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행을 갔다 온지 3개월이 지났다니..

늘 부지런히 블로그에 올려야지 마음 먹어 놓고는 결국 이제야 첫 발을 내딛는다. 그냥 여행 중에 실시간으로 짧게 짧게 올릴 걸 그랬나 봄.

게으르다고 하기엔 좀 억울하고 너무 잘 올리려고 하는 마음이 문제였던 듯.

어쨌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더듬어 뒤늦게라도 올려본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샤오미 배터리를 사러 헤매다가 너무 배고파서 들어간 곳. 가게 이름이 爱辣局 였던 것 같은데. 마라 카오위  비슷한데 생선이 통째로 나오는게 아니라 살점이 분리되어 나왔다. 통태포처럼. 감자나 버섯, 야채 소세지 등을 추가로 시킬 수 있는데. 나는 적당히. 밥과 함께 먹었다. 우리나라 뚝배기 같이 바글바글 끓는 채로 나와서 엄청 매운 국물이 테이블에 튀었던 기억. 무슨 황제가 먹던 비법 소스 머 이런 홍보 문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맛은 좋았다. 역시 중국 음식은!

후루토우탕(葫芦头汤). 가게는 스푸파2에서 백선생님이 후루토우샤오차오(葫芦头少炒)를 먹었던 곳. 나는 손님도 너무 많고 라오반(老板)말 알아듣기 힘들어서 탕으로 시킴. 방송하고 일주일정도 뒤에 간 셈인데, 이미 한국인이 넘나 많았다. 라오반이 나보고 한국인이냐며, 저기 한국인들있다고. 너 아는 사람이냐고. 아니 서안에서 한국인들끼리는 머 서로 다 알고 지내나유? 암튼 나는 볶음이 아닌 탕을 시켰고, 맛나보이는 반찬도 함께 시켰다.

이 가게에서도 열심히 모를 뜯고 뜯어서.

다 뜯고 나서 주방으로 보내고 나면

곧 요렇게 따랏! 나온다.

양곱창과 당면과 모가 함께 어우러진 후루토우탕. 근데 생각보다 맛이...잡내가 좀 나더이다. 역시 볶음으로 먹었어야하나...

솔직히 이 연근, 야채 무침이 더 맛났다. 이걸 더 많이 먹은 듯 ㅎ

이건 아마도 섬서역사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서 옆에 큰 쇼핑몰에서 먹었던 것 같다. 이름하여 라오샨쉐이주로우피엔(老陕水煮肉片). 대림동에서도 팔던 것 같은데. 이 메뉴는 중국 여행할 때마다 요리집에서 늘 볼 수 있던 메뉴였다. 그래서 너무나 궁금하던 참에 양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아서. 가격이 착했던 기억이. 그래서 시켜봤다.

아놔. 사진 머이리 흔들림. 그래도 맛은 최고였다며. 부드러운 고기편육과 보기와 달리 전혀 맵지 않았던 마라국물. 푸짐한 야채. 괜히 요리집마다 있던 메뉴가 아니었다.

이건 쉐이주로우피엔과 함께 시킨 관중스샤오지엔(关中四小件). 바이두 뒤적거리다가 찾아낸 시안 특별식인데, 4가지 종류의 양피를 새코롬한 양념과 함께 먹는 것이었다. 小件이라길래 얕봤는데 꽤 양이 많다. 식전 메뉴로 먹기 좋은 듯. 혼자 먹기 좀 아까웠다. 여럿이 먹었다면 참 맛났을텐데. 암튼 위에 쉐이주이로우피엔과 이것 합쳐서 66위안. 한화로 한 1만2천원이었던 듯. 역시 중국은 밥값이 싸서 너무 좋아!

시안 시정부쪽으로 숙소를 옮기고 발견한 푸드코트에 있던 중국식 닭도리탕 라오랑따판지(老狼大盘鸡). 여기서도 역시나 반찬으로 연근, 오이 등등을 함께 시켜 먹었다. 환경의 변화로 위장이 또 말썽을 부려서 덜 자극적인 것을 먹으려고 했는데, 시안을 떠날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부랴부랴 시켜먹었던 메뉴다. 매운맛 조절이 가능한데 혹시 몰라 웨이라(微辣)로 시켰더니 또 너무 안 매워서 좀 아쉽. 적당히 매웠다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메뉴일텐데 말이다. 양이 너무 많아서 많이 남겼다. 나중에 면사리도 꽁짜로 주던데 이노무 허약한 위장으로 인해 걍 밥만 시켜먹었던 슬픈 기억. 가격은 아마도 53위안? 1만원 안했던 기억. 우리도 밥값 좀 싸면 안될까 ㅠㅠ

이것은 정말 나의 해외여행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 바로 중국 절 공양간에서 먹은 점심이다! 부처님 손가락뼈 사리를 모신 법문사(法门寺)에 여행가서 공양간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찬스가 있다하여 바로 신청했다. 절밥답게 소박하고 간이 심심했는데, 와중에 저 시커먼 버섯탕이 너무 맛났었다며. 중국은 절에서도 야채를 볶아먹더라. 별거 없는데 너무 맛나게 먹었던 점심이었다. 단지 공양간이 너무 넓고 추워서 몸을 덜덜 떨며 먹었지만....

