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방통대 숙제로 제출했던 감상문인데, 비록 숙제를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요즘 느끼는 부의 편차에 대한 고민과 어우러져 꽤 즐겁게 임했던 시간이었다. 

곧 새 학기도 시작하고. 1학기 성적도 확정됐고. 어딘가에는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블로그에 올리기로.

========================

지아장커 감독의천주정 중국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사는따하이’ ‘조우산’ ‘샤오우’ ‘샤오후이 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현대 중국사회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 등장인물인따하이 산시성 어느 탄광촌 마을 사람으로, 촌장이 공동자산이자 국가자산인 탄광을 따하이와 동창생이었던 쟈오셩리에게 헐값에 넘기고 자신의 이득만을 챙긴 것이 부당하다고 계속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쟈오셩리는 이미 홍콩에서 개인전용기를 사는 것은 물론 동네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따하이와는 격차가 벌어진 삶을 살고 있다. 따하이는 촌장과 쟈오셩리의 부패를 고발하려 하지만 오히려 마을사람들은 쟈오셩리가 취득한 부는 그의 노력의 결과라고 옹호하는 것은 물론 따하이를 굴욕적인 별명을 부르며 비웃는다. 결국 오랜 시간 억눌려왔던 따하이는 촌장과 쟈오셩리를 비롯해 자신을 비웃던 마을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총으로 살해한다.

 

두 번째 인물인 조우산은 중국 전역을 돌며 위험한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노모의 칠순을 맞아 잠시 고향에 돌아왔지만 그의 아내는 그가 위험한 일로 버는 돈은 필요 없다며 고향에 정착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고향을 떠난다. 조우산은 영화의 시작부터 아무렇지 않게 도끼를 청년 셋을 총으로 살해하는 것은 물론 은행에서 나오는 노부부를 백주대낮에 총으로 살해하고 그들의 돈가방을 갖고 달아난다. 

 

안마와 사우나 겸하는 곳에서 카운터 근무를 보고 있는 여성캐릭터 샤오우는 광저우에 사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아직 현재의 아내와 헤어지질 못한다. 그런 그를 다시 광저우로 떠나 보내고 자신의 일터로 돌아 샤오우는 유부남의 아내와 동행한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한다. 험한 일을 당한 다시 일터로 돌아 샤오우는 이번에는 남성의 손님으로부터 매춘을 강요당하고, 이를 거부하자 그들은 돈다발로 그녀를 때리며 치욕스럽게 만든다. 결국 칼로 남성을 살해하고 정처 없이 방황하던 샤오우는 공안에 자수를 한다.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청년 샤오후이와 그의 동료는 수다를 떨다 동료가 손에 부상을 입게 된다. 공장의 사장은 업무 규정에 벗어난 샤오후이에게 사고의 책임을 지게하고, 이를 부당하게 여긴 샤오후이는 광저우의 친구를 찾아간다. 친구는 샤오후이를 둥관시에 홍콩, 대만 사업가를 상대로 하는 클럽에 연결시켜 일을 있게 해준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샤오후이는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만 화류계에는 진정한 사랑이 없다는 여성과 이별을 하고 다시 친구가 다니는 공장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취직한다. 샤오후이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돈을 함부로 쓰고 다니는 아니냐며 전화기 너머로 잔소리와 비난을 듣는다. 사랑도 돈도 어느 하나 쉽게 가지지 못한 샤오후이는 기숙사 침대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기숙사 밖으로 뛰어내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지아장커 감독은천주정 통해 거시적인 사회적 메시지 보다는 현재 중국을 사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중국 개혁개방 이후 물질적인 풍요와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국가의 모습 뒤에 남겨진 어두운 면을 조명하고 있다.

