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타코란 그냥 가끔 먹는 외식 메뉴였다. 처음 타코를 접한 건 타코벨이었는데, 맥도날드 같은 느낌의 패스트푸드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뒤로는 온더보드나 감성타코 등에서 화이타라던가 퀘사디아 같은 메뉴를 더 많이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LA에서 타코를 새롭게 배우게 됐는데, 바로 El Taurino 타코!이다.
이 날은 술꾼부부와 다운타운에 가기로 한 날인데 그전에 맛난 타코 집을 데려가 준다고 했다. 나는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타코가 새로운 메뉴가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웬걸! 가게 분위기부터 압살이다.

내가 21세기 레스토랑에서 소가 박제된 것을 볼 줄이야. 멕시코, 스페인 느낌 뿜뿜한다.

그리고 나온 것이 바로 이것!! 왼쪽 위가 돼지고기 아래 가운데가 소고기, 그리고 오른쪽의 저건 튀긴 또르띠아와 치즈? 같은 걸 얹은 건데. 와 진짜. 왜 타코가 이렇게 맛난 거라고 지금까지 몰랐을까? 저 소고기 타코와 그린 살사는 너무 맛있어서 솔직히 더 시켜먹고 싶었는데, 앞으로 먹을 것들이 더 많이 남아있어서 참아야 했다. 돼지고기 타코는 내가 그닥 돼지고기를 안 좋아해서 그냥 예의상 먹었는데, 웬일이니 이것도 맛있자나! 약간 우리나라 제육볶음 느낌?
이때부터 완전 멕시칸에 빠져버리고, 급기야 샌디에이고에서는 타코 투어까지 하게 됐다 ㅋㅋㅋ
El Taurino의 위치는 바로 이곳. 여러 곳이 있는데, 내가 간 곳은 본점? 이었다.

내가 하도 타코타코 노래를 부르니까 귀국할 때 친구가 트레이더스 조에서 타코 시즈닝을 선물로 사줬다 ㅋㅋㅋ
역류성 식도염 좀 나아지면 당장 해 먹어 줄 테다.
감격스런 타코 식사를 마치고, 타코의 여운을 느끼며 찾아간 곳은 다운타운에 있는 아트 디스트릭트였다.
며칠 전 다운타운의 충격과 친구가 다운타운은 동네가 좀 위험해서 남편이랑 가는 게 좋겠다 하여 함께 여행을 하게 됐다.
그전에 친구가 요즘 힙하다고 추천한 로우 다운타운(ROW DTLA)을 갔었는데, 우리가 너무 평일 오전에 가서인지 문을 안 연 가게도 많았고, 그다지 볼 게 없었다. 아직은 여행지로 가기엔 좀 가게가 더 많이 들어와야지 싶..
그리하여 바로 근처인 아트 디스트릭트로!

너무 일찍 가서 맥주집도 안 열었고 ㅠ 와중에 고양이 그림 귀여워서 ㅎ

국내 여행 방송에서도 나왔던 그래피티들

그래피티2

와중에 보이던 사회복지서비스센터의 그림도 이렇게 힙할 일인가!

미국에서도 은근히 고양이 그림들을 많이 봤다. 정작 실물 고영씨들은 보기 힘들었지만.
아트 디스트릭트 구경은 꽤 볼만했지만 역시나 우리가 너무 일찍 가서인지 딱히 문 연 가게도 없고...너무나 썰렁하고. ㅎ 하지만 진짜 여자 혼자 오기에는 좀 쉽지 않은 동네이긴 했다. 숙소 잡으려던 곳이 여기에 있었는데, 무지 후회할 뻔.
아트 디스트릭트까지 구경하고 난 우리는 너무 시간이 남아돌았다! 타코 먹은 게 아직 소화도 안됐는데, 어디 먹으러 갈 수도 없고...
그리하여 쥐어짜서 찾아낸 곳이 바로 이 엘 푸에블로 LA 역사 공원(El Pueblo de Los Angeles Historical Monument)이었다. 여행책자에서 보고 알게 된 곳인데, 암트랙 타는 날 시간 남으면 가보려던 곳이다. LA의 초창기 모습을 재현? 해낸 곳인데, LA가 원래 멕시코 땅이었던 만큼 멕시코풍의 기념품들을 잔뜩 팔고 있었다.

정작 가판대는 하나도 안 찍고 이런 것들만.
친구 부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곳 구경도 너무 빨리 끝나서 돌아 나왔다...

