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목포를 찾았다.

날씨가 예술이었다. 이렇게 또 나를 반겨주는 목포.

목포를 처음 간 건 2007년 3월이다.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처음 홀로 떠나는 여행을 했던 곳이 바로 목포다.

목포를 갔던 건 당시 신문에 목포와 군산에 근대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를 잘 보전해야 한다는 기사가 실려서이다. 당시 호기심에 떠났던 여행인데, 생각보다 좋았던 기억에 5년 전에도 회사를 그만뒀을 때 두 번째로 찾았었다. 

그리고 이번엔, 회사를 그만둔지는 1년이 넘었지만 돈은 벌고 있어서 흠... 지난 두 번과는 좀 다르다 ㅎ(먼 소리야)

암튼 목포 여행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넘 놀랐다. 나 지난 5년 간 뭐 하고 살았니?

목포 도착 후 숙소를 찾아가는데, 고양이 골목이란 것이 나타났다. 아니 고양이면 무조건이지!

그렇게 아주 작은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으면 한참을 보냈다. 생각보다 너무 예쁘게 잘 꾸며서 감동했잖아.

저 에어컨 실외기 밑에 매달린 고양이 보입니까? 아이디어 너무 좋다. 이거 꾸민 사람 누군지 너무나 칭찬해!

그렇게 한참을 넋놓고 놀다가 정신 차리고 숙소를 찾았다.

내가 머물 숙소는 건맥stay. 1층에는 1897 건맥펍이라는 호프집도 있다. 그동안 목포를 오고 싶어도 자주 오기 힘들었던 이유가 적당한 게스트하우스가 없어서였는데, 그사이에 꽤 많이 생긴 것 같아서 아주 반가웠다. 여긴 손혜원 전 의원이 페북에 소개해서 알게 된 곳인데, 적당한 가격에 깔끔해 보여서 선택했다. 특히 목포 젊은이들이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 같아서 취지도 좋고, 목포를 애정하는 1인으로 힘을 좀 보태고 싶기도 했다.

참고로 목포 해상물상가거리에서는 8월 19일까지 토야호라는 입장료 1만원에 생맥주 무제한 축제가 있다고 한다. 시간만 맞으면 왔을 텐데 사정상 ㅠ.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 조만간 또 와줘야지 :)

암튼 나의 숙소는 203호 싱글 룸이었다.

1박 2일동안 혼자 지내기에는 적당한 크기

깔끔한 화장실과 어매니티, 타월 제공.

기존 여인숙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1박 5만 원)에 깔끔한 숙소를 찾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짐을 대충 풀고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2007년 처음 목포 왔을 때 이 자연사 박물관을 너무 재밌게 관람했던 기억이 나서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그때 인상 깊었던 것이 이 공룡뼈였다.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박물관에 자리한 큰 공룡뼈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신났었는데, 어째 그때보다 더 많아진 거 같다.(물론 복제품이지만) 와중에 진짜 공룡뼈를 목포 자연사 박물관에서 구입하여 전시한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무슨 공룡뼈인지 기억은 안 남 ㅎㅎ) 그걸 본 것만으로도 목포 여행 뽕 뽑았다고 생각한다 ㅎ

신나게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고 갓바위를 보러 갔다. 예전에 엄청 멀게 느껴졌는데, 자연사박물관에서 너무나 가깝더이다. 날씨 무슨 일이니? 나 요즘 여행할 때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자꾸 하늘이 나보고 더 놀라고 하는 거 같아 ㅋㅋㅋ

무려 16년 만에 찾은 목포 갓바위. 여러 썰이 있던데, 머..재미는 없어서 ㅎㅎ. 전에는 갓바위를 정면으로 보려면 배를 탔어야 했는데, 이젠 다리를 걸으며 편하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5년 전보다는 목포가 그래도 좀 더 여행객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짧은 갓바위 구경을 끝내고 났더니 군것질 파는 트럭이 보였다. 오 근데 소라가 있다. 이런 건 또 먹어주면서 걸어야지~

소라를 먹으며 평화광장까지 바다 구경 겸 산책을 했다. 너무 평화로워. 2007년에 이 길을 자전거 타고 놀았는데, 자전거 대여소가 안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아가씨 둘이 뭐 홍보할 게 있다고 붙잡았다. 근데. 신천지였다. 

아니 사이비 정권이 들어서니 신천지들이 대놓고 활동한다. 목포 평화광장에 마이크로 자기들을 신천지라고 소개하면서 홍보를 하는 광경을, 내가 보게 될 줄이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진짜로?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정말 어이 상실. 이 사이비 정권 언제 끝나노? 아으 짜증.

