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여행을 마치고 친구1과는 사흘 뒤에 다시 보기로 하고 친구2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친구1과 함께 나에게 늘 LA에 오면 버선발로 마중 나오겠다는 친구2는 최대한 LA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우선 그 유명하다는 북창동순두부를 먹고 싶다 하니 친구 집에 가는 길인 토렌스 지점에 들렀다.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지만 ㅋㅋ)

나는 프랜차이즈는 굳이 어느 지점을 선호할정도의 미식가는 아니다. 그래서 굳이 코리아타운이 아니어도 북창동순두부의 탄생지인 미국 LA에서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미국에 온 지 사흘밖에 되지 않기도 하고 나는 해외여행 내내 한식을 안 먹어도 괜찮은 입맛을 지녔기에 이 순두부찌개가 너무 맛있고 특별한 느낌을 받진 못했다. 정말 한국에서 먹는 바로 그 맛이었고 ㅎㅎ

해외에 오래 살아 본적이 없어서 이 맛이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특별하게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단기 여행자에게는 굳이 꼭?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맛없다는 게 아니라 너무 한국이랑 맛이 똑같아서! 하지만 미국에는 맛난 음식이 없으니(ㅋㅋㅋ) '미국에서 먹는 순두부찌개'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괜찮은 경험이었다.

순두부찌개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친구네 동네인 랜초팔로스버디스(Rancho Palos Verdes), PV(친구가 이 동네는 줄여서 PV라고 한단다. 자기네도 발음하기 귀찮겠지 ㅋㅋ)로 출발!

친구네 집에 짐을 풀고 우리는 동네 산책을 나왔다. 친구가 처음 집주소를 알려줬을 때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ㅋㅋㅋ 아무리 봐도 영어는 아니잖아?

여행 전 검색을 해보니 바닷가 근처 아주 근사한 동네였다. 영화 인셉션 촬영지라는 얘기도 있고, 성공한 한상(韩商)들이 모여 사는 부촌이라고 하더라. 너 성공했구나! 자식!

친구가 퇴근길에 찍어 보내 준 석양이 지는 길 드라이브하는 영상은 정말 영화 그 자체였다. 현지인들이 트레킹을 하러 많이 온다고도 하고. 하지만 장롱면허인 나는 친구가 데려오지 않으면 오기 힘든 그런 곳이었다 ㅎㅎ

돌고래를 볼 수도 있다는 이 동네. 바닷가 옆이라는 것이 참 좋았다.

동네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보름달이 아주 선명하게 떴다. 여기서는 달이 더욱 가까이 보여서 내가 해외에 오긴 왔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국적인 이 풍경.

산책을 마치고도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우리는 롱비치(Long Beach)까지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왜 롱비치냐? 내가 힙합에 입문한게 바로 Snoop Dog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스눕독이 롱비치 출신인데, 그의 가사와 G-funk뮤지션들 음악에 종종 등장하는 동네이다. 그래서 딱히 유명한 것은 없으나 (퀸 메리호 정도?)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친구가 별로면 혼자라도 가려했는데, 마침 친구네 동네서 30분이면 가는 곳이었던 것이다.

롱비치 가기 전 스벅에 들러서 커피도 사고. 이 동네 스타벅스는 LA에서도 꽤 유명한 것 같았다. 바닷가가 이렇게 잘 보이고, 석양이 지는 풍경이라니. 동네였으면 진짜 자주 왔지 싶다.

롱비치를 가던 중 친구가 혹시 컨테이너 야적장 이런데 가봤냐고 물었다. 물론이지! 난 그런 곳 좋아해! 라고 했더니 친구가 반가워하면 자기도 컨테이너가 항구에 쌓여있는 것 보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롱비치 야적장을 보면서 드라이브했다. 의외의 지점에서 통하다니! 대학교 때부터 무역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런 풍경을 좋아했다.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니 나 역시 너무나 반가웠다.

