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하노이에 더 남아야 할지 결정이 된다. 나는 비자발급이 될 거라고 확신했지만, 친구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침 생각이 없는 친구는 방에서 좀 더 쉬기로 하고,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을 먹으로 식당으로 왔다.

숙소에 여섯명이 묵고 있나 보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그런데 세상에 메뉴가 반꾸온(Banh cuon)이었다! 꼭 다시 먹어보고 싶었던 반꾸온. 호텔 조식도 맛났는데, 여긴 진짜 베트남 가정식 느낌으로 정성스럽게 잘 차려져 있어서 비주얼부터 너무 좋았다. 

함께 나온 허브잎 이름이 항상 궁금했는데 (분짜 먹을 때도 특히나 독특한 맛을 냈던) 호스트인 란이 marjoram이라고 알려줬다. 드디어 이름을!!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으면 먹어야겠음. 그리고 저 햄. 중국이나 태국 등지에서 만난 외국햄은 향이 강해서 잘 안 먹었는데, 여기 베트남 햄은 너무 맛있었다. 반꾸온이랑 마조람, 햄을 느억암 소스에 찍어먹으니 아... 이건 매일 먹을 수 있겠다 싶었음.

아침을 먹고는 산책을 하러 밖을 나갔다. 해외 여행할 때 아침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정신도 없고 비 오는 날도 있고 해서 제대로 아침 산책을 못했는데, 이날은 마침 여러모로 시간이 잘 맞았다.

숙소에서 기찻길이 가까워서 기찻길 근처 산책을 했는데, 지난 번에 갔던 곳보다 이쪽 길이 더 예뻤다. 여긴 카페는 없고 사람 사는 집들만 있었는데, 출사 하기 좋은 장소일 듯. 그리고 고냥이 :) 아웅.

기찻길에서 나와서 한참 걷고있는데, 무슨 주택단지 같은 곳이 나타났다. 안에 들어가니 새 울음소리도 들리고. 순간 아! 이게 바로 '하노이의 아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도 한 번 찍어봤다. 별거 없는데 너무 인상적이었던 시간. 약간 상하이의 신천지도 생각나고. 역시 프랑스의 영향인 걸까?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오는 길에 마트 한 번 더 털어주고. 여행내내 너무 디자인이 맘에 들었던 베트남 코카콜라도 사봤다. 글자만 다를 뿐인데 라벨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ㅎ 휴식 후 오늘 꼭 귀국하겠다는 의지로 샤워하고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점심! 6일 내내 너무 쌀로 만든 음식들만 먹어서 밀가루가 고팠다. 햄버거를 먹을까 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 베트남 맛집으로 한국에 소문난 피자포피스(Pizza 4ps)를 갔다. 하노이 여행 계획 때만 해도 무슨 베트남에서 피자를 먹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간절했음 ㅋㅋㅋ

크랩 스파게티와

부리타치즈 피자와 마르게리따 피자 하프하프로 주문했다.

처음 스파게티를 먹고 오 맛나네. 이집 제법하는군. 정도로 생각하다가 저 부리타치즈 피자를 먹고 완전 식욕 폭발. 피자가 맛나봐야 얼마나 맛나겠어라고 무시했는데, 우와 저 부리타 치즈와 프로슈토, 루꼴라, 화덕에 구운 도우까지 완전 환상의 콜라보였다. 흥분해서 순식간에 한 조각 하고 마르게리따 피자도 순식간에 해치웠다.

우와 나 피자를 이렇게 맛있게 먹은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베트남 간다면 피자포피스 완전 강추강추.

피자포피스 근처에 유명한 장띠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후식으로 먹을 겸 찾았는데. 

아니 무슨 아이스크림 가게가 (과장 좀 해서) 놀이동산만해? 완전 깜놀. 무슨 쇼핑몰인 줄 알고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ㅎ 아이스크림 종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는데, 관광객들이 진짜 많았다.

나는 바닐라녹차 아이스크림. 맛은 괜찮았는데 막 되게 꼭 사먹어야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날이 더워서 금방금방 녹음;;

그렇게 신나게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출입국 사무소까지 소화도 시킬겸 걸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비자발급 완료! 꺄호!!

무사 귀환을 하게 된 걸 축하할 겸, 베트남에서의 마지막날을 기념할 겸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이번엔 90분으로. 6일 동안 4번의 마사지를 받았더니 코끼리, 아톰다리였던 나의 종아리가 제법 라인이 생겼다. 한 일 년 베트남에서 살면서 이틀에 한 번씩은 마사지받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왠지 살도 빠질 것 같은 느낌? ㅋㅋ

개운하게 마사지도 받고 전에 묵었던 에스플렌더 호텔 근처 올드쿼터가 그리워(그새 정들었나 봄 ㅋㅋ) 그 근처로 슬슬 산책을 갔다. 

근데 가는 길에 노점으로 된 시장이 쭉 이어져 있었다. 야채에 생선에 다양하게 파는 것이 옛날 장터도 생각나도 흥미로웠음.

