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많이 꼬인 것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쓰려한다.

영화 '기생충'은 진작에 봤고, 리뷰도 쓸까했지만 나의 꼬인 정서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그냥 글쓰는 걸 보류했다. 가끔 술마시면서 사람들에게 솔직한 감상평을 전했을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기생충'이 CJ가 아닌 업계 2, 3위 제작사나 투자사 혹은 아예 외국 회사에서 투자, 제작을 했다면 이런 기분이 덜 들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기생충'이라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기저에 흐르는 '가난한 자'에 대한 잔인할 정도로의 매정한 시선과 '빈부격차'을 다루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재벌의 자본이 투입됐다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게 살아 온 나에겐 조금 기분 나쁘게 다가왔다. 하긴 '빈부격차'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재벌의 자본이 투입된 것이 아이러니한 것은 아니다. 그게 바로 재벌이 재벌일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 시선으로 반지하 방에 살며 생계가 막막한 그 가족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니깐.

다시 한 번 배웠다. 재벌이 되려면. 부자가 되려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다른 사람의 불행도, 비참함도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매정함을 갖춰야하며(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정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 사람들이 상처를 받든 말든 그것을 계속해서 포장하고, 홍보하고, 팔아서 마침내 명예까지 거머쥘 수 있는 집요함을 가져야한다. 자신이 가진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기생충'에 쏟아지는 찬사를 보면서 내가 들었던 의문은 "세상에서 나만 가난한 건가?" "가난한 사람들은 진짜 이 영화를 보고도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건가?"이다.

지금 나의 삶은 어린 시절의 가난함에서 한참 벗어났지만 나는 영화 속 가족들처럼 남한테 기생하지도 않고 정당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이만큼까지 왔는데. 

가난한 자들이 돈 있는 부자 하나 물어서 온 가족이 달려들어 빨대 꼽는 모습으로 묘사한 것.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보면서 느낀 그 시선. 마치 자신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용당한다는 이상한 피해의식. 나는 이 '기생충'을 통해 그 시선이 느껴져서 너무 불쾌했던 것이다. 

나도 재벌이 되면 공감할 수 있을까?

영화 자체에 대한 나의 개인 감상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예술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번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스포츠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 딴 것 같은 수준으로 감동을 하는 건 공감하기가 참 어렵다. 
이 영화가 상을 받을 수 있게 물심양면 힘을 쓴 미키리는 미국인 아니던가? 그녀가 미국 영화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있는지는 다시 한 번 피부로 와 닿았다.(칸에서부터 예상된 일)

그리고 감독말대로 그냥 로컬 상 아닌가? 아카데미 영향력 예전만 못한 지가 언젠데 멀 이렇게들. 그리고 그녀와 그녀가 고용한 대표가 시상식에 등장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비꼬아서 보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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