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거리에서 적당히 먹은 후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홍야동(洪崖洞)으로 향했다.

버스나 디디를 타도 되지만,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걸어서 가기로!

육교를 건너가는 중 만난 독특한 과일을 파시는 아주머니. 이건 장가계 갔을 때도 봤던 것으로 호기심에 사 먹었는데, 맛은 불량식품 맛에 너무나 인공적인 열매 모양을 하고 있었다. 무슨 과일이냐고 물어봐도 뭐라 뭐라 하는데 전혀 못 알아듣겠음. 

장가계 때 여행 가이드도 잘 모르겠다고, 먹어보라고 하나 건냈더니 자긴 안 먹는다고 ㅎㅎㅎ(이상한 건가...) 정말 끝까지 정체를 모르겠다. 너무나 궁금하다 이 열매의 정체가! 와중에 급 비 옴. 영국인가 ㅋㅋ

그렇게 거리 구경하며 걷고 걸어

첸스먼자링강대교에 도착. 홍야동을 바로 갈까 했는데, 갑자기 이 대교를 걷고 싶었다. 지난번에 왔을 땐 저 건너편에 묵었었는데. 

 

짝퉁 마리나샌즈베이 건물도 보이고

꽤 많은 사람들이 대교 위를 걸어서 건너고 있었다.

대교 끝까지 걸어 가볼까 하다가 급 귀찮아서 ㅋㅋㅋ 되돌아와서 사진 찍고 보니 강물이 참 누렇다.

다시 홍야동으로 고고

슬슬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적당히 걷다가 야경을 감상하러 카페에 들어갔다. 하지만 창가석은 이미 만석. 그리고 자릿값인지 커피가 엄청 비싸다. ㅠ

멍 때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 둘 켜지면서 멋진 야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가가 멀어서. 에잇 나가자!

크흐... 전에 왔을 때도 이 야경에 반했었지. 그땐 이런 야경은 홍콩이나 상하이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충칭도 꽤 멋져서 아주 인상이 깊이 남았었다. 

잠깐 자링강 야경을 감상한 후 다시 홍야동 내부 구경을 위해 돌아다녔다.

80년대 충칭이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 구조가 엄청 복잡한데 관광객도 너무 많아서 빠져나가느라 엄청 고생했다.

중국 다른 도시들에서도 8~90년대 풍경을 재현해 놓거나 옛날 추억을 물건을 파는 상점을 많이 목격했다. 중국도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양극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가난했지만 행복했다고 믿는 과거를 추억하는 것 같다. 동아시아는 비슷한 경제 발전 과정을 겪으면서 비슷한 정서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 것 같다. 신기하기도 하고. 먼가 아련한 그 감정, 느낌. 아마도 그땐 다들 가난하지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던 시기이기 때문일까. 

노란 조명도 예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홍야동의 내부.

홍야동 옆의 저 폭포까지 가보려고 했는데, 밑이 인간들 모여 있는 걸 보고 바로 포기. ㅎㅎㅎ 홍야동이 중국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더니 진짜 인간적으로 인간이 너무 많다. 아니 평일 저녁인데오도 이 정도면 도대체 주말이나 공휴일엔 어떻다는 거야;;

강 건너편 화려한 건물 조명과 홍야동의 조화. 전에 왔을 땐 홍야동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지 않아서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고 널럴하게 다니기 좋았는데, 저녁이 되니 걷는 것도 너무 불편해졌다. 그래서 탈출을 결심.

전통 묘족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뻤던 홍야동.

그리거 멋진 첸스먼대교의 야경. 대교 위에서 홍야동을 찍고 싶었지만 인간도 많고, 길도 못 찾겠고 힘들어서 숙소로 복귀.

그리고 바오스푸로 마무리. 

22,162 걸음... 어쩐지 발이 너무 아프더라 ㅠ 

충칭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내가 묵은 란바지아 이비스 호텔은 1박에 조식포함 가격이 4만 원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다시 한번 중국 호텔 가성비에 감탄을.

1층 로비에서 우측으로 꺾으면 통창으로 된 식당이 나온다.


비즈니스 호텔이라 소박하면서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조식이었다. 이때는 아직 소화력이 많이 회복되지 않은 관계로 적당히 먹어 줌.

비 오는 아침, 출근하는 충칭 시민들을 보며 아침을 먹으니, 이게 바로 여행자가 즐기는 최고의 여유이지 싶다. ㅎㅎ
부지런히 아침을 챙겨 먹은 관계로 다시 내 방으로 와서 휴식과 샤워 등등을 하고,

호텔 티비로 충칭음식 연구함 ㅋㅋ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여행을 하러 슬슬 나갔더니

돤씨네 신선한 루(卤)집이 보인다. 루를 한국어로 뭐라고 해석해야 하나? 암튼 한식뷔페처럼 각자 식판 들고 자기가 원하는 반찬 골라먹는 방식이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대충 한 끼 딱 때우기 좋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예전에 먹었던 猪蹄饭이 먹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요렇게 나오네. 저 허여멀건한 토마토 탕은 각자 알아서 퍼 먹고요. 적당히 점심 한 끼 때우기 좋았던 식당이다. 
그리고 다시 역으로 고고!

