 음식값은 투어 비용과 별도다. 내가 알아서 내야 함 ㅋ 약간 매운맛 타코였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때부터 젊은 미국 친구들과 함께 팀을 이뤄 다니기 시작 ㅎ
힙한 가게 분위기의 타코 집 iSALUD

그리고 다른 장소로 무브 무브!

두 번째 타코 집은 리틀 이태리 안에 있는 푸드코트의 NOT NOT TACO. 이번에는 맥 앤 치즈가 들어간 타코.

마지막은 오션 비치에 있는 Mike's Tacos club이었다. 여기서는 브뤼또로 시켜봤는데, 너무 양이 많아 ;;

세 곳의 타코 집 모두 구글 평점 4.6 이상의 아주 맛집들이었고, 입안 가득 맛난 기분을 전해주는 곳이었다. 특히 마이크 타코 클럽은 위치가 대박이었는데.

우리가 타코를 먹고 나왔더니 이렇게 해가 지고 있었다. 거친 파도와 강렬한 붉은빛의 커다란 해가 지는 모습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와일드함이었다.

그리고 유난히 거칠게 느껴졌던 샌디에이고의 파도. 암트랙을 타고 오면서 느끼긴 했는데, 확실히 샌디에이고가 LA보다 파도가 거친 느낌이다. 그것도 참 신기했고.

갑작스럽게 오게 된 샌디에이고에서 갑작스럽게 떠난 선셋 타코 투어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중심가라 그런지 완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고, 근처 펍에서 혼자 한 잔 하고 들어갈까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걍 얌전히 잠자러.
그렇게 나의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다양한 여행 수단 중 기차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시간은 좀 오래 걸려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멍 때리고 보면서 갈 수 있고, 자동차보다는 덜 흔들리고, 운신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기차 안에서 커피 마시고, 도시락, 간식 먹는 것도 좋고.
내 여행 인생 중 최종 목표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인데, 당분간은 망한 거 같고.
미국의 암트랙(AMTRAK)을 알게 된 건 미국인과 결혼한 친한 언니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기차여행은 상상도 안 해봤는데(자동차의 나라 아닌가!) 기차가 잘 되어있다고 해서 궁금하던 차였다.
코로나 때 밖에를 잘 못나가다 보니 여행 유튜브를 많이 봤는데, 암트랙 침대열차가 너무 시설이 좋았던 것이다! 심지어 음식들도 너무 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망설임 없이 암트랙을 타자!라고 결정하고 후다닥 미국 LA로 여행을 오게 된 것이다.
내가 예약한 좌석은 Roomette로 한방에 위아래로 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열차 탑승 구간은 LA에서 시카고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떠나는 Southwest Chief 노선이었다. 티켓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었는데 $766이었고, 원래 $623에 구입할 수 있었는데 주저하다가 그 가격의 티켓을 놓쳐버렸다. ㅠ

LA를 시작해 애리조나-뉴멕시코-콜로라도-캔자스-미주리-일리노이 시카고까지 총 7개 주를 지나는 미국 횡단 열차였다!

암트랙을 타기 위해 LA유니온스테이션에 도착했다.

마치 교회같이 생긴 LA유니온 스테이션.
암트랙은 비행기와 같이 체크인을 하면서 짐도 붙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구입한 Roomette석은 First Class로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었다. 나를 배웅 나온 친구들은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ㅋㅋㅋ 궁금하기도 해서 혹시 라운지에 함께 입장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만약 라운지에 자리가 충분하다면 가능하다고. 이때부터 암트랙 서비스에 급 호감이!

암트랙 라운지 입구. 간단한 먹거리와 커피, TV, 소파, 테이블 등이 놓여있어서 대기시간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너무 예뻤던 암트랙 컵. 기념품으로 팔면 좀 사오고 싶었는데, 없더이다 ㅠ

기차 시간이 다 되어 열차 타러 고고고!

건너편에는 서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Surfliner기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땐 몰랐지. 내가 저 열차를 타게 될 줄. 아마도 복선이었을까?

내 앞에 도착한 거대한 암트랙 열차. 2층 열차인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위압적이야. 역시 천조국인가!

친구들과 창가에서 작별의 인사를 하고. 저 멀리 'Los Angeles'가 걸린 간판을 보자니, 진짜 떠나는 건가 싶고.

내 좌석은 2층이었고, 이렇게 의자가 두 개가 마주보고 있으며, 옆에 옷장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대략 이렇게 되어있다.

의자 옆에는 테이블을 넣었다 뺐다할 수 있게 되어있고. 메뉴판이 꽂혀있다. First Class는 기본 생수가 2병 제공되고, 도착할 때까지 저녁 코스 2번, 아침 2번, 점심 2번 총 여섯 끼가 제공된다. 식사는 열차 탑승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미리 체크해둬야 한다. 복도에는 암트랙 로고가 그려진 예쁜 컵과 커피가 무료 제공되고 있다. 이외에도 샤워실도 있고, 비누, 타월도 무료 제공이다. 이 정도 서비스를 10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합리적이다.

앉자마자 어질러 주기 ㅋㅋ

하필 내방 맞은편에 Surfliner가 세워져 있다니. 이것도 복선인가. 심지어 비즈니스 클래스.

안녕 LA~ 즐거운 시간이었어!!

먼가 미드에서 많이 보던 저 정유통? 이제 슬슬 열차 구경을 나서 볼까?

또 다른 타입의 First Class인 Room. 여기는 $1000 이상 줘야 하는데, 확실히 좌석도 넓고, 안에 세면대도 있고 좋다. 친구들이랑 같이 타고 여행하면 좋을 듯.

복도에 놓여있던 무료 커피.

예쁜 암트랙 컵. 몇개 좀 챙겨 올 걸 ㅠ

가장 기대했던 Obervation칸. 여기 앉아서 멍 때리고 경치 구경해야지!

경치가 너무 좋자나. 그것도 편하게 기차에 앉아서 보니까 더 좋자나!

그리고 드디어 식사 시간! 애피타이저로 크랩 케이크를 시켰다. 그리고 레드와인으로 기분 좀 내주고. 기본으로 주는 빵은 걍 소소했다.

이 크랩 케이크는 진짜 강추하는데. 유튜버들이 먹는 거 보고 그닥 안 땡겨서 샐러드를 시킬까 했는데, 그래도 또 특별한 거 먹어줘야지 싶어서 바꿨는데,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 왜 이렇게 맛있어? 스테이크 먹기 위해 맛만 보고 남기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ㅎ

이런 경치를 보면서 먹었다구!

한창 애피타이저를 먹고 있는데, 이렇게 석양이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와 무슨 일이니. 영화네 영화.

그리고 대망의 암트랙 시그니처 아이언 스테이크(Flat Iron Steak)! 두둥!

솔직히 비주얼은 너무 좋았지만, 그래 봐야 기차에서 주는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겠어?라고 큰 기대는 안 했었다.

그런데 맙소사. 저 완벽한 굽기와 탄력이 넘치는 고기의 식감. 이건 웬만한 고오급 레스토랑 스테이크와 견줄만했다. 그래서 결국 또 다 먹어치우고.

후식으로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미국에서는 뭔가 치즈케익을 먹어줘야 할 것 같고. 근데 와 또 이게 왜 이렇게 맛있어?
암트랙 디너는 진짜 무조건 완전히 필수로 먹어줘야 한다!! 저녁도 배불리 먹고 경치도 구경하다가 슬슬 잘 준비를 하러 침대에 누웠는데.
다시 LA로 리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기차 탈 때부터 뉴 멕시코 산불 때문에 열차를 어딘가에서 갈아타야 할 거라는 안내가 나오긴 했다. 좀 귀찮겠지만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겼는데, 밤 12시 넘어 갑자기 다급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강풍이 심하게 불어서 뉴 멕시코의 산불이 우리 열차의 코스인 애리조나와 콜로라도까지 번지고 있다고. 그래서 방금 부사장이 연락 와서 열차를 돌리라고 했단다. 안내하던 직원이 자기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너무 미안하다고. 그로 인한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암트랙 CS에서 직접 연락을 할 거니까 핸드폰 잘 켜 두라는... 롸? 듣고 있어도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아니. 왜 그 산불은 하필 내가 고대했던 미국 횡단 열차 탈 때 나며, 하필 왜 내가 탄 열차가 가는 노선에서 난단 말인가! 아니 나 지금 어디 영화 속에 있니? 이게 말이 돼?
와 그때부터 나는 난리가 났고, 마침 안부를 물으러 연락 온 친구에게 나 다시 LA로 돌아간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내가 탄 열차는 바스토(Barstow)라는 곳까지 갔다가 열차를 돌려서 다시 LA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ㅋㅋㅋㅋㅋㅋ. 후아...

잊을 수 없다. 바스토. 내 친구도 잊지 못한다 ㅋㅋㅋ. 그래서 결국, 최종적으로 나는 캘리포니아를 벗어나질 못했다. ㅋㅋㅋ
하필 돌아오는 중에 한국 번호를 쓰는 핸드폰은 꺼져있고, 새로 산 아이폰은 중간에 먹통이 돼서 날 너무 당황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등록해뒀던 이메일로 암트랙의 안내 메일이 왔으나 결국 통화는 하지 못했다. 다른 승객들한테 물어봤더니 암트랙 전화를 받은 사람은 한 두 명 정도고, LA 역에 가면 매니저가 안내해줄 거라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했다고...
열차에서 내릴 때 어떤 승객이 승무원과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그 승무원 할머니 왈(암트랙에는 어르신 승무원이 엄청 많다) "내가 40년을 암트랙에서 일했는데, 열차가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미국에서 이런 경험 해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40년 일한 분도 처음 겪는 일을 겪은 여행객이 바로 나야 나!

