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무더위에 땀철철 흘리며 유달산을 등산하고 드디어 하산이다!
하산길에 손혜원 전 의원이 최고의 휘낭시에 맛집이라고 극찬한 채옥순 디저트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마침 목포 마지막 메뉴인 홍어애탕을 먹으러 가는 길에 있어서 들리기 딱 좋았던.

내리막길을 걸어오다 보니 채옥순 디저트 카페가 바로 눈에 띈다. 실례합니다~

뒷마당이 있는 1층과

이국적인 느낌의 2층

주인장의 빈티지 수집품들이 인상적인 카펜데, 개인적으로 이 나전, 자개액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청록색에 자개가 어우러진 색감이 넘 고급지고 럭셔리하다!
난 일단 무지 더웠지만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줘야 하니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시나몬 휘낭시에를 주문.

캬.. 커피잔 색깔 봐. 너무나 내 취향이잖아. 물어보니 파이렉스 빈티지란다. 그릇 브랜드 문외한이라 찾아보니, 상당히 유명한 거 같음 ㅎㅎ
커피는 드립인데 적당히 구수하니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고, 휘낭시에는 오...원래 휘낭시에가 이렇게 쫜득한건가? 먹어보면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맛별로 구매해 옴 ㅋㅋ 오리지널, 시나몬, 무화과, 유자 총 4가지인데, 역시 난 시나몬이 좋아.
카페에서 더위도 식히고 커피로 기운을 좀 차린 후 목포진으로 향했다.

목포 올 때마다 들렀던 '행복이 가득한 집'.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못 들렸네. 일본식 가옥에 정원이 인상적이었던 곳인데.

그 앞에 자리한 옛동양척식주식회사. 여기도 목포근대역사관으로 운영 중이다. 다들 봤던 곳이고 시간이 없어 이번엔 패스~

저 사슴수퍼마켙은 지난번에 왔을 땐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젠 문 닫았나 봄 ㅠ
조금 더 걷다보니

목포진지 안내가 나온다. 근데 '소년 김대중 공부방'은 뭐지? 의문을 품고 좁은 오르막 계단을 올라간다.

오 깃발 ~ 조금 더 오르니

목포진, 전라우수영이라는 깃발이 나부끼고

멋진 나무도 한 그루
응 근데 저건 뭐지?

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년 시절 공부하시던 곳을 이렇게 기념관으로.

과거로의 여행. 소년 김대중은 이 경치를 뒤로하고 열심히 공부했나 봄. 나였으면 바깥 풍경 구경하느라 멍 때리고 있었을 것 같은데 ㅋㅋ
이 동네 낡고 허름하긴 하지만 경치는 참 좋더라.
다시 발길을 돌려 목포진지를 향해.

대전 남간정사에서도 봤던 건데, 난 우리나라의 이 홍문이 그렇게 멋지더라.

목포지관.

그리고 이곳이 목포진이었음을 확인시켜준 공덕비들. 이것도 일본 놈들이 묻어버렸는데, 해방 후 발견한 것이라고.
이젠 기차시간까지 1시간도 안 남아서 얼렁 마지막 식사를 해야 한다. '목포라면 홍어라면'으로 고고고!

오늘의 메뉴는 홍어애탕. 애탕을 그렇게 즐겨 먹진 않는데 궁금해서 마지막 메뉴로 정했다.

얼큰한 청양고추 송송. 시래기는 직접 말리신 것이라고. 

홍어애와 내장이 너무 많아서 그것만이라도 다 먹고 가자고 열심히 퍼묵.
정말 신기한 건 나 진짜 청양고추 먹으면 물 마시다가 다른 거 아예 못 먹는데, 여기 청양고추는 너무 신선한 느낌이 들고 너무 맛나다. 정말 신기해. 그렇게 한그루 호로록 비우고. (다 비우진 못 함. 양이 진짜 많음)
다음을 기약하며 기차 타러 고고고!
막판에 시간이 빠듯해서 먼가 제대로 정리 못하고 기차 탄 느낌이다 ㅎㅎ


서울 올라가는 기차에서 아까 사 둔 쫀데기를 꺼내 봄. 가격은 저렴하진 않지만, 쫀데기가 도톰하니 조금씩 뜯어먹는 재미가 있었다. 가게에서 방금 나온 쫀데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맛났는데, 역시 그냥 먹으면 좀 별루다.
그렇게 쫀데기와 함께 짧았던 1박 2일 목포 여행 마무리~

목포 여행 둘째 날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유달산 등반이다.
유달산 등반한다면 많이들 비웃겠지만 ㅋㅋ 나 같은 등린이에게는 적당히 힘들고 도전할만한 산이다.
원래는 날이 더워 아침 일찍 가려했는데, 요즘 넘 부지런히 생활하다 보니 이날은 토요일이기도 해서 조금 게으름을 부렸다. 그러다 보니 벌써 체크아웃할 시간. 이런.
그리하여 우선 점심을 먹고 기차역에 짐을 보관하고 등산을 하기로 했다.
이날 아침겸 점심은 바로 중화루의 중깐.

여기도 목포 MBC 유튜브를 보던 중 알게 된 곳인데, 화교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중깐이란 중화루에서만 파는 메뉴로 면은 기스면이나 울면에 쓰이는 얇은 면에 간짜장 소스를 함께 내어주면 비벼 먹는 짜장면이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 찍어 봄. 중깐은 일반 짜장면에 비해 비싼편이다.

얇은 면과 푸짐한 간짜장. 중깐이 드디어 나왔다! 슥슥 비벼서

한 젓가락 듬뿍 입 안에 욱여넣으면. 오호.. 이거 괜찮은데?
중깐은 중국요리를 먹고 나면 너무 배불러서 일반짜장면을 먹기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을 위해 선대 사장님께서 개발하신 메뉴라고 한다.
나같이 두꺼운 면을 싫어하고 소화를 잘 못 시키는 사람들에게 너무 좋은 메뉴다. 원래 울면이나 기스면도 좋아해서 이 면이 너무 맘에 들었다. 서울에서도 파는 집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첫날 봐뒀던 목포 쫀데기를 사러 갔다. 바로 길 건너편에 건물 하나가 쫀데기만 파는 건물인 게 신기했는데, 이렇게나 장사가 잘되다니.

박나래가 나혼산에서 소개해서 화제가 됐던 걸로 아는데, 난 방송은 못 봤는데 알 정도면 정말 화제이긴 했나 보다.
일단 5개들이 2 상자 사고, 맛은 나중에 보는 걸로! 목포역사에 짐보관함에 가방을 넣어두고 드디어 유달산을 향해 걸었다.

십여분 걷다 보면 나오는 옛일본영사관. 현재는 근대역사문화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긴 이미 여러 번 봐서 외관만 사진 찍고 패스.
이 일본영사관도 그렇고 대전의 옛 충남도청사도 그렇고. 일본 놈들이 지어놓은 건물들 보면 다 정면에 대로가 뻥 뚫려 있어서 위치를 참 잘 잡았다 싶다. 이 건물에서 내려다보면서 그놈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 재수 없어.

영사관 뒤편에는 일본 놈들이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방공호가 있다. 여기도 전에 봤었지만 한 번 더 찾았다.

왜냐. 일본놈들 욕하고 싶어서. 일본놈들이 지들이 쓸 방공호를 조선인들을 마구 부려 만든 곳이다. 요즘 들어 너무 싫어지는 일본. 이거 보면서 더욱 욕함.
방공호와 옛 영사관에서 빡침을 뒤로하고(굳이 찾아가서 빡치기 ㅋ) 살살 오르막을 걷다 보면

노적봉이 나온다. 반가워~

자 이제 본격적으로 유달산을 올라볼까!

그전에 충무공께 참배드리고. 하...이 나라를 어쩔까요 장군님 ㅠㅠ

유달산 이야기. 그렇다고 한다. 처음 목포 왔을 때부터 유달산이 난 너무 좋았다. 아늑하면서도 쉽지 않고. 바다와 마을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산. 한때는 유달산 밑자락에 숙소 구해서 한 달 살아볼까 생각도 했었다. 아침마다 산책하고 그러면 살도 빠지지 않을까? 하고 ㅋㅋ

계속해서 산에 오르는데, 이런 카페가 생겼다. 오! 전망 좋고. 하지만 난 더 올라가야 한다.