그때 발견한 이것. 뭔가 멕시코 원주민들이 했을 법한 제사의식 같은 걸 재현하고 있었다. 막 이상한 허브들도 태우고. 기 좀 받고 갑니다 ㅎ
여기에서의 일정도 너무 빨리 끝나서 그냥 근처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내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걸 아는 친구들은 그렇게 또 동행을.(할 것도 없고 ㅋㅋㅋ)

차이나타운 입구에도 ROUTE66 표지판이 있었다. ROUTE66가 여기도 이어졌었구나. 하긴 바로 근처가 유니온스테이션이니까.

너무나 차이나타운임을 알아볼 수 있는 입구. 코리아타운이나 재팬타운 그리고 다른 나라 타운들에서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는데, 중국만 유독 전 세계 자신들의 타운에 이렇게 티를 낸단 말이야. 그것도 참 신기해.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걸은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단 차오저우회관(潮州会馆). 해외에 나간 중국 화교들은 대부분 광둥성이다 보니 이렇게 그 동네 요리는 내세우나 보군 이라면 속으로 아는 척했다 ㅋㅋ. 역시 많이 알수록 많이 보임.

미국에서 딱히 기대했던 음식은 없는데, 그나마 좀 궁금했던 게 바로 이 미국식 중화요리였다. 역시 영화와 티비의 영향이 이렇게 크다. 맛은 좋았으나 너무 양이 많고, 아직 타코가 소화가 다 안된 관계로 대부분을 打包해갔다. 여기 굉장히 유명한 곳이던데, 연예인 사진들도 엄청 많고. 그리고 종업원들은 전혀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포츈쿠키. 근데 포츈쿠키 메모에는 원래 복권번호가 나오나? 지난번에 친한 언니가 준 포츈쿠키에서도 그렇던데.
차이나타운까지 무려 다섯 군데를 돌아다닌 우리는 그래도 시간이 너무 남았다 ㅋㅋㅋㅋ. 그래서 찾아간 곳이 그로브몰(Grove Mall). 여기도 여행 책자 보고 시간 되면 가고 아니면 말고, 했던 곳인데 ㅎ

근데 도착하자마자 너무 예쁜 트램이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또 트램 너무 좋아하쟈나! 안 탈 수 없지!
내가 트램타고 신나 하자 친구 부부는 자기네 딸이랑 며칠 전에 와서 탔다며, 나보고 딸이랑 취향이 비슷하다고 -_-

트램에서 바라 본 경치

그리고 여기서 발견한 프랑스 가게와(이름을 모르겠다) 핫소스 가게!! (이거 완전 대박), 고대하던 씨즈캔디(SEE'S CANDY)에 들러서 신나게 구경과 쇼핑을 하고. 남들은 옷가게 등등에서 신나게 쇼핑하지만 ㅋㅋㅋ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다시 친구네 집으로 고고!
근데 그로브몰에서 느낀 건 나 의외로 쇼핑몰 구경을 제일 좋아하는 걸 수도 있다는 것? ㅋㅋㅋ 세상 눈이 반짝거렸네. 난 내가 그런 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지.
친구네 집에 온 후 다들 아이들 챙기느라 바쁘길래 소화시킬 겸 혼자 동네 산책에 나섰다. 전날 친구가 알려준 길대로 잘 걸어서 컬버시티의 다운타운까지 걸어왔더니. 아니!

이날이 컬버시티 파머스마켓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런 걸 알려줘야지 이 친구야! 친구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날 열리는 줄은 몰랐다고 ㅋㅋ
사담이지만 LA 여행은 여러모로 나와 참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느낌이다.

이건 그냥 뉴올리언스 여행 가고 싶은 마음에 찍어 본 뉴올리언즈 음식을 파는 부스.

컬버시티 다운타운에 오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CULVER HOTEL이다. 미드에서 볼 법한 예쁜 호텔.

그리고 먹은 치폴레(Chpolte)! 와 이거 머니? 백슨생님 유튜브에서 방탄 진인가 정국인가가 치콜레로 잘못 발음해서 화제가 됐다며 레시피를 알려주셨는데, 그때도 너무 궁금했지만 이날은 타코에 눈을 떠서인지 더욱 먹어 보고 싶었다. 소화시키러 나왔다가 다시 더 집어넣어주는 나레기 클라스!
아 근데 너무 맛있자나 ㅠ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들어간 이 음식을 어찌 안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맨날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날 이후 못 먹었다는 슬픈 결말 ㅠ 의외로 먹을 타이밍이 없었다.
근데 미국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던지, 내가 콜라랑 한 17달러 정도 줬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왤케 가격이 올랐냐고. 원래는 한 12달러? 정도 했다 하네. 미국 인플레 답이 없다. 내 주식도 답이 없다 ㅠ

치폴레를 맛나게 먹고 양심상 다시 걸어서 친구네로 귀가. 가는 길에 있는 공원도 한 컷 찍어주고. 오래된 나무가 참 많아 부러워.

