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를 떠나는 날이다. 좀 더 길게 있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더 가볼 곳이 있는 건 아니라 옆도시 충칭으로 가기로 했다.

비가 왔는데 안 왔어요? 애매하게 비 내리는 청두동잔(成都东站). 중국의 기차역은 정말이지 어마무시하게 크다.
기차 타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역사 안에서 점심을 먹으러 고고.

오 뭔가 쓰촨향기가 물씬 풍기는 음식점이다.
생각해 보니 아직도 못 먹어 본 유명 쓰촨음식이 있었다. 바로 푸치페이피엔(夫妻肺片), 그리고 궁바오지딩(宫保鸡丁)이다. 그래서 주문!

줄기콩 볶음은 탐스러워 보여서 함께 주문 ㅎㅎ

푸치페이피엔은 백슨생님이 스푸파에서 드시던 걸 보고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식당 선택을 잘못한 걸까. 예상한 맛이긴 한데 크게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水煮肉가 훨씬 맛나다며. 

궁바오지딩도 다들 엄청 맛나다고 하던데, 딱히 기억에 남는 맛이 아니었다. 기차역 안에 있는 식당에서 먹은 나의 잘못인 건가. 후...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차를 타러 갔다.

무려 비즈니스(商务)석. 두둥!! 실은 청두에서 충칭까지 거리가 별로 안 멀어서 3~4만 원 대면 탈 수 있다. ㅎㅎ 이럴 때 타보지. 장거리는 비싸서 못 탄다고.
좌석 사진을 못 찍어뒀네. 좌석간 거리도 넓고 팔걸이도 있고 등등. 좋긴 했다.

그리고 물과 함께 간식도 줬다! 짧은 거리라 큰 기대 안 했는데, 비즈니스석을 타면 무조건 주나 보다! 괜히 기분 좋은데 ㅎㅎ

간식 박스 안에는 비스켓, 완두콩, 두부, 장미꽃빵이 있었다. 소소하니 중국 간식 먹는 재미. 장미꽃빵은 울 엄니가 엄청 좋아하는 관계로 집으로 모셔 감 :)

기름진 촉(蜀)의 도시, 청두를 떠나

파(巴)의 도시, 충칭에 도착하니 안개의 도시라는 별명 답게 마치 도시 전체가 미스트를 뿌린 듯 비인지 안개인지 모를 습습함이 넘쳐난다.
8~9년 전, 출장 왔을 때는 무더운 여름이라 전혀 못 느꼈는데, 진짜 완전 습하다 ㅎㅎㅎ. 충칭 여자들 피부가 왜 좋은지 알겠음. 이것도 매력 있다. ㅎ

충칭시잔(重庆四站) 도착. 역시나 거대한 기차역.

지하철 타고 장강(长江)을 바라보며 숙소로 이동. 하지만 반대 방향 열차를 타는 삽질을 하여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려 갔다는 바보 같은 이야기.

충칭의 첫 번째 숙소는 란지아바(冉家坝)역 근처에 있는 이비스(ibis) 호텔이었다. 평도 좋고 지하철역 근처라 잡았는데 꽤 괜찮았다. 시설은 좀 연식이 있어 보이지만 혼자 쓰기에 적당한 크기에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지하철 삽질로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으로 호텔근처 탐색.
그런데 웬걸. 호텔 뒤편에 맛집들이 몰려 있었다 ㅎㅎㅎ 평이 좋은 이유가 있었음.
여러 밥집 중에

쉬딩성(徐鼎盛)이라는 식당을 발견. 여기를 택한 이유는 바로 민간요리(民间菜)라는 표현 때문!

오 근데 건물 외부와 내부는 결코 민간요리집 느낌이 아닌데 ㅎㅎㅎ. 식사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라파이구(麻辣排骨). 맞겠지?;; ㅋㅋ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궁채볶음!!
근데 인간적으로 저 갈비보다는 궁채볶음이 더 맛났음 ㅎㅎㅎㅎ 그리고 양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게도 남김 ㅠ 포장해달고 할 걸 왜 생각을 못했지;;;
밥을 먹고 소화 시킬겸 근처를 한 바퀴 도는데, 허마선생(盒马鲜生)이 있었다. 오 지나칠 수 없지!
딱히 살 건 없고 그냥 구경이나 하자 싶어서 돌아 보다가 원장(原浆)맥주를 팔길래 하나 구입하고 돌아오는데~~

중드 또우팅하오(都挺好,도정호)에서 수씨네 집안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야보(鸭脖, 오리목) 가게가 있지 않은가!
직구로 인스턴트 오리 목은 먹어봤는데, 이렇게 파는 건 안 먹어 봐서 구입!!

마라맛 야보와 허마선생의 원장맥주. 흠...둘 다 소소다...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가? 배가 불러서 그런가. 암튼 걍 좋은 경험이었다 싶은 정도였음.

야보 근접샷인데, 포커스는 저 멀리 ㅋㅋ 마란데 왜 이리 색깔이 검은 것인가. 

그리고 운튀이위에빙(云腿月饼). 쿤밍(昆明) 어쩌고 쓰여 있는 거 보면 운남식 후이투이 월병인 거겠지? 허마선생에서 꽤 이것저것 샀네 ㅎㅎ

음...이것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원인 모를 입맛을 잃어버린 병을 얻은(그렇다고 하기엔 잔뜩 먹은) 나는 오랜만에 찾은 충칭의 첫날 밤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거친 폭우와 천둥이 나의 충칭 입성을 반겨줬다. 고..고마워;; 역시 뭔가 매서운 충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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