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주일은 근교 여행을 하지 않으면 좀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섯째 날이 되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ㅎㅎ 그래서 이날은 그냥 KL센트럴을 함 가보기로 했다. 거기에도 Nu Sentral이라는 큰 쇼핑몰이 있다 하여. 쇼핑몰 투어나 해보기로.

그전에 그랩으로 나시르막과 테 타릭을 배달시켰다. 이번엔 나시르막 소통. 소통은 오징어를 뜻하는데, 어디선가 엄청 맛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함 시켜봤다. 맛은 머 나시르막 그 맛. 나시르막은 가게마다 다른 삼발 소스가 매력인 듯하다. 
쌀밥 먹을 때 단 음식 먹는 걸 안 좋아하는데 요 테 타릭은 꽤 잘 어울린다. 태국의 짜이와 비슷한데 좀 덜 달고, 덜 진해서 생각보다 자주 사 먹게 되는 음료다.
아침 먹고 이번엔 모노레일을 타고 KL Sentral로 고고고. 

마트부터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여기도 규모가 만만치 않지만 역시 파빌리온이 나은 듯. 그래서 걍 쉬면서 간만에 코스타 커피나 마셨다. 

그리고 나선 5층인가 6층에 있던 푸드코트에 가서 또 다시 나시르막을 ㅋㅋㅋ 이번엔 생선을 시켜봤다. 생선 위의 청고추를 다져서 만든 소스를 얹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좀 실망. 생선도 좀 딱딱해서 별로였다. 푸드코트도 맛난 곳은 맛나던데..
누 센트럴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우리나라 고터를 생각하고 갔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그래서 숙소로 복귀해 좀 쉬다가 다시 파빌리온을 갔다 ㅋㅋㅋ 
파빌리온에서 잘란알로를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잊지 못할 발 마사지를 받았다.

이흐어라고 읽어야 하나? 암튼 여기 넘버 7이라 불리는 마사지사가 있는데,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다. 아마도 혼혈?
근데 1년이 넘도록 낫질 않던 나의 왼쪽 발목을 정말 기적처럼 낫게 해 줬다. 병원 의사들도 찾지 못했던 내 발등 위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열심히 문질러주고 부항까지 떠줬는데, 신기하게도 잘 안 꺾이던 발목이 부드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완전 대박.
다른 발목도 최근에 부상을 당했는데, 상당 부분 호전되었다. 왼쪽 발목은 이제 마사지 받을 필요 없고, 오른쪽 발목만 이틀 뒤에 한 번 더 마사지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와 정말 이렇게 마사지 잘하는 사람은 태국 방콕에서 지인 추천으로 갔던 닥터풋 이후 처음이다. 
마사지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객가인 집안 출신으로 말레이어, 중국어, 객가어, 영어, 광둥어까지 총 5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대부분의 객가인 화교들은 4~5개 언어는 기본인 듯하다.
베이징 출신 와이프와 결혼해서 베이징에 이미 집도 사놨다고. 세상 부자셨어. 
나보고 결혼하라고, 나중에 대화할 사람 없어서 외로울 거라며 한국에서도 안 듣는 잔소리?를 여기서 들었다 ㅋㅋ
마땅한 남자를 못 만났다 하니, 자기가 마사지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을 보는데 자기 와이프에게 무례하게 구는 남자들이 딱 두 나라 있다고 했다. 바로 한국과 일본. ㅎㅎㅎㅎ
뭐 요즘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 세대분들을 보면 그럴 만두... 
암튼 아저씨도 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크림도 발라주고 부항도 원래는 안 해주는 건데 해주시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말라카만큼 인상에 깊이 남았던 시간이다. 

술 값이 비싼 나라라 술을 안 마시려 했는데, 파빌리온 지하 마켓에 이탈리아산 프로슈토와 코파를 팔고 있는 게 아닌가? 맨날 코스트코에서 파는 미국에서 만든 것만 먹다가 진짜 이탈리아산을 보니 안 먹어 볼 수가 있어야지 ㅋㅋ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도 한 병 함께 샀다.
아쉽게도 샴페인 잔이 없어 걍 유리컵 아무거나에 따라 마심. 먹다 남은 망고스틴과 람부탄도 함께.
말레이시아는 다른 종교도 인정하지만 대부분이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마트에 돼지고기와 술은 별도의 코너가 있고, 거기서 따로 계산해야 한다.  캐셔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만져서도 안되기 때문. 유튜브를 미리 보고 가서 다행이었지 싶다. 몰랐으면 실수했을 뻔.

처음 보는 스파클링 와인(대부분 처음 보는 거지만 ㅋㅋ)인데, 안 달고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한 병을 홀로 다 비우고도 담날 멀쩡했던.
이렇게 또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전날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먹은 탓에 아침은 가볍게 열대과일로 시작했다.

내 사랑 망고스틴과 람부탄, 잭푸룻. 두리안 믹스커피(아마도?)와 함께. 좀 많나? ㅋㅋㅋ 망고스틴의 저 뽀안 과육. 싸게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줘야 한다!!

