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플렌더 체크아웃 날이자 대사관을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한국에 돌아가야 했지만, 여권분실로 인해 귀국일정을 변경했다. 숙소도 출국비자 상황을 좀 더 편하게 대처하기 위해 출입국 사무소 근처로 옮기기로 했다.
체크아웃 전 마지막 조식을 위해 식당으로!

사흘 내내 우리의 고정석이 되었던 테이블.

이날은 닭쌀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실패. 소고기 쌀국수가 확실히 더 맛나다.

간단하게 빵과 또 크레페 ㅎㅎ 저 분홍주스는 석류주스인 줄 알았는데 수박주스였다! 

우리가 묵었던 501호. 안녕~~
대사관에는 오전 9시 땡 오픈하자마자 도착해서 서류를 접수하고, 오후 2시에 오라고 해서 시간을 때울 겸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딱히 볼게 없어서 근처 카페로. 의자들이 다 낮고 귀엽다 ㅎㅎ

친구는 코코넛 커피, 나는 박시우 (Bac Xiu). 박시우 짱맛. 이게 내 스타일이었네~ 이후 박시우만 찾게 됐다는.
수다 떨고 멍 때리고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도래하여, 근처 맛난 냄새가 나던 식당이 있어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분보후에를 파는 곳이던데,

근데 분보후에가 분보후에 아니야? 너무 로컬 식당으로 와서 영어 메뉴도 없고 직원들도 영어를 1도 못했다. 결국 뭔가를 시키긴 했는데.

음... 내장탕인가? ㅎㅎㅎ 아..근데 너무...모르겠다..아무리 민트잎이 들어 있어도 무디고 무딘 내 입맛에 안 맞는다.

바나나잎 같은 거에 찜 쪄 나온 이 만두같이 생긴 거는 보기에는 맛나보였는데, 향이...
와...내가 해외여행 와서 이렇게 몇 숟가락 안 뜯고 포기한 음식은 이번이 처음인 듯.. 너무 무지한 채 들어간 식당이라 대실패다 ㅠ

식사를 포기하고 그냥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근데 대박 이 동네 왜 이리 예뻐? 하나의 단지처럼 이뤄진 이 동네는 건물마다 디자인이 다다르고 너무 예뻐서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동네도 조용하고. 만약 하노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여기서 살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동네. 또 이런 게 전화위복이? ㅎㅎ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고 부랴부랴 출입국사무소를 갔지만 이미 마감이 되어 다음날 다시 가야 했다. 그래서 일단 새 숙소로 짐을 옮기기로.
새 숙소의 이름은 Christina's Hanoi Secret Garden.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옛 건물을 개조한 독특한 구조라 완전 내 취향저격이었다.(물론 계단 지옥이라는 점이 트렁크를 가져간 우리에겐 좀 힘들었지만 ㅎ)

아늑한 느낌의 침실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하노이 올드쿼트를 전망할  수 있는 베란다 정원까지. 내 맘에 쏙 들었다. 
여권분실로 심적, 유체적으로 지친 친구는 숙소에서 좀 쉬기로 하고 나는 숙소 근처를 탐방하기로 했다. 이 숙소 모퉁이만 돌면 바로 기찻길이었기 때문에 우선 기찻길 구경 고고!

우왓. 완전 집들이랑 기찻길이 붙어있다.

그리고 위협적인 오토바이 행렬. 하노이에서 이 정도의 오토바이 행렬은 첨 본 듯.

그러나 기찻길은 공안이 출입을 못하게 해서 들어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길로 나와 쭉 걷는데, 기찻길 카페가 등장했다. 오 이건 뭐지? 여긴 출입이 가능한 거야?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맥주를 ㅋㅋㅋ 아니 커피보다 맥주가 싸잖아! 그리고 하노이에서는 땀을 하도 많이 흘려서 낮에 맥주를 마셔도 전혀 취하질 않았다.
홀로 한잔하고 있는데, 많이 회복된 친구가 저녁을 먹자고 해서 숙소 뒤편에 있는 푸드 스트리트로 고고!
푸드 스트리트에는 고기나 해산물을 구워 먹는 테이블이 많았는데, 우린 그 정도로 배고프진 않아서 적당한 곳을 골랐다.

오 그림 메뉴판과 영어 메뉴. 짱 좋아.

