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조금 게으름을 부리며 침대 위에서 뒹글~

여행의 마지막 날은 늘 이렇게 날씨가 좋을까? 머 날씨가 좋으면 기분도 좋으니 마지막을 즐겁게 누려보자고!

궁금했던 바닐라맛 펩시 콜라도 마셔보고. 코카콜라도 바닐라 맛이 있지만 난 펩시를 더 좋아하니까! 이런 콜라들이 늘 그렇듯 향이 강하게 나진 않는다. 그나저나 말레이시아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콜라도 다양한 맛을 판매하고 있다. 인구도 우리나라보다 적은데. 우리나라는 왜때메 불가능할까?

여행을 할 때면 그 지역 재래시장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쿠알라룸푸르의 유명한 재래시장인 초우킷(Chowkit) 시장을 찾았다. 아침 일찍가야 볼게 많지만 점심즈음 간 터라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근데 머 문 닫은 건 그렇다 쳐도 냄새가... 나같이 후각이 둔한 사람들도 힘들 정도이니...추천하긴 힘든 곳인 것 같다.

큰 실망을 하고 그냥 미드 밸리 메가몰로 자리를 옮겼다. 미드 밸리 메가몰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 불리는데,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지하 1층도 다 못 돌았다.

한참을 정신이 팔려서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배가 고파서 아직 시도 안 해봤던 새로운 메뉴에 도전했다. 바로 판미(Pan mee)와 로작(Rojak).

판미는 그냥 우리나라 칼국수와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김치 판미도 팔고 있었음 ㅋㅋㅋ 로작은 오이, 망고, 파인애플 등에 으깬 땅콩과 소스를 버무려서 먹는 건데 생각보다 맛났었다.

식사도 했겠다 커피를 한 잔 하려고 스타벅스로 갔는데, 또 갑자기 한바탕 스콜이 쏟아졌다.

근데 이번엔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세기말로 변신 ㅎㅎㅎ

2~30분가량의 스콜이 쏟아지고 난 후의 길거리. 꽤 운치 있다.

그리곤 언제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쳤냐는 듯 맑게 개인 하늘. 열대지방 날씨 매력적이야 ㅎㅎㅎ

그렇게 싸돌아 다니고도 시간이 남아서 (밤 11시 비행기라 후...)

다시 파빌리온 ㅎㅎㅎ 오며 가며 보기만 했던 파빌리온 지하 1층에 위치한 DOME이라는 카페다. 브런치와 파스타 등을 파는 것 같던데.

난 걍 아메리카노 ㅎㅎ 수리아몰에도 있고  싱가포르에서도 본 것 같은데, 꽤 유명한 프랜차이즈인가 보다. 잔 맘에 듦.

편안하면서도 조금은 심심했던 말레이시아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돌아오는 비행 편에 에어아시아 승무원이 일을 너무 못해서 배고픔에 화가 난 상태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그리고 추운 에어아시아 기내에서 벌벌 떨며 오긴 했지만. 동남아는 태국 말고는 큰 관심 없었는데, 말레이시아도 예상외로 인프라도 잘 되어있고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을 느끼고 옴. 역시 세상은 넓어.

말레이시아 쇼핑 품목들.

그중 문제의 막스 앤 스펜서 초코 퍼지 케이크. 처음 샀던 케이크는 비닐도 뜯지 않았는데 숙소의 개미들이 완전 장악해 버려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식겁했다. 후..

서양 드라마를 보면 나오는 초코 퍼지 케이크가 늘 궁금했는데 (한국에도 많이 팔긴하지만 현지인들이 만든 걸 먹어 보고 싶었음) 막스 앤 스펜서에 있길래 구입해봤다. 제조는 영국에서 했고 초콜릿은 영국과 벨기에 산이라고.

종이 상자 안에 비닐로 한번 더 밀봉되어 있던 초코 케이크. 아니 개미 놈들은 어떻게 저 안을 들어간 거지? 

꾸덕꾸덕한 초코 크림이 보는 것만으로도 달다 +_+

후... 저주받은 수전증 ... 결론은 맛있었다 ㅋㅋㅋ

말레이시아 여행 끝!!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전날이 되었다 ㅋㅋ

이날은 아침부터 빡치는 일이 생겼다. 아침으로 주문한 나의 나시르막을 그랩 배달원이 먹튀 한 것이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동안 현금으로만 계산하다가 이번엔 카드로 결제했는데, 이놈이 팁을 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난 가볍게 무시하고 밥을 기다렸는데, 안 오는 것이다! 전화도 안 받고. 황당 그 자체.

열받아서 바로 그랩으로 내 밥 도둑 맞았다고 항의하고, 안 되는 영어로 메일도 보내고 했다. (그랩은 이런 일이 종종 있는지 상당히 빨리 취소처리를 해줬다)

아마도 현금으로 계산하는 거였다면 안 튀었지 싶기도 하고. 암튼 즐거웠던 쿠알라룸푸르 여행에 오점을 남긴 놈이다. 이름이 압둘 머시기였는데, 내가 넌 저장해 놓는다.

암튼 그리하여 아침 시간도 훌쩍 넘기고 숙소에 먹을 거라곤 귀국하면 먹으려고 사놓은 인스턴트 나시르막과 어제 먹다 남은 프로슈토 정도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인스턴트 나시르막을 개봉 ㅠㅠ

나시르막과 삼발소스가 함께 동봉된 인스턴트 나시르막.

두 개의 파우치가 들어 있으며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봉지째 데워주면 된다. 3분 카레처럼.

계란도 오이도, 땅콩도 멸치도 없는 초라한 인스턴트 나시르막 ㅠ 프로슈토가 그나마 살려줬다. 후...그럭저럭 배를 채우긴 했음.