1차 전망. 무슨 정자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ㅋ 그냥 바람도 너무 시원하고 경치가 좋아서 잠시 쉬었다.
전망을 보고 조금 걷는데, 역시 여름 낮에 등산하는 자살행위다. 너무나 더워서 별로 안 걸어도 땀이 뻘뻘 났다. 마침 둘레길이 나타나 숲길로 한참을 걸으니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달성사가 나타났다. 원래는 보광사를 가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발길이 달성사로 향했다. 이게 다 인연이겠지?

달성사는 대웅전이 없고, 극락보전이 있었다. 공양미도 올리고 기도도하고. 뭐든 잘되게 해 주세요!

오 이게 나쁜 놈이 마시면 말라버린다는 그 우물인가! 너무나 우울정자로 만들어져서 괜히 신기함.

명부전의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1719년에 만들어진 거라는데, 임진왜란 이전에 조성한 불상 조각 중 지장보살 삼존상과 시왕상이 모두 전해지는 건 이 달성사의 명부전이 유일하다고 한다. 오 이래서 발길이 닿는 대로 가야 해.
멋진 절을 구경하고 다시 보광사로 가려했는데, 길을 못 찾겠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찾을 수가 없더이다. 정말 달성사가라는 부처님의 뜻이었나.
원래 명부전도 안 가려고 했는데, 웬 벌 한 마리가 내 주위 가까이 맴돌아서 피하려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런 신비주의 안 좋아하지만 신기하잖아! ㅎㅎ
절에서 나와 보광사를 못 찾고 헤매다 보니 일등바위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그래 기왕 온 거 정상에나 올라보자.
유달산의 일등바위는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기 위해 영혼이 대기하는 곳이라고 한다. 심판을 받고 나면 삼학도의 학을 타고 극락으로 가던가 고하도의 용인가 거북이를 타고 용궁으로 간다고. 이런 스토리 넘 좋아. ㅎㅎ
한참을 걸으니 40m만 가면 된단다. 40미터쯤이야 껌이지!

하지만. 산에서의 40미터는 평지 40미터와 아주 많이 달랐다. 내가 방심했다. 이 계단지옥.
그나마 최근 열심히 운동해서 덜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했다. 

죽겠다 싶을 때쯤 일등바위가 나타났다. 흐어...힘들어

해발고도 228M! 어디 자랑할만한 높이는 아니다 ㅋㅋ 지난달에 올랐던 북악산 청운대가 293M였는데, 그것보다 낮네;;

바다와 마을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한참 경치를 감상했다. 하지만 더워.. 날이 너무 좋아도 힘들다;; 하산하자!

5년 만에 목포를 찾았다.

날씨가 예술이었다. 이렇게 또 나를 반겨주는 목포.

목포를 처음 간 건 2007년 3월이다.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처음 홀로 떠나는 여행을 했던 곳이 바로 목포다.

목포를 갔던 건 당시 신문에 목포와 군산에 근대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를 잘 보전해야 한다는 기사가 실려서이다. 당시 호기심에 떠났던 여행인데, 생각보다 좋았던 기억에 5년 전에도 회사를 그만뒀을 때 두 번째로 찾았었다. 

그리고 이번엔, 회사를 그만둔지는 1년이 넘었지만 돈은 벌고 있어서 흠... 지난 두 번과는 좀 다르다 ㅎ(먼 소리야)

암튼 목포 여행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넘 놀랐다. 나 지난 5년 간 뭐 하고 살았니?

목포 도착 후 숙소를 찾아가는데, 고양이 골목이란 것이 나타났다. 아니 고양이면 무조건이지!

그렇게 아주 작은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으면 한참을 보냈다. 생각보다 너무 예쁘게 잘 꾸며서 감동했잖아.

저 에어컨 실외기 밑에 매달린 고양이 보입니까? 아이디어 너무 좋다. 이거 꾸민 사람 누군지 너무나 칭찬해!

그렇게 한참을 넋놓고 놀다가 정신 차리고 숙소를 찾았다.

내가 머물 숙소는 건맥stay. 1층에는 1897 건맥펍이라는 호프집도 있다. 그동안 목포를 오고 싶어도 자주 오기 힘들었던 이유가 적당한 게스트하우스가 없어서였는데, 그사이에 꽤 많이 생긴 것 같아서 아주 반가웠다. 여긴 손혜원 전 의원이 페북에 소개해서 알게 된 곳인데, 적당한 가격에 깔끔해 보여서 선택했다. 특히 목포 젊은이들이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 같아서 취지도 좋고, 목포를 애정하는 1인으로 힘을 좀 보태고 싶기도 했다.

참고로 목포 해상물상가거리에서는 8월 19일까지 토야호라는 입장료 1만원에 생맥주 무제한 축제가 있다고 한다. 시간만 맞으면 왔을 텐데 사정상 ㅠ.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 조만간 또 와줘야지 :)

암튼 나의 숙소는 203호 싱글 룸이었다.

1박 2일동안 혼자 지내기에는 적당한 크기

깔끔한 화장실과 어매니티, 타월 제공.

기존 여인숙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1박 5만 원)에 깔끔한 숙소를 찾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짐을 대충 풀고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2007년 처음 목포 왔을 때 이 자연사 박물관을 너무 재밌게 관람했던 기억이 나서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그때 인상 깊었던 것이 이 공룡뼈였다.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박물관에 자리한 큰 공룡뼈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신났었는데, 어째 그때보다 더 많아진 거 같다.(물론 복제품이지만) 와중에 진짜 공룡뼈를 목포 자연사 박물관에서 구입하여 전시한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무슨 공룡뼈인지 기억은 안 남 ㅎㅎ) 그걸 본 것만으로도 목포 여행 뽕 뽑았다고 생각한다 ㅎ

신나게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고 갓바위를 보러 갔다. 예전에 엄청 멀게 느껴졌는데, 자연사박물관에서 너무나 가깝더이다. 날씨 무슨 일이니? 나 요즘 여행할 때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자꾸 하늘이 나보고 더 놀라고 하는 거 같아 ㅋㅋㅋ

무려 16년 만에 찾은 목포 갓바위. 여러 썰이 있던데, 머..재미는 없어서 ㅎㅎ. 전에는 갓바위를 정면으로 보려면 배를 탔어야 했는데, 이젠 다리를 걸으며 편하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5년 전보다는 목포가 그래도 좀 더 여행객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짧은 갓바위 구경을 끝내고 났더니 군것질 파는 트럭이 보였다. 오 근데 소라가 있다. 이런 건 또 먹어주면서 걸어야지~

소라를 먹으며 평화광장까지 바다 구경 겸 산책을 했다. 너무 평화로워. 2007년에 이 길을 자전거 타고 놀았는데, 자전거 대여소가 안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아가씨 둘이 뭐 홍보할 게 있다고 붙잡았다. 근데. 신천지였다. 

아니 사이비 정권이 들어서니 신천지들이 대놓고 활동한다. 목포 평화광장에 마이크로 자기들을 신천지라고 소개하면서 홍보를 하는 광경을, 내가 보게 될 줄이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진짜로?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정말 어이 상실. 이 사이비 정권 언제 끝나노? 아으 짜증.

그렇게 사이비 신천지들을 극혐하며 한참을 걷는데,

엇! 여행하기 전 유튜브에서 봤던 쑥굴레다. 김영철 아저씨가 동네한바퀴 프로에서 드시던.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짜잔~ 쑥굴레는 쑥떡에 앙금을 씌우고 조청에 담가 먹는 디저트다. 원래는 경상도 음식인데, 경상도 아지매가 목포로 시집와서 목포에도 전파가 된 음식이라고 한다. 본점은 원도심 쪽에 있고, 여긴 평화광장점.

또 멀리 떠나간 포커스. 아이폰으로 포커스 좀 잘 잡아보고 싶다. 근데 앙금도 단데 달디 단 조청까지 찍어먹으니 너무 달다. ㅋㅋ 쑥맛은 거의 못 느끼겠고. 한 번쯤은 먹을 만 한데, 글쎄.... 나처럼 단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인 것 같다.

