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뤄따이구전 여행을 마치고 새 숙소에 체크인하기 위해 다시 청두 시내도 돌아갔다.

지난번에 묵었던 춘시루 끝에 있던 호텔은 외국계 호텔로 바뀌면서 가격이 겁나 올랐고... 중국도 코로나 이후로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시내 숙박비가 꽤 올랐다. 예전의 그 싼 가격에 묵는 것 불가 ㅠㅠ

그래서 춘시루 역에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관광 중심지는 지난 번에 묵었기 때문에 이번엔 평범한 동네에서 지내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찾은 숙소는 복층 구조임에도 1박당 3만 7~8천 원정도 밖에 안해서 예약.

남의 건물 뷰이긴 하지만 들어서자마자 깔끔한 느낌에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세탁기도 있어서 빨래도 할 수 있었고.

인터넷 TV와 프로젝터, 화이트 톤의 소파와 테이블. 중국 현대극에서 많이 보던 스타일이다 ㅎㅎ

계단을 올라 가면

킹사이즈 침대가 있다! 오 넓어서 좋아. 중국 숙소들은 널찍널찍해서 좋단 말야.

짐을 풀고 빨래 돌리는 종안 뤄따이구전에서 깨알같이 사 온 간식거리를 맛봤다. 맨 위에 위치한 마라맛과 향라맛 후또우(胡豆). 오랑케콩? ㅋㅋㅋ 중국은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 이름 앞에 胡 혹은 西라는 글자를 붙여서 구분을 한다. 이 콩은 약간 잠두콩이었는데, 맥주 안주로 딱이다. 이건 나중에 집에 고대로 가져와서 먹었고.

이건 토가족(土家族) 흰쌀떡(白米糕). 우리나라 술떡이랑 같다고 보면 된다.

여러 가지 맛이 있었는데, 난 역시 계화맛이 젤 좋음.

오늘도 집 나간 포커스..ㅠ 토가족 바이미쑤(白米酥). 이건 뭐랄까. 보긴엔 뻑뻑해 보이는 막상 먹어보면 쉽게 부서지고 약간 뻥튀기처럼 녹는 느낌? 약간 단 맛도 나고. 신기한 맛이다. 처음엔 여행을 오래 할 거라 살지 고민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 말로는 보관기한이 무제한이라고 한다. 으잉? 진촤요? 그럼 사야지. 근데 먹어보니 확실히 금방 상할 것 같진 않았다. 비상식량으로 딱이었던. 나머지는 집에 싸들고 왔는데, 울 엄니도 의외로 입맛에 맞는지 혼자 다 드셨음 ㅎㅎㅎ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투자주(토가족 土家族)의 음식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내 최다 소수민족도 아닌데 참 신기하단 말이야. 투자주 음식이 맛나기로 소문났나? 연구 해봐야겠다.

빨래도 하고 적당히 쉬고 나서 시간이 남아돌아 저녁도 먹을 겸 춘시루로 향했다.

음료수 사러 편의점 갔더니 이번엔 코카콜라 복숭아맛이 딱! 오 시도해 봐야지. 하지만 맛은 머...망고 콜라와 그다지 큰 차이 없고 ㅎㅎ

춘시루 역에 도착해서 샤오미 충전기 케이블이 필요해서 타이쿠리가 아닌 다른 건물로 나왔더니 우리 이보가 있네. 안녕 이보~~

이 건물도 지난번에 왔을 때 여기저기 구경했던 곳인데, 맛있는 갈비탕을 먹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응? 내가 뭘 본 거지? 진짜 사람이라니;;; 가끔 중국의 이런 과감한 시도가 당황스러우면서 인구 대국이라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참 부럽다 싶다. 

이것 말고도 마오타이주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었는데, 내가 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패스했음.

딱히 구경할 게 없어서 지하 먹거리로 내려왔더니

이런 마라냉꼬치를 팔고 있었다. 오 뭐야 새로운 트렌든가? 지난번에 왔을 땐 길거리에서 내가 원하는 꼬치를 고르면 마라소스에 듬뿍 묻혀주는 게 유행이었는데, 이번에 그건 전혀 볼 수 없었고 이런 식으로 파는 곳이 엄청 많았다. 중국도 유행하는 음식이 매번 바뀌나 봄.

