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물총 조개 칼국수를 맛나게 먹은 뒤 다음 관광지를 향해 근처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역 이름은 생각이 안 나네;;

지도에서는 역까지 가는 길이 영 이상하게 표기 되어 있었는데, 막상 와 보니 이렇게 징검다리가 있었다. 이런 길을 걸은 건 정말 초등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는데. 물소리 들으며 돌 하나하나 깡충깡충 뛰면서 걸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목적지는 바로 '남간정사'였다. 지난 번 대전 올 때 기차 안에서 봤던 책자에 소개됐던 곳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퇴직 후 후학들을 가르치던 곳이라던데. 사진이 꽤 운치 있어서 함 방문하고 싶었다. 

기국정. 송시열 선생이 손님들과 학문을 논하던 곳이라던데 원래는 소제동 쪽에 있던 걸 옮겨온 거라고 한다. 상당히 운치있고 좋았던 곳. 차 한 잔 하면 딱 좋겠더만.

그리고 남간정사 가는 길에 있는 홍문. 먼가 일본 도리이보다 훨씬 너낌있다. 

남간정사 제일 위에는 '남간사'라고 유교식 사당이 있다. 우암 송시열, 수암 권상하, 석곡 송상민 세 분을 모신다고 하는데, 유교식 사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함 와봤다. 하지만 특별한 게 없어서 실망...

남간사 아래로는 이렇게 다양한 전각들이 세워져 있었으며, 여기서 아마도 공부를 가르친 것 같다. 볼만하긴 했지만 꼭 와볼 만한 곳은 아닌 듯 ㅎㅎ. 설명 글을 보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총공사비 일백십억 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지나가심 ㅋㅋㅋ
남간정사에서 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옛충남도청 건물을 보러 갔다. 개인적으로 근대 시대의 건물들을 둘러보는 걸 좋아해서 굳이 여행코스에 넣었다.  

지금은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은 조선총독부에서 지었다고 한다. 이 시대 건물들을 방문하는 걸 좋아하는 건 이런 건물 안에 가면 당시가 문화가 충돌하면서 생겼을 카오스와 혼돈이 느껴져서라고나 할까. 약간 타임슬립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항상 인상적이다. 인천의 제물포 구락부도 그렇고 목포의 근대 건물들도.

변호인을 여기서 촬영했었다고.

옛날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이 생각나는 계단이다.

옛충남도청에서 바라본 대전역. 대전이라는 도시가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계획도시로 이렇게 대전역과 도청 건물이 일직선으로 놓여있다.

인상 깊었던 바닥.
이 건물 외에도 관사라던가 다양한 건물들이 남아있는데 급 흥미가 떨어져서 번화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 날이 무슨 축제날이었다. 가게마다 점포 앞에 이렇게 야외 테이블을 깔아놨는데. 중앙시장까지 이런 자리들이 쫙 깔려있었다. 엄청 큰 규모의 축제인 듯.

하지만 나는 대전의 명물인 성심당이 운영하는 돈가스집으로!

가격이 꽤 착했는데, 맛도 좋았다. 성심당이 빵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돈가스 집도 있고 스파게티 집도 있다. 약간 대전의 백종원 느낌.

그리고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잠시 쉬기 위해 들린 성심당 문화원.

이것 저것 구경할만한 것들이 많다. 

지난번에 보고 너무 반했던 튀소를 튀기고 남은 기름으로 만든 튀소비누도 사고.

그 옆에 있는 성심당 본점에서 또 빵을 한가득. 이번엔 명란 바게트도 사봤다. 

얼추 기차 시간이 되어 역까지 걸어가는데 여기에도 또 이렇게 좌판이. 이 축제 어마 무시한가 본데. 

그렇게 얌전히 기차를 타러 가려했지만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역전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못 먹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는가!

그래서 시켰다. ㅋㅋㅋ 각기 국수. 가락국수를 어르신들은 이렇게도 부른다고 하는데, 잔치국수보다는 굵고 우동보다는 얇은 면이 나에게 딱이었다.  

포장마차마다 할머니들이 이렇게 면을 쌓아두고 계신다. 오랜만에 느끼는 갬성.
이렇게 국수도 먹고 얼추 기차 시간이 되어 대전역으로 간 다음에.

튀소 구입으로 마무리 ㅋㅋㅋ 이번엔 지난번에 봐 뒀던 전병과 보문산 메아리도 구입.

이렇게 양손 가득 성심당 빵 봉지를 들고 귀가했다.
이틀이었지만 상당히 많은 일을 하고 온 느낌. 이 대전 여행 이후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막 희망차고 그랬다는 이야기. 
종종 온천하러 대전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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