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화과자 만들기였다.

중국 여행 다니면서 그들의 차문화가 꽤 맘에 들었던 나는 이런저런 차를 마시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재작년 시안 여행서 들렀던 비싼 찻집에서 준 다과.

 

시안의 어느 한 찻집에서 차와 함께 내어 준 다과. 그렇다. 비싸다!

 

다양한 다과들과 차를 마셨던 기억이 너무 좋았는데, 특히 왼쪽 반합에 작은 비닐에 포장된 저 과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알리바바의 天猫를 뒤지고 뒤져서 红糖酥饼이라는 걸 알아내고 열심히 사서 먹고 있다 ㅎㅎ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다양한 다과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는데, 마침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마이여수라는 예쁜 화과자 만드는 곳을 소개한 걸 읽었다. 인스타로 찾아보니 여느 화과자보다 예쁘길래 결국 여수까지 가서 수업을 받기로 했다. 마침! 1월부터는 주말 클래스도 운영한다고 하니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운명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수 도착 다음날 수업 받으러 고고!

 

 

수업받으러 가는 길에 만난 옛 정취가 느껴지는 작은 골목길. 많이 짧긴 했지만 요즘 보기 힘든 골목길이라 반가웠다. 여수도 완전 도시 도시한 곳이라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더라.

 

 

마이여수에 도착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생각나는 'ㄷ'자 식탁. 사장님이 끓여 준 우롱차 한 잔 마시며 수업을 기다림. 차 맛이 아주 좋다. 

 

 

오늘 수업할 화과자 고나시의 앙금과 앙금 반죽들. 색깔이 알록달록 예쁘다아!

 

 

올해 꽃길만 걷자는 의미에서 꽃 모양으로 수업을 준비했다는 쌤. 제일 처음 만든 동백꽃 화과자. 동백꽃이 좋아서 여수 온 김에 동백꽃 봐야지 했는데, 쌤이 뙇 동백꽃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여수의 시화가 동백꽃이라고. 이건 운명이야 진짜 ㅋㅋㅋ

앙금 반죽으로 앙금을 감싸는 걸 포앙이라고 한다는데, 처음 할 땐 앙금을 뭉갤까 봐 손이 부들부들했다. 그래도 잘한다고 칭찬받았다. 쌤이 고래도 춤추게 하는 능력이 있으신 거 같음.

 

 

그다음에 만든 수국. 반죽의 파트를 나누는 게 좀 걱정이었는데 (뭐든 반듯하게 나누는 걸 못하는 나이기에..) 쌤이 워낙 마무리를 잘해주셔서 꽤 봐줄만하다. 반 이상은 쌤이 만든 것 같다? ㅋㅋㅋ

 

 

꽃 보자기랑 꽃, 꽃!! 색깔이 너무 예뻐! 어렸을 땐 이런 파스텔톤 극혐 했는데 왜 나이 들수록 좋아지니? 주책이야.

 

 

1시간 반? 정도에 걸려 완성된 나의 첫 화과자들. 워낙 반죽 색깔이 예뻐서 너무 이쁘게 나왔다.

 

 

요건 그릇을 바꿔서. 흰 그릇에 담으니 색이 확실히 더욱 살아난다.

 

 

수업 중에 만든 것을 오늘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 고민했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먹어봐야지 않겠냐며. 요 두 개만 맛 봄. 다른 화과자와 달리 달지 않아서 상당히 맘에 든다. 다과들 너무 달아서 불만이었는데(많이 못 먹으니까!) 요정도는 딱 좋다. 함께 내어주신 보이차는 뭔가 굉장히 좋은 차 같다. 끝 맛이 살짝 달게 느껴지는 이런 보이차 처음이야!

 

 

나머지 4개는 포장해가기로.

 

 

케이스도 맘에 들어!

 

 

요건 별도로 주문한 양갱이들. 이것도 인스타에서 보고 색감이 너무 예뻐서 반했는데, 5~6가지 맛이 섞여 있다. 하나는 먹고 하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다 먹어야겠다ㅋㅋ 다음엔 이것도 꼭 배우고 싶다.

