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여행 둘째 날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유달산 등반이다.
유달산 등반한다면 많이들 비웃겠지만 ㅋㅋ 나 같은 등린이에게는 적당히 힘들고 도전할만한 산이다.
원래는 날이 더워 아침 일찍 가려했는데, 요즘 넘 부지런히 생활하다 보니 이날은 토요일이기도 해서 조금 게으름을 부렸다. 그러다 보니 벌써 체크아웃할 시간. 이런.
그리하여 우선 점심을 먹고 기차역에 짐을 보관하고 등산을 하기로 했다.
이날 아침겸 점심은 바로 중화루의 중깐.

여기도 목포 MBC 유튜브를 보던 중 알게 된 곳인데, 화교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중깐이란 중화루에서만 파는 메뉴로 면은 기스면이나 울면에 쓰이는 얇은 면에 간짜장 소스를 함께 내어주면 비벼 먹는 짜장면이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 찍어 봄. 중깐은 일반 짜장면에 비해 비싼편이다.

얇은 면과 푸짐한 간짜장. 중깐이 드디어 나왔다! 슥슥 비벼서

한 젓가락 듬뿍 입 안에 욱여넣으면. 오호.. 이거 괜찮은데?
중깐은 중국요리를 먹고 나면 너무 배불러서 일반짜장면을 먹기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을 위해 선대 사장님께서 개발하신 메뉴라고 한다.
나같이 두꺼운 면을 싫어하고 소화를 잘 못 시키는 사람들에게 너무 좋은 메뉴다. 원래 울면이나 기스면도 좋아해서 이 면이 너무 맘에 들었다. 서울에서도 파는 집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첫날 봐뒀던 목포 쫀데기를 사러 갔다. 바로 길 건너편에 건물 하나가 쫀데기만 파는 건물인 게 신기했는데, 이렇게나 장사가 잘되다니.

박나래가 나혼산에서 소개해서 화제가 됐던 걸로 아는데, 난 방송은 못 봤는데 알 정도면 정말 화제이긴 했나 보다.
일단 5개들이 2 상자 사고, 맛은 나중에 보는 걸로! 목포역사에 짐보관함에 가방을 넣어두고 드디어 유달산을 향해 걸었다.

십여분 걷다 보면 나오는 옛일본영사관. 현재는 근대역사문화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긴 이미 여러 번 봐서 외관만 사진 찍고 패스.
이 일본영사관도 그렇고 대전의 옛 충남도청사도 그렇고. 일본 놈들이 지어놓은 건물들 보면 다 정면에 대로가 뻥 뚫려 있어서 위치를 참 잘 잡았다 싶다. 이 건물에서 내려다보면서 그놈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 재수 없어.

영사관 뒤편에는 일본 놈들이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방공호가 있다. 여기도 전에 봤었지만 한 번 더 찾았다.

왜냐. 일본놈들 욕하고 싶어서. 일본놈들이 지들이 쓸 방공호를 조선인들을 마구 부려 만든 곳이다. 요즘 들어 너무 싫어지는 일본. 이거 보면서 더욱 욕함.
방공호와 옛 영사관에서 빡침을 뒤로하고(굳이 찾아가서 빡치기 ㅋ) 살살 오르막을 걷다 보면

노적봉이 나온다. 반가워~

자 이제 본격적으로 유달산을 올라볼까!

그전에 충무공께 참배드리고. 하...이 나라를 어쩔까요 장군님 ㅠㅠ

유달산 이야기. 그렇다고 한다. 처음 목포 왔을 때부터 유달산이 난 너무 좋았다. 아늑하면서도 쉽지 않고. 바다와 마을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산. 한때는 유달산 밑자락에 숙소 구해서 한 달 살아볼까 생각도 했었다. 아침마다 산책하고 그러면 살도 빠지지 않을까? 하고 ㅋㅋ

계속해서 산에 오르는데, 이런 카페가 생겼다. 오! 전망 좋고. 하지만 난 더 올라가야 한다.

1차 전망. 무슨 정자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ㅋ 그냥 바람도 너무 시원하고 경치가 좋아서 잠시 쉬었다.
전망을 보고 조금 걷는데, 역시 여름 낮에 등산하는 자살행위다. 너무나 더워서 별로 안 걸어도 땀이 뻘뻘 났다. 마침 둘레길이 나타나 숲길로 한참을 걸으니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달성사가 나타났다. 원래는 보광사를 가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발길이 달성사로 향했다. 이게 다 인연이겠지?

달성사는 대웅전이 없고, 극락보전이 있었다. 공양미도 올리고 기도도하고. 뭐든 잘되게 해 주세요!

오 이게 나쁜 놈이 마시면 말라버린다는 그 우물인가! 너무나 우울정자로 만들어져서 괜히 신기함.

명부전의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1719년에 만들어진 거라는데, 임진왜란 이전에 조성한 불상 조각 중 지장보살 삼존상과 시왕상이 모두 전해지는 건 이 달성사의 명부전이 유일하다고 한다. 오 이래서 발길이 닿는 대로 가야 해.
멋진 절을 구경하고 다시 보광사로 가려했는데, 길을 못 찾겠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찾을 수가 없더이다. 정말 달성사가라는 부처님의 뜻이었나.
원래 명부전도 안 가려고 했는데, 웬 벌 한 마리가 내 주위 가까이 맴돌아서 피하려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런 신비주의 안 좋아하지만 신기하잖아! ㅎㅎ
절에서 나와 보광사를 못 찾고 헤매다 보니 일등바위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그래 기왕 온 거 정상에나 올라보자.
유달산의 일등바위는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기 위해 영혼이 대기하는 곳이라고 한다. 심판을 받고 나면 삼학도의 학을 타고 극락으로 가던가 고하도의 용인가 거북이를 타고 용궁으로 간다고. 이런 스토리 넘 좋아. ㅎㅎ
한참을 걸으니 40m만 가면 된단다. 40미터쯤이야 껌이지!

하지만. 산에서의 40미터는 평지 40미터와 아주 많이 달랐다. 내가 방심했다. 이 계단지옥.
그나마 최근 열심히 운동해서 덜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했다. 

죽겠다 싶을 때쯤 일등바위가 나타났다. 흐어...힘들어

해발고도 228M! 어디 자랑할만한 높이는 아니다 ㅋㅋ 지난달에 올랐던 북악산 청운대가 293M였는데, 그것보다 낮네;;

바다와 마을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한참 경치를 감상했다. 하지만 더워.. 날이 너무 좋아도 힘들다;; 하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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