쑥굴레를 먹고 또 한참을 걸어 영산강 하구둑까지 왔다. 왼쪽이 영산강 오른쪽이 목포 바다다. 16년 전에 저 하구둑도 자전거 타고 달렸는데, 이젠 통제하나 보다. 당시엔 왼쪽의 저것이 영산강인 줄도 몰랐다 ㅎㅎ 옛날엔 홍어가 저 강을 따라가다 보면 삭았다는 거지?

한바탕 걷고 났더니 힘들어서 잠시 숙소로 복귀했다.

적당히 휴식을 취한 후 슬슬 저녁을 먹으로 나왔다. 미향의 도시인 목포인데, 아직 제대로 된 밥을 안 먹었다니! 민어골목이 바로 옆이라 민어를 먹으러 나갔다.

민어골목으로 가던 중에 발견한 일본식 상가주택들. 예전에 왔을 때보단 확실히 골목에 좀 더 생기가 돈다. 그땐 진짜 다들 방치되어 있어서 낮에 걷기도 좀 무서웠는데.

그리고 도착한 '민어의 거리'ㅋㅋ 아니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ㅎㅎㅎ 근데 민어집은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었다. 민어회 포장정도? 하 슬프고 서럽네. 쯧.

그래서 방향을 틀어 홍어라면을 먹으러 갔다. 목포 MBC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곳인데, 나중에 주인장께서 편스토랑에도 나왔다고 하시더이다. 세상 유명한 집이었어 ㅎㅎ

가게 앞에 수국에 색깔별로 너무 예쁘게 피어있다! 

메뉴가 홍어라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많다. 오 그렇다면. 혼밥세트 1번이요!

묵은지와 단무지를 먼저 내어주신다. 김치는 전라도 지라~  5년이나 묵은 김치란다. 김치가 5년이나 묵었으면 더 이상 김치가 아니라 약이지 약. 오 새콤하다. 근데 생물 황석어를 넣어 김치를 담그셨다는데 오래 묵어 그런지 비린내도 전혀 안 나고 맛난다.

곧이어 나온 홍어회. 크 그 비싼 홍어회를 요로코롬 파시니 넘나 좋구먼유.

알려주신 대로 밥, 홍어, 김치와 함께 먹으니 우와 김치의 신맛은 사라지고 단맛만 남았다. 홍어는 적당히 삭아서 초보자도 먹을 수 있을 정도고. 이 집 홍어 제대로 하시네.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홍어라면 등장! 두둥!

홍어를 진짜 잔뜩 넣어주셨다.

코가 뻥 뚫리는 맛의 홍어라면. 나중에 알고 보니 저 고추 청양고추라고. 세상에. 맵찔이인 나한테 청양고추가 하나도 안 맵게 느껴졌다. 홍어 때문인 건가? 너무나 신기한 경험.

홍어라면 너무 맛있었지만 양이 넘나 맛아서 홍어만 쏙쏙 골라먹고 반은 남긴 듯 하다. 혼밥세트 혼자 먹기엔 진짜 양이 넘 많다 ㅎㅎ

배불리 저녁을 먹고 해산물상가거리 한 바퀴 돌았다. 사람은 없지만 천천히 걷기 좋았던 곳.

산책을 마치고 살짝 고민했다. 맥주를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내가 요즘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바로 요놈의 맥주 때문인데, 하필 건맥스테이는 숙박하는 사람에게 생맥주 1잔과 건어물 무료 쿠폰을 주고 있었다. 이러니 내가 갈등을 해? 안 해?

하지만 또 선물을 주는데 받는 게 예의 아니겠어? ㅋㅋ 그래서 생맥주 한 잔과 건어물 안주인 진미채를. 크흐.... 9일 만에 마시는 맥주다. 그동안 금주였거덩.

아니 근데 여기서만 파는 지역 맥주가 있네?  그럼 또 마셔줘야지 ㅋㅋ 하지만 이건 내 타입이 아니었다...실망 ㅠ

그래도 양심상 맥주는 다 안 마시고 자리를 떴다.

잠자러 가기 전에 루프탑이 있다하길래 구경하러 잠시 들러 봄. 오 조명까지 있어서 꽤 운치 있다.

좋네 좋아.

하지만 난 피곤하니까 취침하러 이만~

작년 대전 유성온천에 갔다 온 후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접질린 이후 1년이 넘도록 불편했던 발목이 많이 좋아지고, 숙변을 봤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런 숙변은 첨 봄 ㅋㅋ
그 후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전혀 가질 못하고 있었다. 대전 말고 말레이시아다 베트남이다 아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느라 ㅋㅋ
그러다 올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했음에도 몸무게가 전혀 줄질 않아서 충격받고 화나서 온천 여행을 가기로 맘먹었다. 온천 간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뭔가 독소가 좀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서 ㅎㅎ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영등포역에서 대전행 기차를 타러 가는데,

요런 괜찮은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었다. 대전역에도 있던데. 나는 시간이 없어서 못 받긴 했지만, 이런 기획 너무나 칭찬해!
암튼 느릿느릿 일어나 출발한 관계로 오전 9시 54분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역에서 내려 지하철 타고 도착한 계룡스파텔! 그렇다 이번엔 계룡 스파텔에서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군인 휴양소였던 곳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한 거라던데, 뭔가 시설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건물이 꽤 멋짐. 유성호텔 온천보다는 최신식 느낌? ㅎㅎ

그러나 온천탕은 호텔 옆 건물임. 대온천탕!
남탕은 1층, 여탕과 사우나는 지하에 있다.
지난번 유성호텔 대온천탕에서 수많은 목욕 마니아 어머님들에게 놀란 탓에 이번엔 사우나를 이용하기로 함.

사우나는 대온천탕에 비해 조금 가격이 비싸다. 나는 일반인이라 할인 전혀 없이 9,300원 지급. 아 그리고 카운터에 사람이 없고 다 키오스크로만 발권을 했다. 
내부 촬영은 할 수 없어서 후기만 남기자면.
사우나의 탕은 총 3개다. 냉탕, 온탕, 블루베리탕. 블루베리탕은 40도 정도 되는데 좀 많이 뜨거웠다. 사우나는 습식 사우나로 천장에 스프링클러를 달아서 물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기본적인 샴푸와 샤워젤이 있었고, 타월과 때타월도 제공되서 자기 화장품만 챙겨가면 될 정도였다.
세신은 안 받으려다 받았는데, 세신만 하면 25,000 원, 오이 마시지까지 하면 30,000 원이다. 유성호텔 대온천탕보다 싸다!
그리고 사람이 없어서 세신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내가 평일에 가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사우나를 이용해서 그런지 시설은 전반적으로 좋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아주 좋았다.
사우나 후에는 저렴하기로 유명한 계룡마트를 구경하러 갔다. 얼마나 싼지 구경간 건데 서울 마트 가격을 잘 몰라서 비교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맥주가격은 무지 싸다는 것 확실했다.ㅋㅋㅋ 

평소 국내 맥주를 잘 안마시긴 하지만 싼 맛에 카스 355ml 6캔을 구입했다. 7,440원 밖에 안 하는! 서울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아니었음 정말 물 마시듯 맥주 마셨을 듯. 테라는 심지어 작은 캔이 990원이었다! 내가 테라를 안 좋아해서 다행이지 큰일 날 뻔 ㅋㅋㅋ
맥주 말고 참치도 매우 쌌다. 전에 편의점에서 맥주 안주로 참치 사 먹으려다가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놀랐었는데, 그래서 참치가격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작은 캔도 2천 원이 넘고 큰 캔은 4천 원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긴 동원 DHA 참치 150g이 2,050 원, 매운 고추참치 100g이 1,400 원, 야채참치 150g이 2,000 원이었다. 후아.. 결국 참치캔도 한 6개 삼. 아 가방 무거워..

급 충동 구매 후 혹시나 해서 대통령이 묵었다는 비룡재를 함 가봤는데, 이날은 개방을 하지 않았다. 그냥 앞에서만 사진 촬영. 참.. 전두환은 뭐 한 게 있다고 호사스럽게 살았냐. 영업사원 1호의 롤모델답다. 내가 세금 내는 거 안 아까워하는데, 이 정권 동안은 정말 최대한 세금 안 내고 싶다. 기승전 정치충으로 만드는 후...
아침과 점심을 안 먹은 관계로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얼큰 칼국수가 무척 땡겼는데, 마침 근처(라고 하기엔 20분 걸었지만) 대흥칼국수라는 맛집이 있어서 고고!