믹스커피를 마시긴 했지만 역시 아침엔 진한 블랙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그래서 스벅으로. 여기 컵마개 맘에 들어 찍어봤다. 우리도 저런 컵 뚜껑을 도입하면 스탑퍼도 필요 없고 좋을 텐데 말이야.

이날은 전날 가려다 만 므르데카 광장, 차이나타운 일대를 가기로 했다. 

므르데카 광장을 MRT를 타고 가면 Pasar Seni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역에서 이런 멋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Dayabumi Complex'라는 옛 말레이시아 철도청? 건물이라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멋진 고층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솔직히 우리나라 보다 멋진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다는 느낌.

이날의 첫 목적지 센트럴 마켓이다.

예쁜 하늘색이 칠해진 센트럴마켓 건물.

무려 1888년에 지어졌다고.

센트럴 마켓의 포토 스폿. 

센트럴 마켓은 원래 주석광산 커뮤니티를 위해 지어진 마켓이고, 수산물, 고기, 야채 등을 팔던 곳이라 한다. 나중엔 이 건물을 해체하려 했는데 말레이시아 헤리티지 신용기금이 이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참여해 지금의 컬처 마켓이 됐다고.

그러나 왜 건물의 외관 사진만 있느냐? 바로 건물 안에 볼만한 게 별로 없어서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이라는 이름이 민망하게 정말 정말 정말 구경할게 너어어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갔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아쌈락사 가게가 있길래 함 시켜봤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먹은 올드타운커피의 락사는 제대로 된 락사가 아니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던 터.

가격은 그렇다. 저렴하다. 대충 환율 300원으로 계산하면 3천6백 원? 4천 원 아래로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혜자스러운 말레이시아.

역시 올드타운에서 먹은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그렇게 맛없게 만들다니. 약간 우리나라 참치김치찌개도 생각나고 해장용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하마터면 락사를 오해할 뻔했네.

그렇게 락사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무리하고 므르데카 광장을 향해 나섰다.

므르데카 광장 가던 중간에 만난 생명의 강. 멋지게 잘 꾸며놔서 한참을 봤다. 이 강 옆으로 멋진 벽화가 그려진 건물들도 있었는데 못 찍었네;;

한 십여 분 넘게 걸어 도착한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중에 다시 들어가봤는데, 쿠알라룸푸르의 역사와 옛 모습을 사진과 미니어처로 전시하고 있었다. 카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패스.

그런데. 광장 입구에 레드카펫과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Deepavali'를 축하한다는데 도대체 'Deepavali'가 뭔지?

일단 궁금해서 계속 걸어갔는데, 먼가 말레이시아의 정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고, 기자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머야 큰 행사 열리고 있던 거?

신기한 건 여기저기 음식 부스가 있었는데 공짜라고 했다. 헤나도 공짜로 해주고 있었고. 그래서 먹음 ㅋㅋ

다양한 공연도 이어졌다. 뭔데 뭔데. 도대체 이 행사 뭐야?

알고 보니 힌두교의 최대 축제인 디파발리 혹은 디왈리라고 한다. 원래는 10월이라고 하는데, 왜 지금? 계획대로 전날이 왔었으면 못 봤을 행사인가. 정말 2022년은 나에게 "놀면 복이 오나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놀 때마다 운이 좋아?

그렇게 공짜 음식과 공연을 보고 원래 목적인 므르데카 광장으로 갔다.

광장 바로 앞에 이런 비석이. 바로 여기가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이라는 뜻이겠지?

드높이 펄럭이는 말레이시아 국기. 이제는 완전한 독립국으로 자신들만의 나라를 지켜가고 있는, 므르데카 광장의 깃발을 보자니 요즘 우리나라 생각나서 한숨만 나온다. 

므르데카 광장에서 보이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원래는 영국 식민지 시대 행정부 건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대법원과 섬유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공공도서관. 

중심지여서 그런지 므르데카 주변엔 멋진 건물들이 많았다. 마지드자맥이라는 모스크도 있었지만 굳이 안에 까지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패스.

므르데카 광장에서 걷고 걸어 차이나타운인 페탈링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너무 짝퉁 가게가 즐비해있어서 실망. 빠니보틀이 완전 맛집이라고 소개했던 호키엔미나 먹으러 왔다. 

빠니보틀이 가게 정보를 공개 안 해서 내가 정말 구글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찾아냈다. 가게이름은 '金莲記‘. 

빠니가 극찬한 호키엔미. 중국 푸젠출신 화교들이 즐겨 먹는다는 이 면은 약간 짜장면 같기도 하고 꽤 맛났다. 무조건 저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극찬하는 카이란 볶음 ㅋㅋ 중국인들이 하는 음식점에 오면 무조건 먹어줘야 한다.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요리. ㅠ

하루종일 싸돌아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복귀하는 길에 만난 특이한 과일 샐러드? 여러 열대과일을 토막 내어 고춧가루, 라임즙? 레몬즙?을 뿌리고 버무려 먹는 건데, 매콤 새콤하니 맛났다. 하지만 신맛이 체질에 맞지 않는 나는 많이 못 먹고 버릴 수밖에 ㅠ

알차게 돌아 다닌 나는 내 방에서 보이는 멋진 KL타워 야경을 보며 쿠알라룸푸르의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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