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전날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먹은 탓에 아침은 가볍게 열대과일로 시작했다.

내 사랑 망고스틴과 람부탄, 잭푸룻. 두리안 믹스커피(아마도?)와 함께. 좀 많나? ㅋㅋㅋ 망고스틴의 저 뽀안 과육. 싸게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줘야 한다!!

믹스커피를 마시긴 했지만 역시 아침엔 진한 블랙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그래서 스벅으로. 여기 컵마개 맘에 들어 찍어봤다. 우리도 저런 컵 뚜껑을 도입하면 스탑퍼도 필요 없고 좋을 텐데 말이야.

이날은 전날 가려다 만 므르데카 광장, 차이나타운 일대를 가기로 했다. 

므르데카 광장을 MRT를 타고 가면 Pasar Seni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역에서 이런 멋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Dayabumi Complex'라는 옛 말레이시아 철도청? 건물이라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멋진 고층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솔직히 우리나라 보다 멋진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다는 느낌.

이날의 첫 목적지 센트럴 마켓이다.

예쁜 하늘색이 칠해진 센트럴마켓 건물.

무려 1888년에 지어졌다고.

센트럴 마켓의 포토 스폿. 

센트럴 마켓은 원래 주석광산 커뮤니티를 위해 지어진 마켓이고, 수산물, 고기, 야채 등을 팔던 곳이라 한다. 나중엔 이 건물을 해체하려 했는데 말레이시아 헤리티지 신용기금이 이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참여해 지금의 컬처 마켓이 됐다고.

그러나 왜 건물의 외관 사진만 있느냐? 바로 건물 안에 볼만한 게 별로 없어서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이라는 이름이 민망하게 정말 정말 정말 구경할게 너어어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갔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아쌈락사 가게가 있길래 함 시켜봤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먹은 올드타운커피의 락사는 제대로 된 락사가 아니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던 터.

가격은 그렇다. 저렴하다. 대충 환율 300원으로 계산하면 3천6백 원? 4천 원 아래로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혜자스러운 말레이시아.

역시 올드타운에서 먹은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그렇게 맛없게 만들다니. 약간 우리나라 참치김치찌개도 생각나고 해장용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하마터면 락사를 오해할 뻔했네.

그렇게 락사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무리하고 므르데카 광장을 향해 나섰다.

므르데카 광장 가던 중간에 만난 생명의 강. 멋지게 잘 꾸며놔서 한참을 봤다. 이 강 옆으로 멋진 벽화가 그려진 건물들도 있었는데 못 찍었네;;

한 십여 분 넘게 걸어 도착한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중에 다시 들어가봤는데, 쿠알라룸푸르의 역사와 옛 모습을 사진과 미니어처로 전시하고 있었다. 카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패스.

그런데. 광장 입구에 레드카펫과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Deepavali'를 축하한다는데 도대체 'Deepavali'가 뭔지?

일단 궁금해서 계속 걸어갔는데, 먼가 말레이시아의 정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고, 기자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머야 큰 행사 열리고 있던 거?

신기한 건 여기저기 음식 부스가 있었는데 공짜라고 했다. 헤나도 공짜로 해주고 있었고. 그래서 먹음 ㅋㅋ

다양한 공연도 이어졌다. 뭔데 뭔데. 도대체 이 행사 뭐야?

알고 보니 힌두교의 최대 축제인 디파발리 혹은 디왈리라고 한다. 원래는 10월이라고 하는데, 왜 지금? 계획대로 전날이 왔었으면 못 봤을 행사인가. 정말 2022년은 나에게 "놀면 복이 오나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놀 때마다 운이 좋아?

그렇게 공짜 음식과 공연을 보고 원래 목적인 므르데카 광장으로 갔다.

광장 바로 앞에 이런 비석이. 바로 여기가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이라는 뜻이겠지?

드높이 펄럭이는 말레이시아 국기. 이제는 완전한 독립국으로 자신들만의 나라를 지켜가고 있는, 므르데카 광장의 깃발을 보자니 요즘 우리나라 생각나서 한숨만 나온다. 

므르데카 광장에서 보이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원래는 영국 식민지 시대 행정부 건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대법원과 섬유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공공도서관. 

중심지여서 그런지 므르데카 주변엔 멋진 건물들이 많았다. 마지드자맥이라는 모스크도 있었지만 굳이 안에 까지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패스.

므르데카 광장에서 걷고 걸어 차이나타운인 페탈링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너무 짝퉁 가게가 즐비해있어서 실망. 빠니보틀이 완전 맛집이라고 소개했던 호키엔미나 먹으러 왔다. 

빠니보틀이 가게 정보를 공개 안 해서 내가 정말 구글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찾아냈다. 가게이름은 '金莲記‘. 

