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싱가포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엔 남는 건 바로 바샤(Bacha) 커피다. 그 사치스러운 느낌 가득한 매장에서 마신 사치스러운 커피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집에서 즐길 드립백 커피 모음인 Explorer를 사 왔는데, 최근에 드디어 종류별로 맛을 다 보게 되어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커피를 사면 이렇게 화려한 쇼핑백에 담아준다. 원두 100g만 사도 작은 버전의 쇼핑백에 담아주는데, 리본까지 정성스럽게 묶어서 준다. 

바샤커피의 대표 커피인 1910 Coffee. 매장에서 계산하려는데 어디서 달콤한 딸기향이 나길래, 점원에게 물으니 이 커피라고. 그래서 구입. 원두 종류가 정말 많은데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이렇게 100g만 따로 구입가능하다.  

바샤커피가 마케팅을 정말 잘하는 게, 이렇게 영수증도 명품 살 때처럼 별도 카드에 담아서 준다. 아우... 진짜. 좋아할 수밖에!

그리고 대망의 EXPLORER

겉의 종이케이스를 슬라이드로 열면 상자가 나온다. 총 25개의 드립백이 들었고, 전부 아라비카 100%

상자의 뚜껑을 열면 또 크... 이렇게 퐈려한 금빛으로 되어있다. 어찌 안 반하겠소?
Explorer는 총 10가지의 커피가 25개 들어 있는데, 매장에서 향을 맡았을 때 내가 좋아했던 커피들이 가장 많이 들어 있어서 이걸로 구입했다. 그럼 어디 슬슬 맛을 봐 볼까?

첫 선택은 Sweet Mexico와 1910 Coffee.

엄마가 아껴뒀던 예쁜 찻잔을 꺼내서, 드립백을 뜯자마자 너무나 좋은 커피 향이 사악~올라온다.

화려한 바샤커피에 어울리는 화려한 꽃무늬 커피잔 ㅋㅋㅋ
스위트멕시코는 매장에서 테스트할 때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 때문에 끌렸던 건데, 그 느낌 그대로에 약간의 바닐라향이 더 느껴져서 좋았다.  1910 Coffee는 왜 대표 커피인지 알 것 같다. 딸기크림향의 부드럽고 달큰한 향이 너무 기분 좋게 만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샤커피가 이런 가향커피로 유명하다더군. 

그다음은 Marrakech Morning. 이 바샤커피가 모로코 마라케시의 모카커피를 모티브로 만든 만큼 가장 오리지널의 느낌일까 생각했지만 ㅎㅎ 그건 아닌 듯하고. 봉지를 뜯으면 체리향이 확 올라오고, 좀 강한 맛이 난다. 이것도 좋았음.

그다음 I Love Paris. 난 파리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ㅎㅎ 매장에서 이 커피를 사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이름이 주는 매력 때문이겠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싱가포르 모닝처럼 부드러운 느낌이었음. 가볍게 마시기 좋았던.

Seville Orange. 세비야 오렌지는 1910 만큼 좋았던 커피다. 봉투를 열면 옅은 오렌지향이 풍기는데, 그 향이 강하지 않아서 좋다. 한 모금 마시면 입 안에 기분 좋은 오렌지 맛이 느껴지고 가장 가벼운 느낌을 주는 커피다. 

Tolteca Chocolate. 톨테카 초콜릿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카오 향이 나는 커피다. 무난했음.

마침 보라색 꽃무늬 잔이 눈에 띄어서 깔맞춤으로 찍어 봄 ㅋㅋ

Monsoon Secret. 인도 커피는 처음 먹어보는데, 이 커피 생각보다 강하다. 향부터 쨍한 게 다른 커피들과는 완전 다른 느낌. 근데 내 취향은 아니었음.

Naranjo Mountain. 예전에 코스타리카 커피를 마신 적이 있는데, 내 입맛에는 안 맞아서 별로 안 땡겼으나 이 커피는 봉지를 뜯을 때부터 부드러운 향이 나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고 한 모금 마셨는데, 나도 모르게 '음~'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났다. 코스타리카 커피 다시 도전해 봐야겠음.

