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책 제목 중이 이 제목만큼 강렬한 제목이 있을까 ㅎ

처음 인스타그램에 떠도는 이 책 이미지를 보면서 피식하면서도 너무 가벼워서 읽지 않겠다고 다짐(까지)했다. 그땐 나름 진지하게 인생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그러다 요즘 또 이런 저런 쓸데없이 고민이 깊어져서 좀 가볍게 털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마침 서점에서 이 책이 눈 뙇!

안 읽겠다고 했던 나의 다짐과는 달리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쓴 건가? 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내년이면 불혹에 접어드는 나는 회사를 무작정 퇴사하고 두달간 백수로 지내다 새로운 회사에 취업을 했다.

나도 저자처럼 1년치 생활비만 모으고 퇴사했다. (어디갈지 정하지도 않고!) 몸만 건강하면 머든 하겠지. 일단 나스스로 아무것도 해보지 말자! 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난 그다지 용기가 있진 않았는지 아직 번아웃이 안 된 건지. 아니면 먹고사니즘이 더 중요하고 돈을 더 좋아했던지 두 달만에 다시 덜컥 취직했다.

그래서 살짝 후회 중이다. 좀 많이 불안할때. 벼랑 끝까지 가보고 취직할 걸.

솔직히 이 책보고 좀 더 후회가 들긴했다. 아 더 쉬었어야했어 ㅋㅋ


책 서문에 나온다

"한 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둥둥!"

하... 나도 분명 같은 마음이었는데. 내가 저자보단 덜 애쓰며 살아서일까? 솔직히 무리하게 애쓰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나를 그렇게 안보긴 한다. 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으며, 정말 그 동안 너무 고생했으니 좀 푹 쉬어라. (무려 한 회사에 11년을 다녔으니). 탈출 축하해! 거의 모 정년 퇴직하는 기분이었다. ㅋㅋ

한 회사에서만 11년이지 나는 빠른년생이라 7살에 학교를 들어가 재수없이 대학을 입학해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했다. 3년 6개월을 다니던 첫 직장 그만두고 백수의 삶을 한 6개월 정도 지냈지만 그 와중에도 새로운 직업을 위해 직업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알바를 했으며, 알바가 끝나자마자 새롭게 취직했다. 그 다음 직장도 1년 정도 다니고 회사가 문닫는 바람에 백수가 됐지만 실업급여라는 꿀같은 돈을 받아본 것도 고작 한 달, 아는 분이  일 좀 도와 달라하여 다시 일을 시작하고, 그러던 와중에 11년을 다니게 된 그 회사에 취직하게 됐다.

그러니 나이에 비해 회사 생활이 굉장히 오래된 편이긴하다. 39살에 무려 15년을 직장생활을 했으니. 고등학교 때부터 알바를 하고 대학 내내 알바했던 것까지 치면.... 나 진짜 늘 일을 하며 살았다. 쓰고보니 먼가 억울하네 ㅋㅋㅋ 돈이나 많이 모았으면.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돈 버는게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큰 맘먹고 15년 일했으니 나 좀 놀아도 되지 않겠냐며 당당하게 11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둬 놓고 두 달 만에 취직이라니 ㅋㅋㅋ 나도 참 나다.

저자는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솔직히 나도 이 부분은 늘 의문이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열정있어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열정은 없지만 "열정이 있어요!"를 연기해야하는.

"열정은 좋은 거다. 나를 위해 쓰기만 한다면 말이다. 내가 알기론 열정이라는 것은 그렇게 자주 생기는 것도, 오래가는 것도 아니다. 열정은 닳는다.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까 억지로 열정을 가지려 애쓰지 말자"

물론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 중에는 늘 언제나 열정적으로 오랜 기간 일하는 사람이 있긴하다. 그런 사람들이 사장을 해야하는 거다. 하지만 나처럼 체력은 약하고 정신력은 더 약하며 적당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열정도 요령껏, 타이밍 잘 맞게 써야한다. 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껴 써야한다는 말이다. 

"노력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실패했다. 우리는 다음을 준비하지 못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하라는 잔소리에는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나부터도 와 닿지 않으니 말이다"

솔직히 노력이라는 말이 잘못된 건 아니다. 방향이 맞지 않는 노력이 문제인거지. 하지만 내 윗세대들(산업세대), 경쟁이 당연한 세대의 사람들은 방향과 상관없는 노력을 요한다. 됐고 그냥 열심히. 그래서 일을 잘한 사람보다는 노력을 피나게 한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팀장을 지내면서 후배들을 많이 받아봤지만 일단 노력하는 친구들은 좋게 보게 된다. 하지만 세대가 정말 많이 변했고, 정말 어린 친구들이 신입으로 들어오면서 내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의 세대와 나보다 어린 세대는 또 다른 거다. 그들은 더 합리적이고 똑똑하고 자기 권리를 확실히 안다. 내가 바보 같았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후배들의 사고관은 좀 부럽긴하다. 좀 더 자기 자신을 아낄 줄 아는 거니까.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난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난 회사일이 항상 우선이어서 휴가도 안쓰고 친구도 안 만나고 가족한테도 살갑지 못했으며, 그게  어리석었는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좀 더 뻔뻔할 걸.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부분은 내가 퇴사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인 '일하기 싫음'에 관한 거다.

"이제야 알았다. 나는 일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싫은 거였다"

특히 내가 11년을 다녔던 직장은 마치 천직을 찾은 것처럼 즐거웠었다. 일이 빡세긴 했어도 누구도 못해볼 경험을 했고 월급도 나중에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회사의 성공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긴 했지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열정이 식었고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없으니 이 일을 계속해야 했다. 돈 때문에. 그렇다. 일이라는 건 계속하고 싶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이렇게 명쾌할 수가!

물론 하던 일을 열심히하면서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있었다. 요즘은 회사다니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게 너무나 영리하고 합리적이니까. 나처럼 일단 그만두는 무식한 시대는 아니긴하다. 

근데 저자도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끝을 내고 나서야 다른 게 보이는 그런 사람이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어느새 세상 사람들이 어디 갈지 구해 놓고 그만두라는 말이 금과옥조처럼 느껴지고, 그래야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어물쩡 1년여를 방황하며 회사를 다녔었다. 너무나 괴롭게. 하지만 난 그렇지 못하는 타입이었고. 나만 그런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거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책에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있는데(에세이니까 ㅋ) 참 이렇게 공감가는 에세이는 처음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쓴 줄 알았다 ㅋㅋㅋ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어두움을 털어놔서 부담주는 것 같아서 혼자 끙끙앓고 있었는데, 이 책은 읽은 내내 정말 몇 번을 맞아맞아! 했는지 모른다. 마치 말 잘 통하는 친구랑 술마시면서 인생관을 얘기한 느낌.

가벼울거라 생각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이 책.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을 조금 정리해준 좋은 친구를 얻은 느낌이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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