결국 LA 유니온 스테이션에 새벽 3시 20분쯤 도착했고, 다들 허탈하게 터덜터덜 창구로 갔다.
창구에서 흑인 스태프가 홀로 이 많은 승객들을 대응하고 있었는데, 머 그들도 무슨 방법이 있겠나? 일단 이름 적어두고 다른 열차를 알아볼 건지 취소할 건지 물었다. 나는 머 여기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환불 신청했다. 그랬더니 세상 반가워하는 눈치? ㅋㅋㅋ 그래 차라리 이게 서로 편하지.
하지만 여기서도 느껴지는 흑인과 백인의 격차는, 백인 매니저인듯한 사람은 사무실에서 흑인 스태프가 물어보면 지시하고 밖으로는 절대 안 나오는 것이다. 결국 궂은 민원처리는 흑인 스태프의 몫. 보다 못한 한 백인 아저씨가 뒤에 있는 매니저에게 당신이 책임자냐고 물어보면서, 그런데 왜 당신은 나와보지도 않냐고 했다. (오 쎄다.)
결국 그 백인 매니저는 마치 못해 창구 밖으로 나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일단 숙소는 제공해줄 수 없고.(당연하지 새벽 3시에 어디서 숙소를 구해) 우리도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라는 뻔한 얘기뿐. 그 백인 승객 아저씨는 매니저의 그 말에 우리가 기차를 돌려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뭐 하고 있었냐라고 항의. 오 이게 소비자의 천국 아메리카인가!
하지만 아저씨의 강한 항의에도 매니저는 대합실에서 차가 다닐 때까지 지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정도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래 뭘 더 할 수 있겠니. 그래서 다들 걍 그렇게 그렇게 마무리.

와중에 유니온 스테이션 대합실 예쁘네 ㅋㅋㅋ
내가 비행기표를 LA-In, 뉴욕-Out으로 끊어놨기 때문에, 어떻게든 뉴욕으로 가야 했다. LA로 돌아오는 동안 이리저리 궁리를 해봤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일단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가는 암트랙은 취소하고(암트랙 보험을 들까 말까 했는데, 들어놓길 잘했다. 덕분에 취소수수료가 없었다). 시카고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까 했지만 일단 시카고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애초에 기차 타고 가는 거에 의의를 뒀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뉴욕에서 아웃하는 걸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서부에서 보내다가 그냥 LA에서 아웃하기로 했다. 또 마침 샌디에이고로 가는 열차가 새벽 6시 10분에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포기했던 샌디에이고 여행이 이렇게 부활했다! 친구보고 다시 데리러 나오라고 하기도 뭐하고, LA에서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ㅋㅋㅋ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는 샌디에이고로 출발하게 됐다!

안녕? Surfliner! 아마도 너를 타게 될 운명이었나 봐. ㅋㅋㅋ

샌디에이고로 가는 중에 이렇게 일출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도 어찌 보면 값진 경험이다.

이렇게 뜨거운 태양과 함께 미국 여행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었다.

서프 라이너는 해변가 기차답게 이렇게 멋진 바닷가를 보면서 갈 수 있었다.

저녁에 배부르게 먹었지만 새벽 내내 제대로 못 자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배가 고팠다. 마땅히 연 식당도 없고 해서 빵과 커피가 제공되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끊어서 아침은 일단 해결. 빵은 걍 그냥저냥. 머 많이 먹히지도 않았어.
어찌 보면 황당하고 화나고, 열받을 상황인데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일단 열차에서 자고, 암트랙 디너 코스 먹고, 창밖 경치 구경하는 게 목표였는데, 대충 다 해보긴 했으니까? ㅋㅋㅋ심지어 전액 환불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개이득? 나 너무 긍정적이니?

그렇게 정신없던 시간을 보내고 2시간 30분 정도 만에 도착한 산타페 역.
와... 도착하자마자 샌디에이고 날씨가 너무 좋고 심지어 역이 너무 예뻐서 간 밤에 일어난 일은 바로 잊혔다.

역사 안도 너무 예쁘자나 ㅠㅠ

기차역 밖, 바닥에 있는 산타페 역 표시.
이건 아마도 운명이었던 걸까? 나 너무 설렌다!

4년 만에 조우한 친구들과 헤어질(줄 알았던 ㅋ) 시간이 되었다.
예전에 상하이를 세 번째쯤 여행 갔을 때, 왠지 이번에는 비 내리를 상하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 여행 중에 비 오는 상하이를 즐긴 적이 있었다. 그때 ‘역시 나는 상하이와 잘 맞아’하면서 괜히 우쭐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번 LA여행이 마치 그때와 같았다. 실은 4년 전 친구가 한국에 잠깐 왔다 돌아갈 때, 마침 나도 회사를 그만둬서 이때다 싶어 같이 LA를 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친구의 사정으로 불발되고만...
그런데 이번에 온 것이 정말 타이밍상 너무 제대로였는데, 4월이 마침 LA에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덥지도 않고 적당히 쌀쌀하며 맑은 날씨가 내내 이어진. 나처럼 맑고 햇살이 눈부신 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완전 최적의 날씨였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지 LA의 비 오는 날도 한 번쯤 경험하고 싶기도 했었다.
이런 나의 바람을 마치 엿들은 듯! 친구들과 마지막 밤을 보내며 와인을 마시는데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친구들이 너가 오니까 날씨가 진짜 좋네. 타이밍 진짜 좋다. 이런 말을 해줄 때도 원래 이맘때쯤 LA 날씨 원래 좋은 거 아냐?라고 시크하게 대답했었는데, 와 비까지 내려주니 기분도 좋고, 먼가 우쭐? 약간 신비한 경험?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면 운치 있는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암트랙(AMTRAK)을 타기 위해 나서는데 이렇게 새벽에 비가 내렸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정말 이번 LA 여행은 신의 한 수였어.
이날은 기차시간이 오후 2시경이었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게티센터(Getty Center)를 가기로 했다. 여기도 원래 스킵하려고 했던 곳인데, 친구네 집에서 한 15분이면 갔고, 할 일도 없고 ㅋㅋㅋ
그런데 새벽에 비가 내린 덕분인지 이날 날씨가 너무 예술이었다. LA가 마지막 날까지 날 또 이렇게 환송해주는구나!

친구네 동네 한 컷. 하늘색깔 무슨 일이니? 아무리 아이폰 카메라가 갑이긴 하지만 노필터로 이런 색감 실화냐?

그리고 도착한 게티센터 정원. 저 멀리 바다까지 보일 정도로 공기가 너무 맑았다.

날씨도 예술이고 경치도 너무 좋아서 사진 백만장 찍음.

사람들이 이 각도로 사진을 많이 찍길래 왜 그런가했는데, 그럴만했음. 내가 사진을 못 찍어서 그렇지 ㅋㅋ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저 멀리 무슨 섬이 보인다고 했는데, 이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사진에는 나름 담는다고 담긴 했는데. 저어기 희미하게 섬이 보인다.

이렇게 실컷 경치를 구경하고 하산.

하산하는 모노레일에서 찍은 풍경.
그렇다. 작품은 하나도 안 보고 경치만 실컷 보다가 내려왔다.
게티센터를 가기 전 친구한테 작품들은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딱히 보고 싶은 작품도 없고. 친구가 반 고흐 '아이리스'라도 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많이 황당해했다. 내가 반 고흐를 좋아하지만 그 작품은 별로 취향도 아니고. 오늘 날씨가 예술인데 무슨 '아이리스'따위를 보냐고 센 척했다. ㅋㅋㅋㅋ 그렇게 작품 따위 스킵하고 정원만 돌고 커피 한 잔 하다 보니 떠날 시간이 얼추 되었다.
친구는 어디 가서 게티센터 갔다왔다고 말하지 말라했다. 창피하다고 ㅋㅋㅋㅋ. 그래도 '아이리스'보다 이날 날씨가 더 예술이라는 건 인정해줬다. :) 인간이 위대한들 자연이 선사해주는 이런 날씨만 할까?

마지막 날 점심은 술꾼 부부에게 내가 쏘기로 했다. 여행 내내 고마웠고, 밥도 많이 사주고 해서 내가 한턱 쏠 거야!라고 의기양양하게. 한식을 좋아하는 두 부부를 위해 코리아타운의 곱창집으로 갔다. 맛집이어서인지 너무 맛있고, 양도 푸짐하고 아주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 체크카드가 결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카드가 든 지갑을 차 안에다 두고왔다. 젠장. 결국 곱창 값은 친구가 결제하고. 한국에 오면 내가 우리 동네 맛집 황소곱창에서 쏘기로 했다.
하... 너무 당황스러워. 내가 올 때 한 150만 원 정도 통장에 넣어뒀는데, 벌써 다 썼다고? 멀 그렇게 산 거야? 어플을 확인해보니 잔고가 몇십만 원 남아 았었는데 왜 그런 거야? 젠장. 하고 원인을 따져봤다.
결론은 잔고는 남아있었으나 해외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하다보니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하루 이틀 정도 걸렸고, 앞으로 결제될 금액이 더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잔액이 곱창 가격보다 1~2만 원 모자랐던 것이다. 하...
정말 너무 황당. 여행 체크카드 잔고 수시로 확인합시다. 그냥 신용카드 사용하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미안한 마음에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커피는 내가 쏠거야!! 하면서 커피 한잔을 기어이 샀다. 비싼 걸루 ㅋㅋㅋ

다른 친구가 기차역까지 함께 배웅해준다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친구네 사무실로. 친구 사무실은 체이스은행 빌딩에 있었는데, 여기야말로 LA뷰 맛집이었다. 수영장도 있고 말야.

그렇게 환상적인 날씨의 LA를 뒤로하고 이제 시카고로 떠나기 위해 LA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ion)으로 향했다.

LA에서 9박 10일 동안 여행한다는 건 의외로 좀 아쉬운 기간이다. 애초에 난 이렇게 오래 있지 않으려고 했다. 딱히 볼 게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한 2박 3일 정도 샌디에이고를 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볼 거 없다고 걍 LA에서 놀자고 꼬셔서 그대로 눌러앉아서 놀았던 것이다 ㅎ
근데 생각보다 뭔가를 많이해서인지 여유롭게 친구네 동네 산책을 많이 못해 아쉬웠다. 막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아침 산책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LA를 떠나기 전 날인, 이날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친구 부부가 아이들 등교 준비로 바쁜 틈을 타 홀로 다운타운까지 산책을 하기로 했다.

너무 맑고 햇살이 눈부셨던 아침. 산책 시작!

동네 교회를 지나

미국에서 처음 보고 너무 신기했던 보라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와 전형적인 미국집.

길가에 예쁘게 핀 백장미. 가운데는 분홍색인 것이 참 예쁘다. 나이 드니 좋아지는 꽃 ㅋㅋㅋ

아직 나무에 걸려있던 이스터에그. 마침 내가 간 기간이 부활절 주간이었다.

그렇게 다운타운까지 한 3~40분 정도 걸어왔다. 그리고 도착한 컬버시티 호텔 앞. 왜 이 사자가 좀 중국스러워 보이는 거지?;
미국에서 미국만의 특색 있는 커피를 아직 못 마셔봐서 근처에 있던 필즈커피(Philz Coffee)를 방문했다.