대전의 부촌인 유성구에는 높은 새 아파트들도 많지만 예전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도 많았다. 어디 한번 그 맛 좀 봐볼까!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 사람이 나 밖에 없었는데 음식은 살짝 늦게 나왔다. 배가 좀 고프긴 했지만 평소 급한 승질에 비해 얌전히 잘 기다렸음 ㅋㅋ

이거지 이거! 

쑥갓은 다 넣어주고요.
오.. 안 맵다! 그래서 좋다. 얼큰이 칼국수가 땡기긴 했지만 속이 좀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아주 부담 없이 먹기 좋은 맵기였다. 그래서 결국 다 먹음 ㅋㅋㅋ
소제동 카페촌도 가보고 싶긴했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거기까지 가는 건 좀 무리다 싶어서 필수코스인 성심당에 갔다.

아니 신상이 나왔네! 크리미튀소! 안 살 수 없지!!
그렇게 튀소 한가득과 궁금했던 순수롤 하나 사서 다시 서울로 상경. 대전 온천 여행 마무리.
크리미 튀소와 순수롤은 쳐묵쳐묵하느라 사진을 못 찍어놨다. ㅠ
크리미튀소는 얼려먹으면 맛나다던데, 난 그냥 먹는 게 더 맛났다.
순수롤은 컷팅되어 있어서 먹기 편했는데, 양이 상당히 많았다. 일부는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먹었는데, 역시 얼렸다 해동시키는 건 별로다. 걍 최대한 빨리 먹는 게 제일 맛난 것 같다.
담달에도 꼭 가리다! 대전 온천여행!!

점심으로 물총 조개 칼국수를 맛나게 먹은 뒤 다음 관광지를 향해 근처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역 이름은 생각이 안 나네;;

지도에서는 역까지 가는 길이 영 이상하게 표기 되어 있었는데, 막상 와 보니 이렇게 징검다리가 있었다. 이런 길을 걸은 건 정말 초등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는데. 물소리 들으며 돌 하나하나 깡충깡충 뛰면서 걸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목적지는 바로 '남간정사'였다. 지난 번 대전 올 때 기차 안에서 봤던 책자에 소개됐던 곳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퇴직 후 후학들을 가르치던 곳이라던데. 사진이 꽤 운치 있어서 함 방문하고 싶었다. 

기국정. 송시열 선생이 손님들과 학문을 논하던 곳이라던데 원래는 소제동 쪽에 있던 걸 옮겨온 거라고 한다. 상당히 운치있고 좋았던 곳. 차 한 잔 하면 딱 좋겠더만.

그리고 남간정사 가는 길에 있는 홍문. 먼가 일본 도리이보다 훨씬 너낌있다. 

남간정사 제일 위에는 '남간사'라고 유교식 사당이 있다. 우암 송시열, 수암 권상하, 석곡 송상민 세 분을 모신다고 하는데, 유교식 사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함 와봤다. 하지만 특별한 게 없어서 실망...

남간사 아래로는 이렇게 다양한 전각들이 세워져 있었으며, 여기서 아마도 공부를 가르친 것 같다. 볼만하긴 했지만 꼭 와볼 만한 곳은 아닌 듯 ㅎㅎ. 설명 글을 보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총공사비 일백십억 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지나가심 ㅋㅋㅋ
남간정사에서 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옛충남도청 건물을 보러 갔다. 개인적으로 근대 시대의 건물들을 둘러보는 걸 좋아해서 굳이 여행코스에 넣었다.  

지금은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은 조선총독부에서 지었다고 한다. 이 시대 건물들을 방문하는 걸 좋아하는 건 이런 건물 안에 가면 당시가 문화가 충돌하면서 생겼을 카오스와 혼돈이 느껴져서라고나 할까. 약간 타임슬립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항상 인상적이다. 인천의 제물포 구락부도 그렇고 목포의 근대 건물들도.

변호인을 여기서 촬영했었다고.

옛날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이 생각나는 계단이다.

옛충남도청에서 바라본 대전역. 대전이라는 도시가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계획도시로 이렇게 대전역과 도청 건물이 일직선으로 놓여있다.

인상 깊었던 바닥.
이 건물 외에도 관사라던가 다양한 건물들이 남아있는데 급 흥미가 떨어져서 번화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 날이 무슨 축제날이었다. 가게마다 점포 앞에 이렇게 야외 테이블을 깔아놨는데. 중앙시장까지 이런 자리들이 쫙 깔려있었다. 엄청 큰 규모의 축제인 듯.

하지만 나는 대전의 명물인 성심당이 운영하는 돈가스집으로!

가격이 꽤 착했는데, 맛도 좋았다. 성심당이 빵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돈가스 집도 있고 스파게티 집도 있다. 약간 대전의 백종원 느낌.

그리고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잠시 쉬기 위해 들린 성심당 문화원.

이것 저것 구경할만한 것들이 많다. 

지난번에 보고 너무 반했던 튀소를 튀기고 남은 기름으로 만든 튀소비누도 사고.

그 옆에 있는 성심당 본점에서 또 빵을 한가득. 이번엔 명란 바게트도 사봤다. 

얼추 기차 시간이 되어 역까지 걸어가는데 여기에도 또 이렇게 좌판이. 이 축제 어마 무시한가 본데. 

그렇게 얌전히 기차를 타러 가려했지만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역전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못 먹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는가!

그래서 시켰다. ㅋㅋㅋ 각기 국수. 가락국수를 어르신들은 이렇게도 부른다고 하는데, 잔치국수보다는 굵고 우동보다는 얇은 면이 나에게 딱이었다.  

포장마차마다 할머니들이 이렇게 면을 쌓아두고 계신다. 오랜만에 느끼는 갬성.
이렇게 국수도 먹고 얼추 기차 시간이 되어 대전역으로 간 다음에.

튀소 구입으로 마무리 ㅋㅋㅋ 이번엔 지난번에 봐 뒀던 전병과 보문산 메아리도 구입.

이렇게 양손 가득 성심당 빵 봉지를 들고 귀가했다.
이틀이었지만 상당히 많은 일을 하고 온 느낌. 이 대전 여행 이후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막 희망차고 그랬다는 이야기. 
종종 온천하러 대전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후후.

유성호텔은 방음 빼고는 꽤 괜찮은 호텔이었다. 호텔에서 잘 때면 중간에 깨곤 하는데 이번에는 아주 푹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전날 급 결정한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미국 여행 때는 호스텔과 친구네 집에만 있다 보니 호텔 조식을 먹을 일이 없었고, 몇 년 동안 코로나로 호텔에 갈 일이 없다 보니 간만에 호텔 조식이 땡기기도 했다.

유성호텔 조식은 1층에 있는 Gardenia에서 이용 가능하고, 원래 2만 5천원이지만 숙박객은 전 날 미리 예약하면 2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서양식과 한식이 섞인 조식 부페는 특급호텔에 비할 순 없지만 꽤 괜찮았다. 특히 젓갈이 종류별로 있어서 잘 안 먹는 한식도 챙겨 먹었다.

식사 후에는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했다. 호텔 뒤쪽에 바로 유성천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서 걷기 좋았다. 마침 날씨도 얼마나 좋던지.

제주도 올레길이 흥한 이후 각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이런 걷기 좋은 코스를 만드는 것 같다. 꽤 좋은 행정이다.

한 20분쯤 걷다 보면 나오는 유림공원. 규모가 꽤 컸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꾸며놔서 여기서 시간을 좀 보냈다. 특히 저 초가집에 핑크뮬리는 너무 예뻤는데, 사진으로도 잘 찍혔네. 여기는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걷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 신세계 백화점도 보이고.

40분쯤 걷다가 방향을 바꿔서 다시 숙소로 고고! 하늘과 구름 머선 일이고! 한국의 가을은 진짜 보물이야.

이번 대전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코스 중 하나. 바로 이 노천 족욕장이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이 족욕장은 한방 족욕장과 일반 족욕장이 있는데 내가 간 날은 일반 족욕장이 공사 중이어서 이용을 못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한방 족욕장이 더 좋은 듯. 왜냐하면.

이렇게 사상체질별로 자기에게 맞는 족욕장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발을 씻는 곳도 따로 있고.