이건 그냥 미드에서 많이 보던 중국음식 담는 종이 박스 ㅋㅋ 약간 여기에 음식 담아 먹는 거 해보고 싶었었는데 (별걸 다ㅋ)반가워서!
生意兴隆! 사업번창!

친구들과 3박 4일간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잠시 일도 할 겸 산타모니카로 왔다.
바다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바닷가에서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고, 특히 태평양 바다를 제대로 보고 싶었다. 물론 친구네 집에서도 바다를 보긴 했지만 이런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를 거닐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산타모니카였다.

친구가 고맙게도 숙소까지 데려다줬고, 나는 짐을 풀자마자 바다를 보러 뛰어나왔다. 숙소였던 하이 산타모니카는 걸어서 5분도 안되어 바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하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일..ㅠ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친구가 오늘 보름달 떴다고 꼭 보라고 연락이 와서 밖을 나가보니 이렇게나 밝은 달이 산타모니카를 비추고 있었다. 팜트리 위의 보름달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사진으로 봐 왔던 LA의 야경이었다.

관광지라 다들 흥청망청 노는 걸 보니(이때 한국은 아직 코로나 마스크 해제 전) 나도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놀고 싶다는 생각 반, 이제 늙어서 저리 놀 힘도 없다는 생각 반으로 홀로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저 멀리 그 유명한 산타모니카 피어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려라! 일 끝내고 내일은 거기로 놀러 가 주마!

숙소에서의 아침은 친구가 바리바리 챙겨 준 것들과 아메리카노. 미국의 마트에는 정말 다양한 음료와 칩들이 존재한다. 맘 같아서는 한 달 살기 하면서 다 맛보고 오고 싶었다. 난 늘 새로운 맛에 목이 마르다!!
아침도 먹었겠다 이제 산타모니카 좀 돌아볼까!

전날 저녁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큰 나무가 건너편에 있었다니.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도 역사가 짧은데 이렇게 웅장한 나무들이 꽤 많다. 이런 종류의 나무가 크게 자라는 건지, 우리나라처럼 큰 전쟁을 겪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상당히 부럽다.

홈리스의 과자를 훔쳐먹다 딱 걸린! 다람쥐와 청설모를 합친 것 같이 생긴 이 녀석. 아예 홈리스 과자 봉지 안에 들어 가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 나와서 저러고 있다.ㅋㅋㅋㅋ

그리고 이 풍경! 크흐...이거자나!!
친구가 산타모니카에서 일 끝나고 뭘 할 거냐고 묻길래 전형적인 ISTP인 나는 그냥 바다 거닐고 놀 거라고 했다. 첨언하자면 ISTP의 여행 스타일이 나는 재밌게 놀았는데, 남들이 보기엔 별거 없는 그런 여행 스타일이라고 한다. ㅋㅋㅋ 완전 인정. 아무튼 그래도 미국까지 왔는데 별거 없이 놀고 갈까 봐 친구가 신경 쓰였던지 숙소 근처에 일요일마다 파머스마켓이 열린다고 거기 함 가보라고 링크를 보내줬다. 너 원래 이렇게 세심했니? ㅋㅋㅋ 나이 들고 오래 알고 지내니 친구의 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도착했더니 웬 비휴상이 놓여있다. LA에서 차이나타운도 아닌 이곳에서 비휴를 볼 줄이야. 여기도 중국인이 많이 사나? 크기가 큰 마켓은 아니었으나 지역 농부인듯한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재배한 것들은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에 저 베리 모음은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으나 혼자 다 못 먹을 것임이 분명해 걍 사진으로만 담았다.
아쉽게도 파머스마켓에서 적당한 먹거리를 찾지 못한 나는 (빵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제대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었다) 오는 길에 발견한 어스 카페(Urth Caffe)로 향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발견한 산타모니카 도서관. 너무 예쁜 거 아니니?