이것 말고도 시안에서 먹은 간식들과 칭다오에서 먹은 완전 맛난 음식들이 남아있는데, 언제 또 쓰게 될런지. 어학연수 가기 전에는 다 정리해야하는데 ㅠㅠ

어느덧 열흘 간의 시안 여행이 끝났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번 시안 여행은 출발 전 주에 운 좋게도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2'에서 시안 편을 방송했다.
이번 여행은 미식보다는 역사 여행이 목적이어서(시안은 면요리 말고는 알지도 못했고, 기대도 안했고 ㅋㅋ)음식은 뺭뺭면정도만 인지했었는데 좋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물론 만족감은 작년 청두보단 못했다. 근데 그건 방송 문제라기보단 시안 음식들이 그러한 것이었다.
와보니 알겠다. 방송에 담기 적절한 비주얼과 맛은 아니라는 걸 ㅎㅎ
암튼 백슨생님이 간 가게는 한 군데 밖에 안 가봤지만 메뉴는 거의 다 먹어봤다.

첫 백슨생님 메뉴는 로지아모(肉荚膜).
나에게 중국 음식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준 '혀 끝으로 만나는 중국'에 방송됐던 집이라고 한다.
이건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다 안 사실이고 ㅎ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섰길래 무의식적으로 줄서서 사 먹었다.
가격은 15元.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냄새도 전혀 안 나고 고기도 담백하다.

줄을 서서 돈은 내면 종업원이 요런 카드를 준다.

카드를 내면 이국적으로 생긴 청년이 고기를 마구 다져서 모에다가 담아 준다.

회민제에 위치한 백가네 파오모. 老字号가 붙은 곳이었는데, 웬일인지 일주일 후 지나갈 땐 老字号가 사라졌다.궁금.

요건 후라탕(湖辣汤). 7元. 모를 넣기 전. 식당은 숙소 근처. 숙소가 회민제 근처라 굳이 남문조찬시장을 안 가도 됐었다.

모를 깜빡했다. ㅋㅋ

모를 뜯어서 넣은 후. 휘적휘적.

고기와 함께.
일단 맛이 엄청 강렬하다. 시안 사람들도 고추를 엄청 먹는다. 항상 辣子?라고 묻는다. 혹시 몰라 달라고 했는데, 고추 매운 맛보다 후추와 화지아오의 麻한 맛이 더 강렬하다.
아니 이렇게 강렬한 음식을 아침으로 먹다니! 이게 바로 관중(关中 이 글자 진짜 많이 봤다 ㅋㅋ)의 맛인가!

량피(凉皮). 첨 나왔을 때.

휘적 휘적한 후. 맛은 우리나라 묵 무침 맛. 묵보다는 끈기가 있지만 별차이를 모르겠다.

유포면(油破面).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그릇 안에 고춧가루를 머금은 기름이 여기저기 튀어있다.

비벼 비벼.

왜 백슨생님이 기름 떡볶이 맛이라 했는지 알겠다. 그리고 이리 넓은 면은 첨인데 맛난다 ㅎㅎ. 하지만 느끼해서 다 못 먹었다. (량피랑 같이 먹어서인가;;)
유포면과 량피 합쳐서 43元.
식당은 병마용 출구쪽에 있는 식당. 아무곳에서나 먹었음.

유차마화(油茶麻花). 역시 숙소 근처 조시장. 5元.
율무깨죽에 견과류와 꽈배기를 넣은 맛. 요우티아오도 그렇고 중국 친구들 탕에 꽈배기 넣는 거 참 좋아함. 근데 굳이 왜...라는 생각이 들었음 ㅋㅋ 맛은 건강한 맛.

여긴 식당이 더 인상적이었다. 제대로 로컬.

펀정로우(粉蒸肉). 용싱퐝(永兴坊)에서. 15元.

蒸이 찌다라는 뜻인데, 쌀가루와 고기를 같이 쪘다. 고기는 장조림 맛. 나쁘진 않았는데, 훠궈로 너무 배불리 먹어서 거의 못 먹음.
중간중간 뼈가 씹혔는데, 얘네는 口水鸡도 그렇고 칼로 뼈째 고기를 자르다 보니 이렇게 뼛조각이 종종 씹힌다. 이해해야하는 건가 ㅎ

쩡까오(甄糕)를 깜빡했다. 10元. 회민제.
비주얼이 좀...

아마도 참쌀가루?와 대추를 함께 찐 떡. 그 위에 설탕을 뿌려준다. 그냥 먹으면 맛이 심심하고 설탕이랑 같이 먹어야 맛이 좀 괜찮다.

요건 중드 '꽃피던 그해 달빛(那年花开月正圆)'에서 정까오가 나온 장면을 홍보용으로 붙여 논 것.
주인공이 섬서성(陕西省)상인이어서 여기저기 활용되는 듯 하다. 푸차(茯茶)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낫배드지만 청두에서의 감동이 너무 강렬해서 조금 실망했던 백슨생님 스푸파 시안 메뉴.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중국이지 않은가! 너무너무 맛난 음식이 너무너무 많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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