 

천주정 등장한 개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따하이, 조우산, 샤오우는 중국을 충격 속에 몰아 넣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샤오후이 역시 실제인물은 아니지만자살공장이란 오명을 쓰게 된 팍스콘의 노동자 연쇄자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앞선 영화들을 통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문 지아장커의 장기는 이런 중국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천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부산국제영화제 GV 당시 지아장커 감독은천주정 통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적인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바 있다. 영화의 앞부분에서 보여주는 눈에 보이는 무차별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난무하고 인상 깊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러한 폭력들은 결국 비극으로 귀결될 밖에 없다.

 

천주정 지아장커가 말하는 폭력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밖에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중국 사회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중국의 개혁개방의 과실을 얻지 못하는 중국 대부분의 국민들을 대표한다. 

 

따하이는 촌장과 쟈오셩리를 자율위원회에 고발장을 중난하이에 보내려 하지만 미디어에서 나오는 중난하이라는 이름만 정확한 주소를 몰라 결국 시도마저 좌절될 정도로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다. 하지만 촌장과 쟈오셩리의 마을자산, 국가자산을 유용해 자신들만 부를 챙겼다는 정도는 안다. 쟈오셩리가 마을사람들에게 하던다같이 발전해야죠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결국 따하이는 폭력으로 불합리한 현실과 쟈오셩리를 옹호하는 세력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조우산과 샤오우의 이야기는 돈만 된다면 사람의 목숨과 존엄 정도는 쉽게 무시당하는,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중국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특히 사우나의 카운터 직원이라고 밝혔는데도 샤오우에게 매춘을 강요하던 남자들이 돈으로 그녀를 때리며돈으로 깔아뭉개 줄게라는 대사는 천박한 자본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장면으로 느껴졌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마지막에 등장한 샤오후이의 이야기다. 한국도 요즘 부모보다 살게 되는 최초의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의 힘든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샤오후이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샤오후이는 공장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피해 도망가고, 자본가들이 즐기러 오는 화려한 클럽 세계에 몸을 담지만 부는 그의 것이 아니다. 자본가들은 샤오후이가 사랑하는 그녀가 지닌 젊음을 돈으로 소비할 뿐이다.  

 

근무도중 몰래 휴식을 취하던 샤오후이가 사랑에 빠진 매춘부와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들이 기사에 다는 모든 댓글은씨발(자막 표현대로)’이었다. 짧은 단어 한마디가 현재 중국 청년 세대들의 심정 아니었을까? 

 

샤오후이는 결국 사랑도 포기할 밖에 없고, 자기 딴에는 열심히 산다고 살지만 어른 세대(어머니)돈을 허투루 쓴다 질책한다. 

 

더 이상의 희망은 기대할 없으니 결국 자살이라는, 자신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어쩌면 폭력이 앞선 타인에 대한 폭력보다 심각할 것일 수도 있다. 변화와 개선의 여지를 주기보다는 소멸의 길을 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주정 폭력이라는 주제로 지아장커 특유의 진지한 현실 비판과 상황을 통한 인물의 내면 풍경 묘사하며 작가주의적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과 함께 G2 불리며 짧은 시간 급성장한 중국의 화려한 이면에 놓인 약자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결국 사회는 개개인의 삶과 이어져있고 삶은 사회에 영향을 미칠 밖에 없는데, 사회적 발전을 위해 소외되는 개개인이 많아 질수록 사회는 결국 퇴보될 밖에 없다. 

 

이는 특히나 3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국에서는 반복되어왔던 역사적 사실이다. 약자의 핍박과 소외는 결국 폭력으로 나타날 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사회는 결국 전복될 밖에 없다는 것을 감독은 영화천주정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천주정 장면에는 붉은 토마토를 가득 실었던 트럭이 전복되어 있는 장면이 나온다.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이 영화를 보고 후에는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붉은 토마토는 현재 중국에 쌓여가고 있는 무수한 빨간 경고 등을 상징, 그리고 경고 등을 외면하고 무시한 가득 싣고 계속해서 질주하다보면 결국 전복된 트럭처럼 중국이라는 트럭도 전복될 있다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