이 날은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남들이 다 간다는 곳들을 좀 가보기로 했다. 

우선 페탈링 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콰이차이홍(kwai chai hong, 鬼仔巷)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만난 고냥이. 슬슬 금묘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넘나 반가웠던 녀석.

온 김에 페탈링 스트리트 한 번 돌아봐주고. 군것질도.

밥솥으로 한 맛이 나는 카스텔라에 땅콩을 넣고 반 접은 건데, 딱 생각하는 그 맛이었음 ㅎ

페탈링 스트리트를 한 바퀴 돌고 슬슬 걸어서 콰이차이홍에 도착했다. 마치 옛날 상하이? 홍콩? 느낌인데, 중국인들이라면 향수를 느낄만한 곳이겠다 싶은.

칼 가는 아저씨 벽화

다양한 벽화들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벽화를 활용해서 사진들도 잘 찍더라.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장소.

한참을 걷는데 흐린 날씨에 갑자기 바람이 마구 불면서 비가 올 듯했다. 

마침 거의 다 구경하기도 해서 다시  Pasar Seni역으로 고고고

공짜 버스인 GO KL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디서 타는지 몰랐는데, 파사르 세니역에 정차한 걸 보고 한 번 타봤다. Go KL은 여러 라인이 있는데, 내가 탄 것은 그린 라인으로 부킷빈탕과 페트로나스 타워까지 왔다 갔다 하는 노선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비가 후드득 쏟아진다. 동남의 스콜이란.

GO KL 후기를 말하자면 확실히 공짜라 약간 외국에서 온, 돈을 아껴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았다. 또 대부분 남자로 조금 위협적이었음. 그러나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사람이 계속 전화를 하자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나와 그 사람에게 가더니 당장 내리라고. 그냥 경고하는 걸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짜 내쫓았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 무리들도 같이 내렸다. 와... 대박.. 솔직히 처음엔 약간 버스 탄 거 후회했었는데 운전기사 아저씨 보고 마음이 놓였었다. 먼가 안전하게 지켜주실 것 같다는 믿음이 100% 생김 ㅎㅎ 

부킷빈탕에 도착해서는 다른 GO KL버스를 기다리며(재미 들림 ㅋㅋ) 맥도날드를 찾았다. 전에 눈여겨 봐 둔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먹기 위해!! 중국에도 맥도날드나 KFC에 요우티아오와 죽, 또우장을 파는 아침세트가 있던데 말레이시아에는 나시르막을 팔다니! 너무나 신선하고 잼나는 체험인 것! 우리나라에 진출한 패스트푸드점들도 요런 것 좀 해주면 안 되나?

아침에 나시르막 사기 당한 것도 있고 해서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점심 메뉴로 정했다. 치킨 1조각짜리로 주문해서 15.40링깃. 싸진 않다.

상당히 사이즈가 크다.

프라이드치킨이 든 나시르막. 계란프라이가 약간 인공적인 모양이다 ㅎ 삼발소스는 꽤 매웠고 치킨은 다른 나시르막과 달리 너무 프라이드치킨이라 ㅋㅋㅋ 그럭저럭 맛나게 먹었다. 이런 경험 좋아!

점심을 먹고 다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로 향했다. 수리아 몰도 또 구경하고. 남들 다 간다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래 한 번쯤은 이런 유명한 관광 스팟도 와줘야지. 와중에 내가 찍었지만 꽤 잘 찍은 듯하여 만족스러움.

관광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마지막날 밤이기도 해서 라마다 스위트 1층에 있는 BLU APRON이라는 레스토랑 겸 바에서 한 잔 하러 들렀다. 마침 해피아워이기도 하고. 근데 보통 해피아워면 1+1 아닌가? 싱가포르도 그렇고 여기도 걍 할인 가격에 준다. 좀 짜다 ㅋ

분위기 좀 내보려 야외 테이블에 앉음. 근데...맥주양이...장난하나? 와중에 저 문구가 맘에 들어서 "Bad decisions make good Stories"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간단하게 트러플오일 감튀를 시켰는데 꽤 맛났다. 하지만 맥주가 너무 양이 적어 안주가 넘 많이 남은 관계로 맥주 한잔 더 주문 ㅋㅋ 이 스타우트 맥주도 넘나 맛났던 것! 

기분 좋게 두 잔 걸치고 숙소에 들어왔더니

또 이렇게 멋진 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 자기엔 시간도 이르고 마지막날 밤이기도 하고 다시 부킷빈탕 밤거리를 걸으러 나섰다.

늘 버스킹이 열리는 부킷빈탕 사거리. 그 위로 지나가는 모노레일과 초록색에 붉은 글씨가 인상적인 Lot10 백화점. 많은 인파. 나에게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꼽으라 하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보다 이 광경이라고 할 것 같다.

산책 후 잘란 알로 야시장을 찾았다. 역시 숙소는 잘 잡은 듯하다. 유명 야시장을 부담 없이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건 진짜 큰 메리트다.

식당은 지난번에 맛나게 먹었더 明记로!

타이거 맥주 하나 시켜주고.

지난 번에 여자들이 많이 먹는다고 추천해 줬던 건데. 궁금해서 함 시켜봤다. 굿 초이스. 고동?이라고 해야 하나 입으로 쪽 빨아서 안에 든 내용물을 먹는 건데 양념도 맛나고 맥주 안주로 완벽했다.

그리고 너무 맛난 사테! 이번엔 적당히 시켰다 ㅎㅎ

떼샷.

이날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사람 많은 곳이 더욱 많았고, 밤늦게까지 쿵짝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맛났고 즐겁고 약간은 심심했던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주일은 근교 여행을 하지 않으면 좀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섯째 날이 되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ㅎㅎ 그래서 이날은 그냥 KL센트럴을 함 가보기로 했다. 거기에도 Nu Sentral이라는 큰 쇼핑몰이 있다 하여. 쇼핑몰 투어나 해보기로.

