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많은 회사들이 주요 인사를 발표하는 날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부터 짠하고 발표하는 곳은 오래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거의 없는 것 같긴하다. 지난해의 성과를 정리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각설하고 그래서 요즘 주위 사람들의 승진 관련 소식이 많이 들리기에 관련해서 글을 써보려한다. 

자부(?)하건데 나는 근 2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하면서 승진에 집착해 본 적이 없다. 이건 진심이다. 큰 회사를 다닐 때나 작은 회사를 다닐 때나 정말 사심 없이 다녔고, 그래서 정말 말이 안되는 일은 배 째고 안 했고. 하지만 신기하게도 남들보다는 승진이 좀 빠른 편이긴 했다. 

그러다 작년에 딱 턱에 걸렸는데, 그 포지션은 바로 간부급이었다. 그렇다 나는 실무는 잘하고 주변 관계 평도 좋지만 간부를 하기에는 모자란 사람이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간부급부터는 업무 능력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업무에 꽤 능동적이었다. 일없이 노는 걸 못 참아서 아르바이트할 때도 머 할 일 없냐고 재촉해서 나를 고용한 분을 곤란하게 했다. 

지난 회사에서도 너무 적극적이어서, 다른 회사로 간 동생이 그 회사에서 나와 같은 포지션인 사람이 너무 수동적인 걸 보고는 "언니의 포지션은 당연히 그렇게 능동적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새로운 상사가 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대표와 다이렉트와 일을 하다 회사가 커지자 중간단계에 상사를 새로 들였는데 (이 부분은 납득이 간다. 내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돈에 비해 너무 큰 일까지 맡아서 했기때문에 난 일종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특히 나는 감투에 욕심도 없었고) 그러면서 정치, 조직의 서열에 대해 깨닫게 됐다.

이후부터는 난 그 상사와 인간적인 교류를 했어야 더 위로 올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사람의 유치하고 사사로움이 너무 싫었고 당연히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또 내 위로 다른 사람을 뽑았다. 어찌보면 나에게 굴욕을 준 거다. 하지만 머 나는 그런거에 상처 받는 사람이 아닌지라 ㅎㅎ

그러다 몇번의 상사 교체를 겪고 나도 이제 나이가 차고 그 위의 직급으로 올라갈 연차가 됐을 때, 그녀와의 갈등은 승진에서 나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임원들 사이에서는 나는 윗 사람보다는 아랫사람을 챙기고, 무조건적으로 회사의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탈락이고 ㅎㅎ 하지만 애초 나도 내가 그 직급에 올라가면 너무나 회사편에 서서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자신도 없었다. 그 회사는 요즘 비도덕성으로 아주 핫하다. 

어찌됐든 승진 누락때문은 아니지만 그 회사를 나왔고 1년여가 지난 지금도 나는 어떤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진 않는다.  단지 나는 그런 수직적인 인간이 되질 못한다는 것을 더욱 확고히 알게됐다고나 할까.

그래서 승진에 탈락한 사람들에게 위로해주고 싶은 건. 그건 단순 업무의 유무능 보다는 그 회사나 상사와 얼마나 인간적인 유대를 맺고 충성을 맹세할 수 있는 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라인을 타면서 그 라인 꼭대기와 바로 위 상사에게 난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며, 당신이 시키는 건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꾸준히 행동으로 말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상사도 인간인지라 자기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 잘 따르는 사람, 우호적인 사람, 시키는 것에 토달지 않는 사람(이게 가장 중요)에게 더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사실을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회사가 도 닦는 곳도 아니고 상사도 월급쟁이고 언제 짤릴지 모르기때문에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진과 간부가 되는 것은 업무와는 너무나 다른 차원이고 그건 자신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본인이 정말 조직의 위로 올라가는 욕망이 강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상사한테는 잘해야하는 것이고, 나처럼 되든말든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자존감까지 내려놓으면서 상사에게 맞출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리고 회사는(특히 우리나라 회사는) 생각보다 조폭 조직과 비슷하는 점도 있다. 의리가 있다는게 아니라 수직적이고 권위적이고 의리를 강요하지만 생각보다 정작 자기들은 그리 의리가 없다는 말이다 ㅎㅎ

회사는 그냥 생활비를 버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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