Sierra Madre. 이 커피는 솔직히 많이 마셔 본 맛의 커피라 새로운 특징을 말할 게 없음 ㅎㅎ적당히 부드럽고 아주 살짝 산미가 느껴지는데, 내가 산미 있는 커피를 안 좋아하는데, 이건 마실만 했음.

Magdalena Decaffeinated. 디카페인 커피는 스벅인가 커피빈에서 마셔보고 너무나 실망해서 쳐다도 안 보는데, 이건 봉지를 뜯는 순간 구수하고 강한 향이 낫다. 약간 물엿? 같은 구수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데, 생각보다 진하고 맛났다. 이 정도 디카페인 커피면 완전 환영.
워낙 비싼 커피라 아껴서 천천히 하나하나 음미하며 마셨는데, 역시 사 오길 잘한 것 같다. 기분전환하기도 좋고. 특히 1910이나 세비야 오렌지 같은 가향커피는 너무 좋았고, 나란조 마운틴 같은 매력적인 커피를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바샤커피 사러 싱가포르 또 가고 싶음. 국내 직구도 되긴 하지만 매장에서 원두 조금씩 다 담아와서 집에서 갈아 마시고 싶다. ㅋㅋ 1910 원두 갈아 마실 때 집 안에 향이 퍼지면서 너무 좋았거든.
바샤커피는 사랑입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하늘도 내가 떠나는 게 아쉬운지 잔뜩 흐리구나.

마지막으로 수영 한판하고. 후...이제 배영 뜨기 마스터했는데. 

가볍게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
싱가포르로 떠나는 비행기는 오후 3시 5분 출발. 바틱에어(Batik air Malaysia)다. 나는 분명 말린도에어(Malindo air)를 예약했는데, e-ticket도 탑승권도 바틱에어로 프린트되어 있더이다. 흠...
그랩을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KLIA1공항이다.
그래도 한 번 와봤다고, 공항이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규모가 상당하다.

탑승권을 발권 받고 입장~ 응? 근데 짐검사를 안 하네? 개꿀.

생각해 보니 유명하다는 올드타운화이트커피(Old Town White Coffee)의 카야토스트 세트를 한 번도 안 먹어서, 시간도 때울 겸 시도해 보기로 함. 일부러 창가에 앉았는데 저 멀리 바틱에어 비행기가 보인다.

혹시 너 내가 탈 비행기니?

오 커피가 거품이 풍성하니 맛나보인다. 카야토스트엔 이렇게 버터가 조각으로 들어가 있고. 뭐 다른 토스트에 비해 특별히 더 맛나다거나 그런 건 없지만 맛나게 먹었다.
이제 슬슬 비행기 탑승시간.

음..그런데 탑승 전에 짐 검사를 한다. 지난번에도 그랬나? 신기하네;

싱가포르까지는 1시간 가량 걸려서 작은 비행기다.
바틱에어 후기를 말하자면 에어아시아보다 훨씬 좋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가격은 더 저렴하고 수화물은 20kg까지 무료였다. 시간대도 훨씬 좋았고. 바틱에어 다른 경로는 안 타봐서 비교는 안되지만,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를 오갈 때는 에어아시아보다는 바틱에어 강추한다.
근데. 중간에 물을 사려고 승무원한테 돈까지 지불했지만 줄 생각을 안하는거다. 내 좌석번호도 적어가 놓고. 나중에 불러서 물어봤더니 나보고 돈냈냐고. 하 참. 심지어 뭘 드시고 계시더구먼. 미친. 
우리나라 승무원들이 너무 일을 잘해서 성에 안 차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가 돈도 받고, 좌석번호까지 적어가놓고 밥 먹느라 잊어버리는 건 무슨 일인데. 비행기에 사람이나 많았으면 말을 안 해. 승객도 별로 없었건만. 
승무원 빼곤 다 맘에 들었던 바틱에어였다.
쿠알라룸푸르에서 1시간여를 날아 창이공항 3터미널에 도착했다. 시내로 나가볼까 했지만 유명한 곳은 이미 다 가봤던 터라 유명하다는 창이공항 안을 즐겨 보기로 했다.
우선 짐 좀 맡기고.

주얼창이(Jewel Changi)로 가는 길에 Baggae Storage라는 유료 짐보관소가 있었다.