그전에 그랩으로 나시르막과 테 타릭을 배달시켰다. 이번엔 나시르막 소통. 소통은 오징어를 뜻하는데, 어디선가 엄청 맛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함 시켜봤다. 맛은 머 나시르막 그 맛. 나시르막은 가게마다 다른 삼발 소스가 매력인 듯하다. 
쌀밥 먹을 때 단 음식 먹는 걸 안 좋아하는데 요 테 타릭은 꽤 잘 어울린다. 태국의 짜이와 비슷한데 좀 덜 달고, 덜 진해서 생각보다 자주 사 먹게 되는 음료다.
아침 먹고 이번엔 모노레일을 타고 KL Sentral로 고고고. 

마트부터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여기도 규모가 만만치 않지만 역시 파빌리온이 나은 듯. 그래서 걍 쉬면서 간만에 코스타 커피나 마셨다. 

그리고 나선 5층인가 6층에 있던 푸드코트에 가서 또 다시 나시르막을 ㅋㅋㅋ 이번엔 생선을 시켜봤다. 생선 위의 청고추를 다져서 만든 소스를 얹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좀 실망. 생선도 좀 딱딱해서 별로였다. 푸드코트도 맛난 곳은 맛나던데..
누 센트럴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우리나라 고터를 생각하고 갔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그래서 숙소로 복귀해 좀 쉬다가 다시 파빌리온을 갔다 ㅋㅋㅋ 
파빌리온에서 잘란알로를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잊지 못할 발 마사지를 받았다.

이흐어라고 읽어야 하나? 암튼 여기 넘버 7이라 불리는 마사지사가 있는데,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다. 아마도 혼혈?
근데 1년이 넘도록 낫질 않던 나의 왼쪽 발목을 정말 기적처럼 낫게 해 줬다. 병원 의사들도 찾지 못했던 내 발등 위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열심히 문질러주고 부항까지 떠줬는데, 신기하게도 잘 안 꺾이던 발목이 부드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완전 대박.
다른 발목도 최근에 부상을 당했는데, 상당 부분 호전되었다. 왼쪽 발목은 이제 마사지 받을 필요 없고, 오른쪽 발목만 이틀 뒤에 한 번 더 마사지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와 정말 이렇게 마사지 잘하는 사람은 태국 방콕에서 지인 추천으로 갔던 닥터풋 이후 처음이다. 
마사지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객가인 집안 출신으로 말레이어, 중국어, 객가어, 영어, 광둥어까지 총 5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대부분의 객가인 화교들은 4~5개 언어는 기본인 듯하다.
베이징 출신 와이프와 결혼해서 베이징에 이미 집도 사놨다고. 세상 부자셨어. 
나보고 결혼하라고, 나중에 대화할 사람 없어서 외로울 거라며 한국에서도 안 듣는 잔소리?를 여기서 들었다 ㅋㅋ
마땅한 남자를 못 만났다 하니, 자기가 마사지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을 보는데 자기 와이프에게 무례하게 구는 남자들이 딱 두 나라 있다고 했다. 바로 한국과 일본. ㅎㅎㅎㅎ
뭐 요즘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 세대분들을 보면 그럴 만두... 
암튼 아저씨도 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크림도 발라주고 부항도 원래는 안 해주는 건데 해주시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말라카만큼 인상에 깊이 남았던 시간이다. 

술 값이 비싼 나라라 술을 안 마시려 했는데, 파빌리온 지하 마켓에 이탈리아산 프로슈토와 코파를 팔고 있는 게 아닌가? 맨날 코스트코에서 파는 미국에서 만든 것만 먹다가 진짜 이탈리아산을 보니 안 먹어 볼 수가 있어야지 ㅋㅋ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도 한 병 함께 샀다.
아쉽게도 샴페인 잔이 없어 걍 유리컵 아무거나에 따라 마심. 먹다 남은 망고스틴과 람부탄도 함께.
말레이시아는 다른 종교도 인정하지만 대부분이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마트에 돼지고기와 술은 별도의 코너가 있고, 거기서 따로 계산해야 한다.  캐셔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만져서도 안되기 때문. 유튜브를 미리 보고 가서 다행이었지 싶다. 몰랐으면 실수했을 뻔.

처음 보는 스파클링 와인(대부분 처음 보는 거지만 ㅋㅋ)인데, 안 달고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한 병을 홀로 다 비우고도 담날 멀쩡했던.
이렇게 또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바 앤 뇨냐 뮤지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좀 더 작은 버전의 뮤지엄을 발견했다.

바로 말라카 하우스 MALAQA HOUSE. 입구에 중국계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안내를 하셨다. 

여긴 바바 앤 뇨냐와 달리 마음껏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중국 사극에서 많이 보던 가군데, 보통 여기에 앉아서 차를 마시던. 나도 넓은 내 집을 갖게 되면 집 안에 두고 차와 다과를 즐기고 싶다.

읽을 순 없었지만 멋진 서체가 맘에 들어서.

이런 걸 중정이라고 해야 하나? 바바 앤 뇨냐에도 이런 식의 중정이 있었다.

이런 의자와 탁자 역시 집 안에 두고 차나 마시고 싶다.

여기도 또 다른 중정

화려한 자개로 수놓은 의자와 탁자들

입구에서는 좀 작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와 보니 상당히 큰 집이었다.

