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LA, 샌디에이고 여행 이후 눈을 뜨게 된 타코의 세계.

한국에 와서도 다양한 타코집들을 찾아 헤맸다. 생각보다 제대로 타코집을 하는 곳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가장 애정이 가는 곳을 꼽자면 두 곳이다.

하나는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될 정도로 아주 유명한 비야 게레로(Villa Guerrero), 그리고 얼마 전 오픈한 따끈따끈 신상 맛집 올디스 타코(OLDIES TACO).

왜 하필 내가 두 집을 더 좋아하게 됐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메뉴가 단출하고, 가게가 크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비야 게레로 (Villa Guerrero)

삼성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비야 게레로

다른 타코집에서 보기 드문 까르니따를 팔고 있다.

까르니따는 돼지기름에 돼지 살코지, 껍데기, 위, 혀 등 부산물을 익힌 것으로 굉장히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ㅎㅎ

인테리어도 내가 멕시코를 가 본 적은 없지만 ㅎㅎ 미디어를 통해 본 멕시코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왼쪽 타코는 혼합, 오른쪽 타코는 초리소

삼성동은 우리집에서 거리가 먼 관계로 두 번 밖에 못 가봤지만, 갈 때마다 혼합과 초리소 타코만을 시켰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땐 다른 것도 먹어보려 했는데, 역시나 혼합의 그 다양한 식감이 좋아서 포기하지 못하겠더이다. 그리고 초리소의 그 강렬한 맛도 포기 못해. 

물론 더 시켜먹어도 되겠지만 그랬다면 아마도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서 항상 자제를 했다.

이 집에서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저 작은 또르띠아. 미국에서 타코에 반한 이유 중 하나가 두 세 입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저 작은 또르띠아인데, 한국에는 작은 사이즈의 타코를 파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밀가루 반죽이고. 

그러나 비야 게레로는 또르띠아도 직접 만들고 있고, 옥수수로 만들어서 현지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와중에 콜라 잔도 맘에 듦. ㅎㅎㅎ

올디스 타코(OLDIES TACO)

비야 게레로가 수요미식회에도 방송된 적 있는 오래되고 유명 맛집이라면 올디스 타코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아주 따끈한 신상 타코집이다. 

을지로 3가역에서 1분이면 도달하는 위치에 있는 올디스 타코는 가오픈 기간 중에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 발견한 곳이다. 

외관이 이런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나? ㅎㅎㅎ

예전 편의점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한 건데, 사장님 인테리어 센스가 남다르시다. 여기도 메뉴가 딱 4가지 밖에 없는데,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우선 올디스 타코와 비리야 타코, 제로콜라 주문.

우선 올디스타코. 여기는 아쉽지만 또르띠야가 크다. 대신 그만큼 양도 많고 ㅎㅎ 소고기 타코라 너무 좋았던. 다만 아쉬운 건 그린 살사소스가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지.

그리고 비리아 타코(BIRRIA TACO).

비리아 타코는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요즘 미국에서 핫하다고? 비리아라는 스튜가 있다는데, 그걸 소스로 한 건가? 하지만 나는 저 치즈가 너무 좋아서 ㅎㅎ 비리아 타코를 먹느라 손은 좀 엉망이 됐지만 또 그렇게 먹는 것도 좋았다. 맛도 아주 좋았고.

올디스타코는 맛도 좋지만 가게의 독특한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바깥의 간판들만 없으면 마치 미국의 어느 동네 타코집, 혹은 바에 온 느낌이다.

그리고 이 작은 1인용 테이블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ㅎㅎ 아 그리고 저 소스. 미국에서 보던 그 소스다!!

맛과 분위기를 한방에 사로잡은 가게이다. 게다가 요즘 아주 힙한 힙지로 아닌가?!!

최근에 정식 오픈한 것 같은데, 부디 오래오래 영업해 주길 기대하며.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날은 한국에 귀국하기 위해 pcr검사를 받아야 해서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침은 숙소 근처에 있던 베이글 가게 Spill the Beans Coffee and Bagels. 늘 많은 사람이 줄 서 있던 곳이다. 베이글을 안 좋아해서 노 관심이었는데, 그래도 유명 맛집인 듯하여 마지막 날에 시도해봤다.

내가 원하는 맛의 베이글과 크림치즈를 고를 수 있었는데,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니까 가게 점원이 추천해줬다. Serrano Hab&Jack베이글과 Shallot n Chive 크림치즈를 선택했는데, 베이글을 방금 오븐에 데워서 그런지 꽤 맛났다. 베이글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좋아할 듯.
Spill the Beans Coffee and Bagels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PCR 테스트를 하러 샌디에이고 공항 근처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의 애정하는 교통수단 트롤리를 타고!

트롤리 그린라인에서 창밖을 보며. 이날도 날이 너무...영화였어

잠시 정차했던 건널목.