빠니가 극찬한 호키엔미. 중국 푸젠출신 화교들이 즐겨 먹는다는 이 면은 약간 짜장면 같기도 하고 꽤 맛났다. 무조건 저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극찬하는 카이란 볶음 ㅋㅋ 중국인들이 하는 음식점에 오면 무조건 먹어줘야 한다.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요리. ㅠ

하루종일 싸돌아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복귀하는 길에 만난 특이한 과일 샐러드? 여러 열대과일을 토막 내어 고춧가루, 라임즙? 레몬즙?을 뿌리고 버무려 먹는 건데, 매콤 새콤하니 맛났다. 하지만 신맛이 체질에 맞지 않는 나는 많이 못 먹고 버릴 수밖에 ㅠ

알차게 돌아 다닌 나는 내 방에서 보이는 멋진 KL타워 야경을 보며 쿠알라룸푸르의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왜때메 시간은 이리 빨리 지나가며. 다시 말레이시아 여행을 앞두고 부랴부랴 정리한다.
심지어 사진도 12월에 올려놨었네 ㅋㅋㅋ 영어 공부한답시고 이리 내팽겨두다니.
일단 시작은 2022년 11월 1일이다. 나도 내가 코로나 끝나자마자 이렇게 빨빨 거리며 해외를 나갈 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말레이시아 항공, 대한항공, 에어아시아뿐이 없다. FSC항공사들은 비행기 값이 너무 사악하여 에어아시아로 선택했다.
오전 7시 50분 비행기라 고민하다가 걍 공항에서 밤샘. ㅋㅋㅋ 아침에 피곤하게 일어나느니 이게 낫겠다 싶었는데, 둘 다 별로임. 걍 편한 시간 때 비행기 타는 게 쵝오!

처음 타보는 LCC인데, 에어아시아는 특히나 악평이 한가득하여 연착 등등은 각오했다.
하지만 웬걸? 노연착이었다 ㅋㅋ 아 물론 소독한다고 조금 보딩이 10분 정도 늦긴 했지만 이 정도는 머 애교지.

늙은 할미에게 에어아시아는 지성팍이 맨유에서 뛰던 시절 스폰하던 회사로 익숙하다. 그 붉은색의 유니폼. 내가 그 비행기를 타게 됐다.

먼가 의자가 가벼워 보인다.

키 158인 나에게 좌석 앞뒤 간격은 널럴했다. 다만 좌우간격은 좀 좁은 편이라 덩치 큰 사람이 옆에 앉는다면 많이 불편할 듯.

그리고 대망의 기내식! 기내식은 비행기 타는 재미 요소 중 하나인데 아무리 저가비행기라고 해도 안 시킬 수가 없지! 그래서 예매할 때 함께 예약해 뒀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싸고 나중에 밥이 떨어져서 쫄쫄 굶은 불상사(이건 귀국 편에 자세히 얘기를...) 막을 수 있다.

커피는 예정이 없던 것인데, 메뉴판에 무려 '히말라야 솔트 라떼'가 있는 것 아닌가? 소금커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안 시킬 수가 있나! 하.지.만. 히말라야 솔트는 도대체 어디에? 그냥 달달한 믹스커피맛이었다...후...

식사 메뉴는 치킨 브리야니. 나시르막이 넘 궁금했지만 평이 안 좋길래 만만해 보이는 걸로 시켰는데, 무난무난했다. 머 걍 치킨 카레맛? 이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사람들은 걍 동남아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아마도 동남아 음식이 별로 일 듯.
동남아 향신료 들어간 음식들을 맛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맛없는게 아니라 향신료가 안 맞거니 한식 체질인 거겠지. 아님 새로운 음식 먹는 걸 안 좋아하거나.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밝혔으면 좋겠다. 동남아 음식에 대한 모독이야.

이건 아이스 마일로. 동남아에서는 아직도 마일로를 많이 먹던데, 궁금해서 시켜봤다. 어릴 때 먹었던 맛이 기억이 안 나서. 근데 싱겁다...

기내식 먹고 다운 받아 온 영상 보면서 드디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 미국은 너무 멀어 힘들고 일본이나 대만은 너무 가까워 아쉬웠던 나에게 딱 적당한 비행시간이었다.

영어와 말레이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는 공항
이때가 이태원 참사가 있고 얼마 안 되었는데, 입국 심사원과의 대화가 참 착잡하게 느껴졌다.
입국 심사원 : 한국 어디서 왔니?
나 : 서울에서 왔어
입국 심사원 : 너도 이태원 갔었니?
나 : 아니
입국 심사원 : 잘했어
아놔...발목이 다쳐서 여행을 취소할까 말까 하다가, 이태원 참사가 터져서 (밤새 유튜브로 생중계 지켜본 1인), 참사가 터진 것도 터진 거고 이 정권이 너무 그지 같이 일을 처리해서. 설마 세월호 같은 일이 또 터질까 했는데 더 심각하고 사악하게 터져버려서 한국에 있기 싫어서 온 여행인데. 너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 + 이 정권에 대한 극혐수치가 또 올라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또 빡치네.