원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맛보려 했으나 여기 메뉴들이 특이하길래 또 도전 정신이 발동하여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봤다. 메뉴판에 보이는 이 로제 커피의 색깔이 너무 예뻐서 이걸로 시켰다. 가격은 사악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영수증을 보니 나쁘지 않음. 스몰 사이즈가 $4.85. 아침 겸 라떼로 마셔줬다.

홀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다시 친구네 집으로 고고. 가는 길에 이 꽃이 좀 더 많이 핀 나무가 있어서 또 사진 한 장 찍어줌ㅋㅋㅋ. 나 이 꽃나무가 너무 좋아서 샌디에이고에서는 백만 장 찍었다. LA는 날이 아직 쌀쌀?해서 꽃이 덜 피었는데 샌디에이고는 흐드러지게 펴서 너무 예쁘더이다. 네이버 렌즈에서는 능소화라고 나왔는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날은 특별한 일정이 있다기보다는 조슈아 여행을 함께했던 친구네 회사로 가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Carson이라는 동네에 있는데, 닥터 드레, 아이스큐브, 이지이 형님 등이 사시던 캄튼(Compton) 옆 동네이다. 그 동네가 너무 궁금했지만 여자들끼리 있는 관계로(여자가 아니라 동양인들이 거길 간다는 게) 너무 위험하여 캄 다운함 ㅋㅋ
근데 이 칼슨이라는 동네는 내가 생각하는 도심지의 그런 빌딩 숲이 있는 동네가 아니었다 ㅋ. 거대한 물류창고들이 즐비한 곳으로 심지어 사유지라고;;; 친구에게 설명을 듣고 미국은 또 한번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친구가 보통은 토렌스로 나가서 식사를 한다고 하여 이동. 먼가 민폐끼친 느낌이라 좀 미안했다 ㅎㅎ

우리는 Kagura라는 일식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오 이집 상당히 맛있다. 돈까스는 너무나 늘 맛나는 거고. 마제면도 멘야하나비만큼 맛나다.
하지만 너무나 의외의 맛이 있었으니 바로 중간에 있는 우니리조토이다. 비주얼은 좀 많이 거시기한데. 밀가루를 못 먹는 친구가 고르고 골라 주문한 메뉴였다. 처음엔 다들 당황했지만 맛을 보고 세상에나. 와. 너무 맛있었다. 진짜 우마이!!
그렇게 친구와 즐거운 식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고고!
이 날은 특별한 스케줄이 없던 관계로 시간도 좀 남아서 근처 허모사 비치(Hermosa Beach)로 드라이브하면서 가기로 했다.

잠시 차에 내려서 걸어 간 허모사 비치 피어.

푸른 태평양 바다.

먼가 오래되어보이는 공장 굴뚝들과

모래사장과 파도가 치는 바닷가. 그리고 너무 예쁜 하늘.

차 안에서도 너무 경치가 예뻐서 사진을 마구 찍어줬다. 바닷가 특유의 이런 풍경 너무 좋아 ㅠㅠ
신나게 바닷가 드라이브와 홀푸드를 들렀다가 친구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가는 중에 나머지 필즈커피를 맛보기 위해 ㅋㅋ 잠시 다운타운에 들렸다.

이 건물이 아마존이라고 했었나? 컬버시티에는 소니 스튜디오도 있고, 예전 영화 산업의 중심지였어서 OTT 서비스 업체들이 입주하고 있다 한다. 애플TV인가? 도 올 거라고 했던 거 같은데.

너무 궁금했던 모히토 커피도 맛보고.

친구 딸램이 보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해서 함께 동네 도서관을 갔다. 미국 도서관 궁금하기도 했어서 나도 따라나섰는데, 너무 좋자나!

이렇게 서가마다 검색을 할 수 있는 스크린들을 설치해놨다. 역시 천조국인가!

이건 책 제목이 맘에 들어서 ㅋㅋ 영어 원서는... 불가능하다.
8일간의 LA의 여행을 마치고, LA 에서의 마지막 밤(인 줄 알았지 ㅋㅋㅋ ㅠㅠ)이 왔다. 술꾼친구부부와 마지막 저녁 식사를 집에서 조촐히 하기로 했는데, 친구가 또 이렇게 요리를.

코스트코에서 파는 치오피노(Chiopino). 밀키트로 판매되고 있으며, 친구가 완전 강추하면서 꼭 먹어야 한다고 했던 건데, 완전 맛나. 처음 들어 본 요리였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래한 음식이라고. 완전 내 취향 저격이야. 한국 코스트코는 왜 없어!

그리고 뿔뽀(Pulpo). 난 뭐 문어숙회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웬걸 너무 맛나는데. 이 녀석 한 요리하는데?
친구가 해 준 맛난 요리와 와인과 함께 옛날이야기하며 웃다가 흥분하다가 쿠사리 주다가 깊은 새벽까지 LA에서의 마지막 밤인 줄 알았던 ㅋㅋㅋ 그날을 아쉬움 속에 보냈다.

언젠가부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먹거리였다. 하지만 미국은 시그니처 음식이라고 할만한 건 햄버거 정도밖에 없어서 음식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고 시작했다. 친구 만나는 게 중요했던 거니까!
그래도 맛집들은 많을테니 친구들한테 추천받으며 다녔는데, 친구가 가장 추천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치킨와플이었다.
맙소사. 와플 위에 치킨을 얹어먹다니...와플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요즘 유행하는 크로플도 안 좋아한다) 나는 거기에 튀긴 치킨이 올라간 걸 상상하니 세상 퍽퍽하고 너무나 별로였다. 그래서 계속 거부를 해왔는데, 이 술꾼 부부가 어찌나 강추하던지.
그래서 이날 가보게 되었다. 가게 이름이 'Met Her At A Bar'였는데, 꽤 낭만적인 이름이다. 가게 이름이 이러니 친구가 여러 번 말했는데도 안 외워졌지ㅋㅋ 전혀 예상 못한 가게 이름이었다.

여기는 철저하게 백신 증명서를 체크했던 가게이기도 하다. 요즘은 어떨라나.

친구는 치킨와플을 주문하고, 끝까지 치킨와플에 불신을 가졌던 나는 오므라이스로. 여기 커피 꽤 진하니 맛나다. 빈 속에 마시는 커피는 역시 최고야 :)

문제의 그 치킨와플. 하지만 생각보다 치킨이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고, 와플도 그다지 뻑뻑하지 않아서 상상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선택하지는 않을 메뉴이다 ㅋㅋㅋ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좋아할 듯.
이 가게가 알고 보니 친구가 예전에 살던 동네라고. 어느덧 미국으로 이민 간 지 10여 년이 된 친구. 얘기하고 있을 땐 우리가 그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다는 걸 못 느끼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난 친구가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진지한 얘기를 하는 걸 쑥스러워하는 우리는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늘 가벼운 얘기만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서로의 많은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나이 들어서 깨닫게 된 건 친구의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해도 마음은 여전할 수 있다는 거? 이렇게 어른이 좀 됐나 보다.
이번 여행은 약간의 업무도 동반한 것이라 내가 이날 오후에 미팅이 잡혀서 시간이 좀 애매했다. 친구는 굳이 나를 데려다주러 차를 타고 나왔고, 택시 타도 되는데 말야. 고맙고 미안한 마음? ㅋㅋ
근처 쇼핑몰인 센츄리 시티의 웨스트필드에 가서 소화도 시킬 겸 아이쇼핑을 다녔다. 그리고 찾아간 85℃!! 세상에.

여긴 대만의 유명한 베이커리인데, 나는 중화권 여행 갈 때마다 여기서 빵보다는 씨쏠트 커피를 사 먹는다. 여행 도중에 여길 발견하면 무조건 사 먹는데,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몰라서이다. 최근에 CU편의점에서 이 커피를 팔긴 하지만 매장에서 사 먹는 만 못하다. 아무튼 85℃를 미국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한국은 왜 안 들어와!!
그런데 너무 충격이었던 것은 친구가 이 커피를 마구 흔들어서 섞어 마시는 거다. 맙소사. 내가 깜짝 놀라 너 뭐 하는 거야!? 그걸 왜 섞어! 라고 했더니 친구가 더 놀람 ㅋㅋㅋ 친구에게 이 커피 마시는 법을 다시 알려줬다. 이건 절대 네버 섞어 마시면 안된다규!
85℃의 씨솔트 커피를 마시고 좀 더 산책을 하다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미팅 장소로 떠났다.
미팅 장소가 선셋 스트립(Sunset Strip) 근처였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 한 잔 하고 주위를 돌아봤다.

선셋 스트립에서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파친코 빌보드였다. 미국 드라마이지만 우리나라 소재의 드라마가 저렇게 대대적으로 걸려있다니. 진짜 K컨텐츠의 힘인가? 음식은 잘 모르겠고, K드라마와 K뮤직은 진짜 인지도가 상당한 것 같다.

이 근처에 다양한 클럽들이 모여져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하다. 이건 The Roxy Theatre. 컬러풀하다 ㅎ

여긴 어떤 클럽 벽인 거 같았는데, 다양한 밴드들의 이름을 새겨놨다.
선셋 스트립에서의 미팅까지 마친 후 친구와 그리피스(Griffis) 천문대를 오르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친구를 만나러 근처까지 고고!
이때 처음 Lyft택시는 탔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좀 비싼 요금으로 탔더니 정말 비쌌다 -_- 거리는 3.5km 정도인데 무러 36달러 조금 넘게 나옴...하...캘리포니아 물가 정말 너무하다. 친구가 새삼 더 고마웠던 순간 ㅋㅋ
그리피스는 친구 딸램도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전에 타이타운의 새로운 가게에서 타이요리로 배를 채웠다. 벌써 세 번째 태국 음식 ㅋㅋㅋ

볶음 누들과

볶음밥과

돼지고기 초이삼 볶음.
어째 다 볶음 요리였네 ㅋㅋ

요건 근처 태국 가게에서 구입한 태국 디저트. 친구가 추천한 건데 입 심심할 때 먹기 딱 좋을 것 같다.
든든하게 밥도 먹었겠다. 그리피스 천문대로 출발!!

저 멀리 그리피스 천문대가 보인다.

중간에 전망 포인트에서 한 컷. 저 멀리 보이는 다운타운. LA는 진짜 넓고 평평하다.

정상에 오르니 해가 지려고 한다. 나이스 타이밍! 조슈아에서도 그렇고 석양 타이밍이 참 좋다 이번 여행.