뜨거운 족욕탕에 발을 한 2~30분 담그고 나면 오른쪽처럼 물에 담갔던 부분이 빨개진다.(족발 주의!ㅋ) 그리고 온몸에 열이 후끈 난다. 솔직히 이 족욕장만 이용해도 굳이 온천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족욕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니, 누군가의 말대로 대전 유성구 주민들은 정말 좋은 복지를 누리고 산다.

하지만 나는 족욕에 만족하지 않고 산책을 마친 후 호텔 내에 있는 유성온천 원탕을 즐기로 고고! 11시에 체크아웃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레이트 체크아웃을 문의했는데, 12시까지는 무료로 연장해준다고 한다. 좋은데! 무조건 12시로 레이트 체크아웃 추천!
그리고 온천 이용권은 숙박객은 원래도 20%할인을 해주는데, 전날 미리 예약하면 거기서 더 할인을 해준다. 나는 그래서 최종 6천5백 원인가에 이용함. 대신 12시까지 사용해야 함.

온천하러 가는 복도에 있던 옛날 유성온천의 모습.

온천 입구. 대중 목욕탕을 몇 년 만에 가는 건지. 그래서 오랜만에 세신도 하고 여러 탕을 돌아다니며 몸을 담갔다.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세신은 거의 한 시간 기다린 듯 ㅠ.

온천 입구에는 이렇게 귀여운 포토존이 있다.

온천 후 방으로 돌아와서 서비스로 준 바나나 우유를 딱! 좋구나~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났더니 벌써 점심시간이! 체크아웃을 하고 미리 서치해뒀던 칼국수집으로 고고!

온천손칼국수. 호텔에서 한 십오 분쯤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으로

방송에도 나온 유명 맛집이었다.

내가 시킨 건 물총조개 칼국수.

물총조개 처음 먹어봤는데 내가 먹은 조개 중 베스트라 할 수 있다. 원래는 백합조개를 제일 좋아했는데, 이 물총 조개가 더 탱클 하고 훨씬 맛있었다.

가격은 만만치 않음. 일부러 찾아 갈 정도는 아니지만 유성온천 근처에 묵는다면 가볼만한 곳.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대전. 이제 대전은 나에게 노잼도시에서 유잼도시가 되었다.

지난 번에 귀가 시간 때문에 못 본 야구 관람과 알고 보니 유명한 온천 '유성온천'을 즐기기 위해 다시 대전으로!

이번에도 영등포역에서 출발~

전 날 가볍게 마신 와인으로 인해 약간의 숙취와 함께 좀 늦게 출발~

안녕 대전역~

숙소인 유성호텔에 가기 전 숙취가 넘 안 풀려서 지난 번에 봐 둔 대전역 앞 2900냥 해장국 집에서 일단 해장부터 했다. 가격이 올라서 5,000원이라니. 선지도 푸짐하고 맛도 딱 좋았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가 귀가 좀 안 좋으신지, 마스크를 벗고 말을 해야 알아들으시는 듯하다. 아마 입모양이 보여야 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는 분들은 당황할 수도 있겠다며. 그래도 친절하시고 맛도 좋았음.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일단 짐을 풀기 위해 숙소로!

다른 도시에서 지하철을 타 본 건 부산말고는 처음인데, 일부러 카드를 찍지 않고 승차권을 구입해봤다.

대만이나 홍콩처럼 토큰 모양으로 된 승차권이었다. 괜히 신기.

대전은 아직 1호선 밖에 없는 듯 하다. 2호선도 공사하는 것 같긴 한데. 도시가 크지 않아서 버스를 타도 금방 가는 것 같다. 막히긴 하지만 ㅠ

대전역에서 한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유성호텔. 외관에서 확실히 연식이 느껴진다. 약간 80년대 사진을 보는 느낌.

유성온천 자체는 태종도 종종 들렀다고 하니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유성호텔은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되어 100년이 좀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인 얘기로는 옛날에 어르신들이 신혼여행으로 여길 오시곤 했다고.

체크인을 하면 이렇게 호텔 주변 산책 지도와 호텔 시설 이용 안내 종이를 나눠준다. 

그리고 내 방. 5층에 묵었는데 앞에는 호텔 입구 쪽의 주차장뷰. 인테리어는 연식이 있긴 하지만 기본에 충실했다.

녹차와 이디야 커피 분말이 기본으로 구비되어 있고, 냉장고에는 바나나 우유, 초코파이, 생수가 무료 서비스로 제공된다. 바나나 우유는 온천하고 마시기 딱 좋은 ㅎㅎ

충전 케이블도 종류별로. 하지만 충전 속도는 좀 느린 듯 했다. 

어메니티도 잘 갖춰져 있긴한데, 중국산. 근데 중국산도 꽤 괜찮다. 샴푸 써봤는데 머리도 안 엉키고 부드럽게 잘 감았음.

욕실에 배스튜브도 갖춰져 있었고, 다음날 온천 원탕을 가긴 했지만 물이 천연온천수라 하기에 저녁에 반신욕도 해봤다. 아주 뜨거운 물이 콸콸콸 나와서 좋더이다. 

숙소에서 짐도 풀고 잠시 휴식을 가진 후 약간 옛날 갬성에 젖어서 엑스포 한빛탑을 보러 갔다.

먼가 이 다리가 기억 날 듯 말 듯 한데, 날이 좋고 다리만 말짱했다면 숙소에서 자전거 타고 왔을 텐데. 유성온천에서 자전거로 오면 한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그리고 대망의 한빛탑. 흐린 평일 낮에도 이렇게 음악 분수가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근접샷. 지금 와 생각해보면 이 탑이 약간 만화 '20세기 소년'에 나오는 박람회 탑처럼 생긴 것 같단 말이지. 

그렇게 특별히 탑 말고는 볼 게 없던(야시장이 열리긴 하지만 특별한 게 없던) 한빛 과학공원을 한 바퀴 돌고 이 날의 하이라이트인 야구 '키움 VS 한화'를 보기 위해 한화 이글스 파크로 고고!

하기 전에 저녁부터. ㅋㅋㅋ

지난 번에 먹었던 얼큰이칼국수가 또 땡겨서 야구장 근처 가장 가까운 곳으로 찾아갔다. 30년 전통이라 하니 맛은 있겠지 싶어서 일단 들어감.

메뉴는 심플하고요.

이렇게 쑥갓과 함께 나오는 얼큰이칼국수.

생각보다 맵지 않았고, 쑥갓과 곁들여 먹으니 정말 맛이 일품이다. 이 집 김치도 꽤 괜찮았음. 하지만 한화 팬인 진상 손님 하나가 눈살 찌푸리게 만든...쯔.

티켓 교환하고 입장하려는데, 이 날이 한화 홈 파이널 경기였다고;; 난 오직 이정후만 보러 간 거기 때문에 이런 것도 알지 못했 ㅋㅋㅋ

좌석은 315블록 H열 13번으로 3루 내야 지정석 1층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보였음. 더그아웃 지정석 구할 수 있었는데 고민하다 날려버림.ㅠ 근데 고척돔에서 보다가 한화 이글스 파크 오니까 티켓 가격 너무 혜자다. 수수료 포함 11,000원 밖에 안 하다니!

그래서!

추로스랑 뜨아를 후식으로 먹어 줌 ㅋㅋㅋ

이날도 정후는 안타 치고 도루하고. 믿고 보는 이정후. 하지만 키움은 계속 한화한테 뒤지고 있었는데.

9회 초에 1점을 내더니!

2점 동점까지 갔고, 우리의 한화가 실망시키지 않고 9회 말 공격에 점수를 못 내면서 결국 연장까지 갔다! ㅋㅋㅋ 이래서 한화 한화 하는구나!!

연장전 시작이 10시쯤이었는데, 숙소가 경기장에서 거리도 좀 있고 해서 연장전은 안 보고 그냥 숙소로. 숙소에서 마저 봤는데 안 보길 잘했다. 두 팀 다 너무 드럽게 못해서 직관으로 끝까지 봤으면 짜증 났을 듯.

몰랐는데, 한화는 홈 파이널 경기 때 그라운드도 개방하고 불꽃축제도 하고 한다더라. 하지만 난 숙소에 일찍 와서 걍 중계로만 보고 말았어. 머 내가 응원하는 팀도 아닌데 그라운드 밟아서 무엇하리.