근접샷. 맛은 예상한 맛나는 마라렁촨(麻辣冷串) 그 맛 그대로. 맥주가 생각났지만 참은 나 자신 칭찬해.

간단히 렁촨을 먹고 춘시루 밤거리를 거닐었다.

왕푸징 백화점도 가보고. (마트가 공사 중이라 금방 나왔지만 ㅠ)

먹자골목을 지나

첫 청두 방문 때 처음 족발덮밥(猪蹄饭)을 먹어 봤는데 그 집도 아직도 있는 것 같았다. 맞겠지?ㅎ

그리고 지난번에 묵었던 호텔까지 왔는데, 그 다정했던 아주머니들이 계시던 식당은 없어지고 건물 외관도 훨씬 세련되어졌다. 중국도 참 우리나라만큼 빨리 변한다.

당시 아침마다 늘 맞은편 건물에 있던 식당에서 稀饭을 먹었는데, 그 가게도 없어지고 건물도 엄청 세련되게 바뀌었다. 5년 전 청두 여행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혼자 오래 여행했던 시간이라 나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나 보다. 그때의 모습들을 볼 수 없게 되니 괜히 쓸쓸하고 찡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 때 있었던 맛집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시에 아침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어서 나도 사 먹고 싶었는데, 다른 거 사 먹느라 못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중국 음식이라곤 마라밖에 몰라서 사 먹을 엄두가 안 나기도 했는데, 이젠 웬만한 건 뭔지 알아보겠다 ㅎㅎ. 다음에 청두 오면 여기서 꼭 밥 먹어야지!!

지난 여행 때 여행 카페에서 연락해서 알게 된 언니와 왔던 춘시방. 저녁이라 많이 썰렁했다.

그렇게 추억 여행을 하고 다시 숙소로 갈려고 하는데, 오 베이징 통런탕 (北京 同仁堂 북경 동인당)이 있다.

근데 음료도 팔고 술도 파네? 신기하다!

본초커피 ㅋㅋ 약제가 든 커피라니!! 궁금함을 못 참고 주문!

두둥! 무려 구기자라떼! ㅋㅋ 구기자와 이탈리아식 다크 초콜릿 콤비라는데! 이쁘다!!!

하지만 맛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경험한 것으로 만족.

숙소 돌아가며 이날 하루 너무 많은 걸 해서인지 아침에 뤄따이구전을 다녀온 걸 까먹었었다는 ㅎ

알찬 여행이었다.

에스플렌더 체크아웃 날이자 대사관을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한국에 돌아가야 했지만, 여권분실로 인해 귀국일정을 변경했다. 숙소도 출국비자 상황을 좀 더 편하게 대처하기 위해 출입국 사무소 근처로 옮기기로 했다.
체크아웃 전 마지막 조식을 위해 식당으로!

사흘 내내 우리의 고정석이 되었던 테이블.

이날은 닭쌀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실패. 소고기 쌀국수가 확실히 더 맛나다.

간단하게 빵과 또 크레페 ㅎㅎ 저 분홍주스는 석류주스인 줄 알았는데 수박주스였다! 

우리가 묵었던 501호. 안녕~~
대사관에는 오전 9시 땡 오픈하자마자 도착해서 서류를 접수하고, 오후 2시에 오라고 해서 시간을 때울 겸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딱히 볼게 없어서 근처 카페로. 의자들이 다 낮고 귀엽다 ㅎㅎ

친구는 코코넛 커피, 나는 박시우 (Bac Xiu). 박시우 짱맛. 이게 내 스타일이었네~ 이후 박시우만 찾게 됐다는.
수다 떨고 멍 때리고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도래하여, 근처 맛난 냄새가 나던 식당이 있어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분보후에를 파는 곳이던데,

근데 분보후에가 분보후에 아니야? 너무 로컬 식당으로 와서 영어 메뉴도 없고 직원들도 영어를 1도 못했다. 결국 뭔가를 시키긴 했는데.

