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할 땐, 내가 부족하다 느낄 땐 책만한 게 없다.

한동안 멀리했던 독서를 요즘 다시 시작하려 한다. 특히 감수성 전혀 없는 나이기에 문학을 좀 가까이하려 하지만. 쉽지는 않다. 감정이 이입이 필요한데 자연스레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지인의 추천을 받아 읽은 책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솔직히 작가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개인적으로  소설 작가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꾸준히 찾아보는 작가는 없기 때문에. 일단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까...

[바깥은 여름]은 김애란 작가의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총 7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책이다.

유명세에 맞게 김애란 작가는 나를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으로 인도한다. 7편의 소설 중 '상실(죽음, 이별)'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상, 감정을 담아낸 '입동' '노찬성과 에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침착한 문체와 달리 소설을 읽는 도중 무방비 상태로 감정을 자극해버린다.

'입동'은 처음 읽은 소설이자 이 작가의 문체를 전혀 모르는 상태라 열린 마음으로 읽었기도 하고.. 그래서 크게 당해버렸다. 

아이를 잃어버린 아픔을 딛고 '도배'라는 행위를 통해 극복해내는 아내가 아이가 완벽하게 써내지 못한 글씨를 발견하고 무너져내리는 장면은 지하철에서 읽던 나를 너무 당황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차마 울 수 없던 나는 울음을 삼키느라 심장을 꾹 누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버텨야했다. 아마 집에서 혼자 보고 있었다면 펑펑 울지 않았을지.

'노찬성과 에반'은 사랑하는 고양이 두 녀석을 하늘 나라로 보내고 다시 많은 고양이들에 둘러싸여 사는 나이기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꼬맹이의 노견을 위하는 마음과 어린 아이의 욕망 사이를 섬세하게 그려낸 문장들과 건조하게 그려낸 결말은 마음을 어질러놨다. 

문장들은 감탄하게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진 않는다. 더 차분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머랄까...

지금 내 멘탈 상황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설이다.

물론 그 표현들에 감탄을 하지만...역시 나는 소설이 안 맞는 건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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