이렇게 첫날은 야구까지 보고 반신욕 좀 하다가 딥슬립.

 

 

요즘은 시간이 나만 놔두고 저만치 앞서 가는 느낌이다.
분명 이번 여행은 갔다 오자마자 써야지 했는데 벌써 엿새가 지났다. 와우.
대전은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다닐 때 엑스포가 개최되어 수학여행 갔던 기억과 대학생 때 알바하면서 당일 치기로 출장 갔던 기억 외에는 딱히 노관심 도시였다.
그러다 올해 초 같이 백수가 된 전 직장 이사님이 성심당 얘기하던 중 혹시 빵먹고 야구 관람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셔서 완전 콜! 하고 갔다 왔었다.
성심당이나 칼국수도 좋았지만 소제동에 있는 카페거리가 너무 좋았어서 다시 한 번 가고 싶기도 했었다. 요즘 가을로 접어들면서 하늘도 맑고 여행도 땡기고 해서 홀로 훌쩍 떠났다. 마침 또 이날 수도권 미세먼지가 심해서 벗어나고도 싶었고.

출발은 집에서 가까운 영등포 역에서. 무궁화호는 매진되어 새마을호 11시 13분 열차를 타고 출발~!
영등포에서 대전까지 새마을호는 1시간 반, 무궁화호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확실히 새마을호가 무궁화호는 물론이고 KTX 보다도 좌석간 거리가 더 넓고 좋다.

기차 안에 있던 KTX 잡지에서 발견한 대전 추천 여행지. 다음엔 여길 가봐야겠다.

코로나 이후 이렇게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보는 건 처음 같은데. 병점 지날 때 찍었는데, 수도권은 확실히 공기가 너무 안 좋았다.

그리고 한 시간 반 만에 도착한 대전역. 하늘 색깔 차이나는 것 봐라. 역시 대전으로 피신하길 잘했어!

대전역 3번 출구의 열차를 본뜬 출입구. 최근에 삼 프로 TV에서 김시덕 박사가 대전이 한국 철도의 중심이고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이 대전에 위치했다고 했는데, 지난번에 왔을 땐 그냥 지나쳤다가 알고 보니 이런 게 눈에 보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점심 즈음에 도착했던 관계로 우선 밀가루의 도시인 대전에서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유명한 국숫집들이 많았는데, '김화칼국수'가 동네 사람들이 많이 가고 대전역에서도 가깝기도 해서 당첨.

와 진짜 사진으로 보니 날씨가 더 좋았네. 대전역에서 한 십 분정도 걸어서 도착.

간판도 오래되어 보이고.

가성비가 좋아서 더욱 유명한 곳인 듯한데, 나는 혼자라 어쩔 수 없이 칼국수 하나만 ㅠ 수육이 유명하던데 수육을 그다지 안 좋아해서 패스!

들깨가루와 김가루가 함께 한 칼국수다. 생각보다 멸치 육수 향이 많이 나서 좋았는데, 멸치육수 싫어하는 사람은 좀 불호일 수도.

가게 내부는 좌식이다 -_- . 테이블에 의자 있는 줄 알고 왔는데...이건 좀 불편.

반 정도 먹고 난 후 옆에 있던 된장을 좀 풀어서 먹어봤다. 된장이 좀...그렇다...ㅋㅋㅋ

색깔이 약간 진해졌는데, 이것도 꽤 맛나다. 고추장보다는 된장을 더 좋아하는데, 이렇게 된장 다대기를 구비해두는 곳은 또 처음이네. 상당히 맛있었다.
대전 김화칼국수 위치

적당히 배도 채웠겠다. 오늘의 목적지인 소제동 카페거리로 향했다. 버스를 탈까 했지만 날도 좋아서 걍 걸어가기로.

온천집 앞에서 한 컷. 날씨가 좋으니 사진 색감이 너무 좋다. 요기는 안에 정원을 노천탕처럼 꾸며놨는데, 한창 영업 중이라 찍질 못했다.
그래서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소환!

캬.. 지난 번에 왔을 때 카펜 줄 알고 들어가려 했으나 밥집이었고, 브레이크 타임이라 겉에서만 구경했었는데 정원에 하얀 모래를 깔아놔서 너무 예뻤고 진짜 일본에 온 줄.
대신 그 맞은편에 있는 카페 풍뉴가로. 여긴 지난번에도 왔던 곳인데 대나무 정원을 잘 꾸며놔서 운치 있던 곳이다. 커피는 안 팔고 차만 파는데, 차 메뉴도 다 독특하다.

이번에 시킨 차 이름이 상강차였다. 절기 이름을 메뉴로 쓸 줄이야. 신선했다.

사과, 대추, 로즈마리, 장미잎 등등을 블렌딩한 차. 좀 달았다 ㅎ

이건 지난번에 갔을 때 주문했던 찬데, 하나는 무궁화차고 하나는 기억이 안 난다. 끙..;;

지난 번에 왔을 때 찍은 대나무 숲과 죽순. 이렇게 자라나고 있는 죽순은 또 첨 봤네. 먹어도 되나?ㅋㅋ

창을 통해 보이는 온천집도 예쁘다.
풍뉴가


풍뉴가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목적인 성심당을 향해 갔다. 대전역으로 가던 길에 발견한 해바라기. 이렇게 생생하게 피어있는 해바라기 진짜 몇십 년 만에 보는 듯하다.

한창 걷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하늘을 보니 이렇게 헬기가 무리 지어 가고 있...대전에도 군부대가 있다더니. 또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먼 일이지?

그리고 도착한 롯데백화점 성심당. 지난번에 본점과 부띠크 문화원 등을 이미 투어 했던지라 이번엔 롯데백화점 지점으로 와봤다. 아니 얼마나 대단하면 백화점 한 층을 빵집이 차지한단 말인가?

색감이 너무 예쁜 샌드위치들.

10월 17일은 전 지점 휴무라니 대전 찾는 사람들은 참고해야 할 듯. 헛걸음하면 안되쟈나.

내가 산 빵들. 스콘과 야끼소바 샌드위치는 롯데점에서만 판다고. 지난번에 눈이 돌아가서 미친 듯이 사기도 해서 이번엔 자제했다. 그리고 조만간 또 대전 여행을 할 거라 ㅋㅋ

커피 한 잔 시켜서 잠시 휴식.
원래는 이날 야구도 보고 갈려고 했는데, 시간도 애매하고 야구는 1박 하는 날 봐야겠다 싶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근데! 얼마 전 성시경 유튜브에서 봤던 백슨생님 단골집 '태화장'이 문득 떠올랐다. 이런...이렇게 또 먹방 여행이 되어 버렸다.

태화장을 가기 위해 버스 타고 내렸더니 이런 건물이. 일제강점기 무슨 산업은행으로 쓰였던 것이라고 한 거 같은데, 지금은 다비치 안경이다 ㅎㅎ

약재 거리에서 한 십 분쯤 걸으니 태화장 간판이.

3대 30년 이상.

시키고 싶은 건 잔뜩 있었지만 궁금했던 육슬짜장과 군만두만 주문. 군만두는 포장 가능하니까! 젓가락은 일회용이 아니었다. 괜히 찍어 봄.

기본찬.

우선 군만두부터. 만두를 직접 빚어서 판다고 하던데 확실히 개성이 있는 맛이었다. 고기가 꽤 많이 들어갔고 알 수 없는 야채가 들어있었다.

궁금했던 육슬짜장. 짜장, 야채, 면을 따로 내주어 취향껏 비벼먹는 방식이 장맛은 다르지만 중국에서 먹었던 베이징 짜장면 같은 느낌이다.

비비기 전과 후. 성시경이 말한 대로 피망의 식감에 꽤 좋았다. 문제는 소스가 넘 많이 남아서 아까웠다는 ㅠ 만두는 포장되지만 남은 소스는 포장이 안된다고 한다...

태화장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대전역으로 가는 길. 낮에는 없는 포장마차가 이렇게 줄지어 있다. 짜장면만 안 먹었어도 여기서 국수 한 그릇 하는 건데.

초승달이 예쁘게 떠 있길래 한 컷. 근데 밑에 있는 저 모텔 간판 거슬린다.