바바 앤 뇨냐 뮤지엄보다는 화려함은 덜 했지만 더 정감이 갔던 곳. 아마도 저렴한 입장료(10링깃)에 옛날 작은 타일을 기념으로 가질 수 있었어? 그리고 작은 부채를 기념으로 샀는데 아주 맘에 들어 잘 보관 중이다. 사진을 안 찍어놨네;;

말라카 하우스를 나와 걷던 중 발견한 건물. 아마도 호텔로 쓰이는 거 같던데 화려하고 멋지다. 담에 여기 함 묵어보고 싶다.

영춘회관. 화려하다. 말레이시아 화교들의 사교 장소 같은데, 화교들은 자신들이 진출한 나라들에 이런 식으로 회관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이어 가는 것 같다. LA차이나타운에서 봤던 潮州会馆도 그렇고, 우리나라 향우회 같은 느낌인데 먼가 규모가 더 큰 느낌?

계속 걷다 보니 존커 워크의 또 다른 입구에 도착했다. 

존커 워크는 골동품 수집 매매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어떤 골동품들은 3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것도 있다고 한다. 또한 15세기 말라카 탄왕조?의 무사였던 Makam Hang Kasturi의 묘가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고.

그 외에 영업시간 등이 표기되어 있는데, 그렇구나... 말라카를 중국어로 马六甲라 표기한다는 걸 배웠다 ㅎㅎ

계속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했어 예쁜 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건물이 약간 대만 느낌도 나고 일본 느낌도 나고. 저 청록색과 흰색의 조화가 맘에 들었다.

메뉴명이 기억이 안 난다;;

맛은 좋았고, 분위기도 아늑하니 괜찮았던 곳.

다시 카페에서 나와 길거리 구경하다 발견한 모스크. 중국 회교도들의 모스크는 이슬람 전통의 모스크와 또다른 매력이 있다. 시안에서 봤던 모스크도 신기했는데, 믈라카에서 만난 중국화 된 모스크도 매력이 있다. 하지만 복장 때문에 귀찮아서 안에는 안 들어 감 ㅎ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믈라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야시장 탐방! :)

음식 파는 노점들이 정말 많았는데, 유튜브 보면서 궁금했던 오탁오탁(OTAK OTAK)을 맛보기로 했다.

구워지고 있는 오탁오탁

하나를 집어서 바나나잎을 벗겨보니 이렇게 생선살이 맛나게 구워져 있었다. 꽤 맛나서 완전 맥주 안주로 딱이던데. 맥주가 없어서 아쉬웠던. 

골목 여기저기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그다음은 커리 피쉬볼. 동남아 지역은 피쉬볼이 진짜 맛나다. 탱글탱글하고. 한국은 왜때메 이 맛이 안 날까? 맛은 커리맛에 양도 푸짐하고 아주 좋았음.

그다음은 돌돌. 말레이시아 디저트로 유명하다던데,

오래되어 낡은 테이블과 포커스 나간 사진. 엉망진창이군 ㅋㅋ 여러가지 맛이 있었는데 이건 아마도 코코넛 맛? 쫀득 달달하니 맛났다.

어느덧 존커워크 야시장에 어둠이 내리고, 난 쿠알라룸푸르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 와중에 화려하고 예쁜 건물들.

낮에 봤던 강변은 화려한 조명으로 마치 다른 곳인 듯 변신해 있었다.

한 시간 여를 달려 다시 돌아 온 쿠알라룸푸르 TBS버스터미널. 사람이 많긴 했지만 주변은 너무 무서웠으며, 무슬림계 그랩 운전사는 모른 척 나에게 거스름 돈을 덜 줄려고 해서 즐거웠던 믈라카 여행을 조금 기분이 나쁘게 마무리했다. 쯧. 

말레이시아 넷째 날 아침. 드디어 제대로 나시르막을 먹었다.

보통 닭고기랑 많이 먹던데 나는 소고기로! 가격은 8링깃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한 2,500원? 여기 살고 싶다 진짜 ㅠㅠ 

아침에만 여는 곳이지만 이렇게 간판도 있고, 전화번호도. 유명 나시르막집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든든하게 아침도 먹었겠다. 오늘은 믈라카 혹은 말라카를 가는 날이라 숙소에서 좀 거리가 있는 TBS버스 터미널로 갔다.

믈라카행 버스티켓. 13.40링깃으로 5천 원 좀 안 되는 돈이다. 버스 회사마다 가격이 다르던데 내가 탄 버스는 나쁘지 않았음. 

한 시간 좀 넘게 걸려서 믈라카 버스 터미널에 도착, 해상 모스크를 보러 그랩을 타고 이동했다. 그러나...경비 서는 분이 방문객은 시간이 지나서 들어갈 수 없다고..롸? 그래서 걍 먼발치서 사진을 찍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말라카해협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ㅠ(모스크에는 그닥 관심이..)

근데 또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더니 모스크 내부 관람은 안되지만 밖에서 구경하는 건 괜찮다고 들어와도 된다고...

잉? 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또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ㅋㅋㅋ 참고로 해상모스크 주변엔 카페나 편의점을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입구에 한 아주머니가 음료를 팔고 있을 뿐이었다. 건물들은 많은데 사람이 사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유령도시 느낌. 대부분 모스크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만 있지 싶다.

 그래서 미련없이 바로 이동. 그 유명한 네덜란드 광장.

믈라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여기가 말레이시아의 구(古)수도였다는 것과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기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 그래서인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또 페낭과 더불어 말레이중국 화교들의 거점이라고 들어서이다.

네덜란드 광장의 분수대.

네덜란드 교회.

그 외에도 다른 유명한 유적들이 있었으나  나의 목적은 존커 워크여서 패스 ㅎㅎ

존커 워크로 옮기려는데 울리던 종소리. 괜히 운이 좋게 느껴졌다 :)

네덜란드 광장과 존커 워크 사이에 있던 작은 강변. 많은 여행 유튜버들이 여기서 낮맥 한 잔씩 하던데. 건전한 여행을 위해 얌전히 산책만 했다. 생각보다 더 좋았던 곳. 1박 2일을 했어야 했다...누구야! 믈라카는 당일치기면 충분하다고 한 사람!