암튼 무난하게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왔더니, 말레이시아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무조건 알게 되는 올드타운화이트커피가 뙇 있었다.

다들 카야토스트에 커피를 마시지만, 비행기에서 커피를 마신 탓에 말레이시아 밀크티라는 테다릭을 마셨다. 맛은 태국 짜이처럼 진허니 맛나다.

그리고 내가 시킨 것은 락사! 아쌈락사가 워낙 유명하다길래 함 시켜봤다.

화교가 만든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국수가 중국 미펀이랑 비슷하다.

근데 파인애플이 들어있네? 응? ㅋㅋ
약간 역한 맛이 나서 실패한 듯. 이게 아쌈락사가 나랑 안 맞는 건지, 아님 익숙지 않은 맛이라 별로였는지, 이 올드타운화이트커피가 요리를 못 한 건진 모르겠는데, 추천은 안 한다. ㅋㅋㅋㅋ 하지만 나중에 다른 푸드코트에서 먹은 아쌈락사는 맛있었음. 멀까?

그랩을 기다리며. 구름과 하늘 머선 일이니? 그랩은 PINTU5에서 잡으면 됨. 아마도 PINTU가 말레이어로 출구라는 뜻인 듯. 센트럴로 고속열차 타고 그랩 잡아서 숙소 가면 한 10링깃정도 싸지만,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그랩 타고 감. 발목도 안 좋고.

이국적인 풍경. 구름이 너무 예뻤고 이게 열대지방의 구름인가? ㅋㅋㅋ

나의 숙소는 부킷빈탕의 라마다 스위트. 건물은 라마다 스위트이지만 grey stone이라는 업체가 임대해서 영업하는 형태였다. 원룸에 주방과 세탁기가 있어 묵기 좋은 레지던스 호텔이다.

샤워부스가 있는 욕실+화장실. 냄새도 안 나고 깔끔했지만 애기 바퀴벌레가 있었...근데 너무 너무 작아서 걍 참고 씀. 일주일 동안 두 마리 나와서 다 작은 걸루 낫 배드. 이것도 싫은 사람은 고급 호텔 추천.

심플한 침대와 타월

소파와 TV, 넷플릭스, 식탁 등 혼자 지내기엔 적당한 곳이었다. 물론 좀 낡긴 했지만...

냉장고가 아주 좋진 않지만 낫배드. 식기 등도 잘 갖춰져 있었다.

베란다 뷰. KL타워가 보인다.

다른 방향에서는 파빌리온도 보이고.

하지만 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잘란알로 야시장이 5분 거리에 있다는 것! 이제 막 오픈하기 시작했다.

너무 음식점이 많았는데, 그냥 가장 크고 사람 가장 많은 곳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유튜브 보니 빠니보틀이 공형철인가랑 같이 간 곳이 여기더라며. 꽤 맛집인 듯했다)

구운 생선이 주력인 맛집인 듯.

하지만 나는 카이란이 더 눈에 들어왔고요! 어흐 동남아 와야만 먹을 수 있는 것. 최대한 많이 먹어줘야 한다.

사태. 사태는 정말 1도 관심 없었는데, 그래도 또 유명하다니 먹어보자 해서 시켰는데. 세상에 무슨 일이니. 나 걍 일식 꼬치집 1 에서 파는 꼬치생각하고 먹었다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환장했자나.

그리고 주 메뉴인 그릴드피쉬. 안 맛있을 수가 있나? 겉바속촉에 소스도 너무 맛나고. 사태를 넘 먹어버려서 맘껏 즐기진 못했지만 너무너무 맛났던 것.

올드타운화이트커피에서 망친 첫 현지식을 잘란얄로에서 커버하고 소화시킬 겸 밤산책에 나섬.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이 풍경. 아주 맘에 든다.

무슨 날인지 모르겠는데 말레이시아 국기가 여기저기. 원래 이런 건가?;

한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파빌리온. 화려하다.

화려한 쇼핑몰을 실컷 구경하고 발이 아파서 카페를 헤매던 중 발견한 찻집. 유튜브에서 저 젤리허브차를 먹는 걸 봤는데, 이 날은 배가 너무 불러서 담날 먹기로.

대신 소화도 잘 되고 머 그렇다는 廿四味 차로 마심. 사전에 따르면 광동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냉차 중 하나라는데 아이돌 그룹 이름이기도 한가 봄 ㅋㅋㅋㅋ
하지만 맛이 너무 쓴 거. 한약 잘 먹는 나도 쉽진 않았다 ㅠ 괜히 사탕을 준 게 아니었어.
이렇게 말레이시아에서의 첫날은 마무리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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