스프링롤과 소고기 볶음을 시켰다. 맛이 꽤 괜찮아서 치킨 볶음밥을 시켰는데, 대박 이게 완전 너무 맛난 거다. 주인장의 아버지인 듯한 한 할아버지께서 그 더운 데서 주방장 모자를 쓰고 웍에 밥을 볶아주셨는데, 딱 봐도 내공이 보통이 아니신 듯했다. 우리는 너무 맛나서 이성을 잃고 소고기 볶음밥도 또 주문했다. 그런데 맛있긴 한데 이번엔 너무 짰다. 그래서 적당히 먹고 나옴. (그만 먹으라는 뜻인가? ㅎㅎ)
소화도 시킬 겸 하노이의 밤거리를 방황하며 다녔는데, 친구가 후기가 마사지 샵을 발견했다. 오! 그럼 또 마사지받아줘야지!

Havana Luxury Spa라는 곳인데, 지금까지 간 마사지샵 중 제일 시설도 좋고, 마사지사들도 실력이 너무 좋았다. 특히 나를 해준 분은 마치 무술 고수처럼 생기셨는데, 여행 내내 큰 일을 못 봤던 내가 시원하게 장을 비울 수 있었다는 사실. 가격도 시설과 실력대비 아주 합리적인 편이었다. 
마지막에 성공적인 마사지를 받고 딥슬립.

전날 파출소에서 여권신고까지 무사히 마치고 긴장감이 조금 풀렸다. 또 일요일인 관계로? 여행도 쉬엄쉬엄 하기로 ㅎㅎ

그래도 조식은 먹어야지! 오늘은 소고기 쌀국수에 도전! 후기에 이 호텔 쌀국수가 맛나다던데 정말 너무 맛나서 굳이 쌀국숫집을 갈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나머지는 늘 먹던대로 적당히.
아침을 먹고 산책겸 주변을 돌다가 하노이에서 엄청 싼 가격에 네일과 페디를 받을 수 있다 하여 몇 년 만에 젤 네일, 페디를 받았다.
네일은 두 가지 색깔로, 페디는 엄지 발톱에만 아트를 선택했는데 그래봐야 60만 동. 한국돈 3만 원밖에 안 한다. 너무 싸!! 여기선 무조건 네일과 페디 둘 다 해줘야 함!
친구는 네일과 페디이후 호텔로 돌아가서 쉬기로 하고 나는 쇼핑을 좀 할 게 있어서 마트와 백화점을 가기로 했다.
마침 마트 가는 길에 성 요셉 성당이 있어서

인증샷 함 찍어주고. 성당 외벽 색깔이 꽤 매력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성당의 컬러가 아니라 더 마음에 들었던. 하지만 안에는 안 들어감 ㅋ

성당 맞은 편엔 콩카페가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베트남 와서 콩카페를 한 번도 안 갔던 터라 잠시 더위를 식히러 들어감.

테이크아웃은 계산대에서 주문을, 매장에서 마시는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주문을 받으러 온다. 그나저나 왜 콩카페인가 했더니, 카페 인테리어 색깔과 점원들의 복장으로 미루어 보아 베트콩의 그 '콩'을 뜻하나 보다.  난 왜 '콩'이 우리나라의 그 먹는 콩이라고 생각했을까?ㅋㅋㅋ 

난 브라운 슈가 커피를 시켰는데, 찐하고 달고 맛났다. 여기도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처럼 커피 하면 기본적으로 달달한 커피를 주는 거 같다. 
콩카페를 나와 마트도 구경하고 호안끼엠 호수도 가로 질러 장띠엔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백화점과 호안끼엠 사거리 교통을 모두 통제하고 이렇게 아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맘껏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슨 행사가 있는 건가? 근데 그 모습이 너무나 짱 귀여웠다. 아빠들은 리모컨으로 조정하고 아이들은 소방차부터 벤츠까지 타고 다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행사하면 좋을 듯? ㅎㅎ

장띠엔 백화점의 중앙은 샤넬이 차지하고 있었다. 역시 샤넬이 짱인건가. 고풍스러우면서 화려한 백화점 내부와 달리 브랜드는 명품 빼고는 그다지 살만한 것이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밖을 나와야 했던. ㅠ
걍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친구나 나나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 싶어서 반미를 포장해 가기로 했다. 마침 저장해 둔 반미 맛집 Banh Mi 25가 장띠엔에서 버스를 타고 얼마 안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베트남에서 처음 버스를 타보기로!

내부는 우리나라 버스와 다를 바 없으나 돈을 운전기사에게 내지 않고, 버스 안에 승무원이 있어서 승무원에게 돈을 지불하면 버스표를 내어주는 방식이다.

