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3박 4일간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잠시 일도 할 겸 산타모니카로 왔다.
바다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바닷가에서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고, 특히 태평양 바다를 제대로 보고 싶었다. 물론 친구네 집에서도 바다를 보긴 했지만 이런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를 거닐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산타모니카였다.

친구가 고맙게도 숙소까지 데려다줬고, 나는 짐을 풀자마자 바다를 보러 뛰어나왔다. 숙소였던 하이 산타모니카는 걸어서 5분도 안되어 바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하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일..ㅠ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친구가 오늘 보름달 떴다고 꼭 보라고 연락이 와서 밖을 나가보니 이렇게나 밝은 달이 산타모니카를 비추고 있었다. 팜트리 위의 보름달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사진으로 봐 왔던 LA의 야경이었다.

관광지라 다들 흥청망청 노는 걸 보니(이때 한국은 아직 코로나 마스크 해제 전) 나도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놀고 싶다는 생각 반, 이제 늙어서 저리 놀 힘도 없다는 생각 반으로 홀로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저 멀리 그 유명한 산타모니카 피어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려라! 일 끝내고 내일은 거기로 놀러 가 주마!

숙소에서의 아침은 친구가 바리바리 챙겨 준 것들과 아메리카노. 미국의 마트에는 정말 다양한 음료와 칩들이 존재한다. 맘 같아서는 한 달 살기 하면서 다 맛보고 오고 싶었다. 난 늘 새로운 맛에 목이 마르다!!
아침도 먹었겠다 이제 산타모니카 좀 돌아볼까!

전날 저녁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큰 나무가 건너편에 있었다니.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도 역사가 짧은데 이렇게 웅장한 나무들이 꽤 많다. 이런 종류의 나무가 크게 자라는 건지, 우리나라처럼 큰 전쟁을 겪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상당히 부럽다.

홈리스의 과자를 훔쳐먹다 딱 걸린! 다람쥐와 청설모를 합친 것 같이 생긴 이 녀석. 아예 홈리스 과자 봉지 안에 들어 가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 나와서 저러고 있다.ㅋㅋㅋㅋ

그리고 이 풍경! 크흐...이거자나!!
친구가 산타모니카에서 일 끝나고 뭘 할 거냐고 묻길래 전형적인 ISTP인 나는 그냥 바다 거닐고 놀 거라고 했다. 첨언하자면 ISTP의 여행 스타일이 나는 재밌게 놀았는데, 남들이 보기엔 별거 없는 그런 여행 스타일이라고 한다. ㅋㅋㅋ 완전 인정. 아무튼 그래도 미국까지 왔는데 별거 없이 놀고 갈까 봐 친구가 신경 쓰였던지 숙소 근처에 일요일마다 파머스마켓이 열린다고 거기 함 가보라고 링크를 보내줬다. 너 원래 이렇게 세심했니? ㅋㅋㅋ 나이 들고 오래 알고 지내니 친구의 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도착했더니 웬 비휴상이 놓여있다. LA에서 차이나타운도 아닌 이곳에서 비휴를 볼 줄이야. 여기도 중국인이 많이 사나? 크기가 큰 마켓은 아니었으나 지역 농부인듯한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재배한 것들은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에 저 베리 모음은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으나 혼자 다 못 먹을 것임이 분명해 걍 사진으로만 담았다.
아쉽게도 파머스마켓에서 적당한 먹거리를 찾지 못한 나는 (빵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제대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었다) 오는 길에 발견한 어스 카페(Urth Caffe)로 향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발견한 산타모니카 도서관. 너무 예쁜 거 아니니?

어스 카페는 미국 여행 책자를 보던 중 알게 된 카펜데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고 ㅋㅋㅋ 그냥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찾아간 곳이다. 근데 정말 유명한 곳인지 웨이팅이 꽤 걸렸다. 물론 한국인들도 있었고 ㅎ

내가 시킨 스페니쉬 오믈렛+과일 추가, 그리고 카페라떼. 맛은 머 너무나 익숙하고 상상한 그 맛.
점심을 두둑하게 먹고 드디어 산타모니카 피어로 출발! 로망 부자인 나는 해변가를 자전거 타고 달리는 로망도 있었기에, Lyft의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근데 자전거 타는 건 너무나 추천하지만 Lyft의 전기자전거는 너무나 비추한다. 사진을 안 찍었지만 자전거가 너무 무겁고, 무엇보다 비싸고, 자전거 파킹 하는 곳 위치가 해변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 그냥 해변 산책가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빌리는 게 더 나을 듯.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산타모니카 피어에 왔고!

너무 신났고!

남들 다 찍는 ROUTE 66의 끝자락 사진도 찍었다!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미드에서 많이 보던 이 유원지, 나도 느껴보고 싶었어!

그렇게 내적 흥이 나서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이것! 오잉? Tajin이라는 멕시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과일 샐러드를 파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는 당장 하나 주세요!를 외쳤다.
(지금 사진을 정리하다가 뒤늦게 발견한 저 Tostilocos!! 여행 다녀온 후 백슨생님이 유튜브에 저걸 만들어 먹는 걸 올렸는데...후아...나레기 왜 넷플릭스 '천상의 맛 멕시코' 안 봤니? 그땐 왜 멕시코 음식이 별로였을까 어흑...집에서 만들어 먹어봤는데, 똥손이 내가 만들어도 맛있는데 현지에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ㅠㅠ 어흑...)