강변을 한 바퀴 돌아 한참을 걸으니 이런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남부지방 건물들의 특징인 기루. 햇살이 뜨거울 땐 해를 피해,  비가 갑자기 쏟아질 땐 비를 피해 걸을 수 있는 이 양식은 대만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게 바로 삶의 지혜인거겠지? 각 기후에 맞게 발전된 건축 양식들을 볼 때면 내가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상해여신'이라는 분을 만남 ㅋㅋㅋ '천상성모'라... 그래도 10링깃을 드리고 복을 빌었다. 복 좀 내려주세요.

조커 워크의 시작점인 开运们 운이 열리는 문이라. 괜히 더 마음에 듬. 요즘 자꾸 복이 트이는 거에 욕심난다. (나 불행해? ㅋㅋㅋ)

나시르막 먹은 후로 쫄쫄 굶어서 허기를 달래고자 들어간 식당 Famosa Chicken Rice Ball. 존커 워크 여기저기에 같은 간판이 보여서 엄청 유명한 집이겠다 싶어 방문했는데, 맛은 그닥...가격 대비 별로였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걷다가 발견한 옛 건물.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상당히 맘에 들었다.

존커워크는 야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는 특별히 구경할 만한 것이 없긴 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길거리를 걸으며 독특한 양식의 옛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랄까?

그러던 중 바바 앤 뇨냐(baba & nonya) 헤리티지 뮤지엄이 있길래 방문했다. 유료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바바 앤 뇨냐가 페라나칸, 즉 말레이시아인과 중국인의 혼혈의 남자,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청나라 말기 살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중국인과 말레이반도 현지인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대대손손 이어 온 역사가 이 집에 담겨 있다. 중국식 화려한 장식과 영국의 양식의 건축이 혼합된 이곳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렀던 곳.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전날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먹은 탓에 아침은 가볍게 열대과일로 시작했다.

내 사랑 망고스틴과 람부탄, 잭푸룻. 두리안 믹스커피(아마도?)와 함께. 좀 많나? ㅋㅋㅋ 망고스틴의 저 뽀안 과육. 싸게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줘야 한다!!

믹스커피를 마시긴 했지만 역시 아침엔 진한 블랙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그래서 스벅으로. 여기 컵마개 맘에 들어 찍어봤다. 우리도 저런 컵 뚜껑을 도입하면 스탑퍼도 필요 없고 좋을 텐데 말이야.

이날은 전날 가려다 만 므르데카 광장, 차이나타운 일대를 가기로 했다. 

므르데카 광장을 MRT를 타고 가면 Pasar Seni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역에서 이런 멋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Dayabumi Complex'라는 옛 말레이시아 철도청? 건물이라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멋진 고층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솔직히 우리나라 보다 멋진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다는 느낌.

이날의 첫 목적지 센트럴 마켓이다.

예쁜 하늘색이 칠해진 센트럴마켓 건물.

무려 1888년에 지어졌다고.

센트럴 마켓의 포토 스폿. 

센트럴 마켓은 원래 주석광산 커뮤니티를 위해 지어진 마켓이고, 수산물, 고기, 야채 등을 팔던 곳이라 한다. 나중엔 이 건물을 해체하려 했는데 말레이시아 헤리티지 신용기금이 이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참여해 지금의 컬처 마켓이 됐다고.

그러나 왜 건물의 외관 사진만 있느냐? 바로 건물 안에 볼만한 게 별로 없어서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이라는 이름이 민망하게 정말 정말 정말 구경할게 너어어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갔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아쌈락사 가게가 있길래 함 시켜봤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먹은 올드타운커피의 락사는 제대로 된 락사가 아니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던 터.

가격은 그렇다. 저렴하다. 대충 환율 300원으로 계산하면 3천6백 원? 4천 원 아래로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혜자스러운 말레이시아.

역시 올드타운에서 먹은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그렇게 맛없게 만들다니. 약간 우리나라 참치김치찌개도 생각나고 해장용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하마터면 락사를 오해할 뻔했네.

그렇게 락사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무리하고 므르데카 광장을 향해 나섰다.

므르데카 광장 가던 중간에 만난 생명의 강. 멋지게 잘 꾸며놔서 한참을 봤다. 이 강 옆으로 멋진 벽화가 그려진 건물들도 있었는데 못 찍었네;;

한 십여 분 넘게 걸어 도착한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중에 다시 들어가봤는데, 쿠알라룸푸르의 역사와 옛 모습을 사진과 미니어처로 전시하고 있었다. 카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패스.

그런데. 광장 입구에 레드카펫과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Deepavali'를 축하한다는데 도대체 'Deepavali'가 뭔지?

일단 궁금해서 계속 걸어갔는데, 먼가 말레이시아의 정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고, 기자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머야 큰 행사 열리고 있던 거?

신기한 건 여기저기 음식 부스가 있었는데 공짜라고 했다. 헤나도 공짜로 해주고 있었고. 그래서 먹음 ㅋㅋ

다양한 공연도 이어졌다. 뭔데 뭔데. 도대체 이 행사 뭐야?

알고 보니 힌두교의 최대 축제인 디파발리 혹은 디왈리라고 한다. 원래는 10월이라고 하는데, 왜 지금? 계획대로 전날이 왔었으면 못 봤을 행사인가. 정말 2022년은 나에게 "놀면 복이 오나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놀 때마다 운이 좋아?

그렇게 공짜 음식과 공연을 보고 원래 목적인 므르데카 광장으로 갔다.