8,000 동. 다른 버스들은 7,000 동이던데 이 버스가 더 좋은 건가;;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걷다보니

이런 성문 같은 게 나타났다. '东河们'이라고 한자로 표기되어 있던데. 베트남도 한자권이었나;; 신기해하면 들어감. 올드쿼터가 성 안에 있는 동네였던 건가;; 궁금하지만 안 찾아봄 ㅋㅋ
반미집을 가는 길은 이것저것 구경하기 좋았다. 올드쿼터가 워낙 옛 건물들이 많고, 그 건물들도 디자인이 다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동네이다. 

그리고 한 골목 안에 이렇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듯한 스트리트 식당들이 쭉 놓여 있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여기서도 한 끼 해결했지 싶음

그렇게 십여분 걸어 도착한 반미25.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도 일단 줄을 서고.

장사가 워낙 잘 되어서인지 맞은 편에는 먹고 갈 수 있는 매장도 있었다. 그리고 일하는 분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 없더라. 역시 장사가 잘 되니 일할맛 나나 봄. ㅎㅎ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끝에 받은 반미를 들고. 호텔로 고고!!

고수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친구는 고수 없이 나는 고수 당연히 넣은 소고기 반미. 근데 빵이 빵이 너무 부드럽다. 한국 바게트 생각하고 딱딱하면 적당히 먹고 남겨야지 했는데, 빵도 너무 부드럽고 안에 든 소고기, 당근, 오이, 고수 등등등등 너무 맛났다. 나중에 다른 가게에서 반미를 먹었는데 완전 비교 불가. 괜히 인기 맛집이 아니었어!

반미로 점심을 때우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베트남에서 1일 1 마사지를 목표했던 관계로 마시지를 받으러 갔다. 친구가 찾아낸 맹인 안마사가 하는 마사지 샵인데

영어 이름은 Brendan Spa. 위치부터가 범상치 않다. 한 주택 안에 있는 곳인데, 가격은 정말 말도 안 되게 쌌다. 1시간 반 동안 전신 마사지 가격이 20만 동. 우리나라돈으로 1만 원 정도밖에 안 한다 ㅎㅎㅎ. 
물론 시설은 열악하고, 아무리 맹인이라지만 남자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해주는데 팬티만 입고 마사지를 받았다 ㅎㅎㅎ담요로 가려주고 그런 거 없음. 우리는 그냥 하나의 고깃덩어리가 된 느낌이었음 ㅋㅋㅋ 그래도 9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격이 5월 1일부터 사진의 가격표대로 인상된다고 하니 참고. 올라봤자 한국 45분 발마사지 가격보다 싸다!

마사지를 받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번에는 좀 고급진 식당. 베트남 파인다이닝 두옹다이닝으로.

예약을 미리 해뒀는데, 식당 안에 들어가니 이렇게 세팅이 되어 있었다. 계피로 젓가락 받침을, 팔각으로 냅킨에 장식을.

여기도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했다.
저렴한 코스로 시켰는데,

전식으로 스프링롤과 딥프라이드 스프링롤이 나왔다. 와 근데 세상에, 내가 튀긴 스프링로을 안 좋아하는데 여긴 진짜 너무 가볍게 바삭하고 넘나 맛나다. 

파인다이닝답게 식기도 고급져 보임.

애피타이저를 먹고 나니 쌀국수가 나왔는데, 이렇게 나온 상태에서 서버가 직접 주전자를 들고 와서 육수를 부어줬다. 맛은 머 쌀국수맛 ㅋㅋ

그다음엔 분짜! 아 이거에 또 내가 감탄했네. 저 고기에 꽂은 막대는 다름 아닌 레몬글라스다. 향도 너무 좋고, 고기도 하나는 다진 것, 하나는 일반육?으로 되어 있었다.  뚝배기는 아마도 우리나라꺼? ㅎㅎ 나 또 너무 맛나서 싹싹 다 비우고.

직접 담근 술을 서비스로 줬는데, 약간 중국 소흥주 같았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너무나 완벽한 코스 요리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와인이 너무 비싸다는 것!
글라스당 18만 동인데,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아 그리고 서비스 차지도 10% 붙는다. 베트남에서 먹은 가장 비싼 식사였다. 와인은 가능하면 시키지 말길 ㅋ
비싸고 고급진 식사를 마치고, 야시장 좀 구경하다고 다음날 아침 출입국 사무소를 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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