음... 내장탕인가? ㅎㅎㅎ 아..근데 너무...모르겠다..아무리 민트잎이 들어 있어도 무디고 무딘 내 입맛에 안 맞는다.

바나나잎 같은 거에 찜 쪄 나온 이 만두같이 생긴 거는 보기에는 맛나보였는데, 향이...
와...내가 해외여행 와서 이렇게 몇 숟가락 안 뜯고 포기한 음식은 이번이 처음인 듯.. 너무 무지한 채 들어간 식당이라 대실패다 ㅠ

식사를 포기하고 그냥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근데 대박 이 동네 왜 이리 예뻐? 하나의 단지처럼 이뤄진 이 동네는 건물마다 디자인이 다다르고 너무 예뻐서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동네도 조용하고. 만약 하노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여기서 살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동네. 또 이런 게 전화위복이? ㅎㅎ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고 부랴부랴 출입국사무소를 갔지만 이미 마감이 되어 다음날 다시 가야 했다. 그래서 일단 새 숙소로 짐을 옮기기로.
새 숙소의 이름은 Christina's Hanoi Secret Garden.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옛 건물을 개조한 독특한 구조라 완전 내 취향저격이었다.(물론 계단 지옥이라는 점이 트렁크를 가져간 우리에겐 좀 힘들었지만 ㅎ)

아늑한 느낌의 침실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하노이 올드쿼트를 전망할  수 있는 베란다 정원까지. 내 맘에 쏙 들었다. 
여권분실로 심적, 유체적으로 지친 친구는 숙소에서 좀 쉬기로 하고 나는 숙소 근처를 탐방하기로 했다. 이 숙소 모퉁이만 돌면 바로 기찻길이었기 때문에 우선 기찻길 구경 고고!

우왓. 완전 집들이랑 기찻길이 붙어있다.

그리고 위협적인 오토바이 행렬. 하노이에서 이 정도의 오토바이 행렬은 첨 본 듯.

그러나 기찻길은 공안이 출입을 못하게 해서 들어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길로 나와 쭉 걷는데, 기찻길 카페가 등장했다. 오 이건 뭐지? 여긴 출입이 가능한 거야?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맥주를 ㅋㅋㅋ 아니 커피보다 맥주가 싸잖아! 그리고 하노이에서는 땀을 하도 많이 흘려서 낮에 맥주를 마셔도 전혀 취하질 않았다.
홀로 한잔하고 있는데, 많이 회복된 친구가 저녁을 먹자고 해서 숙소 뒤편에 있는 푸드 스트리트로 고고!
푸드 스트리트에는 고기나 해산물을 구워 먹는 테이블이 많았는데, 우린 그 정도로 배고프진 않아서 적당한 곳을 골랐다.

오 그림 메뉴판과 영어 메뉴. 짱 좋아.

스프링롤과 소고기 볶음을 시켰다. 맛이 꽤 괜찮아서 치킨 볶음밥을 시켰는데, 대박 이게 완전 너무 맛난 거다. 주인장의 아버지인 듯한 한 할아버지께서 그 더운 데서 주방장 모자를 쓰고 웍에 밥을 볶아주셨는데, 딱 봐도 내공이 보통이 아니신 듯했다. 우리는 너무 맛나서 이성을 잃고 소고기 볶음밥도 또 주문했다. 그런데 맛있긴 한데 이번엔 너무 짰다. 그래서 적당히 먹고 나옴. (그만 먹으라는 뜻인가? ㅎㅎ)
소화도 시킬 겸 하노이의 밤거리를 방황하며 다녔는데, 친구가 후기가 마사지 샵을 발견했다. 오! 그럼 또 마사지받아줘야지!

Havana Luxury Spa라는 곳인데, 지금까지 간 마사지샵 중 제일 시설도 좋고, 마사지사들도 실력이 너무 좋았다. 특히 나를 해준 분은 마치 무술 고수처럼 생기셨는데, 여행 내내 큰 일을 못 봤던 내가 시원하게 장을 비울 수 있었다는 사실. 가격도 시설과 실력대비 아주 합리적인 편이었다. 
마지막에 성공적인 마사지를 받고 딥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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