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발 에어프레미아는 싱가포르에 새벽 1시경 도착한다. 그래도 워낙 작은 나라라 공항에서 택시 타면 2만 원 정도로 시내에 진입할 수 있다.

숙소로 향하던 길에 찍은 싱가포르 야경. 유명한 싱가포르 플라이어도 보인다.
날 태운 그랩 운전사분은 중국계로 싱가포르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셨다. 끊임없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래도 물가가 너무 비싼 건 인정 ㅋㅋㅋ 하도 말이 많으셔서 들어드리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맛집이나 소개해달라고 ㅋㅋ. 호커센터 가보려고 한다 하니 차이나타운에 있는 호커센터를 추천해 주셨다. 거기가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오케이 접수!

내가 첫 날 숙박한 곳은 호텔 모노(HOTEL MONO). 이게 좀 사연이 있는데, 원래는 첫날 숙소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캡슐 호텔로 예약하고, 호텔 모노는 이튿날 묵으려 했다. 그런데 바보 같이 날짜를 잘못 입력해서 같은 날 두 숙소를 예약해 버린 것이다. 싱가포르의 살인적인 숙소 비용을 줄이고자 환불불가 조건으로 예약하는 바람에 환불도 안되고, 결국 좀 더 비싼 숙소인 호텔모노에서 묵고 다른 캡슐 호텔은 포기했다. 바보 비용 발생 후...
암튼 호텔 모노는 아고다에서 사진이 너무 매력적이라 예약했다. 차이나타운 모스크스트리트에 위치했으며,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 같은데, 가격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12만원 정도? 이름 그대로 건물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노톤으로 꾸며져 있어서 아주 인상적인 곳이다. 

엘리베이터도 인테리어는 새로한 것 같은데 버튼은 옛날 그대로 둔 것 같다.

숙소가 좁긴 했지만 호텔답게 필요한 것들은 잘 갖춰져 있었다. 타월도 뽀송하니 좋았고 어매니티도 구비되어 있었다. 찻 잔도 예뻤고 드라이기 등등 호텔에 기대하는 물품들은 다 구비되어 있었다.
모노톤의 인테리어는 내가 마치 옛날 흑백 영화 속에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단지 아쉬웠던 건 뭔가를 때리는 소리가 밤새도록 들렸는데, 다행히 새벽 2시경 숙소에 도착한 나는 금세 곯아떨어져 버려서 거슬리지 않았다. 아마도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하지 않았다면 엄청 신경쓰였을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여행을 오면 이상하게 아침 일찍 일어난단 말이야. 새벽 2시에 잠들었음에도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났다.
싱가포르에 머무르는 시간이 워낙 짧다보니 오래간만에 부지런한 여행 모드로 돌입했다.
우선 아침식사와 근처에 있는 불아사를 가기 위해 대충 세수만 하고 모자 눌러쓰고 고고!!

여행하기 딱 좋은 맑고 살짝 더운 날씨. 숙소 다음 골목에 힌두교 사원이 있었다. 하지만 난 불교 신자니까? ㅋㅋ 패스.

싱가포르에서의 첫 식사는 남양노커피(南洋老咖啡) 한국어로 쓰니 어감이 이상하다 ㅋㅋㅋ 많은 사람들이 야쿤토스트나 토스트박스를 가지만 찾아가기 귀찮아서 불아사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들었다. 근데 잘 선택한 듯. 옛 싱가포르를 표방한 듯한 인테리어에 맛도 괜찮았다.
토스트 세트를 시켰는데, 카야 토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 수란에 간장을 뿌려준 게 정말 신의 한 수 인 듯하다. 너무 맛나.
여긴 박물관도 겸하는 곳인 듯 한데, 첫날은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나왔다.

카페에 안내되어 있던 싱가포르식 커피 용어. 아이디어 좋은 듯. 그런데 이건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거 같기도?
난양올드커피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불아사(佛牙寺)로 향했다.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진 절이라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부처님 진시사리를 처음 본 것은 4년 전쯤 중국 시안에 부처님 손가락 사리를 모신 법문사(法门寺)에서였다. 법문사는 따로 관광을 신청해서 가야 할 정도로 먼 거리에 있었는데, 불아사는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안에 있어서 찾아가기도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부처님 치아 사리는 촬영이 금지된 관계로 눈으로 만.

법당을 둘러보고 옥상에 오르니 이국적인 식물들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거대한 마니차가 있었다.
불아사에서 기도도 좀 드리고(중화권을 여행할 때면 이렇게 유명한 절을 찾아서 여행 잘 마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곤 한다. 꽤 의미있는 여행코스이다 ㅎ) 체크아웃을 위해 다시 숙소로.

가는 길에 발견한 북경동인당. 역시 차이나타운이라 이런 것도 있구나. 너무 아침 일찍이라 문을 안 열어서 구경을 못한 게 좀 아쉬움.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 뒤 다시 차이나타운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호커센터로! 유명한 맥스웰 호커센터가 근처에 있긴 했지만 그랩 운전사가 추천해 준, 현지인이 많이 간다는 차이나타운 내에 있는 호커센터로 고고!
여기는 영어로는 Chinatown complex, 중국어로는 牛车水大厦 인데, 중국어는 도저히 해석이 안된다. 소차물빌딩? 갑갑하다. 중국어 실력 ㅋㅋ
지하는 식료품, 1층은 이런 저런 상품을, 2층에 푸드코트인 호커센터가 있다.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수많은 음식점이 펼쳐진다.

人太多,食太多。그랩 운전사가 음식점이 1~2백 개 있다고 했는데, 중국인들 특유의 허풍이려니 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허풍은 아닌 듯하다. 너무 많아서 뭘 먹을지 고르는 것도 일인 듯.
하이난식 치킨라이스 집을 비롯해 몇몇 집들은 유명 맛집인지 줄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좀 구석 쪽을 돌면서 점심 메뉴를 고르고 다녔다. 

그러다 발견한 이 집. 335 港式烧腊 홍콩식 간장에 조린고기. 아주머니는 당연히 내가 중국인인 줄 아시고 ㅋㅋ

나는 저 유리벽에 붙어있는 치킨라이스+야채 세트를 주문했다.

짜란~ 꽤 푸짐하다. 한국돈 6,500~7,000원 사이이니 가격도 나쁘진 않은 듯. 저 맑은 탕과 치킨과 야채 사이에 있는 돼지껍데기는 서비스로 주셨다. 근데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흰쌀밥이다! 아마도 치킨 육수를 넣은 것 같은데 감칠맛 나면서 너무 맛난 던 거다.

부들부들 짭조름했던 돼지껍데기도 존맛탱.
돼지껍데기는 주인아주머니가 내가 외국인인 거 알고는 먹어보라며 아주 맛있다고 하셨는데, 정말이지 너무 맛나서 메뉴를 잘못 주문했다 싶을 정도였음. 계속 맛있냐고 괜찮냐고 어떻게 우리 집 알고 왔냐고 물으시던 아주머니 ㅎㅎ 한국인은 잘 안 오는 곳인가? 나중에 인스타그램에도 올리라고 하심 ㅋㅋㅋ
영어와 중국어와 광둥어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시던 쾌활하신 아주머니. 혹시 다른 집들도 다 이정도 수준의 맛을 내는 걸까? 궁금했다. 좀 더 오래 머물렀다면 다른 식당들도 열심히 탐험했을 텐데 좀 아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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