하기 전에 ㅎㅎ 콜라 하나 구입. 이거 안 먹은 줄 알았는데 먹었었구나. 白柚가 속이 하얀 유자라고 하고, 청죽은 죽이겠지머? ㅎㅎ 근데 맛은 머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먹었던 기억이 없었구나. 
중국은 콜라맛이 다양한데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계화맛 펩시 정도가 좀 튄다고나 할까.
암튼 콜라를 사고 진짜 지하철역에 도착

충칭 지하철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여행했던 2023년 9월에는 알리페이 QR로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그래서 승차권 매표기에서 알리페이로 지불해서 티켓을 사거나 역무원에게 사야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조천문(朝天门) 역에 내려서 조천문을 보러 갔다.

저 멀리 마리나베이샌즈 짝퉁 같은 건물이 보인다! 가보자고!

응 공사 중. ㅋㅋㅋ 아놔.

그냥 장강(우리나라에선 양쯔강이라 불리는)과 풍경을 감상. 山城이라 불리는 충칭답게 아파트와 산세가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습습한 날씨까지.
적당히 경치를 구경하고 이어지 있는 쇼핑몰에 좀 쉬러 갔다. 중국은 너무 커서 좀만 걸으려고 해도 좀이 안 된다.

어머 제니야 안녕? 쇼핑몰에 헐벗고 있던 제니. 내가 다 춥구나.
제니를 뒤로하고 찾은 코스타커피.

아니 계화를 넣은 커피라니! 이건 또 내가 안 마실 수 없지!

판다와 계화. 정말 중국을 상징하는 그 자체다. 맛은 그냥 카페라테 그 잡채. 하지만 가격이 너무 사악하다.
적당한 휴식을 하고 해방비와 맛집 거리인 빠이메이스지에(八一美食街)로 출발했다. 그런데!

오잉? 이건 뭐야? 한국광복군 총사령부가 여기에? 충칭에 임시정부청사가 있는 건 알았는데, 이건 또 몰랐다! 세상에 걷고 싶더라니, 여길 오기 위함이었나 보다.

아니 나 이때 진짜 전율 돋았자나. 이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 정말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고 왔다. 이러니 중국이 지금 이 미친 정권이 일본에 굴복적으로 외교 하는 걸 이해 못 하지.
우리나라 역사 공부를 위해 충칭은 꼭 방문해야 하는 도시이다. 다음날 임시정부청사를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의미 있는 유적지를 발견. 너무나 이번에 충칭 오길 잘했다 잘했어!
광복군구지를 떠나 10~20분 걸으니

충칭환잉닌! 충칭에 온 걸 환영해! 뭔가 중국 관광지 캐치프레이즈인가? 청두도 그렇고, 시안에서도 이 문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암튼 괜히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 좋다. ㅎㅎ

그리고 해방비. 중화민국시기 수도였던 충칭은 항일투쟁이 치열하던 시기를 다룬 중드에 자주 언급, 등장하는 곳 이었다. (중드 위장자 참고 ㅋㅋ) 항일투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세운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과는 한 마음.
해방비는 8~9년 전 충칭에 왔을 때 그 분위기가 인상에 남아서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그때는 밤에 찾았는데, 곳곳에 가족끼리 나들이 나와서 놀고 있었고, 새싹 모양 핀(당시 중국에서 엄청 유행)을 머리에 꽂은 애기와 형광색의 특이한 물건을 위로 던지며 놀아주던 아빠의 모습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일으켰다. 아마도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던 걸까? 정말 인생 처음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와 저렇게 놀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잠깐만 생각해서 다행이야 ㅋㅋㅋ 큰일 날 뻔 휴...ㅋㅋㅋ
암튼 해방비에서의 감상에 젖은 후 다시 먹거리 거리로 고고고

아앗. 빠오스푸다. 5년 전 같이 여행했던 언니가 알려 준 이 로우송(肉松)이 묻은 슈크림빵은 정말 맛났는데, 한국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무족권 구입!

레몬치킨과 김돼지맛을 구입.
다시 고고고.

와우 너무 퐈려한 빠이하오츠지에 간판.

그리고 맞은편엔 빠이메이스지에. 짝퉁인 건가? 자매품?인 건가?

나의 선택은 당연히 빠이하오츠지에. 사람도 많고, 화려하고, 먹을 것도 많다.

우선 청두에서부터 너무 궁금했던 CHANGEE 빠왕차지(霸王茶姬,패왕다희)에서 음료 구입. 너무 크리스찬 디올 짝퉁 패키지라 눈에 엄청 띈다. 하지만 음료도 맛나고 패키지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집에 가져오고 싶었음 ㅎㅎㅎ

그리고 음식은 충칭의 유명 맛집인 老麻抄手에서 微辣로 주문. 맛은 꽤 매웠던 것 같다.
그렇게 미식 탐방 후 홍야동(洪崖洞)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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