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책을 좀 의식적으로 많이 읽는 해가 되기로 계획했다. 그래서 올해 완독한 첫 책!

저자인 최배근 교수님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통해 알게 된 분이다. 매번 통찰력있고 객관적인 지표로 거시경제를 잘 알려주시던 분이라 호감이었는데, 책 홍보도 열심히 하셔서 ㅎㅎ 호기심에 책을 질렀다.

솔직히 경제 공부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읽기 어려울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대학교 때 미시, 거시 경제 수업 듣길 잘했다며.

앞부분에는 1차 산업혁명부터 지금의 4차 산업혁명과도기의 역사를 요약, 설명해놔서 잃어버렸던 지식들이 다시 조합되는 느낌이다. 특히 내가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당시가 세계적으로 금융화의 정점이고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화두였음에도 극혐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저자는 경제학 교수님 답게 1차산업혁명 이후의 경제사를 자세히 풀어내서 차근차근 읽다보면 19세기말에서 21세기 현재까지 산업구조의 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경제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전환기에 있는 지금, 코로나19가 전세계와 맞딱드린 지금의 상황을 '새로운 처음'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나라의 산업생태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에는 우리나라 기득권들이 싫어하는 기본소득제도와 토지공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 사회주의적인 주장이다 ㅎㅎ.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제도는 버나드쇼의 책 '쇼에게 세상을 묻다'를 통해 그 필요성에 설득당했던 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주장하기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사람이 AI와 경쟁에 밀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질 것이고 지금의 중급숙련자들의 자리는 계속해서 없어질 것이 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AI나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더욱 창의적인을 해야할텐데, 지금처럼 노동시간이 길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시간과 함께 줄어드는 소득을 어느 정도 보전해줘야 사람이 적당히 일하면서 창의적인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이다.

이건 나도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특히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 높은 직책이 올라가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웬만한 일들은 부하직원들이 하기 때문에, 여기서 사람들은 두가지 갈래로 나뉜다. 일보다는 정치질로 높은 직책에 올라가거다 열심히 일해서 자기 사업을 차리거나. 

앞으로는 이 부하직원들이 하던 일을 AI가 하게 되는 것이고 나는 관리자가 되어 정치질을 하거나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해서 사업을 하든 다른 무엇을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리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스로 창의성을 길러 스스로의 일을 만들어내야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어느정도 소득보전이 필요하다.   

토지공개념은 누구나 다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솔직히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왕조가 패망의 길로 접어든 건 대부분 토지의 사유화게 극에 달해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민심을 잃었을 때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민심을 이용해 새로운 왕조가 세워진 역사는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도 너무 많다.

이런 기본적인 논리를 따라 '새로운 처음'을 맞이하게 되는 4차혁명시대에는 개방적이고 연결된 사회에 어울리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계신다. 물론 그에 맞게 우리나라의 정책들도 따라서 바뀌어야하는데 우리 관료들은 아직도 관성적이 정책들만 내놓고 있고, 오바마나 일본의 망한 정책들을 이름만 바꿔서 사용하는 걸 넘어 심지어 삼성의 망한 정책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고 계신다.

4차산업시대에는 그에 걸 맞은 노동 생태계가 필요한데 그걸 우리 관료들은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타다' 사태는 혁신도 뭐도 아닌 걍 얍삽한 사업가가 이름만 그럴듯이 해놓고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서 사업하려다 망한 케이스라고 생각하는데, 그거에 대해 확실하게 짚어주셔서 좋았다.

다소 아쉬운 점은 연결, 개방 시대에 걸맞는 인재 상에 대해 조금 알려주시길 바랬는데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율성과 교육에만 맡긴 느낌이라 전국시대 진나라가 시행했던 엄격한 법가적인 마인드를 가진 나같은 사람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저자가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여준 적절한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모습이 연결, 개방 사회인 지금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말에는 크게 공감한다. 그 원인으로 '눈치문화'를 얘기했는데 백퍼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물론 눈치는 일본도 많이 보지만 우리나라의 눈치문화와는 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똘똘한 우리 나라 사람들, 적당히 눈치 챙기면서 결국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국민성은 가끔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끈기가 있지만 그래서 이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잘 살아남아왔다고 생각한다. 이 적은 인구에 이 작은 국토에, 가성비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호모엠파티쿠스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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