한산한 롱비치의 한 거리. 아마 여기가 롱비치에서 제일 힙한 곳인 듯한데 시간이 늦어서(저녁 9시밖에 안됐는데!) 문 연 가게가 별로 없다. 특히나 친구가 술을 못 마셔서. 걍 쓰윽 훑어보기만 함.

이렇게 롱비치까지의 드라이브로 첫 날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여행지에서의 아침 산책을, 특히나 바닷가 동네 산책을 너무 하고 싶었던 나는 오전 7시쯤 일어나 홀로 친구네 집을 나섰다.

크흐...이 풍경...친구네 집 언덕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바닷가는 정말 이 동네가 비쌀 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니 ㅠㅠ

홀로 스벅에서 커피 한 잔 하고, 돌아와서 친구가 해 준 아침 밥 먹고 LA 다운타운으로 고고!

다운타운에 주차를 하자마자 어디서 방금 파김치를 먹고 말을 하는 사람한테 나는 입냄새같은 냄새가 나길래 근처에 한식당이 있나...하면서 궁금해하던 차에 친구가 "이게 마리화나 냄새야"하고 알려줬다. 헐... 내가 미국에 오긴 왔나 보다.

길거리에서 마리화나 냄새도 맡고. 처음 마리화나 냄새를 맡게 된 나는 너무 실망(?ㅋㅋ)한 것이, 마리화나는 먼가 허브를 태우는 그런 냄새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너무 냄새가 역했다는 것이다. 나도 내가 왜 멋대로 그런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친구1의 동네도 그렇고 친구2의 동네도 주택가이고 다들 잘사는 동네라 위험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다운타운에 도착해서 처음 맞닥뜨린 것이 마리화나 냄새라니... 진정한 LA의 시작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애플 매장. 옛날 극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매장이라던데, 그 어느 애플 매장보다 고급져 보였다. 역시 회사가 돈이 많으니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던. 화장실도 매우 럭셜했는데, 화장실 앞을 가드가 지키고 있었다. LA에 노숙자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여행 중 미국의 빈부격차를 처음 느끼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애플 매장을 나와 그랜드센트럴마켓으로! 친구도 처음 가본다고 하는데, 여기도 관광객들한테만 유명한 건지 내 친구들은 왜 다 한 번도 안 가본 것인가!

그랜드센트럴마켓 가는 길에 친구가 사준 호르차타? 오르차타? Horchata. 네이버 지식 백과에 따르면 "덩이줄기(tube)인 ‘기름골(tiger nut)’을 설탕, 물과 함께 갈아 차갑게 마시는 스페인의 대표 음료"라고 한다. 하지만 LA에서 파는 것들은 멕시코식으로 계피와 바닐라를 넣는다고.
맛은 완전히 나의 취향 저격! 계피도 좋아하고 바닐라도 좋아하는 나는 한 모금 마신 순간 이걸 맨날 사먹을 것임을 느껴버렸다. 이때부터 시작인가? 멕시코 음식에 빠져든 게!

그랜드센트럴 마켓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에그슬럿(eggslut). 한국에도 들어왔지만 아직 못 먹어본 나는 이렇게 본점에서 먹게 됐다. ㅎㅎ 머 큰 기대를 안 하기도 했지만 맛은 괜찮했고. 너무나 상상 가능한 그 맛. 근데 여기의 매력은 맛보다 에그슬럿을 만드는 주방을 구경하는 것이다.
큰 철판을 가득 채운 베이컨이 익어가는 과정과 요리사들이 각각의 재료를 쌓아가며 하나의 완성된 버거를 만드는 것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ㅋㅋㅋ 레스토랑 게임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완전 게임 실사판이다 ㅋㅋㅋ

오르차타도 이미 하나 다 먹고, 에그슬럿도 하나 다 먹어서 배가 안 고팠는데(나이 드니 저절로 소식. 근데 살은 왜 찜?), 그래도 친구가 하나 더 먹자고 해서 오이스터를 3개만 시켜 먹었다. 아 맛있는데 너무 비싸.
그리고 여기서 발견한 미국의 신?문물. 바로 그린 핫소스!