저 멀리 헐리우드 사인도 보이고. 시간이 된다면 저기까지 함 하이킹해보고도 싶다.ㅎ

다운타운 줌인.

가까이에서 본 그리피스 천문대. 이날은 개방하는 날이 아니라 안에는 못 들어가 봤다.

그리고 LA의 야경. 크...어쩜 이렇지? 한국에서는 높은 빌딩도 많아서 시야에 걸리는 게 많은데. 참 넓고 넓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지평선인가!

LA의 야경 실컷 구경하고 하산 길에 한 컷.
그리피스도 갈까 말까 했던 곳인데 갔다 오길 잘한 것 같다. 여행지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가주기는 해야 할 듯.

나에게 타코란 그냥 가끔 먹는 외식 메뉴였다. 처음 타코를 접한 건 타코벨이었는데, 맥도날드 같은 느낌의 패스트푸드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뒤로는 온더보드나 감성타코 등에서 화이타라던가 퀘사디아 같은 메뉴를 더 많이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LA에서 타코를 새롭게 배우게 됐는데, 바로 El Taurino 타코!이다.
이 날은 술꾼부부와 다운타운에 가기로 한 날인데 그전에 맛난 타코 집을 데려가 준다고 했다. 나는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타코가 새로운 메뉴가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웬걸! 가게 분위기부터 압살이다.

내가 21세기 레스토랑에서 소가 박제된 것을 볼 줄이야. 멕시코, 스페인 느낌 뿜뿜한다.

그리고 나온 것이 바로 이것!! 왼쪽 위가 돼지고기 아래 가운데가 소고기, 그리고 오른쪽의 저건 튀긴 또르띠아와 치즈? 같은 걸 얹은 건데. 와 진짜. 왜 타코가 이렇게 맛난 거라고 지금까지 몰랐을까? 저 소고기 타코와 그린 살사는 너무 맛있어서 솔직히 더 시켜먹고 싶었는데, 앞으로 먹을 것들이 더 많이 남아있어서 참아야 했다. 돼지고기 타코는 내가 그닥 돼지고기를 안 좋아해서 그냥 예의상 먹었는데, 웬일이니 이것도 맛있자나! 약간 우리나라 제육볶음 느낌?
이때부터 완전 멕시칸에 빠져버리고, 급기야 샌디에이고에서는 타코 투어까지 하게 됐다 ㅋㅋㅋ
El Taurino의 위치는 바로 이곳. 여러 곳이 있는데, 내가 간 곳은 본점? 이었다.

내가 하도 타코타코 노래를 부르니까 귀국할 때 친구가 트레이더스 조에서 타코 시즈닝을 선물로 사줬다 ㅋㅋㅋ
역류성 식도염 좀 나아지면 당장 해 먹어 줄 테다.
감격스런 타코 식사를 마치고, 타코의 여운을 느끼며 찾아간 곳은 다운타운에 있는 아트 디스트릭트였다.
며칠 전 다운타운의 충격과 친구가 다운타운은 동네가 좀 위험해서 남편이랑 가는 게 좋겠다 하여 함께 여행을 하게 됐다.
그전에 친구가 요즘 힙하다고 추천한 로우 다운타운(ROW DTLA)을 갔었는데, 우리가 너무 평일 오전에 가서인지 문을 안 연 가게도 많았고, 그다지 볼 게 없었다. 아직은 여행지로 가기엔 좀 가게가 더 많이 들어와야지 싶..
그리하여 바로 근처인 아트 디스트릭트로!

너무 일찍 가서 맥주집도 안 열었고 ㅠ 와중에 고양이 그림 귀여워서 ㅎ

국내 여행 방송에서도 나왔던 그래피티들

그래피티2

와중에 보이던 사회복지서비스센터의 그림도 이렇게 힙할 일인가!

미국에서도 은근히 고양이 그림들을 많이 봤다. 정작 실물 고영씨들은 보기 힘들었지만.
아트 디스트릭트 구경은 꽤 볼만했지만 역시나 우리가 너무 일찍 가서인지 딱히 문 연 가게도 없고...너무나 썰렁하고. ㅎ 하지만 진짜 여자 혼자 오기에는 좀 쉽지 않은 동네이긴 했다. 숙소 잡으려던 곳이 여기에 있었는데, 무지 후회할 뻔.
아트 디스트릭트까지 구경하고 난 우리는 너무 시간이 남아돌았다! 타코 먹은 게 아직 소화도 안됐는데, 어디 먹으러 갈 수도 없고...
그리하여 쥐어짜서 찾아낸 곳이 바로 이 엘 푸에블로 LA 역사 공원(El Pueblo de Los Angeles Historical Monument)이었다. 여행책자에서 보고 알게 된 곳인데, 암트랙 타는 날 시간 남으면 가보려던 곳이다. LA의 초창기 모습을 재현? 해낸 곳인데, LA가 원래 멕시코 땅이었던 만큼 멕시코풍의 기념품들을 잔뜩 팔고 있었다.

정작 가판대는 하나도 안 찍고 이런 것들만.
친구 부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곳 구경도 너무 빨리 끝나서 돌아 나왔다...

그때 발견한 이것. 뭔가 멕시코 원주민들이 했을 법한 제사의식 같은 걸 재현하고 있었다. 막 이상한 허브들도 태우고. 기 좀 받고 갑니다 ㅎ
여기에서의 일정도 너무 빨리 끝나서 그냥 근처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내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걸 아는 친구들은 그렇게 또 동행을.(할 것도 없고 ㅋㅋㅋ)

차이나타운 입구에도 ROUTE66 표지판이 있었다. ROUTE66가 여기도 이어졌었구나. 하긴 바로 근처가 유니온스테이션이니까.

너무나 차이나타운임을 알아볼 수 있는 입구. 코리아타운이나 재팬타운 그리고 다른 나라 타운들에서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는데, 중국만 유독 전 세계 자신들의 타운에 이렇게 티를 낸단 말이야. 그것도 참 신기해.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걸은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단 차오저우회관(潮州会馆). 해외에 나간 중국 화교들은 대부분 광둥성이다 보니 이렇게 그 동네 요리는 내세우나 보군 이라면 속으로 아는 척했다 ㅋㅋ. 역시 많이 알수록 많이 보임.

미국에서 딱히 기대했던 음식은 없는데, 그나마 좀 궁금했던 게 바로 이 미국식 중화요리였다. 역시 영화와 티비의 영향이 이렇게 크다. 맛은 좋았으나 너무 양이 많고, 아직 타코가 소화가 다 안된 관계로 대부분을 打包해갔다. 여기 굉장히 유명한 곳이던데, 연예인 사진들도 엄청 많고. 그리고 종업원들은 전혀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포츈쿠키. 근데 포츈쿠키 메모에는 원래 복권번호가 나오나? 지난번에 친한 언니가 준 포츈쿠키에서도 그렇던데.
차이나타운까지 무려 다섯 군데를 돌아다닌 우리는 그래도 시간이 너무 남았다 ㅋㅋㅋㅋ. 그래서 찾아간 곳이 그로브몰(Grove Mall). 여기도 여행 책자 보고 시간 되면 가고 아니면 말고, 했던 곳인데 ㅎ

근데 도착하자마자 너무 예쁜 트램이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또 트램 너무 좋아하쟈나! 안 탈 수 없지!
내가 트램타고 신나 하자 친구 부부는 자기네 딸이랑 며칠 전에 와서 탔다며, 나보고 딸이랑 취향이 비슷하다고 -_-

트램에서 바라 본 경치

그리고 여기서 발견한 프랑스 가게와(이름을 모르겠다) 핫소스 가게!! (이거 완전 대박), 고대하던 씨즈캔디(SEE'S CANDY)에 들러서 신나게 구경과 쇼핑을 하고. 남들은 옷가게 등등에서 신나게 쇼핑하지만 ㅋㅋㅋ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다시 친구네 집으로 고고!
근데 그로브몰에서 느낀 건 나 의외로 쇼핑몰 구경을 제일 좋아하는 걸 수도 있다는 것? ㅋㅋㅋ 세상 눈이 반짝거렸네. 난 내가 그런 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지.
친구네 집에 온 후 다들 아이들 챙기느라 바쁘길래 소화시킬 겸 혼자 동네 산책에 나섰다. 전날 친구가 알려준 길대로 잘 걸어서 컬버시티의 다운타운까지 걸어왔더니. 아니!

이날이 컬버시티 파머스마켓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런 걸 알려줘야지 이 친구야! 친구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날 열리는 줄은 몰랐다고 ㅋㅋ
사담이지만 LA 여행은 여러모로 나와 참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느낌이다.

이건 그냥 뉴올리언스 여행 가고 싶은 마음에 찍어 본 뉴올리언즈 음식을 파는 부스.

컬버시티 다운타운에 오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CULVER HOTEL이다. 미드에서 볼 법한 예쁜 호텔.

그리고 먹은 치폴레(Chpolte)! 와 이거 머니? 백슨생님 유튜브에서 방탄 진인가 정국인가가 치콜레로 잘못 발음해서 화제가 됐다며 레시피를 알려주셨는데, 그때도 너무 궁금했지만 이날은 타코에 눈을 떠서인지 더욱 먹어 보고 싶었다. 소화시키러 나왔다가 다시 더 집어넣어주는 나레기 클라스!
아 근데 너무 맛있자나 ㅠ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들어간 이 음식을 어찌 안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맨날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날 이후 못 먹었다는 슬픈 결말 ㅠ 의외로 먹을 타이밍이 없었다.
근데 미국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던지, 내가 콜라랑 한 17달러 정도 줬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왤케 가격이 올랐냐고. 원래는 한 12달러? 정도 했다 하네. 미국 인플레 답이 없다. 내 주식도 답이 없다 ㅠ

치폴레를 맛나게 먹고 양심상 다시 걸어서 친구네로 귀가. 가는 길에 있는 공원도 한 컷 찍어주고. 오래된 나무가 참 많아 부러워.

이건 그냥 미드에서 많이 보던 중국음식 담는 종이 박스 ㅋㅋ 약간 여기에 음식 담아 먹는 거 해보고 싶었었는데 (별걸 다ㅋ)반가워서!
生意兴隆! 사업번창!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드디어 친구와 말리부로 떠났다.
암 생각 없이 여행을 온 나를 위해 친구가 말리부를 제안했고,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콜!
근데 말리부도 하이킹해야 함? 다들 샤랄라 원피스 입고 찍던데. 긴 청치마를 입고 간 나는 살짝 당황.