광장 바로 앞에 이런 비석이. 바로 여기가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이라는 뜻이겠지?

드높이 펄럭이는 말레이시아 국기. 이제는 완전한 독립국으로 자신들만의 나라를 지켜가고 있는, 므르데카 광장의 깃발을 보자니 요즘 우리나라 생각나서 한숨만 나온다. 

므르데카 광장에서 보이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원래는 영국 식민지 시대 행정부 건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대법원과 섬유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공공도서관. 

중심지여서 그런지 므르데카 주변엔 멋진 건물들이 많았다. 마지드자맥이라는 모스크도 있었지만 굳이 안에 까지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패스.

므르데카 광장에서 걷고 걸어 차이나타운인 페탈링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너무 짝퉁 가게가 즐비해있어서 실망. 빠니보틀이 완전 맛집이라고 소개했던 호키엔미나 먹으러 왔다. 

빠니보틀이 가게 정보를 공개 안 해서 내가 정말 구글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찾아냈다. 가게이름은 '金莲記‘. 

빠니가 극찬한 호키엔미. 중국 푸젠출신 화교들이 즐겨 먹는다는 이 면은 약간 짜장면 같기도 하고 꽤 맛났다. 무조건 저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극찬하는 카이란 볶음 ㅋㅋ 중국인들이 하는 음식점에 오면 무조건 먹어줘야 한다.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요리. ㅠ

하루종일 싸돌아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복귀하는 길에 만난 특이한 과일 샐러드? 여러 열대과일을 토막 내어 고춧가루, 라임즙? 레몬즙?을 뿌리고 버무려 먹는 건데, 매콤 새콤하니 맛났다. 하지만 신맛이 체질에 맞지 않는 나는 많이 못 먹고 버릴 수밖에 ㅠ

알차게 돌아 다닌 나는 내 방에서 보이는 멋진 KL타워 야경을 보며 쿠알라룸푸르의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전 날 말레이시아의 백반이라 할 수 있는 나시르막 파는 곳을 알아둬서 아침 일찍 출동했다.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음식들이 줄지어져 있다. 하지만 밥이 준비가 안된 듯하여 다들 대기 중. 나시르막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쌀 밥에 삼발소스, 튀긴 멸치, 땅콩, 계란을 기본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선택해서 먹는다. 너무나 궁금했던 메뉴.
하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밥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서 포기 ㅠ. 난 포기가 빠른 녀자니까.

그리하여 맞은편에 있는 중식당으로 고고.

내가 시킨 것은 닭고기 죽이다. 아침으로 부담 없이 든든하게 먹기 딱 좋은. 저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가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무난하게 아주 잘 먹음.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전 날 쇼핑해 두었던 믹스 커피를 한 잔 했다. CHEKHUP이라는 브랜드로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라고 하더이다. 이 커피는 저 설탕스틱이 맘에 들어서 구입. 맛은 평범한 믹스커피인데, 설탕스틱 녹여 먹으니 좀 있어 뵌다? ㅋㅋ 선물용도 괜찮은 듯하여 하나 더 사서 지인에게 선물로 드렸다며.

아침을 그냥저냥 보내고 환전을 위해 파빌리온으로 넘어갔다. 근데 환율 너무 별로다. 하필 내가 또 우리 원화가 바닥을 칠 때 여행을 갔던 터라 저 모양 저 꼴. 이번 2월에 갔을 때는 3.43이었으니...말 다했지 머. 여행시기 거참.

암튼 환전을 하고 아침에 못 먹은 나시르막을 푸드코트에서 시켜 먹었다. 스트릿 푸드만큼의 기분은 안 나지만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었서 좋았다. 
나의 첫 나시르막에 대한 인상은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밥을 먹을 느낌이라 소화도 잘 되고 부담 없어서 상당히 좋았다! 솔직히 맛은 머랄까... 너무 평범한 맛? 저 닭요리만 빼고는 너무 익숙한 맛들이라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밥에서는 은은하게 코코넛 밀크 향이 올라와서 매력 있었음.

그리고 후식으로 ㅋㅋ 전날 못 먹었던 허브젤리를 먹기 위해 공화당으로!

굉장히 중국 스러운 그릇과 주전자이다.

요렇게 한방차를 젤리? 푸딩? 으로 만들었는데, 그냥 먹으면 쓰고 맛이 없다. 그래서 저 옆에 작은 주전자에 담긴 꿀을 따라서 함께 먹어줘야 한다. 나처럼 한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인 후식.

후식까지 잘 챙겨 먹은 나는 쿠알라룸푸르의 또 다른 대표 쇼핑몰인 수리아 KLCC에 왔다. 쿠알라는 정말 일주일 내내 쇼핑몰만 구경해도 다 못 볼 듯하다. 쇼핑몰이 엄청 크고 많고 몰려있고. 의외로 동남아 쇼핑의 천국은 쿠알라였다.

그렇게 수리아몰을 구경하고 있는데 막스앤스펜서가 엄청 크게 떡 하니 있는 게 아닌가! 
11년 전 뉴욕에서 처음 알게 된 막스앤스펜서. 그땐 출장 중이고 멋도 몰라 어버버 하다가 몇 년 후 홍콩에서 제대로 구경했는데, 패키지도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샀던 휴대용 장바구니가 넘 예뻐서 아직도 들고 다니고 갈 때마다 사고 그랬는데.
그러고 보니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들에는 다 막스 앤 스펜서가 있었다. 미국도 LA에선 못 봤는데(못 찾은 건지..) 뉴욕에서 목격했었고, 알고 보니 싱가포르에도 있고, 여기 말레이시아도. 좀 신기했음. 