핫소스라곤 타바스코 핫소스 밖에 모르던 나에겐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맛이 더 개운하고 프레시한 느낌이라 완전 반함. 그래서 집에 올 때 당연히 사 왔다지 ㅎㅎ

그리고 너무 개성 넘치고 예뻤던 그랜드센트럴마켓의 간판들.
맘 같아서는 더 있고 싶었던 곳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코로나 전에는 얼마나 많았던 거냐!) 다음 여행지로!

다음 여행지는 멜로즈거리였다.

여행 계획을 대충 짜는 나는 그냥 그날그날 땡기는 곳을 가는 편인데, 어딜 가나 고민하던 중 멜로즈도 많이 간다길래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예전에 살던 동네라고. 근데 여기가 노토리어스 비아지가 총 맞은 곳이라고 설명해준. 이 친구 나보다 더 힙합을 잘 아는데? 그리하여 드라이브 겸 코리아타운을 지나 멜로즈로 향했다.

티비와 영화에서 보던 팜트리가 줄지어있는 LA도로. 하늘이 맑아서인지 지대가 높은 건지, LA에서는 유독 하늘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행 내내 날씨가 이리 화창해서 비현실적인 느낌.

그렇게 멜로즈 거리를 갔다가 할리우드 거리를 지나 타이타운으로 갔다. 쇼핑할 것도 아니고 드라이브하면서 보는데 굳이 안 내려도 될 것 같았던.

그리고 찾은 것이 친구 둘이 극찬을 했던 타이 음식점 Pa Ord Noodle. 뭐라고 읽어야 하는 거야? LA 영어 쓰는 거 아니야? 왤케 다 읽기 어렵니.

내가 너무 사랑하는 똠얌국수.

그리고 쏨땀!!
정말이지 태국 음식은 늘 옳다.
너무나 맛나게 먹고 비싼 팁을 내고(미국 여행을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팁 문화다!) 이틀간 나의 여행지이자 숙소가 있는 산타모니카로 향했다!

때는 2022년 4월 13일. 2년 반만의 해외여행, 그리고 약 11년 만의 미국 여행이 시작됐다.
미국은 2011년에 뉴욕으로 출장 딱 한 번 가봤고, LA는 처음이었다. 애초에 LA는 내 취향이 아니라 친한 친구가 이민을 갔음에도 크게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 모든 순간이 소중해졌다. 나갈 수 있을 때 나가고,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 한다!
그래서 이번 LA 여행의 목적은
1) 친구 만나기. 마침 세 명의 친구가 LA에 거주하고 있었다.
2) 한 이틀 정도 일하기.
3) AMTRAK 타고 미국 횡단하기.
이 중 1번과 2번은 계획대로 됐으나 3번은... 어찌 보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는데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여행 후기 중에 공항, 기내식 후기 극혐인데 결국 나도 쓰게 된다. ㅋㅋㅋ 여행자들에겐 모든 순간이 소중하쟈나.
해외 입국자 격리가 면제됐지만 공항은 여전히 텅텅 비었고, 저 이동카도 이용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2005년 처음 해외여행을 시작한 이후 처음 타볼 수 있었다. 편하긴 했지만 아시아나 카운터까지는 내 두 다리로 또 한참 걸어야 했다. 머 좋은 경험이었어. :)
그리고 면세점도 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상품이 많지 않고 품절된 것도 많았다. 식당은 더더욱 문 연 곳이 없어서 먹을게 너무 없었다. 평소라면 절대 먹지 않을 던킨 도너츠 샌드위치를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ㅠ

여행을 자주 다녀서인지 원래 여행 전날에 특별한 설렘 같은 거 없어진 지 오랜데, (심지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설레지 않음을 느꼈다.) 이번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혹시 서류를 제대로 준비 못해서 '출국조차 못하면 어떡하지?'부터 '총 맞는 거 아니겠지?' '러시아랑 전쟁 나는 거 아니겠지?' 등등 오만 생각이 들었다 ㅎㅎ
특히 탑승구에서 저 비행기의 아시아나 로고를 보니 더 쿵쾅쿵쾅. 첫 해외여행 이후 매년 해외로 여행이든 출장이든 다녔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해외를 안 나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런 설렘과 긴장도 꽤 좋았다. 그동안 너무 무감각한 삶이었어.

