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성한 노동절.

느지막이 일어나 라면도 먹고, 밀린 공부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드라이크리닝도 맡기고, 염색도 하고. 하나하나 별 거 아닌데 시간이 후딱갔다.

그리하여 날도 좋고(미세먼지빼고), 전부터 넘나 먹고 싶었던 옛날 동네 통닭집 닭도 땡기고..

하지만 배달이 안돼서(배달의 민족에서도 안된다) 매번 상심했었던! 그 치킨! 李서방치킨!을 먹기로 결심(?!)했다.

최근에 집 근처에 따릉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거다!!!

날도 좋겠다. 운동 겸 따릉이 타러 고고!

따릉이가 잠시 나를 열받게 했지만 그래도 예전이었으면 택시를 타고 사왔을 통닭을 따릉이 타고 룰루랄라 포장해왔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지만 몇군데 안 남은 '이서방양념치킨'은 네이버 지도 찾아보니 서울에는 한 6군데 정도 밖에 없는 거 같다.

내가 사 온 곳은 신월6분점. 신월동 먹거리 골목에 있는 곳이다. 근데 언제 이 골목이 먹거리 골목이 됐지 ㅎㅎ 머 음식점이 많이 몰려있긴하다.

추억의 맛. 지금 여느 치킨집들과도 차별화된 그 맛. 그 맛을 여기에 소개한다!  

봉다리에 담아 온 李서방치킨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시시콜콜한 소스는 없고 치킨, 치킨무, 콜라만 심플하게 담아준다. 콜라가 펩시인 것도 너무나 내 취향. 이렇게해서 2만원! 프랜차이즈치킨 1마리가 2만원 이하인 것 생각하면 살짝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러나!! 여기는 치킨 한마리를 시키면 1마리 반을 준다.  

따란~~! 대망의 치킨. 

근접 샷. 자세히 보면 닭다리가 세개다. 그렇다 1마리 반을 주기때문에 닭다리도 하나가 더 들어있다. 결코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큰 치킨을 사용해서 그런지 닭다리도 먹음직스럽다. 바싹 튀긴 치킨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이건 괜히 올렸나 ㅋㅋ 리얼함을 보여주기 위해!

먹고난 소감은 확실히 옛날 양념과는 조금 달라지긴했다. 올리고당? 물엿? 이 좀 더 많이 들어가서 양념이 좀 쫀쫀해진 느낌. 머 시대의 흐름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래도 이서방치킨만의 맛난 냄새는 다른 치킨은 따라할 수 없다!

이제 따릉이도 있겠다 종종 사먹으러 갈테다!!

여담이지만 주인집 아주머니한테 신정동 배달 안돼서 아쉽다니까 멀리서 와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내가 더 고맙다. 아직도 버티고 계셔주셔서.

사장님 말로는 연신내로 시집간 여성도 임신한 상태에서 이 치킨이 먹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그 맛이 그리워서.

이서방치킨 때메 간만에 따릉이 타고 옛동네도 구경하고, 대부분의 집들은 빌라나 아파트로 바뀌었지만 신기하게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 가게들이 있다.

옛동네로 진입하는 순간 건물들은 변했어도 그 구역, 구획들은 그대로이기에 낯선느낌이 아닌 늘 지나다니던 길이라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묘했다. 타임슬립한 기분이랄까.

아직까지 그 당시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이 참 따뜻한 위안이 됐다.

치킨으로 시작해 살짝 추억에 젖어 본 노동절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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