여전히 예쁜 패키지 디자인들. 와중에 김이 있다 ㅋㅋㅋ 김의 세계적인 인기 어쩔.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수리아몰의 그 많은 매장들을 뒤로하고 막스앤스펜서에서만 요렇게 야금야금 쇼핑을 해봤다. 세제와 행주는 숙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나머지는 기념품? 근데 저 라벤더 티슈를 다 털어왔어야 했다. 향이 너무 좋고 질도 너무 좋은데 품절되더니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던 ㅠ 지금도 아껴 쓰고 있다..후...

이거 수리아몰에서 장 본 것들. 저 알리카페는 말레이시아의 인삼으로 불리는 통캇알리가 든 커핀데 , 다들 맛있다던데 나는 걍 일반 커피믹스와 차이를 모르겠... 스테미너가 살아나는 것도 잘 모르겠...
나머지는 구아바 말린 것과 너무나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탄산 맛인 '100+' 그리고 망고스틴!! 먼가 태국보다 싼 느낌인데. 내가 태국에서 비싼 동네에 있었어서 그런가. 암튼 열대과일은 말레이시아가 더 싼 느낌이다. 

이날 저녁은 록록(LOK LOK)이라는 말레이시아 꼬치 음식인데, 사태(satay)와는 또 다른 음식이다. 재료의 종류에 따라 튀기거나 데쳐서 내놓는데, 주인장의 추천에 따라 이것저것 시켰다. 

야채는 데치고 다른 재료들은 튀기고. 저 위의 소스들을 발라서 먹거나 찍어 먹으면 된다. 

총 11 꼬치를 시켰는데, 배 터져 죽을 뻔. 근데 나중에 유튜브를 보는데 어떤 남자 유튜버는 혼자 한 3~4 꼬치 밖에 안 먹더라? 후...내가 미련한 거냐 그 남자가 입이 짧은 거냐...결론은 맛있었음 ㅋ

배는 불렀지만 동남아에 왔는데 두리안을 안 먹을 수 있나 ㅋㅋㅋ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 두리안을 동남에서도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그리고 두리안도 종류가 많은데 무상킹을 최고로 쳐주고 그다음 우당, D24 등등으로 순위가 매겨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무상킹으로 ㅋㅋ

맨날 손질되어 있던 두리안만 먹다가 이렇게 즉석에서 바로 생두리안을 먹으니 맛이 더 풍부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무상킹 두리안은 그동안 먹어 본 것 중에서 가장 맛이 진하고 질감도 꾸덕하고 그랬다. 한마디로 맛있음. 다른 말로는 두리안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질색할 만한 그런 맛임 

양이 많고 배가 불렀지만 클리어. 언제 또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남겨선 안된다고!!
 

 

왜때메 시간은 이리 빨리 지나가며. 다시 말레이시아 여행을 앞두고 부랴부랴 정리한다.
심지어 사진도 12월에 올려놨었네 ㅋㅋㅋ 영어 공부한답시고 이리 내팽겨두다니.
일단 시작은 2022년 11월 1일이다. 나도 내가 코로나 끝나자마자 이렇게 빨빨 거리며 해외를 나갈 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말레이시아 항공, 대한항공, 에어아시아뿐이 없다. FSC항공사들은 비행기 값이 너무 사악하여 에어아시아로 선택했다.
오전 7시 50분 비행기라 고민하다가 걍 공항에서 밤샘. ㅋㅋㅋ 아침에 피곤하게 일어나느니 이게 낫겠다 싶었는데, 둘 다 별로임. 걍 편한 시간 때 비행기 타는 게 쵝오!

처음 타보는 LCC인데, 에어아시아는 특히나 악평이 한가득하여 연착 등등은 각오했다.
하지만 웬걸? 노연착이었다 ㅋㅋ 아 물론 소독한다고 조금 보딩이 10분 정도 늦긴 했지만 이 정도는 머 애교지.

늙은 할미에게 에어아시아는 지성팍이 맨유에서 뛰던 시절 스폰하던 회사로 익숙하다. 그 붉은색의 유니폼. 내가 그 비행기를 타게 됐다.

먼가 의자가 가벼워 보인다.

키 158인 나에게 좌석 앞뒤 간격은 널럴했다. 다만 좌우간격은 좀 좁은 편이라 덩치 큰 사람이 옆에 앉는다면 많이 불편할 듯.

그리고 대망의 기내식! 기내식은 비행기 타는 재미 요소 중 하나인데 아무리 저가비행기라고 해도 안 시킬 수가 없지! 그래서 예매할 때 함께 예약해 뒀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싸고 나중에 밥이 떨어져서 쫄쫄 굶은 불상사(이건 귀국 편에 자세히 얘기를...) 막을 수 있다.

커피는 예정이 없던 것인데, 메뉴판에 무려 '히말라야 솔트 라떼'가 있는 것 아닌가? 소금커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안 시킬 수가 있나! 하.지.만. 히말라야 솔트는 도대체 어디에? 그냥 달달한 믹스커피맛이었다...후...

식사 메뉴는 치킨 브리야니. 나시르막이 넘 궁금했지만 평이 안 좋길래 만만해 보이는 걸로 시켰는데, 무난무난했다. 머 걍 치킨 카레맛? 이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사람들은 걍 동남아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아마도 동남아 음식이 별로 일 듯.
동남아 향신료 들어간 음식들을 맛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맛없는게 아니라 향신료가 안 맞거니 한식 체질인 거겠지. 아님 새로운 음식 먹는 걸 안 좋아하거나.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밝혔으면 좋겠다. 동남아 음식에 대한 모독이야.

이건 아이스 마일로. 동남아에서는 아직도 마일로를 많이 먹던데, 궁금해서 시켜봤다. 어릴 때 먹었던 맛이 기억이 안 나서. 근데 싱겁다...