여기가 아이언맨 로다주의 집터라던데, 저기에 CG를 한 거라고.
중요한 포인트를 봤으니 하이킹 아닌 하이킹을 하고 말리부를 떠났다. 산책을 하기엔 해가 너무 뜨거웠다.

말리부 근처에 있던 몰에서 일단 아점을 하기로 하고 찾아간 곳. 입구가 예쁘다.

나는 새우튀김 타코를 친구는 랍스터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당연히 맛있다. 근데 가격이 ㅎㄷㄷ. 카드 결제 내역 보니까 8만 원이 넘었다;;;
첨에 내역서 보고 멀 산 거지? 했는데 ㅋㅋㅋ 영수증과 맞춰보니 이거였다. 랍스터는 미국에서도 많이 비싸군;;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타코가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튀김이라 그랬나. 하지만 다음날 나는 타코가 세상 맛있는 음식이란 걸 알게 됐으니!! 이건 다음 편에.

그리고 함께 시킨 멕시코 코카콜라. 어디선가 멕시코 콜라가 더 맛있다고 하길래 사서 먹었는데...무슨 차이지?;
그렇게 배를 채운 우리는 에보키니 거리로 왔고, 예쁜 가게들이 즐비한 에보키니 거리를 한참 걷고, 커피 마시고 그랬다. 근데 사진이 없네? ㅋㅋㅋㅋ 어쩜 한 장도 안 찍었냐;;;
한참을 걸었는데도 시간이 남아 근처에 있는 LA 베니스 운하 마을을 찾아갔다.

예쁜 꽃들과 집, 작은 운하가 어우러진 한적한 마을.

집집마다 작은 보트가 하나씩 정박해 있었다. 보트가 정박해 있는, Dock이라고 해야 하나? 귀엽다 ㅎㅎ

산책하기 좋았던 예쁜 동네. 대부분 여길 세컨드 하우스로 두고 있다던데... 나도 부자이고 싶다...
한참을 걸은 후 너무나 궁금했던 미국 코스트코를 구경하고(사진을 깜빡했네;;) 드라이브 스루로 드디어 인앤아웃(In-N-Out)버거를! 먹었다.

치즈감자 프라이와 오리지널 버거. 하도 인앤아웃 인앤아웃하길래 함 먹어봤는데. 음...맛있다. 근데...이미 한국에 이런 버거집이 너무 많이 생겨서 특별한 건 잘모르겠...하지만 진짜 LA버거 끝판왕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도 다음 시간에.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친구네 집에 짐을 내려놓고 동네 산책을 나왔다. 친구네 동네 이름은 컬버시티(Culver City). LA공항 근처에 있는 동넨데 우리가 생각하는, 티비나 영화에서 많이 본 전형적인 미국 동네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깨끗하고 걷기 좋은. 알고 보니 우리나라 익산과 자매도시라네?

그리고 너무나 기대했던 친구와 동네에서 생맥주 한잔! 아마도 제일 기대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둘이 맥주 마시면서 수다 떤 게 얼마만인가? 아니 처음인가? 항상 다 같이 우르르 술 마시러 다녔지. 맘 편히 생맥주 사 먹을 수 있는 돈벌이를 하는 직장인이 되어서는 각자 회사 생활하느라 이런 시간을 못 가졌던 것 같기도 하고.

버거를 먹은 지 얼마 안 된지라 헤비한 음식은 시킬 수 없어서 간단하게 안주하려고 시킨 버섯요리. 서버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라길래 '미국인 특유의 오바구나ㅋ'하고 별 기대 안 했는데, 심지어 비주얼이 넘 구린 것이었다.  하지만 웬걸! 한 입 맛보는 순간 세상에 너무 맛있는 거다! 서버님 미안해요 ㅎㅎㅎ 위에 뿌려진 저 굵은소금이 감칠맛을 더해줬고. 너무너무 맛나게 먹었던 버섯요리였다. 레시피 알려줘 ㅠ
펍에서 간단하게 한 잔 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친구들과 3박 4일간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잠시 일도 할 겸 산타모니카로 왔다.
바다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바닷가에서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고, 특히 태평양 바다를 제대로 보고 싶었다. 물론 친구네 집에서도 바다를 보긴 했지만 이런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를 거닐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산타모니카였다.

친구가 고맙게도 숙소까지 데려다줬고, 나는 짐을 풀자마자 바다를 보러 뛰어나왔다. 숙소였던 하이 산타모니카는 걸어서 5분도 안되어 바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하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일..ㅠ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친구가 오늘 보름달 떴다고 꼭 보라고 연락이 와서 밖을 나가보니 이렇게나 밝은 달이 산타모니카를 비추고 있었다. 팜트리 위의 보름달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사진으로 봐 왔던 LA의 야경이었다.

관광지라 다들 흥청망청 노는 걸 보니(이때 한국은 아직 코로나 마스크 해제 전) 나도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놀고 싶다는 생각 반, 이제 늙어서 저리 놀 힘도 없다는 생각 반으로 홀로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저 멀리 그 유명한 산타모니카 피어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려라! 일 끝내고 내일은 거기로 놀러 가 주마!

숙소에서의 아침은 친구가 바리바리 챙겨 준 것들과 아메리카노. 미국의 마트에는 정말 다양한 음료와 칩들이 존재한다. 맘 같아서는 한 달 살기 하면서 다 맛보고 오고 싶었다. 난 늘 새로운 맛에 목이 마르다!!
아침도 먹었겠다 이제 산타모니카 좀 돌아볼까!

전날 저녁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큰 나무가 건너편에 있었다니.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도 역사가 짧은데 이렇게 웅장한 나무들이 꽤 많다. 이런 종류의 나무가 크게 자라는 건지, 우리나라처럼 큰 전쟁을 겪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상당히 부럽다.

홈리스의 과자를 훔쳐먹다 딱 걸린! 다람쥐와 청설모를 합친 것 같이 생긴 이 녀석. 아예 홈리스 과자 봉지 안에 들어 가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 나와서 저러고 있다.ㅋㅋㅋㅋ

그리고 이 풍경! 크흐...이거자나!!
친구가 산타모니카에서 일 끝나고 뭘 할 거냐고 묻길래 전형적인 ISTP인 나는 그냥 바다 거닐고 놀 거라고 했다. 첨언하자면 ISTP의 여행 스타일이 나는 재밌게 놀았는데, 남들이 보기엔 별거 없는 그런 여행 스타일이라고 한다. ㅋㅋㅋ 완전 인정. 아무튼 그래도 미국까지 왔는데 별거 없이 놀고 갈까 봐 친구가 신경 쓰였던지 숙소 근처에 일요일마다 파머스마켓이 열린다고 거기 함 가보라고 링크를 보내줬다. 너 원래 이렇게 세심했니? ㅋㅋㅋ 나이 들고 오래 알고 지내니 친구의 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도착했더니 웬 비휴상이 놓여있다. LA에서 차이나타운도 아닌 이곳에서 비휴를 볼 줄이야. 여기도 중국인이 많이 사나? 크기가 큰 마켓은 아니었으나 지역 농부인듯한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재배한 것들은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에 저 베리 모음은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으나 혼자 다 못 먹을 것임이 분명해 걍 사진으로만 담았다.
아쉽게도 파머스마켓에서 적당한 먹거리를 찾지 못한 나는 (빵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제대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었다) 오는 길에 발견한 어스 카페(Urth Caffe)로 향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발견한 산타모니카 도서관. 너무 예쁜 거 아니니?

어스 카페는 미국 여행 책자를 보던 중 알게 된 카펜데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고 ㅋㅋㅋ 그냥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찾아간 곳이다. 근데 정말 유명한 곳인지 웨이팅이 꽤 걸렸다. 물론 한국인들도 있었고 ㅎ

내가 시킨 스페니쉬 오믈렛+과일 추가, 그리고 카페라떼. 맛은 머 너무나 익숙하고 상상한 그 맛.
점심을 두둑하게 먹고 드디어 산타모니카 피어로 출발! 로망 부자인 나는 해변가를 자전거 타고 달리는 로망도 있었기에, Lyft의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근데 자전거 타는 건 너무나 추천하지만 Lyft의 전기자전거는 너무나 비추한다. 사진을 안 찍었지만 자전거가 너무 무겁고, 무엇보다 비싸고, 자전거 파킹 하는 곳 위치가 해변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 그냥 해변 산책가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빌리는 게 더 나을 듯.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산타모니카 피어에 왔고!

너무 신났고!

남들 다 찍는 ROUTE 66의 끝자락 사진도 찍었다!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미드에서 많이 보던 이 유원지, 나도 느껴보고 싶었어!

그렇게 내적 흥이 나서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이것! 오잉? Tajin이라는 멕시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과일 샐러드를 파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는 당장 하나 주세요!를 외쳤다.
(지금 사진을 정리하다가 뒤늦게 발견한 저 Tostilocos!! 여행 다녀온 후 백슨생님이 유튜브에 저걸 만들어 먹는 걸 올렸는데...후아...나레기 왜 넷플릭스 '천상의 맛 멕시코' 안 봤니? 그땐 왜 멕시코 음식이 별로였을까 어흑...집에서 만들어 먹어봤는데, 똥손이 내가 만들어도 맛있는데 현지에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ㅠㅠ 어흑...)

암튼 다른 사람은 핫소스 뿌려주는데 나는 그냥 주길래 핫소스!를 외쳤다. 배만 안 불렀어도. 혹은 입맛이 맞는 친구만 있었어도 다 먹는 건데. 이렇게 또 멕시코 음식에 눈을 떴다.
대만 갔을 때 과일에 매실 가루와 소금이 섞인 듯한 마법의 가루를 뿌려 먹고 너무 맛나고 새로운 경험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저 칠리+라임+솔트가 섞인 멕시코 마법의 가루가 너무 맘에 들었다. 열대과일은 이런 시즈닝들과 함께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이 가루도 한국 올 때 당연히 챙겨 왔다 ㅋㅋ

산타모니카 피어에서 머슬 비치로 내려와서 바닷물에 살짝 발을 담갔다. 이게 그 태평양 바닷물인가! ㅋㅋㅋ 휴지도 수건도 없어서 젖은 발이 살짝 걱정됐지만 웬걸 모래가 너무 뜨거워서 모래사장을 걸어 나오는 사이에 이미 발이 다 말랐다. 다 좋았는데 싫었던 건 마리화나 냄새...으...피는 사람만 좋은 건가 마리화나는...

