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쿠알라룸푸르는 지난해에 일주일간 좋은 추억을 남긴 바 있어 이번에는 한 달 살기, 4주 살기를 해보려 했다. 
비행기로 가면 간편하고 좋지만 그래도 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가장 좋아하는 교통수단인 기차는 없어서 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전에 아침 식사부터 ㅎㅎㅎ

숙소를 나섰는데 골목 끝에 이런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내가 묵은 숙소가 모스크 스트리트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거리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것이다. 오 꽤 좋은 아이디어 같다.
대략 정리를 하자면 모스크 스트리트는 원래 하카(중국 푸젠성 출신 이민자)들이 폐지나 고물 등을 거래하던 곳이라고 한다. 판자로 인력거를 만들어 쓰기도 하고 그랬다는.
이후 1930년대에 정부에서 이 거리를 매입, 싱가포르 발전 신탁 (SIT) 아파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싱가포르 최초의 공공임대 아파트였다고. 이후 싱가포르의 다른 곳에서도 공공임대 아파트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 공공임대 아파트의 형태도 잘 설명되어 있었는데, 보통 4층 높이에 각 층마다 6개의 방이 있었고 한 개의 주방과 두 개의 화장실을 함께 사용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이었다고.
한마디로 내가 묵었던 숙소들이 이 싱가포르의 첫 공공임대 아파트를 개조한 것들이었다. 어쩐지 구조가 독특하다 싶었는데, 이런 연유가 있었구만. 역사를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로웠던.

길을 걷다 만난 힌두 사원인 스리 마리아만 사원. 신발 벗기 귀찮아서 안 들어 감 ㅎㅎ

아침은 이번에도 난양올드커피(南洋老咖啡). 이날은 2층 뮤지엄도 겸하고 있는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옛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고 사진찍기 좋았던 곳. 그리고 에어컨도 나오고!

뇨냐락사와 테 타릭으로 아침 식사를.

뇨냐락사는 아쌈락사와 달리 국물이 거의 없는 비빔면 같았다. 맛은 나쁘진 않은데 아쌈락사와는 달리 특별한 특징이 없었다.

걷는 김에 불아사도 또 찾아갔는데 마침 예불 중이었다. 5년 전 쯤 중국 청두(成都)에서 처음으로 중국절의 예불을 본 적 있는데, 우리나라 절에서 읊는 불경의 발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흥미로웠었다. 이번에도 운 좋게 예불 장면을 목격.

근데 전날 내가 불아사에서 놓친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莲心坊맞나? 암튼 채식 레스토랑이 지하에 있었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저 글자를 보고 나는 무슨 참선하는 곳인가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궁금해서 내려와 봤더니...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아침 먹었지 ㅠㅠ 가격도 저렴하던데.

아쉬운 데로 장미 보이차를 마셨다. 다음에 혹시라도 오면 무조건 여기서 식사를 할 테야!
진한 불아사의 보이차까지 마시고 난 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버스를 타기 위해 하버프런트로 향했다.

내가 타고 갈 버스는 AEROLINE이라는 버스인데, 2층 버스에 후기도 아주 좋아서 나도 믿고 예약했다. 

내 좌석 8A. 발판도 올라오고 비행기 VOD처럼 버스 안에도 VOD시스템을 갖춰놨다. 상당히 좋음. 그리고 생수 1병도 기본 제공해 주며 점심도 제공한다.
1층에는 간단히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라운지도 있고,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다! 소문대로 시설이 상당히 괜찮은 버스이다.

여행 중엔 군것질은 필수지 ㅋㅋ 말레이시아에는 바닐라 콜라가 있더니 싱가포르에는 망고 콜라가 있었다. 세상에 또 안 먹어 줄 수 없지. 그러나 맛은 좀 인공향 ㅎㅎ 생선껍질을 튀긴 스낵이 있길래 궁금해서 사봤는데 So So. 매운맛도 있던데 하버프런트 편의점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30분 정도를 달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건너가는 다리가 나타났다. 이제 곧 말레이시아다! 와중에 예쁜 물 색깔.

말레이시아 입국 심사까지 마치고 나니 점심 도시락을 나눠줬다. 후기가 좋아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부실 ㅠ 근데 맛있었다! 신기하게도 ㅋㅋㅋㅋ 풋콩대신 다른 걸 줬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래도 도시락 주는 게 어디냐며.

후식으로 커피도 준다. 한국도 4만 7천 원 정도 하는 가격에 이런 서비스 웬 말이냐. 아주 만족스럽다.
중간에 말라카에 있는 휴게소도 들렀다.

말이 휴게소지 그냥 화장실이다 ㅋㅋㅋ

음식점은 없었지만 먹을 것을 파는 트럭들이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내내 보이던 팜트리들. 말레이시아가 팜유 산업으로도 유명하다고.
그렇게 달리고 달려 5시간 여만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대가 아주 컸던 숙소 EST Alia로 이동.

숙소 문을 여니 베란다를 통해 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숙소가 고층이라 경치도 좋았다.

주방과 테이블

이 숙소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층이기 때문이다.  복층에 묵어보는 거 아주 살짝 버킷리스트였거든. ㅋㅋ

복층에 놓인 침대. 아주 넓다.

상당히 높고 넓은 숙소다.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역시 고냥이 그림 :)

티비가 좀 작긴 했지만 넷플릭스도 볼 수 있고 만족스러웠다. 숙소는 에어비앤비 통해서 했는데, 같은 건물에 여러 숙소들이 있었으나 여기 인테리어가 제일 좋아 보여서 예약을 했다. 결론은 잘한 선택이었다는 것. 시설도 깔끔하고 온수도 나오고 상당히 괜찮았다.
체크인을 5시 가까이 되어 한 관계로 대충 짐을 정리하니 벌써 저녁시간이었다.
숙소인 EST Alia는 KL Sentral과 한 정거장 차이인 Bang Sarr역에 위치해 있어서 꽤 편리했다. 건물도 역에서 바로 이어져서 이래저래 움직이기 좋았던.
일단 저녁을 하러 Nu Sentral로 향했다.

지난번 여행 때 궁금했지만 못 먹었었던 푸드코트의 Penyet 식당에서 Ayan Penyet Grand를 주문함. 소스는 내가 고를 수 있었는데, 청고추를 간 소스가 내 취향이라 골랐지만 매웠다 ㅠ. 그리고 옆에서 테 타릭도 하나 주문. 맛은 나쁘진 않았는데 역시 나시르막이 짱인 듯.
싱가포르에서 넘어오는데 시간을 대부분 보낸 탓에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금세 잠잘 시간이.
낯선 숙소에 살짝 적응이 덜 되어서 잠이 안 오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는 게 아닌가? 말레이시아가 나를 또 너무 격하게 환영해 주네 ㅋㅋㅋ

이런 날씨와 함께 쿠알라룸푸르에서 첫날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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