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떠나고 싶었다. 반백수 프리랜서의 장점을 이용해 월요일에 떠났다.

나는 자연보다는 도심 속을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솔직히 해외 도시를 여행하는 게 아닌 한 국내 도시는 거기서 거기지만 낯선 동네가 전해주는 알 수 없는 판티지, 상상력 자극하는 그 느낌이 좋다. 특히 오늘 같이 파란 하늘에 구름이 적당한 여름에는 말이다.  

첫 목적지는 평양면옥 본점.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을 엄청 좋아하는데, 특히 서울의 필동면옥이 완전 내 취향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의정부 평양면옥이 본점이라지 않는가. 아니 와 볼 수 없었다.

 

 

내공이 느껴지는 평양면옥 입구. 간판이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

 

 

주문하면 나오는 계산서와 면수. 면수가 물인줄 알고 무심코 들었다가 너무 뜨거워서 놓칠 뻔. 조심하자. 몇 년 전이라면 홀로 수육도 시켰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이젠 많이 못 먹는다. 걍 얌전히 냉면만...ㅠ

 

 

맑은 국물의 평양냉면과 무초절임. 단출하다. 국물은 깔끔한 와중에 고기맛이 나고 면은 전혀 푸석하지 않고 적당히 쫄깃해서 식감이 좋았다. 면먹고 바로 국물 마시면 딱 좋아! 절반정도 먹고 식초와 겨자 넣어 먹으니 또 새로운 맛이다. 면수는 식히느라 냉면 다 먹고 마셨더니 영 맛이....에잉... 면수는 냉면 먹기 전에 마시자~

 

 

의정부역에 있던 안중근 의사 동상. 중국에서 제작해서 선물했다고 하던데, 상당히 역동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본 적 있는데, 직접 봐도 상당히 근사했던. 

 

 

의정부역사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잠깐 쉬는 타임. 먼가 감성있는 짓을 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요즘 빠져있는 왕이보(王一博) 유튜브 영상보고 낄낄 거리고 있었다. ㅋㅋ 조만간 우리 이보 글 좀 써야겠다. 왕허디 이후 오랜만에 또 푹 빠지게 만드는 중국 아이를 만났다. 심지어 나 얘 연습생 때 사옥에서 마주쳤었어! 하...

 

 

오늘 예뻤던 하늘. 요즘 중국 가수 永彬RyanB.의 '像极了‘에 푹 빠졌는데, 거의 모 첫사랑에 설레게하는 느낌. 특히 이런 여름날 잘 어울리는 곡이라 하루에 수십 번 듣는다. 나를 이 여행이라면 여행에 이끈 노래. 이 친구 노래 참 괜찮더라. 다른 곡들도. 상당히 세련됐고. 중국어 발음을 팝에 어울리게 잘 만든 듯. 

 

 

지난 번 부대찌개 먹으로 왔을 때 탔던 경전철의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괜히 한 번 타봤다. 심지어 하늘도 예쁘자나 ㅠㅠ 유리창의 저 지저분한 것이 옥이 티로군...

하루종일 의정부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다니다가 6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이보의 '陪你到世界之巅’ 보다가 정신 팔려서 구일역에 내렸다. 아놔...이보야 너의 매력이란.. 우얄꼬. 살짝 삽질했지만 이런 멋진 지는 태양도 보고. 마침 이 길이 우리 냥이 약도 타고, 필요했던 물품도 사기 좋았던 루트라. 오히려 더 좋은 마무리였다. 특별히 한 건 없지만 나의 감성을 꽉 채운 하루였다. 돌이켜보니 행복한 하루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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