너무 장시간 걸어서 힘들어 숙소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발견한 이 밴드! 와 어르신들 에너지 무슨 일이며, 락 마니아는 아니만 딱 봐도 너무 잘하신다는 게 느껴진다. 이게 내가 반했던(지금은 아님ㅋㅋ) 미국의 매력 아닐까 싶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는 저 방식이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멋지게 느껴졌다. 한국은 아직도 나이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이게 바로 미국이 자유의 상징인 이유겠지? 아 근데 너무 잘하 심. 합주도 좋은데 보컬할배 젊으셨을 때 한 섹시하셨을 것 같음. 한 분 한 분 솔로 연주도 너무 잘하심. 나도 그래서 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분들 아마추어가 아니야.

숙소에서 약간의 휴식을 갖고, 이날이 일요일이라 tvN '현지에서 먹힐까' LA 편에 나왔던 스모어가스버그(Smorgasburg)가 열려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원래는 포기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다행히 시간을 맞춰갈 수 있었다.
이번엔 친구들 없이 드디어 미국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보잣! 흔들렸지만 탭 카드다 ㅋㅋ
하지만...해외여행 다닐 때마다 구글맵이라던가 바이두맵 같은 신문물 덕에 자신 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나는 LA에서 좌절하고 만다. 지상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무사히 근처까지 도착했으나 스모어가스버그까지 걸어가는 길에 홈리스 텐트촌이었던 것이다! 하.. 아무리 무서운 거 없는 나이지만 총기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쫄보가 되었다. 미국의 슬럼가는 아시아의 슬럼가와는 비교가 안됐다. 특히 대마와 마약이 성행하는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결국 겁 없이 이런 곳을 온 내 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인생 처음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왔다. 우버나 리프트를 타고 갈까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그땐 이미 문을 닫겠다 싶어서 포기했다. ㅠㅠ 혹시라도 여길 가게 되면 꼭 개인 차나 택시를 타고 갈 것을 추천한다.

패배자의 심정으로 다운타운을 방황하다가. 원래 라스트 북스토어도 갔었는데 정말 잠깐 보고 나와서 사진은 패스.

속상한 마음에 숙소 근처에서 맥도날드 와구와구. 라고 하지만 소화력 상실로 잔뜩 사놓고 대부분 남김. 미국 본토의 맥도날드를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라 맛만 본 것으로 의의를 둔다. 그리고 너무 맛없다. 양상추는 어디 건조기에 돌린 거임? 어쩜 수분기가 하나도 없냐. 그리고 맥치킨버거 너무 실망이야. 내 맥날 최애 메뉴 중 하난데, 이러기야? 마요네즈는 어디 간 거니? 완전 비추.

저녁도 실패하고 호스텔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비록 여행지와 저녁은 실패했지만 너무나 환상적인 날씨의 LA는 기분이 나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산책 중 발견한 마리아치가 노래하는 식당. 돈도 안 내고 함께 즐거웠다 ㅎㅎ 이런 모습 볼 때면 나도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든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참고 넘어가면 나는 자유로울 수 있어! ㅋㅋ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격한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람들. 괜히 기분 좋아진다. 중국에서도 이런 장면을 목격했는데, 의외로 흥의 민족인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과 소소한 여행으로 즐거웠던 산타모니카의 둘째 날은 이렇게 지나가고

셋째 날 아침은 숙소 자판기에 있는 인스턴트로 대신했다. 뭔가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컵라면과 치즈가 들어간 느끼한 무언가도 먹고 싶어서 저 이상하게 생긴 걸 샀는데...그림이랑 너무 다르자나? 그리고 둘 다 일본 거였다. 젠장. 농심이랑 삼양은 마트만 영업하지 말고 이런 호스텔에도 좀 영업을 해보라고!

이 날은 친구와 말리부를 가기로 한 날인데, 조금 늦어진다 하여 아침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찍어봤다. 이 경치를 또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산책하다 발견한 무인 배달 로봇.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 어느 건물 앞에 도착해서 뭐라 뭐라 하던데. 잘 찾아간 건지 괜히 걱정되고 ㅋㅋㅋㅋ 넘모 귀엽다.

2박 3일간 잘 지내다 가는 Hi Santamonica. Hi USA라는 미국 호스텔 체인인 것 같은데 너무 맘에 들어서 나중에 샌디에이고에서도 이 체인에서 3박 4일간 지냈다.
즐겁고 외로웠던 2박 3일간의 산타모니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친구와 함께!

조슈아 여행을 마치고 친구1과는 사흘 뒤에 다시 보기로 하고 친구2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친구1과 함께 나에게 늘 LA에 오면 버선발로 마중 나오겠다는 친구2는 최대한 LA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우선 그 유명하다는 북창동순두부를 먹고 싶다 하니 친구 집에 가는 길인 토렌스 지점에 들렀다.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지만 ㅋㅋ)

나는 프랜차이즈는 굳이 어느 지점을 선호할정도의 미식가는 아니다. 그래서 굳이 코리아타운이 아니어도 북창동순두부의 탄생지인 미국 LA에서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미국에 온 지 사흘밖에 되지 않기도 하고 나는 해외여행 내내 한식을 안 먹어도 괜찮은 입맛을 지녔기에 이 순두부찌개가 너무 맛있고 특별한 느낌을 받진 못했다. 정말 한국에서 먹는 바로 그 맛이었고 ㅎㅎ

해외에 오래 살아 본적이 없어서 이 맛이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특별하게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단기 여행자에게는 굳이 꼭?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맛없다는 게 아니라 너무 한국이랑 맛이 똑같아서! 하지만 미국에는 맛난 음식이 없으니(ㅋㅋㅋ) '미국에서 먹는 순두부찌개'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괜찮은 경험이었다.

순두부찌개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친구네 동네인 랜초팔로스버디스(Rancho Palos Verdes), PV(친구가 이 동네는 줄여서 PV라고 한단다. 자기네도 발음하기 귀찮겠지 ㅋㅋ)로 출발!

친구네 집에 짐을 풀고 우리는 동네 산책을 나왔다. 친구가 처음 집주소를 알려줬을 때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ㅋㅋㅋ 아무리 봐도 영어는 아니잖아?

여행 전 검색을 해보니 바닷가 근처 아주 근사한 동네였다. 영화 인셉션 촬영지라는 얘기도 있고, 성공한 한상(韩商)들이 모여 사는 부촌이라고 하더라. 너 성공했구나! 자식!

친구가 퇴근길에 찍어 보내 준 석양이 지는 길 드라이브하는 영상은 정말 영화 그 자체였다. 현지인들이 트레킹을 하러 많이 온다고도 하고. 하지만 장롱면허인 나는 친구가 데려오지 않으면 오기 힘든 그런 곳이었다 ㅎㅎ

돌고래를 볼 수도 있다는 이 동네. 바닷가 옆이라는 것이 참 좋았다.

동네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보름달이 아주 선명하게 떴다. 여기서는 달이 더욱 가까이 보여서 내가 해외에 오긴 왔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국적인 이 풍경.

산책을 마치고도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우리는 롱비치(Long Beach)까지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왜 롱비치냐? 내가 힙합에 입문한게 바로 Snoop Dog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스눕독이 롱비치 출신인데, 그의 가사와 G-funk뮤지션들 음악에 종종 등장하는 동네이다. 그래서 딱히 유명한 것은 없으나 (퀸 메리호 정도?)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친구가 별로면 혼자라도 가려했는데, 마침 친구네 동네서 30분이면 가는 곳이었던 것이다.

롱비치 가기 전 스벅에 들러서 커피도 사고. 이 동네 스타벅스는 LA에서도 꽤 유명한 것 같았다. 바닷가가 이렇게 잘 보이고, 석양이 지는 풍경이라니. 동네였으면 진짜 자주 왔지 싶다.

롱비치를 가던 중 친구가 혹시 컨테이너 야적장 이런데 가봤냐고 물었다. 물론이지! 난 그런 곳 좋아해! 라고 했더니 친구가 반가워하면 자기도 컨테이너가 항구에 쌓여있는 것 보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롱비치 야적장을 보면서 드라이브했다. 의외의 지점에서 통하다니! 대학교 때부터 무역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런 풍경을 좋아했다.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니 나 역시 너무나 반가웠다.

한산한 롱비치의 한 거리. 아마 여기가 롱비치에서 제일 힙한 곳인 듯한데 시간이 늦어서(저녁 9시밖에 안됐는데!) 문 연 가게가 별로 없다. 특히나 친구가 술을 못 마셔서. 걍 쓰윽 훑어보기만 함.

이렇게 롱비치까지의 드라이브로 첫 날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여행지에서의 아침 산책을, 특히나 바닷가 동네 산책을 너무 하고 싶었던 나는 오전 7시쯤 일어나 홀로 친구네 집을 나섰다.

크흐...이 풍경...친구네 집 언덕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바닷가는 정말 이 동네가 비쌀 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니 ㅠㅠ

홀로 스벅에서 커피 한 잔 하고, 돌아와서 친구가 해 준 아침 밥 먹고 LA 다운타운으로 고고!

다운타운에 주차를 하자마자 어디서 방금 파김치를 먹고 말을 하는 사람한테 나는 입냄새같은 냄새가 나길래 근처에 한식당이 있나...하면서 궁금해하던 차에 친구가 "이게 마리화나 냄새야"하고 알려줬다. 헐... 내가 미국에 오긴 왔나 보다.

길거리에서 마리화나 냄새도 맡고. 처음 마리화나 냄새를 맡게 된 나는 너무 실망(?ㅋㅋ)한 것이, 마리화나는 먼가 허브를 태우는 그런 냄새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너무 냄새가 역했다는 것이다. 나도 내가 왜 멋대로 그런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친구1의 동네도 그렇고 친구2의 동네도 주택가이고 다들 잘사는 동네라 위험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다운타운에 도착해서 처음 맞닥뜨린 것이 마리화나 냄새라니... 진정한 LA의 시작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애플 매장. 옛날 극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매장이라던데, 그 어느 애플 매장보다 고급져 보였다. 역시 회사가 돈이 많으니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던. 화장실도 매우 럭셜했는데, 화장실 앞을 가드가 지키고 있었다. LA에 노숙자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여행 중 미국의 빈부격차를 처음 느끼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애플 매장을 나와 그랜드센트럴마켓으로! 친구도 처음 가본다고 하는데, 여기도 관광객들한테만 유명한 건지 내 친구들은 왜 다 한 번도 안 가본 것인가!