어스 카페는 미국 여행 책자를 보던 중 알게 된 카펜데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고 ㅋㅋㅋ 그냥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찾아간 곳이다. 근데 정말 유명한 곳인지 웨이팅이 꽤 걸렸다. 물론 한국인들도 있었고 ㅎ

내가 시킨 스페니쉬 오믈렛+과일 추가, 그리고 카페라떼. 맛은 머 너무나 익숙하고 상상한 그 맛.
점심을 두둑하게 먹고 드디어 산타모니카 피어로 출발! 로망 부자인 나는 해변가를 자전거 타고 달리는 로망도 있었기에, Lyft의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근데 자전거 타는 건 너무나 추천하지만 Lyft의 전기자전거는 너무나 비추한다. 사진을 안 찍었지만 자전거가 너무 무겁고, 무엇보다 비싸고, 자전거 파킹 하는 곳 위치가 해변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 그냥 해변 산책가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빌리는 게 더 나을 듯.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산타모니카 피어에 왔고!

너무 신났고!

남들 다 찍는 ROUTE 66의 끝자락 사진도 찍었다!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미드에서 많이 보던 이 유원지, 나도 느껴보고 싶었어!

그렇게 내적 흥이 나서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이것! 오잉? Tajin이라는 멕시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과일 샐러드를 파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는 당장 하나 주세요!를 외쳤다.
(지금 사진을 정리하다가 뒤늦게 발견한 저 Tostilocos!! 여행 다녀온 후 백슨생님이 유튜브에 저걸 만들어 먹는 걸 올렸는데...후아...나레기 왜 넷플릭스 '천상의 맛 멕시코' 안 봤니? 그땐 왜 멕시코 음식이 별로였을까 어흑...집에서 만들어 먹어봤는데, 똥손이 내가 만들어도 맛있는데 현지에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ㅠㅠ 어흑...)

암튼 다른 사람은 핫소스 뿌려주는데 나는 그냥 주길래 핫소스!를 외쳤다. 배만 안 불렀어도. 혹은 입맛이 맞는 친구만 있었어도 다 먹는 건데. 이렇게 또 멕시코 음식에 눈을 떴다.
대만 갔을 때 과일에 매실 가루와 소금이 섞인 듯한 마법의 가루를 뿌려 먹고 너무 맛나고 새로운 경험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저 칠리+라임+솔트가 섞인 멕시코 마법의 가루가 너무 맘에 들었다. 열대과일은 이런 시즈닝들과 함께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이 가루도 한국 올 때 당연히 챙겨 왔다 ㅋㅋ

산타모니카 피어에서 머슬 비치로 내려와서 바닷물에 살짝 발을 담갔다. 이게 그 태평양 바닷물인가! ㅋㅋㅋ 휴지도 수건도 없어서 젖은 발이 살짝 걱정됐지만 웬걸 모래가 너무 뜨거워서 모래사장을 걸어 나오는 사이에 이미 발이 다 말랐다. 다 좋았는데 싫었던 건 마리화나 냄새...으...피는 사람만 좋은 건가 마리화나는...

너무 장시간 걸어서 힘들어 숙소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발견한 이 밴드! 와 어르신들 에너지 무슨 일이며, 락 마니아는 아니만 딱 봐도 너무 잘하신다는 게 느껴진다. 이게 내가 반했던(지금은 아님ㅋㅋ) 미국의 매력 아닐까 싶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는 저 방식이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멋지게 느껴졌다. 한국은 아직도 나이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이게 바로 미국이 자유의 상징인 이유겠지? 아 근데 너무 잘하 심. 합주도 좋은데 보컬할배 젊으셨을 때 한 섹시하셨을 것 같음. 한 분 한 분 솔로 연주도 너무 잘하심. 나도 그래서 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분들 아마추어가 아니야.

숙소에서 약간의 휴식을 갖고, 이날이 일요일이라 tvN '현지에서 먹힐까' LA 편에 나왔던 스모어가스버그(Smorgasburg)가 열려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원래는 포기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다행히 시간을 맞춰갈 수 있었다.
이번엔 친구들 없이 드디어 미국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보잣! 흔들렸지만 탭 카드다 ㅋㅋ
하지만...해외여행 다닐 때마다 구글맵이라던가 바이두맵 같은 신문물 덕에 자신 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나는 LA에서 좌절하고 만다. 지상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무사히 근처까지 도착했으나 스모어가스버그까지 걸어가는 길에 홈리스 텐트촌이었던 것이다! 하.. 아무리 무서운 거 없는 나이지만 총기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쫄보가 되었다. 미국의 슬럼가는 아시아의 슬럼가와는 비교가 안됐다. 특히 대마와 마약이 성행하는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결국 겁 없이 이런 곳을 온 내 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인생 처음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왔다. 우버나 리프트를 타고 갈까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그땐 이미 문을 닫겠다 싶어서 포기했다. ㅠㅠ 혹시라도 여길 가게 되면 꼭 개인 차나 택시를 타고 갈 것을 추천한다.