목적지였던 미들타운 스테이션의 건널목. 저 멀리 공항이 보인다.

샌디에이고 국제공항. 김포공항도 이렇게 가까이 보기 힘든데,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PCR 검사까지 마치고 드디어 나의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탐험이 시작됐다! 바로 출라 비스타 Chula Vista 찾아가기!
출라 비스타는 멕시코 티후아나 Tihuana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인데, 여기에 또 아주 유명한 타코 집 Tacos El Gordo가 있다 하여 도전해보기로 했다. 티후아나식 타코를 한다고 하는데,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서 일단 먹으러 감. ㅋㅋ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트롤리 블루라인의 San Ysidro 방향으로 탑승 -> Palm Avenue 역에서 하차 -> 934번 버스 탑승 -> Palm Av & Beyer Way에 내려야 하는 아주 고난도의 도전이었다.

Palm Avenue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찍은 한 컷! 버스를 기다리면서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 아래 약간은 황량한 느낌이 들면서 마치 내가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 미국 로드 무비에서 보던 그 장면이랄까?
버스를 타고 안내 방송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Tacos El Gordo 간판이 아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월하게 도착!

이런 느낌일 줄이야 ㅋㅋㅋ 핑크 핑크 하니 예쁘다.

하지만 예상 못한 난관을 만났으니, 바로 메뉴가 다 스페인어고, 점원들도 대부분 스페인어밖에 못한다;; 일단 나는 블로그에서 본 대로 Tacos de Suadero와 Tacos de Adobada를 시켰다. 시킬 땐 몰랐는데, 내가 쟁반을 들고 각각의 타코 만드는 곳에 가서 주문해서 받아 온 다음에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겁나 헤매다 어찌어찌 하긴 했다 ㅎㅎㅎ

짜잔! 타고 두 개짜리가 Suadero 소고기를 얇게 썬 것이고. 존맛탱. 타코 하나짜리가 adobada 매콤한 양념한 돼지고기 있다. adobada가 맵다고 들었는데, 전혀 안 매웠고 ㅎㅎ 역시 나는 소고기 더 맛있는 거 같다.
그리고 저 그릴드 페퍼는 따로 달라고 했는데, 돈은 안 받은 듯하다. 아무튼 다 좋은데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타코를 좋아하고 탐험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 중 하나였다.
TACOS EL GORDO!

타코도 먹었겠다. 멕시코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하길래 리프트를 타고 넘어갔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걷는 길이 좀 애매한 거 같아서 이번에는 리프트로!
출라 비스타에서 멕시코가 보이는 곳은 바로 라스 아메리카 프리미엄 아울렛(Las Americas Premium Outles)이었다.ㅎㅎ 여기는 명품보다는 대중적인 미국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산책 겸 걷기 좋았다.

산책을 하다가 뭔가 좀 특이한 풍경이 보여서 가봤더니 바로 저어~기 멕시코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삼면이 바다에 북으로는 막혀있는 나라에 살다 보니 이렇게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걸 보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트롤리 블루라인 종점인 San Ysidro역에서 멕시코 국경까지 넘어갈 수 있다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또 호기심이 발동하여 찾아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리니 북적북적한 가운데 이런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멕시코 국경으로 가는 안내표지판이 있다. 나도 이 길을 따라 가보기로.

그리고 국경 도착! 저 문만 넘어가면 바로 멕시코인 것이다!! 두근두근. 나도 한 번 건너가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느껴졌지만 워워하고.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 괜한 문제 일으키지 싶어서 얌전히 돌아왔다. 실제 코로나 전에는 샌디에이고 여행 온 김에 멕시코로 여행 갔다 온 사람들도 꽤 있더이다.
나는 아직 영어가 시원찮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이번에는 미국으로 가는 안내판이다 ㅎㅎ

약간 살벌했던 미국 세관-국경수비대. 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보려고 했더니 수비대로 보이는 사람이 "무슨 일이죠 맴?" 이라고 살벌하게 물어보길에 "낫씽"을 외치고 얌전히 트롤리 역으로 갔다 ㅎㅎ 쓸데없는 호기심은 넣어두세요.

San Ysidro역의 맥도날드는 꽤 유명한 거 같다. 일단 역에 도착하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고, 저렇게 간판을 맥도날드 트롤리 스테이션이라고 할 정도면 상징적인 장소인 것 같다.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인가!

맥도날드 내부는 이렇게 생겼었다. 약간 쇼핑몰 한가운데 있는 느낌? 지난번에 산타모니카에서 맥도날드에 아주 실망한 터라 따로 사 먹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의 멕시코 국경 탐험을 끝마치고 다시 쉴 겸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하나 구입한 펩시 체리맛. 우리나라도 좀 출시해주면 안 되겠니!