돌아가는 길은 무궁화호. 새마을호보다 좀 좁긴 한데, 내 다리가 짧아서 문제없음 ㅋㅋ

성심당 후기. 다른 빵은 엄마에게 양보. 야끼소바 샌드위치만 맛봤는데, 짭조름 매콤하니 꽤 맛났다. 그리고 빵이 일반 샌드위치 빵이 아니라 식빵을 두껍게 썰은 느낌인데, 버터에 구웠는지 빵도 맛났음.

여행을 하면서 로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같은 나라지만 지역적으로 미세하게 다른 생각의 차이를 알게 되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화과자 클래스에서 향일암에 간다는 얘기를 하니까 쌤은 꽤 멀지 않냐고 살짝 놀란 눈치다. 카카오 맵으로 보니까 빠르면 한 시간도 안 걸리겠어서 그 정도면 갈만하지 않냐고 했더니, 여수 사람들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은 먼 곳이라고 생각해서 날을 잡고 간다고. 서울 사람들은 그 정도 거리는 부담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서울에서는 출퇴근도 기본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크게 부담 없다고 느끼는데, 여수는 사흘밖에 안 있었지만 어디든 금방 금방 가서 꽤 먼 거리로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 새삼 서울이 얼마나 큰 도시인지(면적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하긴 예전이었으면 내가 사는 양천구나 지금의 강남구나 다 서울이 아니었으니까 ㅎㅎ
여수사람에게는 먼, 서울 사람에게는 시내 나가는 정도인, 약 한 시간 거리의 향일암에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 중간중간 바다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돌산대교도 지나고 했는데, 어쩜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네? ㅎㅎ 쌤이 추천해 준 방죽포는 돌아오는 길에 들리려고 했는데, 버스 시간을 잘 모르겠어서 포기.

 

 

향일암 근처에 도착한 후 일단 허기를 다스리기 위해 밥 집에 갔다. 백암식당? 이었던 것 같은데, 게장백반정식과 갓김치백반정식 중에 아무래도 여수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니까 갓김치백반정식으로 주문. 순간 착각해서 갓김치로 만든 김치찌개인 줄 알았는데, 된장찌개였다. ㅎㅎ 여수가 바닷가라 그런지 게 한 마리가 퐁당 들어가 있고, 갓김치, 볶은 갓김치, 물갓김치가 함께 나왔다.

맛은 머..쏘쏘.

 

 

밥맛보다는 경치 맛집일세. 식당에서 찍은 사진인데, 조오타~~ 이제 향일암으로!

 

 

잊고 있었는데, 맞다! 등용문이 있었다. 시험 결과 잘 나오게, 새로운 회사 입사 등등 잘 풀리게 해 주세요. 소원 빌면서 여의주 쓰다듬어주고 다시 고고!

 

 

올라가는 길에 본 향일암 근처의 일출 명소. 실제보다 사진이 더 잘 나왔다. 저 푸른 바다... 역시 바다는 남해바다야!

 

 

드디어 도착. 해탈문.

 

 

헙... 좁다... 실제론 그렇게 좁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엄청 좁게 느껴진다.

 

 

오늘의 목적지인 관음전. 향일암은 원통보전보다는 관음전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엄마들에게.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불교 공부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안 해가지고 잘 모르겠다.ㅋㅋ 우리 집과 언니네 입춘기도, 정초기도, 산신기도, 삼재풀이 등등 기도 붙이고. 관음보살님께 따로 연등초 올리고 시주하고 소원을 빌었다. 욕심이 많아서 여기 말고도 원통보전, 천수관음전 등등 할 수 있는 데는 다 시주하고 기도했다며 ㅎㅎ 이 정도면 하나는 들어주시겠지? 무슨 소원을 들어주실지 몰라서 다 빌어 봤어요! :)

 

 

원효대사 좌선대. 그 시절 어찌 여기까지 와서 참선을 하셨을까? 심지어 그때는 버스도 안 다니고 길도 이렇게 포장되지 않았을 텐데. 진짜 옛날 스님들은 경공술이나 축지법을 쓸 줄 아셨던 거 아닐까? 

미션 완료했으니 이제 다시 여수 시내로! 

 

 

교동시장 포장마차 거리. 원래는 좌수영음식문화거리로 갈까 했는데, 블로그를 보다가 이 곳을 발견해서 급 목적지를 바꿨다. 라떼는 종종 볼 수 있었던 개천. 지금은 다 복개천으로 바뀌어서 깔끔해졌는데, 어린 시절 개천에서 놀던 생각이 가끔 나곤 한다. 동네 언니 오빠들이랑 놀다가 저 드런 곳에 신발도 빠지고 그랬더랬지 ㅋㅋ 요즘 아이들은 보면 아마 기겁하겠지? ㅎ 내가 또 포장마차도 좋아하는데 혼자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는 로망도 있었다.(로망부자 ㅋㅋ)

 

 

갑자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아무 포장마차나 들어갔다. 20번 포장마차였나? 여긴 다 포장마차마다 번호를 붙여놓더라. 암튼 소주는 싫어하지만 포장마차에서는 소주를 마셔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힌 나는 소주를 시켰고, 기왕이면 여수에 왔으니까 여수밤바다 소주를 시켜줬다. 맛은 머 소주 맛. 두 잔도 못 마신듯. 쏘주는 역시 노노. 도수가 16.9%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소주 도수가 진짜 많이 낮아졌구나 싶다. 라떼는 말야...ㅋㅋㅋ

 

 

딴 거 시킬까 하다가, 그래도 여수에서는 해물삼합이 대표 메뉴인 것 같아서 주문해봤다. 다 못 먹을 것 같은데...는 무슨 ㅋㅋ

 

 

혼자 온 내가 안쓰러워서였는지,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포장마차 이모가 맛있게 구워주심.

 

 

삼겹살, 갓김치, 산낙지 그리고 소주와 함께 뙇! 맛나다. 맛나긴 한데, 너무 아는 맛이다. ㅋㅋㅋ 이모한테 혼자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밥은 안 볶을래요 했지만, 삼겹살 몇 개 남기고 다 먹어줬다. 밥도 뽂아먹을 수 있었지만 이미지 관리상? 안 먹어 줌. ㅋㅋㅋ

아주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복귀했다. 좀 더 시내 구경하고 싶었는데 다음날 한파가 온다더니 바람이 엄청 불어제껴서 얌전히 숙소로...역시 바닷바람은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 이틀 있었는데 얼굴이 땡기기 시작.

 

 

얌전히 숙소에서 일찍 취침하고. 언젠가부터 여행가면 일찍 자는(일찍 일어나진 않음) 건강한 습관을 갖게 됐다. 다음날 아침. 냥이가 안 보인다. ㅠ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스케줄인 오동도 산책하러 고고!! 동백꽃 군락지가 있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오동도로 들어가기 위해 걸었던 방파제 길.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바람이 엄청났다. 그래도 덕분에 저런 멋진 구름도 찍히고. 햇살도 꽤 좋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떨어진 온도로 동백꽃 군락지에서는 동백꽃의 붉은 잎은 구경도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도 가파른 길로 동백꽃 군락지로 갔는데, 거기선 허탕 지고 옆에 편안한 길에서 드디어 붉은 동백이를 만났다. 이러기야? 예쁘게 핀 애가 없어서 헤매고 헤매다 찾아낸 아이. 정말 전형적인 동백이다. 예뻐라!! 

 

 

오동도 바닥에 있는 동백꽃 보도블록. 좀 더 예쁘게 안 되겠니? 경주의 천마총 보도블록처럼 좀 멋지 해주라.

오동도까지 계획했던 모든 스케줄을 끝마치고 숙소에 가니 딱 공항 갈 시간이 됐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시간.

 

 

이건 왜 찍었냐면, 버스 탈 때마다 느꼈던 여수시의 잘 정비된 버스정류장이 인상 깊어서. 버스 도착정보도 아주 잘 나오고 특히 아래에 버스카드 잔액조회 가능하게 해 놓은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다 싶었다. 여수가 생각보다 잘 정비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고, 서울처럼 인간이 너무 많아서 북적이지도 않아 꽤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tmi로 여수에서 버스 탈 때 유의할 점은 탈 때, 내릴 때 확실히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ㅎ 버스에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버스기사 분들이 대충 지날 칠 때가 많아서 못 내리고 못 탈 뻔한 적이 있었음.