마지막으로 분보남보 먹어주고.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메뉴는 분보남보였음.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고 그리운 한국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공항에서는 친구덕에 송홍라운지(Song Hong Lounge)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아시아나나 다른 라운지보다 훨씬 좋았다.

음식 가짓수도 훨씬 많고.

술도 종류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쌀국수도 (인스턴트라면을 쓰는 것 같긴 하지만) 즉석에서 만들어줬는데 완전 맛있었음.

샤워실도 공간이 충분했고, 타월, 어매니티도 잘 춰져 있어서 밤 11시 반 비행기인데, 아주 개운하게 탑승할 수 있었다.

라운지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고 (죽은 즉석 죽이라 실망. 에어프레미아와 넘 비교된다) 무사히 귀국.

잊지 못할 하노이 여행이었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실패 후 마침 중국이 여행비자를 다시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만간 중국 여행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 직장 친구와 오래간만에 자주 만나게 되면서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했다.

여러 상의 끝에 우리의 목적지는 베트남 하노이로 정해졌다. 둘 다 적지 않게 해외를 출장과 여행으로 다녔지만 베트남은 아직 가 보지 못했었던 나라였다. 남들 다 간다는데! 그래도 우리도 함 가보자 베트남! 그리하여 3박 4일(추후 6박 7일로 변경) 하노이 여행을 떠나게 됐다.

베트남 하노이는 아시아나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베트남 항공이 조금 더 싸길래 사려고 보니까 좌석 지정이 유료라 이것저것 따져보니 아시아나와 별 차이 없었다. 마일리지도 쌓을 겸, 친구가 아시아나 다이아몬드 클럽이라. 정말 오랜만에 국적기 FSC를 이용한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OZ729로 오전 10시 35분 출발이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편한 시간대의 비행기를 타는구나 아아 아!

하지만... 하노이행 아시아나 오전 비행기의 기종은 A321로 3-3 배열이었다. 작은 비행기 ㅠ 게다가.

모니터가 없다..젠장. 대신 아시아나 와이파이를 이용해 핸드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으로 연결해서 기내서비스를 즐기면 된다고 하는데, 머 나야 노트북을 가져왔다지만 핸드폰만 들고 탑승한 사람들은 좀 불만이겠다 싶음.

하노이행 비행 편은 좀 여러모로 짜증 났는데, 이륙하고 기내 식사서비스 전에 난기류를 만나서 엄청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것. 한반도를 벗어나기도 전에 난기류를 만난 건 처음이라 간만에 긴장 탔다. 게다가 비행기가 작아서 엄청 흔들림 ㅠㅠ. 그렇게 식사 서비스도 늦어지고...

비행기의 흔들림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 받은 기내식 서비스. 나는 소고기 잡채밥에 화이트 와인을 한 잔. 역시 아시아나 기내식은 맛있다. 이번엔 저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까지 맛나서 작은 비행기로 실망했던 게 많이 상쇄됐음 ㅎ

그렇게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후 그랩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공항에서 우리 숙소가 위치한 올드쿼터까지는 그랩 타고 한 3~40분 정도로 가까워서 좋았음.

돈 잘 버는 친구가 쏜 우리의 호텔 Esplender Hotel & Spa. 올드쿼터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부티크 호텔인데, 올드쿼터 지역의 호텔들은 다 이런 부티크 호텔들이다. 먼가 괜히 프랑스 느낌 나고. 기분 탓인가? ㅋㅋ

방 내부를 안 찍었는데, 킹베드 하나와 싱글베드 하나가 있어서 세 명까지도 이용가능한 방이었다.

짐도 풀었으니 밥 먹으러 출발!!!

베트남 여행에서 쌀국수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너무 많이 먹어본 터라. 하지만 이 분보남보는 딱 한 번 먹었었는데, 너무 맛나서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근데 마침 우리 숙소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게 아닌가! 여러 국내 여행프로그램에도 소개됐던 곳인 분보남보! 기대된다규!!

우리가 갔던 시간이 좀 애매했던 지라 대기줄은 없었다. 가게가 지하에도 있던데 테이블이 꽤 많았음.

테이블엔 이렇게 베트남 깔라만시가 세팅되어 있었다. 먼가 꼭지 부분 잘라놓은 게 귀엽다 ㅎㅎ

메뉴가 분보남보랑 베트남식 소시지인 Gio 두 가지로 아주 심플했다. 분보남보는 미리 국수등을 그릇에 담아놨다가 주문을 받으면 고기, 토핑, 소스만 얹어서 나오는 거리 금방 나왔다.

저 양파와 마늘 후레이크를 아주 듬뿍 줘서 더욱 좋았던.

맛있는 건 크게! 파파야를 무처럼 썰어서 준 것도 좋았고.

베트남 소세지라는 Gio는 걍 맛만 보려고 시켰는데, 걍 그냥 그랬다. 특별히 맛나다거나 하는 건 잘 모르겠음.

비벼 비벼 한 젓가락 먹는 순간. 한국에서 처음 먹었을 때 그 충격적으로 맛나던 분보남보의 기억이 떠올랐다. 저 풍부한 야채와 베트남 향채들이 입안을 너무 즐겁게 해 주고, 소스는 왜 또 그렇게 맛나는데! 정말 한 그릇 뚝딱 먹었다. 여기는 무조건 또 오기로!!