그랜드센트럴마켓 가는 길에 친구가 사준 호르차타? 오르차타? Horchata. 네이버 지식 백과에 따르면 "덩이줄기(tube)인 ‘기름골(tiger nut)’을 설탕, 물과 함께 갈아 차갑게 마시는 스페인의 대표 음료"라고 한다. 하지만 LA에서 파는 것들은 멕시코식으로 계피와 바닐라를 넣는다고.
맛은 완전히 나의 취향 저격! 계피도 좋아하고 바닐라도 좋아하는 나는 한 모금 마신 순간 이걸 맨날 사먹을 것임을 느껴버렸다. 이때부터 시작인가? 멕시코 음식에 빠져든 게!

그랜드센트럴 마켓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에그슬럿(eggslut). 한국에도 들어왔지만 아직 못 먹어본 나는 이렇게 본점에서 먹게 됐다. ㅎㅎ 머 큰 기대를 안 하기도 했지만 맛은 괜찮했고. 너무나 상상 가능한 그 맛. 근데 여기의 매력은 맛보다 에그슬럿을 만드는 주방을 구경하는 것이다.
큰 철판을 가득 채운 베이컨이 익어가는 과정과 요리사들이 각각의 재료를 쌓아가며 하나의 완성된 버거를 만드는 것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ㅋㅋㅋ 레스토랑 게임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완전 게임 실사판이다 ㅋㅋㅋ

오르차타도 이미 하나 다 먹고, 에그슬럿도 하나 다 먹어서 배가 안 고팠는데(나이 드니 저절로 소식. 근데 살은 왜 찜?), 그래도 친구가 하나 더 먹자고 해서 오이스터를 3개만 시켜 먹었다. 아 맛있는데 너무 비싸.
그리고 여기서 발견한 미국의 신?문물. 바로 그린 핫소스!

핫소스라곤 타바스코 핫소스 밖에 모르던 나에겐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맛이 더 개운하고 프레시한 느낌이라 완전 반함. 그래서 집에 올 때 당연히 사 왔다지 ㅎㅎ

그리고 너무 개성 넘치고 예뻤던 그랜드센트럴마켓의 간판들.
맘 같아서는 더 있고 싶었던 곳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코로나 전에는 얼마나 많았던 거냐!) 다음 여행지로!

다음 여행지는 멜로즈거리였다.

여행 계획을 대충 짜는 나는 그냥 그날그날 땡기는 곳을 가는 편인데, 어딜 가나 고민하던 중 멜로즈도 많이 간다길래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예전에 살던 동네라고. 근데 여기가 노토리어스 비아지가 총 맞은 곳이라고 설명해준. 이 친구 나보다 더 힙합을 잘 아는데? 그리하여 드라이브 겸 코리아타운을 지나 멜로즈로 향했다.

티비와 영화에서 보던 팜트리가 줄지어있는 LA도로. 하늘이 맑아서인지 지대가 높은 건지, LA에서는 유독 하늘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행 내내 날씨가 이리 화창해서 비현실적인 느낌.

그렇게 멜로즈 거리를 갔다가 할리우드 거리를 지나 타이타운으로 갔다. 쇼핑할 것도 아니고 드라이브하면서 보는데 굳이 안 내려도 될 것 같았던.

그리고 찾은 것이 친구 둘이 극찬을 했던 타이 음식점 Pa Ord Noodle. 뭐라고 읽어야 하는 거야? LA 영어 쓰는 거 아니야? 왤케 다 읽기 어렵니.

내가 너무 사랑하는 똠얌국수.

그리고 쏨땀!!
정말이지 태국 음식은 늘 옳다.
너무나 맛나게 먹고 비싼 팁을 내고(미국 여행을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팁 문화다!) 이틀간 나의 여행지이자 숙소가 있는 산타모니카로 향했다!

숙취에 쩔은 나를 친구들은 살뜰히 챙겨서 데려가 줬다.
저녁에 먹을 다양한 식재료와 함께 와중에 나를 위해 숙취해소제 사준다고 마트에 들렸다. 해외여행 중에 현지 마트 구경하는 걸 참 좋아하는 나인데, 제정신이 아니라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
마트에서 충분한 쇼핑을 하고 다시 조슈아를 향해 우리는 달렸다.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원래 이런 자연경관을 보러 가는 것에 큰 흥미를 못 느낀다. 그럼에도 여길 가게 된 것은 친구가 '사막에 별 보러 가지 않을래?'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생각 외로 로망 부자인 나는 사막에서 밤에 별 보는 것이 나의 로망 리스트 중 하나였었다. 그러니 바로 오케이를 했다. 그러나 다른 친구 왈 "너가 생각하는 모래사막 아닌 거 알지? 그리고 그때 풀문이야. 별 잘 안 보일거야" "으..응?" ㅋㅋㅋㅋ
그래 나는 사하라 같은 모래사막에서 별 보는 걸 꿈꿨었다. 하지만 머 어때? 친구들과 해외에서 여행을 가는 건데! 뭐든 좋았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에 가는 길에 보였던 풍력발전기와 사막 같은 풍경들. 지난해 CL의 'Let it' 뮤직비디오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있었는데, 바로 여기였나 보다. 다행히 이때부터 숙취는 완전히 해소되었고, 컨디션도 돌아왔다.
국립공원에 도착해 안내소에서 여기저기 설명을 들은 후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친구에게 의지해 다녔기 때문에 뷰포인트 이름을 잘 모르겠다 ㅎㅎㅎ

히든벨리였나;; 날씨가 일단 너무 화창하고 좋았고. 다행히 4월이라 덥지 않았다. 여기도 나름 사막이라 여름에 오면 엄청 덥다고 한다. 내가 시기를 잘 선택했네.

파노라마를 안 찍을 수 없었다. 이번엔 그래도 나름 수평이 맞은 듯!

처음엔 '조슈아트리'가 그냥 누군가의 이름이나 머 그런 건 줄 알았다. 근데 바로 이 나무가 '조슈아'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였다. 세상 이리 1차원적으로 이름을 짓다니.

사막에도 꽃은 핀다. 모래사막만 생각해서 이런 색깔이 예쁜 꽃을 볼 수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실물로 처음 보는 도마뱀. 넘모 귀엽자나!!!

너무 특이했던 꽃. 마치 웨딩 부케처럼 생긴 게 인상적이어서 찍어봤다. 이름은 알 수 없다...

마치 조각상 같았던 나무. 먼가 굉장히 작품 같은 느낌이라 친구들과 나무에서 한 컷씩 찍어줬다.

너무나 전형적인 선인장.

다음 뷰 스팟은 스컬락(Skull Rock)이었다. 친구가 생각보다 그냥 그럴 거라고 했는데... 그렇다..ㅋㅋ 그래도 왔는데 봐줘야지.

일몰 시간인 7시 15분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석양을 보러 움직였는데, 나이스 타이밍! 마침 딱 해지기 직전이었다. 저 너머가 그 유명한 코첼라 벨리라고.

해가 사라지고 난 뒤, 여명이 아직 남아있다. 여기는 진짜 내가 대충 찍어도 너무 그림이 잘 나와서 더욱 마음에 들었던 곳.

3~4시간 정도의 조슈아트리 투어를 마치고 기대했던 우리의 에어비앤비 숙소로 왔다. 어플에서 본 사진들이 너무 예뻐서 조금 비쌌지만 고른 곳인데(미안하고 고맙게도 친구가 쐈다!) 거의 어플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아주 맘에 들어. 역시 예쁜 건 비싸.
늦게까지 고기 먹고 수다 떨고 잔 우리는 정작 이번 여행이 목적인 '사막에서 별 보기'를 깜빡 잊고 잠들었다. 수다삼매경에 하다못해 풀문도 볼 생각을 아예 못 한 우리 ㅋㅋㅋ 머 친구들과 즐거웠으면 됐지.

그리고 다음날 새벽. 한국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독특한 새소리에 깨서 홀로 숙소 밖을 나갔더니 이런 풍경이.

그리고 이런 우체통. 이국적이고 낯선 풍경. 이제야 미국에 온 걸 실감한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내가 미국에 있는 건지 한국에 있는 건지 큰 차이가 안 느껴졌는데 말이야.

조슈아나 팜스프링스를 가면 당연한 코스인 데저트 힐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에 관심 없던 나는 원래는 안 가려했으나 그래도 온 김에 가자는 생각에 들러줬다. 그리고 먹은 블레이즈 피자. 미국 서부의 유명한 피자 프랜차이즈인가부다. 도시로 돌아가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토핑도 직접 고를 수 있고.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에어팟으로 노래를 부르며 피자를 만들던 직원. 흥이 많은 친구였어 ㅎㅎ 하지만 마스크는 좀 쓰고 만들어주면 좋았을 텐데...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아서 괜히 한 컷. 코치와 나이키, 반스에서 쇼핑하고 다시 LA로 돌아왔다. 하지만 반스는 클래식 라인들은 전혀 세일을 해주지 않았고, 환율을 감안하는 한국이 더 쌌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나중에 환불 받음. 반스 환불정책상 구입한 나라에서만 환불이 가능하다니 참고하자!

때는 2022년 4월 13일. 2년 반만의 해외여행, 그리고 약 11년 만의 미국 여행이 시작됐다.
미국은 2011년에 뉴욕으로 출장 딱 한 번 가봤고, LA는 처음이었다. 애초에 LA는 내 취향이 아니라 친한 친구가 이민을 갔음에도 크게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 모든 순간이 소중해졌다. 나갈 수 있을 때 나가고,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 한다!
그래서 이번 LA 여행의 목적은
1) 친구 만나기. 마침 세 명의 친구가 LA에 거주하고 있었다.
2) 한 이틀 정도 일하기.
3) AMTRAK 타고 미국 횡단하기.
이 중 1번과 2번은 계획대로 됐으나 3번은... 어찌 보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는데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여행 후기 중에 공항, 기내식 후기 극혐인데 결국 나도 쓰게 된다. ㅋㅋㅋ 여행자들에겐 모든 순간이 소중하쟈나.
해외 입국자 격리가 면제됐지만 공항은 여전히 텅텅 비었고, 저 이동카도 이용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2005년 처음 해외여행을 시작한 이후 처음 타볼 수 있었다. 편하긴 했지만 아시아나 카운터까지는 내 두 다리로 또 한참 걸어야 했다. 머 좋은 경험이었어. :)
그리고 면세점도 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상품이 많지 않고 품절된 것도 많았다. 식당은 더더욱 문 연 곳이 없어서 먹을게 너무 없었다. 평소라면 절대 먹지 않을 던킨 도너츠 샌드위치를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ㅠ

여행을 자주 다녀서인지 원래 여행 전날에 특별한 설렘 같은 거 없어진 지 오랜데, (심지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설레지 않음을 느꼈다.) 이번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혹시 서류를 제대로 준비 못해서 '출국조차 못하면 어떡하지?'부터 '총 맞는 거 아니겠지?' '러시아랑 전쟁 나는 거 아니겠지?' 등등 오만 생각이 들었다 ㅎㅎ
특히 탑승구에서 저 비행기의 아시아나 로고를 보니 더 쿵쾅쿵쾅. 첫 해외여행 이후 매년 해외로 여행이든 출장이든 다녔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해외를 안 나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런 설렘과 긴장도 꽤 좋았다. 그동안 너무 무감각한 삶이었어.