화과자를 만드는 것 상당히 매력 있다. 일단 만들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뜨개질, 매크라메 등등처럼 ㅎㅎ 집에서 유튜브로 영상도 찾아보고 그러는데 이러다 조만간 정식 클래스 지르지 싶다;;

차 마시는 동안 사장님 겸 쌤과 나눈 이야기도 좋았다. 워낙 나와 삶의 가치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물론 나보다 더 능력 있고 용감한 분이지만 ㅎㅎ) 향일암 간다고 길게 얘기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향일암 미션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은 향일암으로!

생일에 여행을 떠나는 건 꽤 오래된 로망이었다. 아마도 그 회사에서 사장님이 일 년 열심히 일하고 생일 즈음에 친한 직원들과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것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그땐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리더에 가까운 분이셨다. 인간적이면서도 비즈니스에서는 냉정한 면이 있는.

아무튼 회사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서, 백수가 되어서는 돈을 아끼려고,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는 연수지에서 여행 많이 다닐까 등등의 이유로 미루던 생일 여행. 위의 모든 장애물이 없는 상태인 반백수 프리랜서인 지금이 내 로망을 실현시킬 절호의 찬스였다. 원래는 해외여행을 꿈꿨지만 망할 코로나...

생일 당일엔 오랜만에 중요한 업무가 생겨서 부지런히 정리하고 출발했다! 무궁화 열차 타고 무려 5시간 가까이 달려서.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서 지루하진 않았다. 무슨 잡생각이 그리 많은지.

기념으로 여수엑스포역 사진 한 장!

게스트하우스에 대충 짐풀고 배가 너무 고파서 내조국(내가 조선의 국밥이다라는 ㅋㅋㅋ)에서 푸짐하게 국밥을 먹었는데, 핸폰 충전시키느라 사진이 없...

배도 채웠겠다. 소화도 시킬 겸 그 유명한 여수 밤바다 보러 낭만포차거리 산책. 근데... 솔직히 이 경치 외엔 볼 게 없다...낭만포차거리는 을왕리조개구이 거리와 별 차이가 없어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날도 추운데 그냥 이 하멜등대 보고 숙소로 복귀. 아 볼 거 없다 진짜. 장범준이 대단한거냐...내가 감성이 부족한 거냐... 부들부들

이건 그냥 개인 취향으로다가 찍은 사진. 홍콩에서도 그렇고 나는 이런 항구도시에 있는 이런 광장들이 꽤 맘에 든다. 묘한 설렘을 주는데 왜일까?

나의 숙소인 백패커스인여수는 게하 맞은편에 펍&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술은 안 마실까 하다가 또 요런 바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게 로망이었어서(로망 왜 이리 많아 ㅋㅋ) 간단하게 한 잔만. 남해라거라는데 가볍고 아주 맘에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먹은 저 닭다리과자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다트도 있는 이 펍.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시끌벅적했으려나... 쓸쓸하네. 펍에 손님은 나 혼자 ㅋㅋ

숙소가 게스트하우스 하면 상상되는 여행의 낭만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그런 게스트하우스였다. 시설도 잘해놔서 뜨신 물도 잘 나오고 티비도 좋고. 방이 온돌이라 온돌방 선택했으면 등도 지지며 잘 수 있었을 텐데, 침대가 좀 안 맞아서 잠을 설쳤다.

조식은 게하 1층 공용 주방 냉장고에 준비해 둔 재료로 알아서 해 먹으면 되는 시스템. 게하에서 키우는 예쁜 샴고양이 바라보며 토스트와 당근 주스로 하루를 시작했다. 마침 햇살도 따스하고 기분 좋은 아침.

예쁜 냥냥이랑 있고 싶어서 일부러 커피 사다가 마시며 여유 부림. 샤미들은 진짜 애교도 많고 개냥이들이야.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화과자 체험 클래스 하러 고고고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