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넷째 날 아침. 드디어 제대로 나시르막을 먹었다.

보통 닭고기랑 많이 먹던데 나는 소고기로! 가격은 8링깃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한 2,500원? 여기 살고 싶다 진짜 ㅠㅠ 

아침에만 여는 곳이지만 이렇게 간판도 있고, 전화번호도. 유명 나시르막집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든든하게 아침도 먹었겠다. 오늘은 믈라카 혹은 말라카를 가는 날이라 숙소에서 좀 거리가 있는 TBS버스 터미널로 갔다.

믈라카행 버스티켓. 13.40링깃으로 5천 원 좀 안 되는 돈이다. 버스 회사마다 가격이 다르던데 내가 탄 버스는 나쁘지 않았음. 

한 시간 좀 넘게 걸려서 믈라카 버스 터미널에 도착, 해상 모스크를 보러 그랩을 타고 이동했다. 그러나...경비 서는 분이 방문객은 시간이 지나서 들어갈 수 없다고..롸? 그래서 걍 먼발치서 사진을 찍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말라카해협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ㅠ(모스크에는 그닥 관심이..)

근데 또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더니 모스크 내부 관람은 안되지만 밖에서 구경하는 건 괜찮다고 들어와도 된다고...

잉? 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또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ㅋㅋㅋ 참고로 해상모스크 주변엔 카페나 편의점을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입구에 한 아주머니가 음료를 팔고 있을 뿐이었다. 건물들은 많은데 사람이 사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유령도시 느낌. 대부분 모스크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만 있지 싶다.

 그래서 미련없이 바로 이동. 그 유명한 네덜란드 광장.

믈라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여기가 말레이시아의 구(古)수도였다는 것과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기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 그래서인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또 페낭과 더불어 말레이중국 화교들의 거점이라고 들어서이다.

네덜란드 광장의 분수대.

네덜란드 교회.

그 외에도 다른 유명한 유적들이 있었으나  나의 목적은 존커 워크여서 패스 ㅎㅎ

존커 워크로 옮기려는데 울리던 종소리. 괜히 운이 좋게 느껴졌다 :)

네덜란드 광장과 존커 워크 사이에 있던 작은 강변. 많은 여행 유튜버들이 여기서 낮맥 한 잔씩 하던데. 건전한 여행을 위해 얌전히 산책만 했다. 생각보다 더 좋았던 곳. 1박 2일을 했어야 했다...누구야! 믈라카는 당일치기면 충분하다고 한 사람!

강변을 한 바퀴 돌아 한참을 걸으니 이런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남부지방 건물들의 특징인 기루. 햇살이 뜨거울 땐 해를 피해,  비가 갑자기 쏟아질 땐 비를 피해 걸을 수 있는 이 양식은 대만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게 바로 삶의 지혜인거겠지? 각 기후에 맞게 발전된 건축 양식들을 볼 때면 내가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상해여신'이라는 분을 만남 ㅋㅋㅋ '천상성모'라... 그래도 10링깃을 드리고 복을 빌었다. 복 좀 내려주세요.

조커 워크의 시작점인 开运们 운이 열리는 문이라. 괜히 더 마음에 듬. 요즘 자꾸 복이 트이는 거에 욕심난다. (나 불행해? ㅋㅋㅋ)

나시르막 먹은 후로 쫄쫄 굶어서 허기를 달래고자 들어간 식당 Famosa Chicken Rice Ball. 존커 워크 여기저기에 같은 간판이 보여서 엄청 유명한 집이겠다 싶어 방문했는데, 맛은 그닥...가격 대비 별로였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걷다가 발견한 옛 건물.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상당히 맘에 들었다.

존커워크는 야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는 특별히 구경할 만한 것이 없긴 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길거리를 걸으며 독특한 양식의 옛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랄까?

그러던 중 바바 앤 뇨냐(baba & nonya) 헤리티지 뮤지엄이 있길래 방문했다. 유료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바바 앤 뇨냐가 페라나칸, 즉 말레이시아인과 중국인의 혼혈의 남자,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청나라 말기 살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중국인과 말레이반도 현지인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대대손손 이어 온 역사가 이 집에 담겨 있다. 중국식 화려한 장식과 영국의 양식의 건축이 혼합된 이곳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렀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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