밥을 먹고 베트남 올드쿼터의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다녔는데,

아니 나의 아재감성을 자극하는 이 골목길이 등장했다! 세상 힙한 저 낮은 의자와 테이블 ㅋㅋ

이건 분보남보에서 먹었던 그 소시지를 꼬치로 굽는 건가? 대박 맛나겠는데!!

그리하여 바로 자리 잡고.

저 꼬치구이의 이름이 뭔가 찾아보니 NEM NUONG 이란다. 왜때메 이름이 익숙하지? 일단 배는 고프지 않으니 넴느엉 하나만 시켰다.

넴느엉을 기다리며 가게를 쓱 둘러보니. 먼가 옛날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 같다 ㅎㅎ

넴느엉 등장! 오 먼가 만나는데. 넴느엉 10개에 6만 동. 한국돈 3천 원 정돈데 완전 많이 준다.

어디 한 번 맛을 봐 볼까~....음....

왜지? 왜 별 맛이 안 나지? 소세지를 구웠으면 당연히 맛나는 거 아닌가? 허 참...배가 안 고파서 그런가...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별 맛이 안 났다. 소스를 찍어도 소스맛만 살짝 나고...당황스러운..;; 

걍 각자 한 개씩만 먹고 나머지는 포장해서 나왔다. 아 이런 실망스러운데. 막 맥주를 부르는 맛일 줄 알았는데.

넴느엉은 가게 분위기만큼 맛나지 않아서 실망하고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발마사지는 팁 포함 40만 동 정도 나왔는데, 나중에 보니까 여기가 완전 관광지라 가격이 좀 비싼 편이었다. 

맛난 거 먹고 마사지도 받았겠다. 그 유명하다는 호안끼엠 호수를 보러 갔다.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습하고 이슬비를 뿌리는 날씨에 실망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너무 덥지도 않고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유명한 응옥썬사당. 근데 입장료가 3만 동이라길래 패스 ㅋㅋ

이때까진 즐거웠지..그러나...

유명한 과일빙수집이 있다길래 거길가는 길에 잠시 들른 마트에서 친구의 지갑이 없어진 걸 깨달았다. 맙소사!!

왔던 길을 거슬러 발마사지 샵까지 가봤지만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거기에 친구의 여권과 환전한 베트남 돈이 들어 있었는데!!!!

그렇게 멘붕이 오고. 알고 보니 호안끼엠에 소매치기가 엄청 많다고 하....

호텔로 돌아와서 영사관 연락하고 인터넷 찾아보고 방법을 강구하다가, 일단 파출소 신고를 위해 호텔직원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호텔직원이 이런 일이 많다며 다음날 함께 파출소에 동행해 주기로.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해 주던 호텔의 직원! 구글 리뷰에 스태프가 친절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친절했다.

호텔 스태프 덕에 한시름 놓고, 어느덧 시간이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입맛 없어하는 친구를 위해 그래도 먹어야 한다며 좀 좋은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여행 첫날부터 기분이 다운되면 안 된다고!! 일은 어떻게든 해결되게 되어 있어!!

그렇게 찾은 MET Vietnames Restaurant.

쌀국수와 분짜. 사이공 맥주와 망고주스를 주문했다. 일단 먹어야 기운을 내지. 여기는 베트남 현지 식당의 위생이 안 맞는 사람들이 오기에 괜찮은 곳이다. 깔끔하고 팬시하고 음식도 누구나 먹어도 잘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물론 가격은 좀 나갔다. 현지인보다는 관광객(특히 서양인)이 많이 오는 식당인 듯.

우리 테이블 옆에는 이렇게 작게 신을 모시고 있었다. 생김새로는 관우를 모신 거 같은데, 홍콩에서 이런 건 많이 봤는데 베트남도 가게들 마다 이렇게 작은 신당?을 모셔두고 있었다. 머 이들은 돈을 잘 벌게 해달라고 빌겠지만 나는 친구의 여권과 우리의 여행을 잘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조용히 빌었음 ㅋㅋ ㅠ

좋은 식당에서 맛나게 먹고 친구 기분도 좀 나아지고. 아까 못 먹은 과일빙수집을 가기로 했다. 망고빙수가 예술이라는 후기가 많다 하여 망고 빙수 주문.

오 푸짐하다. 근데 여기 망고빙수는 진짜 완전 강추다. 내가 빙수나 아이스크림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는 진짜 완전 인정. 특히 저 망고는 내가 지금까지 여행 다녀본 동남아 국가들에서 먹은 그 어떤 망고보다도 훠얼씬 맛났다. 대만의 그 유명한 형제 망고빙수는 비교도 안됨. 

같은 열대 과일이라도 나라마다 더 맛난 과일이 있는 것 같다. 두리안은 말레이시아, 망고스틴은 태국, 그리고 망고는 베트남이었어!!! (필리핀 망고는 안 먹어봐서 아직 모름;;)

지갑 분실로 여행 첫날부터 식겁했지만 친절한 호텔 직원과 맛난 음식으로 일단 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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