암튼 다른 사람은 핫소스 뿌려주는데 나는 그냥 주길래 핫소스!를 외쳤다. 배만 안 불렀어도. 혹은 입맛이 맞는 친구만 있었어도 다 먹는 건데. 이렇게 또 멕시코 음식에 눈을 떴다.
대만 갔을 때 과일에 매실 가루와 소금이 섞인 듯한 마법의 가루를 뿌려 먹고 너무 맛나고 새로운 경험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저 칠리+라임+솔트가 섞인 멕시코 마법의 가루가 너무 맘에 들었다. 열대과일은 이런 시즈닝들과 함께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이 가루도 한국 올 때 당연히 챙겨 왔다 ㅋㅋ

산타모니카 피어에서 머슬 비치로 내려와서 바닷물에 살짝 발을 담갔다. 이게 그 태평양 바닷물인가! ㅋㅋㅋ 휴지도 수건도 없어서 젖은 발이 살짝 걱정됐지만 웬걸 모래가 너무 뜨거워서 모래사장을 걸어 나오는 사이에 이미 발이 다 말랐다. 다 좋았는데 싫었던 건 마리화나 냄새...으...피는 사람만 좋은 건가 마리화나는...

너무 장시간 걸어서 힘들어 숙소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발견한 이 밴드! 와 어르신들 에너지 무슨 일이며, 락 마니아는 아니만 딱 봐도 너무 잘하신다는 게 느껴진다. 이게 내가 반했던(지금은 아님ㅋㅋ) 미국의 매력 아닐까 싶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는 저 방식이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멋지게 느껴졌다. 한국은 아직도 나이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이게 바로 미국이 자유의 상징인 이유겠지? 아 근데 너무 잘하 심. 합주도 좋은데 보컬할배 젊으셨을 때 한 섹시하셨을 것 같음. 한 분 한 분 솔로 연주도 너무 잘하심. 나도 그래서 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분들 아마추어가 아니야.

숙소에서 약간의 휴식을 갖고, 이날이 일요일이라 tvN '현지에서 먹힐까' LA 편에 나왔던 스모어가스버그(Smorgasburg)가 열려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원래는 포기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다행히 시간을 맞춰갈 수 있었다.
이번엔 친구들 없이 드디어 미국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보잣! 흔들렸지만 탭 카드다 ㅋㅋ
하지만...해외여행 다닐 때마다 구글맵이라던가 바이두맵 같은 신문물 덕에 자신 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나는 LA에서 좌절하고 만다. 지상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무사히 근처까지 도착했으나 스모어가스버그까지 걸어가는 길에 홈리스 텐트촌이었던 것이다! 하.. 아무리 무서운 거 없는 나이지만 총기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쫄보가 되었다. 미국의 슬럼가는 아시아의 슬럼가와는 비교가 안됐다. 특히 대마와 마약이 성행하는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결국 겁 없이 이런 곳을 온 내 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인생 처음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왔다. 우버나 리프트를 타고 갈까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그땐 이미 문을 닫겠다 싶어서 포기했다. ㅠㅠ 혹시라도 여길 가게 되면 꼭 개인 차나 택시를 타고 갈 것을 추천한다.

패배자의 심정으로 다운타운을 방황하다가. 원래 라스트 북스토어도 갔었는데 정말 잠깐 보고 나와서 사진은 패스.

속상한 마음에 숙소 근처에서 맥도날드 와구와구. 라고 하지만 소화력 상실로 잔뜩 사놓고 대부분 남김. 미국 본토의 맥도날드를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라 맛만 본 것으로 의의를 둔다. 그리고 너무 맛없다. 양상추는 어디 건조기에 돌린 거임? 어쩜 수분기가 하나도 없냐. 그리고 맥치킨버거 너무 실망이야. 내 맥날 최애 메뉴 중 하난데, 이러기야? 마요네즈는 어디 간 거니? 완전 비추.

저녁도 실패하고 호스텔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비록 여행지와 저녁은 실패했지만 너무나 환상적인 날씨의 LA는 기분이 나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산책 중 발견한 마리아치가 노래하는 식당. 돈도 안 내고 함께 즐거웠다 ㅎㅎ 이런 모습 볼 때면 나도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든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참고 넘어가면 나는 자유로울 수 있어! ㅋㅋ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격한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람들. 괜히 기분 좋아진다. 중국에서도 이런 장면을 목격했는데, 의외로 흥의 민족인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과 소소한 여행으로 즐거웠던 산타모니카의 둘째 날은 이렇게 지나가고

셋째 날 아침은 숙소 자판기에 있는 인스턴트로 대신했다. 뭔가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컵라면과 치즈가 들어간 느끼한 무언가도 먹고 싶어서 저 이상하게 생긴 걸 샀는데...그림이랑 너무 다르자나? 그리고 둘 다 일본 거였다. 젠장. 농심이랑 삼양은 마트만 영업하지 말고 이런 호스텔에도 좀 영업을 해보라고!

이 날은 친구와 말리부를 가기로 한 날인데, 조금 늦어진다 하여 아침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찍어봤다. 이 경치를 또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산책하다 발견한 무인 배달 로봇.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 어느 건물 앞에 도착해서 뭐라 뭐라 하던데. 잘 찾아간 건지 괜히 걱정되고 ㅋㅋㅋㅋ 넘모 귀엽다.

2박 3일간 잘 지내다 가는 Hi Santamonica. Hi USA라는 미국 호스텔 체인인 것 같은데 너무 맘에 들어서 나중에 샌디에이고에서도 이 체인에서 3박 4일간 지냈다.
즐겁고 외로웠던 2박 3일간의 산타모니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친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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