패배자의 심정으로 다운타운을 방황하다가. 원래 라스트 북스토어도 갔었는데 정말 잠깐 보고 나와서 사진은 패스.

속상한 마음에 숙소 근처에서 맥도날드 와구와구. 라고 하지만 소화력 상실로 잔뜩 사놓고 대부분 남김. 미국 본토의 맥도날드를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라 맛만 본 것으로 의의를 둔다. 그리고 너무 맛없다. 양상추는 어디 건조기에 돌린 거임? 어쩜 수분기가 하나도 없냐. 그리고 맥치킨버거 너무 실망이야. 내 맥날 최애 메뉴 중 하난데, 이러기야? 마요네즈는 어디 간 거니? 완전 비추.

저녁도 실패하고 호스텔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비록 여행지와 저녁은 실패했지만 너무나 환상적인 날씨의 LA는 기분이 나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산책 중 발견한 마리아치가 노래하는 식당. 돈도 안 내고 함께 즐거웠다 ㅎㅎ 이런 모습 볼 때면 나도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든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참고 넘어가면 나는 자유로울 수 있어! ㅋㅋ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격한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람들. 괜히 기분 좋아진다. 중국에서도 이런 장면을 목격했는데, 의외로 흥의 민족인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과 소소한 여행으로 즐거웠던 산타모니카의 둘째 날은 이렇게 지나가고

셋째 날 아침은 숙소 자판기에 있는 인스턴트로 대신했다. 뭔가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컵라면과 치즈가 들어간 느끼한 무언가도 먹고 싶어서 저 이상하게 생긴 걸 샀는데...그림이랑 너무 다르자나? 그리고 둘 다 일본 거였다. 젠장. 농심이랑 삼양은 마트만 영업하지 말고 이런 호스텔에도 좀 영업을 해보라고!

이 날은 친구와 말리부를 가기로 한 날인데, 조금 늦어진다 하여 아침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찍어봤다. 이 경치를 또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산책하다 발견한 무인 배달 로봇.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 어느 건물 앞에 도착해서 뭐라 뭐라 하던데. 잘 찾아간 건지 괜히 걱정되고 ㅋㅋㅋㅋ 넘모 귀엽다.

2박 3일간 잘 지내다 가는 Hi Santamonica. Hi USA라는 미국 호스텔 체인인 것 같은데 너무 맘에 들어서 나중에 샌디에이고에서도 이 체인에서 3박 4일간 지냈다.
즐겁고 외로웠던 2박 3일간의 산타모니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친구와 함께!

때는 2022년 4월 13일. 2년 반만의 해외여행, 그리고 약 11년 만의 미국 여행이 시작됐다.
미국은 2011년에 뉴욕으로 출장 딱 한 번 가봤고, LA는 처음이었다. 애초에 LA는 내 취향이 아니라 친한 친구가 이민을 갔음에도 크게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 모든 순간이 소중해졌다. 나갈 수 있을 때 나가고,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 한다!
그래서 이번 LA 여행의 목적은
1) 친구 만나기. 마침 세 명의 친구가 LA에 거주하고 있었다.
2) 한 이틀 정도 일하기.
3) AMTRAK 타고 미국 횡단하기.
이 중 1번과 2번은 계획대로 됐으나 3번은... 어찌 보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는데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여행 후기 중에 공항, 기내식 후기 극혐인데 결국 나도 쓰게 된다. ㅋㅋㅋ 여행자들에겐 모든 순간이 소중하쟈나.
해외 입국자 격리가 면제됐지만 공항은 여전히 텅텅 비었고, 저 이동카도 이용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2005년 처음 해외여행을 시작한 이후 처음 타볼 수 있었다. 편하긴 했지만 아시아나 카운터까지는 내 두 다리로 또 한참 걸어야 했다. 머 좋은 경험이었어. :)
그리고 면세점도 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상품이 많지 않고 품절된 것도 많았다. 식당은 더더욱 문 연 곳이 없어서 먹을게 너무 없었다. 평소라면 절대 먹지 않을 던킨 도너츠 샌드위치를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ㅠ

여행을 자주 다녀서인지 원래 여행 전날에 특별한 설렘 같은 거 없어진 지 오랜데, (심지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설레지 않음을 느꼈다.) 이번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혹시 서류를 제대로 준비 못해서 '출국조차 못하면 어떡하지?'부터 '총 맞는 거 아니겠지?' '러시아랑 전쟁 나는 거 아니겠지?' 등등 오만 생각이 들었다 ㅎㅎ
특히 탑승구에서 저 비행기의 아시아나 로고를 보니 더 쿵쾅쿵쾅. 첫 해외여행 이후 매년 해외로 여행이든 출장이든 다녔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해외를 안 나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런 설렘과 긴장도 꽤 좋았다. 그동안 너무 무감각한 삶이었어.