예전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 앞자리가 의자도 편하게 제칠 수 있어서 사전에 이 좌석으로 찜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딱 비행기 날개에 걸려주고...

최근 몇 년간 길어봐야 5시간 걸리는 여행만 다녀서 잊고 있었는데, 장거리 비행에서만 받을 수 있는 슬리퍼와 칫솔.

쌈밥 말고 다른 거 먹으려다, 그래도 아시아나니까 쌈밥으로 시켰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야채 왜 이리 신선함? 김치는 내가 주주로 있는 (ㅋㅋ) 종갓집 김치가 나와서 아주 맘에 들었다. 평소였으면 맥주를 마셨겠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화이트 와인으로 기분만 냈다.

왜 비행기 커피는 항상 맛이 없을까? 예전에는 맛없는 대로 그냥 마셨는데, 이제는 진짜 맛없는 건 못 마시겠어서 아쉬운 대로 설탕과 프림을 다 넣어서 마셨다. 그랬더니 그냥저냥 마실만.

혜자스럽게 LA 출국자가 많지 않아 눕코노미로 갈 수 있었다! 누워서 한 숨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태평양 위. 망망대해 태평양 위에 있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밤 비행기라 컴컴해서 암것도 볼 수 없었다. ㅠ

두 번째 기내식. 중간에 간식을 준거 같지만 자느라 못 먹고. 젊었을 때는 어찌 세 번 다 챙겨 먹었던 거 같은데. 이젠 소화력 딸려서 기내식도 다 못 먹어서 아쉽지 않은... 두 번째 식사는 먼가 해산물 머시기였던 거 같다. 기냥저냥 기내식 맛.

드디어 LA상공! 저 멀리 하얀 글자는 그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이다. 날씨가 너무 좋았어!! 비행기에서 본 LA의 첫인상은 땅이 진짜 넓다. 그리고 집도 참 많다.
내가 탄 비행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로스앤젤레스 공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입국 심사만 1시간 넘게 걸린 듯. 특히 깐깐한 심사요원 때문에 더욱 시간이 지체되어 나의 짐은 배기지 클레임에서 끌려 나와 나머지 학생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 피곤해. 이럴 땐 역시 한국이 최고야 소리가 나온다.
고맙게도 아이 하교 시간에도 나를 데리러 나와 준 친구 덕에 편히 짐 싣고 친구네 집으로 고고! 하지만 첫날부터 술꾼 부부와 반가운 재회를 핑계로 와인과 맥주를 무한정 섞어 먹다 보니 여행 둘째 날은 숙취로 마주했다.
와... 술 마시고 다음날 쓸개즙까지 토한 게 얼마만이냐... 숙취 때문에 이튿날 오전은 그냥 날려주고 ㅋㅋㅋ 덕분에? 시차는 잘 적응했다는 ㅋㅋㅋ

나의 숙취를 위해 찾아간 친구의 단골 태국 맛집. 똠얌 국수와 소고기 쌀국수, 그리고 볶음밥.
이 날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나의 숙취로 인해 다른 친구는 갈 수 있는 거냐며 걱정을 했고 ㅋㅋ

와중에 쌀국수는 맛있었지만 위가 까끌까끌하게 느껴진 나는 또 바로 토해주고 ㅋㅋㅋㅋ 와 사회생활할 때였으면 상상도 못 했을 나의 모습인데, 친구라 편하긴 했나 보다 ㅋㅋㅋㅋ
가게 주인 분과 음식한테 좀 미안하긴 하다. 정말 맛났었는데 ㅠ
내 상태가 멜롱이었어서 그렇지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한국의 태국 음식과는 확실히 조금 다르다.
가게 이름은 BKK101 Thai Cuisine

아쉬운 대로 태국 음식을 먹고 친구들은 알쓰가 된 나를 어찌어찌 이끌고 조슈아트리로 출발했다.

2년 반 만이다! 나의 해외 여행! 10년 만이다 미국!
지난해 비행기가 너무 타고 싶어서 여수에서 잠시 국내선을 타긴 했지만 나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3월 말일자로 반백수가 될 예정이었던 나는 그동안 안 맞고 버티던 코로나 백신도 맞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백신 맞은 사람은 해외서 입국시 더 이상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방침이 떨어졌다. 나 반백수라 괜찮은데 ㅋㅋ
이렇게 조금씩 해외여행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있는 이시국. 미국에, LA에 갔다. 그리고 왔다. 한국 시간기준 4월 13일부터 28일까지 대략 15일이다.
본격적인 여행기에 앞서 내가 많이 도움을 받았기에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최신 출입국 정보를 정리해보려한다.
출국전 가장 궁금했던 건 그래서 코로나 음성확인서는 국문이면 되는거야? 였다.
물론 국적기(아시아나, 대한항공)에서 국문/영문 둘 다 된다고 공지했지만, 몇년간 해외를 못 나가서 살짝 쫄보가 됐고 만에 하나 재수없어서 돈만쓰고 미국을 못갈까봐 계속 정보를 서치했다.
하지만 갔다와보니 국문도 가능하다는 거. 나 왜 불안해했니? 그리고 미국에서는 꺼내보지도 않았다는 사실.
코로나 음성확인여부를 항공사에 일임했기에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적기의 경우 국문으로도 충분했다. 비싸게 영문으로 뽑을 필요없다. 미국에서는 확인 1도 안하더라!
특히 미국 입국시에는 백신 접종 증명서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스텔에서는 백신 접종 증명서를 100퍼센트 요구했고,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내부에서 식사할 경우 요구를 했지만 거의 확인하지 않았다.
백신이나 코로나음성확인서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재수없게 깐깐한 입국 심사요원이었다. 하필 내가 줄 선 창구가 블랙홀이라 앞에 두 사람이 빠꾸를 먹고...나만 걸리지 말아했는데, 내가 걸렸다 ㅋㅋㅋㅋㅋㅋ 아놔
첨에 순조롭다가. 왜 미국에 왔냐길래 기차여행하려고 왔다니까. 너 메케닉이야? 기차를 왜 타? 고칠려고? 청소하려고? ㅇㅈㄹ...아놔...
그러다 숙소를 물어보는데, 호스텔 주소를 썼더니 이걸로는 안된다고. 응? 왜? 다행히 친구네 집 주소가 있었고, 친구네 집이 공항근처인 컬버시티인 걸 확인하고는 급친절. 머지? 그 뒤로 미국은 몇번째냐. 얼마나 있다 갈거냐. 하더니 쉽게 입국을 허락해주셨다.-_-
아놔 재수털려. 암튼 그렇게 쉬운 듯 안 쉬운 듯 입국했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안써도 됐었는데, LA에서는 4월 22일부터 대중교통 이용시에는 다시 마스크가 의무가 됐다. 22일 게티센터 갔는데 모노레일 탈 때 마스크 써야만 탈 수 있었다.
국내 입국은 미국 현지에서 26일자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해외 pcr음성 확인서가 골치였다. 원래는 뉴욕에서 들어오는 거였어서 크게 걱정 안했는데 (뉴욕은 무료pcr 검진소가 많았다), 역대급 산불로 뉴욕을 못 간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LA에서 돌아와야했다.
문제는 내가 출국 이틀 전에 샌디에이고에 있었어야 했고, 여기서는 무료 pcr은 꿈도 못꾸고 그나마 대부분이 드라이브 스루 검사였다.
하지만 다행히 인터넷을 통해 어떤 혜자스러운 분이 샌디에이고에서 pcr 검사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셨다.
바로 https://worksitelabs.com 라는 곳인데, 하루만에 검사결과가 나오는 standard의 경우 $90로 상당히 저렴했다.
문제는 이곳을 찾아가는 게 만만치 않았다는 것.
샌디에이고 공항 근처의 주차장에 위치한 이곳은 건물까지는 쉽게 도착했으나 검사장소를 찾는게 너무 어려웠다.
호기롭게 샌디에이고의 트롤리를 타고 찾아간 나는 너무 쉽다며 자만했는데, 건물 앞에서 꽤 헤맸다. 다행히 친절한 아마존 프라임 기사분들과 다른 주차하러 오신 분들이 알려주셔서 잘 찾아갔지만, 무지 당황했었다.

WallyPark라 쓰여진 저 분홍색 주차 건물이 검사 장소가 있는 곳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여기로 걸어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P4까지 가야하는데, 주차장이라 내부에서도 엄청 헤맸다. ㅠ

그리고 여기가 검사소이다....
검사요원이 보는 앞에서 내가 코를 쑤시고 용액에 면봉을 담으면 수거해간다. 오전 10시 정도에 검사했는데, 밤 9시에 결과가 나왔다.
이후 한국에 무사히 돌아왔는데, 입국하면서 좀 귀찮았던 건 Q-code에 대해 사전에 잘 몰라서 헷갈렸던 거다. 해외백신접종자들에게 해당되는 건데, 전혀 정보가 없었어서 입국장 들어오면서 좀 헷갈렸었다. 부랴부랴 Q-code 작성하다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짝 짜증이 났었다. 국내에서 백신 맞은 사람은 걍 가면된다.
그리고 입국하고 나서 1일차에 pcr검사를 해야한다는 걸....입국하면서 알았다 ㅎㅎㅎ
입국자는 보건소에서 pcr 무료로 검사 받을 수 있는데, 이게 비행기표 등 입국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무언가를 가져가야한다고 들어서 살짝 곤란했는데(비행기 티켓을 하필 비행기에서 잊어버렸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막상 보건소에서 문진표 작성하고 해외입국자라고 하니까 그냥 검사해줬다.
이래저래 순식간에 미국여행을 갔다온지 일주일이 됐다. 지금 얼마나 바뀌었을진 모르겠으나. 나름 최신 정보라 자부하며...
이제 본격적인 여행기를 정리해보자! 부디...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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