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전날이 되었다 ㅋㅋ

이날은 아침부터 빡치는 일이 생겼다. 아침으로 주문한 나의 나시르막을 그랩 배달원이 먹튀 한 것이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동안 현금으로만 계산하다가 이번엔 카드로 결제했는데, 이놈이 팁을 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난 가볍게 무시하고 밥을 기다렸는데, 안 오는 것이다! 전화도 안 받고. 황당 그 자체.

열받아서 바로 그랩으로 내 밥 도둑 맞았다고 항의하고, 안 되는 영어로 메일도 보내고 했다. (그랩은 이런 일이 종종 있는지 상당히 빨리 취소처리를 해줬다)

아마도 현금으로 계산하는 거였다면 안 튀었지 싶기도 하고. 암튼 즐거웠던 쿠알라룸푸르 여행에 오점을 남긴 놈이다. 이름이 압둘 머시기였는데, 내가 넌 저장해 놓는다.

암튼 그리하여 아침 시간도 훌쩍 넘기고 숙소에 먹을 거라곤 귀국하면 먹으려고 사놓은 인스턴트 나시르막과 어제 먹다 남은 프로슈토 정도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인스턴트 나시르막을 개봉 ㅠㅠ

나시르막과 삼발소스가 함께 동봉된 인스턴트 나시르막.

두 개의 파우치가 들어 있으며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봉지째 데워주면 된다. 3분 카레처럼.

계란도 오이도, 땅콩도 멸치도 없는 초라한 인스턴트 나시르막 ㅠ 프로슈토가 그나마 살려줬다. 후...그럭저럭 배를 채우긴 했음.

이 날은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남들이 다 간다는 곳들을 좀 가보기로 했다. 

우선 페탈링 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콰이차이홍(kwai chai hong, 鬼仔巷)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만난 고냥이. 슬슬 금묘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넘나 반가웠던 녀석.

온 김에 페탈링 스트리트 한 번 돌아봐주고. 군것질도.

밥솥으로 한 맛이 나는 카스텔라에 땅콩을 넣고 반 접은 건데, 딱 생각하는 그 맛이었음 ㅎ

페탈링 스트리트를 한 바퀴 돌고 슬슬 걸어서 콰이차이홍에 도착했다. 마치 옛날 상하이? 홍콩? 느낌인데, 중국인들이라면 향수를 느낄만한 곳이겠다 싶은.

칼 가는 아저씨 벽화

다양한 벽화들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벽화를 활용해서 사진들도 잘 찍더라.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장소.

한참을 걷는데 흐린 날씨에 갑자기 바람이 마구 불면서 비가 올 듯했다. 

마침 거의 다 구경하기도 해서 다시  Pasar Seni역으로 고고고

공짜 버스인 GO KL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디서 타는지 몰랐는데, 파사르 세니역에 정차한 걸 보고 한 번 타봤다. Go KL은 여러 라인이 있는데, 내가 탄 것은 그린 라인으로 부킷빈탕과 페트로나스 타워까지 왔다 갔다 하는 노선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비가 후드득 쏟아진다. 동남의 스콜이란.

GO KL 후기를 말하자면 확실히 공짜라 약간 외국에서 온, 돈을 아껴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았다. 또 대부분 남자로 조금 위협적이었음. 그러나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사람이 계속 전화를 하자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나와 그 사람에게 가더니 당장 내리라고. 그냥 경고하는 걸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짜 내쫓았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 무리들도 같이 내렸다. 와... 대박.. 솔직히 처음엔 약간 버스 탄 거 후회했었는데 운전기사 아저씨 보고 마음이 놓였었다. 먼가 안전하게 지켜주실 것 같다는 믿음이 100% 생김 ㅎㅎ 

부킷빈탕에 도착해서는 다른 GO KL버스를 기다리며(재미 들림 ㅋㅋ) 맥도날드를 찾았다. 전에 눈여겨 봐 둔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먹기 위해!! 중국에도 맥도날드나 KFC에 요우티아오와 죽, 또우장을 파는 아침세트가 있던데 말레이시아에는 나시르막을 팔다니! 너무나 신선하고 잼나는 체험인 것! 우리나라에 진출한 패스트푸드점들도 요런 것 좀 해주면 안 되나?

아침에 나시르막 사기 당한 것도 있고 해서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점심 메뉴로 정했다. 치킨 1조각짜리로 주문해서 15.40링깃. 싸진 않다.

상당히 사이즈가 크다.

프라이드치킨이 든 나시르막. 계란프라이가 약간 인공적인 모양이다 ㅎ 삼발소스는 꽤 매웠고 치킨은 다른 나시르막과 달리 너무 프라이드치킨이라 ㅋㅋㅋ 그럭저럭 맛나게 먹었다. 이런 경험 좋아!

점심을 먹고 다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로 향했다. 수리아 몰도 또 구경하고. 남들 다 간다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래 한 번쯤은 이런 유명한 관광 스팟도 와줘야지. 와중에 내가 찍었지만 꽤 잘 찍은 듯하여 만족스러움.

관광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마지막날 밤이기도 해서 라마다 스위트 1층에 있는 BLU APRON이라는 레스토랑 겸 바에서 한 잔 하러 들렀다. 마침 해피아워이기도 하고. 근데 보통 해피아워면 1+1 아닌가? 싱가포르도 그렇고 여기도 걍 할인 가격에 준다. 좀 짜다 ㅋ

분위기 좀 내보려 야외 테이블에 앉음. 근데...맥주양이...장난하나? 와중에 저 문구가 맘에 들어서 "Bad decisions make good Stories"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간단하게 트러플오일 감튀를 시켰는데 꽤 맛났다. 하지만 맥주가 너무 양이 적어 안주가 넘 많이 남은 관계로 맥주 한잔 더 주문 ㅋㅋ 이 스타우트 맥주도 넘나 맛났던 것! 

기분 좋게 두 잔 걸치고 숙소에 들어왔더니

또 이렇게 멋진 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 자기엔 시간도 이르고 마지막날 밤이기도 하고 다시 부킷빈탕 밤거리를 걸으러 나섰다.

늘 버스킹이 열리는 부킷빈탕 사거리. 그 위로 지나가는 모노레일과 초록색에 붉은 글씨가 인상적인 Lot10 백화점. 많은 인파. 나에게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꼽으라 하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보다 이 광경이라고 할 것 같다.

산책 후 잘란 알로 야시장을 찾았다. 역시 숙소는 잘 잡은 듯하다. 유명 야시장을 부담 없이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건 진짜 큰 메리트다.

식당은 지난번에 맛나게 먹었더 明记로!

타이거 맥주 하나 시켜주고.

지난 번에 여자들이 많이 먹는다고 추천해 줬던 건데. 궁금해서 함 시켜봤다. 굿 초이스. 고동?이라고 해야 하나 입으로 쪽 빨아서 안에 든 내용물을 먹는 건데 양념도 맛나고 맥주 안주로 완벽했다.

그리고 너무 맛난 사테! 이번엔 적당히 시켰다 ㅎㅎ

떼샷.

이날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사람 많은 곳이 더욱 많았고, 밤늦게까지 쿵짝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맛났고 즐겁고 약간은 심심했던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