예전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 앞자리가 의자도 편하게 제칠 수 있어서 사전에 이 좌석으로 찜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딱 비행기 날개에 걸려주고...

최근 몇 년간 길어봐야 5시간 걸리는 여행만 다녀서 잊고 있었는데, 장거리 비행에서만 받을 수 있는 슬리퍼와 칫솔.

쌈밥 말고 다른 거 먹으려다, 그래도 아시아나니까 쌈밥으로 시켰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야채 왜 이리 신선함? 김치는 내가 주주로 있는 (ㅋㅋ) 종갓집 김치가 나와서 아주 맘에 들었다. 평소였으면 맥주를 마셨겠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화이트 와인으로 기분만 냈다.

왜 비행기 커피는 항상 맛이 없을까? 예전에는 맛없는 대로 그냥 마셨는데, 이제는 진짜 맛없는 건 못 마시겠어서 아쉬운 대로 설탕과 프림을 다 넣어서 마셨다. 그랬더니 그냥저냥 마실만.

혜자스럽게 LA 출국자가 많지 않아 눕코노미로 갈 수 있었다! 누워서 한 숨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태평양 위. 망망대해 태평양 위에 있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밤 비행기라 컴컴해서 암것도 볼 수 없었다. ㅠ

두 번째 기내식. 중간에 간식을 준거 같지만 자느라 못 먹고. 젊었을 때는 어찌 세 번 다 챙겨 먹었던 거 같은데. 이젠 소화력 딸려서 기내식도 다 못 먹어서 아쉽지 않은... 두 번째 식사는 먼가 해산물 머시기였던 거 같다. 기냥저냥 기내식 맛.

드디어 LA상공! 저 멀리 하얀 글자는 그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이다. 날씨가 너무 좋았어!! 비행기에서 본 LA의 첫인상은 땅이 진짜 넓다. 그리고 집도 참 많다.
내가 탄 비행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로스앤젤레스 공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입국 심사만 1시간 넘게 걸린 듯. 특히 깐깐한 심사요원 때문에 더욱 시간이 지체되어 나의 짐은 배기지 클레임에서 끌려 나와 나머지 학생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 피곤해. 이럴 땐 역시 한국이 최고야 소리가 나온다.
고맙게도 아이 하교 시간에도 나를 데리러 나와 준 친구 덕에 편히 짐 싣고 친구네 집으로 고고! 하지만 첫날부터 술꾼 부부와 반가운 재회를 핑계로 와인과 맥주를 무한정 섞어 먹다 보니 여행 둘째 날은 숙취로 마주했다.
와... 술 마시고 다음날 쓸개즙까지 토한 게 얼마만이냐... 숙취 때문에 이튿날 오전은 그냥 날려주고 ㅋㅋㅋ 덕분에? 시차는 잘 적응했다는 ㅋㅋㅋ

나의 숙취를 위해 찾아간 친구의 단골 태국 맛집. 똠얌 국수와 소고기 쌀국수, 그리고 볶음밥.
이 날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나의 숙취로 인해 다른 친구는 갈 수 있는 거냐며 걱정을 했고 ㅋㅋ

와중에 쌀국수는 맛있었지만 위가 까끌까끌하게 느껴진 나는 또 바로 토해주고 ㅋㅋㅋㅋ 와 사회생활할 때였으면 상상도 못 했을 나의 모습인데, 친구라 편하긴 했나 보다 ㅋㅋㅋㅋ
가게 주인 분과 음식한테 좀 미안하긴 하다. 정말 맛났었는데 ㅠ
내 상태가 멜롱이었어서 그렇지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한국의 태국 음식과는 확실히 조금 다르다.
가게 이름은 BKK101 Thai Cuisine

아쉬운 대로 태국 음식을 먹고 친구들은 알쓰가 된 나를 어찌어찌 이끌고 조슈아트리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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