기내식 먹고 다운 받아 온 영상 보면서 드디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 미국은 너무 멀어 힘들고 일본이나 대만은 너무 가까워 아쉬웠던 나에게 딱 적당한 비행시간이었다.

영어와 말레이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는 공항
이때가 이태원 참사가 있고 얼마 안 되었는데, 입국 심사원과의 대화가 참 착잡하게 느껴졌다.
입국 심사원 : 한국 어디서 왔니?
나 : 서울에서 왔어
입국 심사원 : 너도 이태원 갔었니?
나 : 아니
입국 심사원 : 잘했어
아놔...발목이 다쳐서 여행을 취소할까 말까 하다가, 이태원 참사가 터져서 (밤새 유튜브로 생중계 지켜본 1인), 참사가 터진 것도 터진 거고 이 정권이 너무 그지 같이 일을 처리해서. 설마 세월호 같은 일이 또 터질까 했는데 더 심각하고 사악하게 터져버려서 한국에 있기 싫어서 온 여행인데. 너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 + 이 정권에 대한 극혐수치가 또 올라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또 빡치네.

암튼 무난하게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왔더니, 말레이시아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무조건 알게 되는 올드타운화이트커피가 뙇 있었다.

다들 카야토스트에 커피를 마시지만, 비행기에서 커피를 마신 탓에 말레이시아 밀크티라는 테다릭을 마셨다. 맛은 태국 짜이처럼 진허니 맛나다.

그리고 내가 시킨 것은 락사! 아쌈락사가 워낙 유명하다길래 함 시켜봤다.

화교가 만든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국수가 중국 미펀이랑 비슷하다.

근데 파인애플이 들어있네? 응? ㅋㅋ
약간 역한 맛이 나서 실패한 듯. 이게 아쌈락사가 나랑 안 맞는 건지, 아님 익숙지 않은 맛이라 별로였는지, 이 올드타운화이트커피가 요리를 못 한 건진 모르겠는데, 추천은 안 한다. ㅋㅋㅋㅋ 하지만 나중에 다른 푸드코트에서 먹은 아쌈락사는 맛있었음. 멀까?

그랩을 기다리며. 구름과 하늘 머선 일이니? 그랩은 PINTU5에서 잡으면 됨. 아마도 PINTU가 말레이어로 출구라는 뜻인 듯. 센트럴로 고속열차 타고 그랩 잡아서 숙소 가면 한 10링깃정도 싸지만,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그랩 타고 감. 발목도 안 좋고.

이국적인 풍경. 구름이 너무 예뻤고 이게 열대지방의 구름인가? ㅋㅋㅋ

나의 숙소는 부킷빈탕의 라마다 스위트. 건물은 라마다 스위트이지만 grey stone이라는 업체가 임대해서 영업하는 형태였다. 원룸에 주방과 세탁기가 있어 묵기 좋은 레지던스 호텔이다.

샤워부스가 있는 욕실+화장실. 냄새도 안 나고 깔끔했지만 애기 바퀴벌레가 있었...근데 너무 너무 작아서 걍 참고 씀. 일주일 동안 두 마리 나와서 다 작은 걸루 낫 배드. 이것도 싫은 사람은 고급 호텔 추천.

심플한 침대와 타월

소파와 TV, 넷플릭스, 식탁 등 혼자 지내기엔 적당한 곳이었다. 물론 좀 낡긴 했지만...

냉장고가 아주 좋진 않지만 낫배드. 식기 등도 잘 갖춰져 있었다.

베란다 뷰. KL타워가 보인다.

다른 방향에서는 파빌리온도 보이고.

하지만 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잘란알로 야시장이 5분 거리에 있다는 것! 이제 막 오픈하기 시작했다.

너무 음식점이 많았는데, 그냥 가장 크고 사람 가장 많은 곳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유튜브 보니 빠니보틀이 공형철인가랑 같이 간 곳이 여기더라며. 꽤 맛집인 듯했다)

구운 생선이 주력인 맛집인 듯.

하지만 나는 카이란이 더 눈에 들어왔고요! 어흐 동남아 와야만 먹을 수 있는 것. 최대한 많이 먹어줘야 한다.

사태. 사태는 정말 1도 관심 없었는데, 그래도 또 유명하다니 먹어보자 해서 시켰는데. 세상에 무슨 일이니. 나 걍 일식 꼬치집 1 에서 파는 꼬치생각하고 먹었다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환장했자나.

그리고 주 메뉴인 그릴드피쉬. 안 맛있을 수가 있나? 겉바속촉에 소스도 너무 맛나고. 사태를 넘 먹어버려서 맘껏 즐기진 못했지만 너무너무 맛났던 것.

올드타운화이트커피에서 망친 첫 현지식을 잘란얄로에서 커버하고 소화시킬 겸 밤산책에 나섬.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이 풍경. 아주 맘에 든다.

무슨 날인지 모르겠는데 말레이시아 국기가 여기저기. 원래 이런 건가?;

한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파빌리온. 화려하다.

화려한 쇼핑몰을 실컷 구경하고 발이 아파서 카페를 헤매던 중 발견한 찻집. 유튜브에서 저 젤리허브차를 먹는 걸 봤는데, 이 날은 배가 너무 불러서 담날 먹기로.

대신 소화도 잘 되고 머 그렇다는 廿四味 차로 마심. 사전에 따르면 광동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냉차 중 하나라는데 아이돌 그룹 이름이기도 한가 봄 ㅋㅋㅋㅋ
하지만 맛이 너무 쓴 거. 한약 잘 먹는 나도 쉽진 않았다 ㅠ 괜히 사탕을 준 게 아니었어.
이렇게 말레이시아에서의 첫날은 마무리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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