갑작스럽게 샌디에이고로 여행을 온 나는 기차 안에서 우선 숙소를 부랴부랴 예약했다. 숙소 위치는 다운타운 가스램프 쿼터.
하지만 도착시간은 오전 9시 반 정도라 체크인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우선 짐만 맡기고, 호스텔 매니저에게 근처 식사할 곳을 추천받았다.

이름이 참.. 상의 없다고 해야 하나. 암튼 여기이다 ㅋㅋ

커피와 오믈렛을 시켰다. 워낙 유명한 곳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심지어 아침부터 술 마시는 사람들 천지. 특히 블러드 메리 칵테일이 유명한지 많은 사람들이 죄다 그걸 주문하고 있었다. 나도 그 맛이 궁금해서 샌디에이고 여행 중에 한 번은 먹어보려 했으나 어째 저째 못 먹었네. 그리고 저 커피잔 너무 탐났었음. ㅎ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산책 겸 걷고 있는데, 이렇게 길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날이 토요일이라 여기도 장이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상품들을 파는 노점들. 나도 좀 이것저것 사고 싶었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럴 기운까진 없었다. 와중에 날씨 무슨 일이니? 캘리포니아는 진짜 날씨가 너무 예술이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관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트롤리를 탔다. 여행 책자에서 샌디에이고 교통수단으로 트롤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무척 궁금했었는데, 트램이네? ㅎ
하지만 역시 미국 서부에서 대중교통은 좀 위협적이다. 노숙자들도 많이 타고 마리화나 냄새도 많이 나고 혼잣말하는 사람도 많고 ㅎ 하지만 가격이 공짜인 듯? 일단 돈을 내거나 패스를 찍는 곳이 없다. 나는 혹시 몰라 교통카드인 PROTO도 사고 충전도 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찾질 못했다. 그리고 내가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당황.

리틀 이탈리가 있는 동네에서 내려서 다시 산책. 크흐...하늘...날씨...

여기도 파머스 마켓이 엄청 크게 열렸다.

예쁜 분수대

그리고 너무 탐났던 다양한 종류의 살사. 정말 잔뜩 사 오고 싶었다.

잠시 리틀 이태리를 둘러보고 체크인하러 다시 숙소로. 다운타운 근처엔 꽤 오래된 멋진 건물들이 많았다. 이건 발보아 극장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늘 거의 무계획으로(그래도 대략적인 큰 그림은 그림) 여행을 다니긴 하지만 이번만큼 무계획인 적은 없었다. ㅎㅎ 당장 이날 오후 남는 시간을 어찌 보낼지 고민하는 중에 호스텔 벽면에 선셋 타코 투어 찌라시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어머 이건 뭐야? 다행히 그날 투어가 있었고 4시 반까지 신청하면 된다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신청과 결제를 일사천리로 끝냈다.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모이는 장소로 출발!

도착했더니 이런 버스가 딱! ㅎㅎㅎ 너무 귀여운데 ㅋㅋㅋ 신청자들은 나 포함해서 한 6명 정도 되었다.
선셋 타코 투어는 말 그대로 샌디에이고의 유명한 타코 집들을 투어하고 마지막에 바닷가에서 선셋을 보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타코에 눈을 떠 타코 타코 노래를 부르던 나에게 너무나 딱인 투어였다. 그렇게 신나게 첫 번째 타코 집으로!

가게 내부 힙하다!

카운터도 느낌 있어.

그리고 시킨 타코와 맥주. 아! 음식값은 투어 비용과 별도다. 내가 알아서 내야 함 ㅋ 약간 매운맛 타코였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때부터 젊은 미국 친구들과 함께 팀을 이뤄 다니기 시작 ㅎ
힙한 가게 분위기의 타코 집 iSALUD

그리고 다른 장소로 무브 무브!

두 번째 타코 집은 리틀 이태리 안에 있는 푸드코트의 NOT NOT TACO. 이번에는 맥 앤 치즈가 들어간 타코.

마지막은 오션 비치에 있는 Mike's Tacos club이었다. 여기서는 브뤼또로 시켜봤는데, 너무 양이 많아 ;;

세 곳의 타코 집 모두 구글 평점 4.6 이상의 아주 맛집들이었고, 입안 가득 맛난 기분을 전해주는 곳이었다. 특히 마이크 타코 클럽은 위치가 대박이었는데.

우리가 타코를 먹고 나왔더니 이렇게 해가 지고 있었다. 거친 파도와 강렬한 붉은빛의 커다란 해가 지는 모습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와일드함이었다.

그리고 유난히 거칠게 느껴졌던 샌디에이고의 파도. 암트랙을 타고 오면서 느끼긴 했는데, 확실히 샌디에이고가 LA보다 파도가 거친 느낌이다. 그것도 참 신기했고.

갑작스럽게 오게 된 샌디에이고에서 갑작스럽게 떠난 선셋 타코 투어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중심가라 그런지 완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고, 근처 펍에서 혼자 한 잔 하고 들어갈까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걍 얌전히 잠자러.
그렇게 나의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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