그렇게 사이비 신천지들을 극혐하며 한참을 걷는데,

엇! 여행하기 전 유튜브에서 봤던 쑥굴레다. 김영철 아저씨가 동네한바퀴 프로에서 드시던.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짜잔~ 쑥굴레는 쑥떡에 앙금을 씌우고 조청에 담가 먹는 디저트다. 원래는 경상도 음식인데, 경상도 아지매가 목포로 시집와서 목포에도 전파가 된 음식이라고 한다. 본점은 원도심 쪽에 있고, 여긴 평화광장점.

또 멀리 떠나간 포커스. 아이폰으로 포커스 좀 잘 잡아보고 싶다. 근데 앙금도 단데 달디 단 조청까지 찍어먹으니 너무 달다. ㅋㅋ 쑥맛은 거의 못 느끼겠고. 한 번쯤은 먹을 만 한데, 글쎄.... 나처럼 단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인 것 같다.

쑥굴레를 먹고 또 한참을 걸어 영산강 하구둑까지 왔다. 왼쪽이 영산강 오른쪽이 목포 바다다. 16년 전에 저 하구둑도 자전거 타고 달렸는데, 이젠 통제하나 보다. 당시엔 왼쪽의 저것이 영산강인 줄도 몰랐다 ㅎㅎ 옛날엔 홍어가 저 강을 따라가다 보면 삭았다는 거지?

한바탕 걷고 났더니 힘들어서 잠시 숙소로 복귀했다.

적당히 휴식을 취한 후 슬슬 저녁을 먹으로 나왔다. 미향의 도시인 목포인데, 아직 제대로 된 밥을 안 먹었다니! 민어골목이 바로 옆이라 민어를 먹으러 나갔다.

민어골목으로 가던 중에 발견한 일본식 상가주택들. 예전에 왔을 때보단 확실히 골목에 좀 더 생기가 돈다. 그땐 진짜 다들 방치되어 있어서 낮에 걷기도 좀 무서웠는데.

그리고 도착한 '민어의 거리'ㅋㅋ 아니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ㅎㅎㅎ 근데 민어집은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었다. 민어회 포장정도? 하 슬프고 서럽네. 쯧.

그래서 방향을 틀어 홍어라면을 먹으러 갔다. 목포 MBC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곳인데, 나중에 주인장께서 편스토랑에도 나왔다고 하시더이다. 세상 유명한 집이었어 ㅎㅎ

가게 앞에 수국에 색깔별로 너무 예쁘게 피어있다! 

메뉴가 홍어라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많다. 오 그렇다면. 혼밥세트 1번이요!

묵은지와 단무지를 먼저 내어주신다. 김치는 전라도 지라~  5년이나 묵은 김치란다. 김치가 5년이나 묵었으면 더 이상 김치가 아니라 약이지 약. 오 새콤하다. 근데 생물 황석어를 넣어 김치를 담그셨다는데 오래 묵어 그런지 비린내도 전혀 안 나고 맛난다.

곧이어 나온 홍어회. 크 그 비싼 홍어회를 요로코롬 파시니 넘나 좋구먼유.

알려주신 대로 밥, 홍어, 김치와 함께 먹으니 우와 김치의 신맛은 사라지고 단맛만 남았다. 홍어는 적당히 삭아서 초보자도 먹을 수 있을 정도고. 이 집 홍어 제대로 하시네.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홍어라면 등장! 두둥!

홍어를 진짜 잔뜩 넣어주셨다.

코가 뻥 뚫리는 맛의 홍어라면. 나중에 알고 보니 저 고추 청양고추라고. 세상에. 맵찔이인 나한테 청양고추가 하나도 안 맵게 느껴졌다. 홍어 때문인 건가? 너무나 신기한 경험.

홍어라면 너무 맛있었지만 양이 넘나 맛아서 홍어만 쏙쏙 골라먹고 반은 남긴 듯 하다. 혼밥세트 혼자 먹기엔 진짜 양이 넘 많다 ㅎㅎ

배불리 저녁을 먹고 해산물상가거리 한 바퀴 돌았다. 사람은 없지만 천천히 걷기 좋았던 곳.

산책을 마치고 살짝 고민했다. 맥주를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내가 요즘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바로 요놈의 맥주 때문인데, 하필 건맥스테이는 숙박하는 사람에게 생맥주 1잔과 건어물 무료 쿠폰을 주고 있었다. 이러니 내가 갈등을 해? 안 해?

하지만 또 선물을 주는데 받는 게 예의 아니겠어? ㅋㅋ 그래서 생맥주 한 잔과 건어물 안주인 진미채를. 크흐.... 9일 만에 마시는 맥주다. 그동안 금주였거덩.

아니 근데 여기서만 파는 지역 맥주가 있네?  그럼 또 마셔줘야지 ㅋㅋ 하지만 이건 내 타입이 아니었다...실망 ㅠ

그래도 양심상 맥주는 다 안 마시고 자리를 떴다.

잠자러 가기 전에 루프탑이 있다하길래 구경하러 잠시 들러 봄. 오 조명까지 있어서 꽤 운치 있다.

좋네 좋아.

하지만 난 피곤하니까 취침하러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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