일자리만 있다면 이런 적당히 잘 발달된 도시에서 살고 싶다. 서울 사람들보다 지방도시 사람들이 시간을 더 알차게 쓴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 경기도 사람들은 1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며 사느라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이 없는데, 여수에서는 그런 삶이 아니라니까.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으니까. 훨씬 시간 부자, 풍요로운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 보니까 여수시는 재난지원금도 25만 원 준다면서? 서울보다 낫네 나아.

집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상한 애 만난 거 말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역시 여행은,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은 인생에 꼭 필요한 일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화과자 만들기였다.

중국 여행 다니면서 그들의 차문화가 꽤 맘에 들었던 나는 이런저런 차를 마시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재작년 시안 여행서 들렀던 비싼 찻집에서 준 다과.

 

시안의 어느 한 찻집에서 차와 함께 내어 준 다과. 그렇다. 비싸다!

 

다양한 다과들과 차를 마셨던 기억이 너무 좋았는데, 특히 왼쪽 반합에 작은 비닐에 포장된 저 과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알리바바의 天猫를 뒤지고 뒤져서 红糖酥饼이라는 걸 알아내고 열심히 사서 먹고 있다 ㅎㅎ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다양한 다과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는데, 마침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마이여수라는 예쁜 화과자 만드는 곳을 소개한 걸 읽었다. 인스타로 찾아보니 여느 화과자보다 예쁘길래 결국 여수까지 가서 수업을 받기로 했다. 마침! 1월부터는 주말 클래스도 운영한다고 하니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운명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수 도착 다음날 수업 받으러 고고!

 

 

수업받으러 가는 길에 만난 옛 정취가 느껴지는 작은 골목길. 많이 짧긴 했지만 요즘 보기 힘든 골목길이라 반가웠다. 여수도 완전 도시 도시한 곳이라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더라.

 

 

마이여수에 도착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생각나는 'ㄷ'자 식탁. 사장님이 끓여 준 우롱차 한 잔 마시며 수업을 기다림. 차 맛이 아주 좋다. 

 

 

오늘 수업할 화과자 고나시의 앙금과 앙금 반죽들. 색깔이 알록달록 예쁘다아!

 

 

올해 꽃길만 걷자는 의미에서 꽃 모양으로 수업을 준비했다는 쌤. 제일 처음 만든 동백꽃 화과자. 동백꽃이 좋아서 여수 온 김에 동백꽃 봐야지 했는데, 쌤이 뙇 동백꽃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여수의 시화가 동백꽃이라고. 이건 운명이야 진짜 ㅋㅋㅋ

앙금 반죽으로 앙금을 감싸는 걸 포앙이라고 한다는데, 처음 할 땐 앙금을 뭉갤까 봐 손이 부들부들했다. 그래도 잘한다고 칭찬받았다. 쌤이 고래도 춤추게 하는 능력이 있으신 거 같음.

 

 

그다음에 만든 수국. 반죽의 파트를 나누는 게 좀 걱정이었는데 (뭐든 반듯하게 나누는 걸 못하는 나이기에..) 쌤이 워낙 마무리를 잘해주셔서 꽤 봐줄만하다. 반 이상은 쌤이 만든 것 같다? ㅋㅋㅋ

 

 

꽃 보자기랑 꽃, 꽃!! 색깔이 너무 예뻐! 어렸을 땐 이런 파스텔톤 극혐 했는데 왜 나이 들수록 좋아지니? 주책이야.

 

 

1시간 반? 정도에 걸려 완성된 나의 첫 화과자들. 워낙 반죽 색깔이 예뻐서 너무 이쁘게 나왔다.

 

 

요건 그릇을 바꿔서. 흰 그릇에 담으니 색이 확실히 더욱 살아난다.

 

 

수업 중에 만든 것을 오늘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 고민했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먹어봐야지 않겠냐며. 요 두 개만 맛 봄. 다른 화과자와 달리 달지 않아서 상당히 맘에 든다. 다과들 너무 달아서 불만이었는데(많이 못 먹으니까!) 요정도는 딱 좋다. 함께 내어주신 보이차는 뭔가 굉장히 좋은 차 같다. 끝 맛이 살짝 달게 느껴지는 이런 보이차 처음이야!

 

 

나머지 4개는 포장해가기로.

 

 

케이스도 맘에 들어!

 

 

요건 별도로 주문한 양갱이들. 이것도 인스타에서 보고 색감이 너무 예뻐서 반했는데, 5~6가지 맛이 섞여 있다. 하나는 먹고 하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다 먹어야겠다ㅋㅋ 다음엔 이것도 꼭 배우고 싶다.

화과자를 만드는 것 상당히 매력 있다. 일단 만들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뜨개질, 매크라메 등등처럼 ㅎㅎ 집에서 유튜브로 영상도 찾아보고 그러는데 이러다 조만간 정식 클래스 지르지 싶다;;

차 마시는 동안 사장님 겸 쌤과 나눈 이야기도 좋았다. 워낙 나와 삶의 가치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물론 나보다 더 능력 있고 용감한 분이지만 ㅎㅎ) 향일암 간다고 길게 얘기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향일암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은 향일암으로!

생일에 여행을 떠나는 건 꽤 오래된 로망이었다. 아마도 그 회사에서 사장님이 일 년 열심히 일하고 생일 즈음에 친한 직원들과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것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그땐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리더에 가까운 분이셨다. 인간적이면서도 비즈니스에서는 냉정한 면이 있는.

아무튼 회사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서, 백수가 되어서는 돈을 아끼려고,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는 연수지에서 여행 많이 다닐까 등등의 이유로 미루던 생일 여행. 위의 모든 장애물이 없는 상태인 반백수 프리랜서인 지금이 내 로망을 실현시킬 절호의 찬스였다. 원래는 해외여행을 꿈꿨지만 망할 코로나...

생일 당일엔 오랜만에 중요한 업무가 생겨서 부지런히 정리하고 출발했다! 무궁화 열차 타고 무려 5시간 가까이 달려서.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서 지루하진 않았다. 무슨 잡생각이 그리 많은지.

기념으로 여수엑스포역 사진 한 장!

게스트하우스에 대충 짐풀고 배가 너무 고파서 내조국(내가 조선의 국밥이다라는 ㅋㅋㅋ)에서 푸짐하게 국밥을 먹었는데, 핸폰 충전시키느라 사진이 없...

배도 채웠겠다. 소화도 시킬 겸 그 유명한 여수 밤바다 보러 낭만포차거리 산책. 근데... 솔직히 이 경치 외엔 볼 게 없다...낭만포차거리는 을왕리조개구이 거리와 별 차이가 없어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날도 추운데 그냥 이 하멜등대 보고 숙소로 복귀. 아 볼 거 없다 진짜. 장범준이 대단한거냐...내가 감성이 부족한 거냐... 부들부들

이건 그냥 개인 취향으로다가 찍은 사진. 홍콩에서도 그렇고 나는 이런 항구도시에 있는 이런 광장들이 꽤 맘에 든다. 묘한 설렘을 주는데 왜일까?

나의 숙소인 백패커스인여수는 게하 맞은편에 펍&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술은 안 마실까 하다가 또 요런 바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게 로망이었어서(로망 왜 이리 많아 ㅋㅋ) 간단하게 한 잔만. 남해라거라는데 가볍고 아주 맘에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먹은 저 닭다리과자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다트도 있는 이 펍.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시끌벅적했으려나... 쓸쓸하네. 펍에 손님은 나 혼자 ㅋㅋ

숙소가 게스트하우스 하면 상상되는 여행의 낭만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그런 게스트하우스였다. 시설도 잘해놔서 뜨신 물도 잘 나오고 티비도 좋고. 방이 온돌이라 온돌방 선택했으면 등도 지지며 잘 수 있었을 텐데, 침대가 좀 안 맞아서 잠을 설쳤다.

조식은 게하 1층 공용 주방 냉장고에 준비해 둔 재료로 알아서 해 먹으면 되는 시스템. 게하에서 키우는 예쁜 샴고양이 바라보며 토스트와 당근 주스로 하루를 시작했다. 마침 햇살도 따스하고 기분 좋은 아침.

예쁜 냥냥이랑 있고 싶어서 일부러 커피 사다가 마시며 여유 부림. 샤미들은 진짜 애교도 많고 개냥이들이야.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화과자 체험 클래스 하러 고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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