예전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 앞자리가 의자도 편하게 제칠 수 있어서 사전에 이 좌석으로 찜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딱 비행기 날개에 걸려주고...

최근 몇 년간 길어봐야 5시간 걸리는 여행만 다녀서 잊고 있었는데, 장거리 비행에서만 받을 수 있는 슬리퍼와 칫솔.

쌈밥 말고 다른 거 먹으려다, 그래도 아시아나니까 쌈밥으로 시켰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야채 왜 이리 신선함? 김치는 내가 주주로 있는 (ㅋㅋ) 종갓집 김치가 나와서 아주 맘에 들었다. 평소였으면 맥주를 마셨겠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화이트 와인으로 기분만 냈다.

왜 비행기 커피는 항상 맛이 없을까? 예전에는 맛없는 대로 그냥 마셨는데, 이제는 진짜 맛없는 건 못 마시겠어서 아쉬운 대로 설탕과 프림을 다 넣어서 마셨다. 그랬더니 그냥저냥 마실만.

혜자스럽게 LA 출국자가 많지 않아 눕코노미로 갈 수 있었다! 누워서 한 숨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태평양 위. 망망대해 태평양 위에 있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밤 비행기라 컴컴해서 암것도 볼 수 없었다. ㅠ

두 번째 기내식. 중간에 간식을 준거 같지만 자느라 못 먹고. 젊었을 때는 어찌 세 번 다 챙겨 먹었던 거 같은데. 이젠 소화력 딸려서 기내식도 다 못 먹어서 아쉽지 않은... 두 번째 식사는 먼가 해산물 머시기였던 거 같다. 기냥저냥 기내식 맛.

드디어 LA상공! 저 멀리 하얀 글자는 그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이다. 날씨가 너무 좋았어!! 비행기에서 본 LA의 첫인상은 땅이 진짜 넓다. 그리고 집도 참 많다.
내가 탄 비행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로스앤젤레스 공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입국 심사만 1시간 넘게 걸린 듯. 특히 깐깐한 심사요원 때문에 더욱 시간이 지체되어 나의 짐은 배기지 클레임에서 끌려 나와 나머지 학생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 피곤해. 이럴 땐 역시 한국이 최고야 소리가 나온다.
고맙게도 아이 하교 시간에도 나를 데리러 나와 준 친구 덕에 편히 짐 싣고 친구네 집으로 고고! 하지만 첫날부터 술꾼 부부와 반가운 재회를 핑계로 와인과 맥주를 무한정 섞어 먹다 보니 여행 둘째 날은 숙취로 마주했다.
와... 술 마시고 다음날 쓸개즙까지 토한 게 얼마만이냐... 숙취 때문에 이튿날 오전은 그냥 날려주고 ㅋㅋㅋ 덕분에? 시차는 잘 적응했다는 ㅋㅋㅋ

나의 숙취를 위해 찾아간 친구의 단골 태국 맛집. 똠얌 국수와 소고기 쌀국수, 그리고 볶음밥.
이 날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나의 숙취로 인해 다른 친구는 갈 수 있는 거냐며 걱정을 했고 ㅋㅋ

와중에 쌀국수는 맛있었지만 위가 까끌까끌하게 느껴진 나는 또 바로 토해주고 ㅋㅋㅋㅋ 와 사회생활할 때였으면 상상도 못 했을 나의 모습인데, 친구라 편하긴 했나 보다 ㅋㅋㅋㅋ
가게 주인 분과 음식한테 좀 미안하긴 하다. 정말 맛났었는데 ㅠ
내 상태가 멜롱이었어서 그렇지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한국의 태국 음식과는 확실히 조금 다르다.
가게 이름은 BKK101 Thai Cuisine

아쉬운 대로 태국 음식을 먹고 친구들은 알쓰가 된 나를 어찌어찌 이끌고 조슈아트리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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