여행가방 포장 서비스도 제공하는데, 전반적으로 가격이 부담스럽진 않았다. 높은 싱가포르 물가에 지레 겁먹은 ㅋㅋㅋ

우선 유명하다는 주얼 창이를 둘러보고. 위에서 한 번.

아래서 한 번. ㅋㅋ
주얼창이는 정말 소문대로 엄청 크고, 넓고, 쇼핑할 곳도 많았다. 구경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난 이렇게 많이 걸을 줄 몰랐지;;;

그래서 밥집으로 ㅋㅋㅋ 푸티엔(莆田)이라는 곳인데 알고보니 미슐랭 원스타라네? 난 걍 예뻐 보여서 들어간 건데 ㅋㅋㅋ 푸티엔은 푸젠성의 한 도시 이름으로 푸젠 음식을 파는 곳이다. 광동음식은 많이 먹어 봤지만 푸젠 음식은 처음이라 기대 중!

메뉴판에는 푸티엔의 다양한 식자재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 조기?요리를 반값 세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킴 ㅋㅋ 우리는 조기를 구워만 먹었지 이렇게 담백하게 탕으로 먹지는 않아서 좀 낯설었다. 근데 맛있음.

그리고 면 요리를 먹어보고 싶어서 시킨 福建红菇海鲜卤面. 푸젠붉은버섯해물국수? 좀 매콤할 줄 알고 시켰는데, 전혀 안 매콤 ㅋㅋㅋ 해산물과 이것저것 많이 들어있었다.

요 녀석이 국물의 붉을 색을 내는 그 버섯인가 보구만. 배가 안 고파서인지 내 입맛에 안 맞아서인지 그냥 그랬음.
밥을 먹고 한참을 더 아이쇼핑을 하고도 시간이 너무 남아돌았다. 시내에 나갈 껄 그랬나. 껄무새같으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로. 커피나 마시자. 오 근데 싸다!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싼 가격 첨 보는데?

원래는 빠오 세트와 치청펀을 추가한 건데, 알바가 제대로 얘길 못 듣고 커피와 치청펀 하나만 알아 들었나 보다..후...어쩐지 생각보다 더 싸더라니. 머 소화가 안돼서 그냥 그러려니 함. 
치청펀은 청펀에 고기나 새우 같은 게 안 들어간 거였다. 간장소스를 뿌려 먹었는데 별루..ㅋㅋ 
바샤(Bacha) 커피 매장에 가고 싶었는데, 아직도 체크인 시간이 한참 남아서 공항 안을 방황했다. 생각보다 쉴만한 곳이 없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면세구역 안으로 들어왔다. 바샤커피로 고고!!!!

화려한 거 옆에 화려한 거

탐났던 기프트세트. 나한테 사주고 싶었다 ㅋㅋㅋ Explore세트와 시그니처 커피인 1910 Coffee 원두 100g도 사고

흐흐흐 현장에서 바로 마실 커피도 샀다. 국내에서 드립백으로 파는 건 마셔봤지만 또 이렇게 매장에서 직접 파는 걸 먹어봐 줘야 하지 않겠어? 원두는 싱가포르 모닝.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너무 예쁘게 담아준다. 이걸 어떻게 버려 ㅠㅠ

저 작은 통은 아이스크림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ㅋ 그냥 크림이었다. 버터 같은 느낌도 나고. 싱가포르 모닝은 아주 깔끔한 뒷맛에 부드러운 것이 모닝커피로 좋겠다 싶었음. 그래서 싱가포르 모닝인가 ㅎㅎ

커피 잔 바닥까지 디테일 보소.
화려하고 고급진 외관때문에 TWG가 생각났는데, 알고 보니 TWG에서 만든 브랜드라고. 정체성 확실하고만 ㅎㅎ
국내에서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인기를 끌 때도 '아이구 또 마케팅에 이용들 당하는 구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장을 한 번 방문하고는 너무 반해버렸다 ㅋㅋㅋㅋ 바샤커피 때문에 싱가포르 가고 싶음 ㅋㅋㅋ 우리나라는 매장 안 생기나?
그렇게 커피까지 즐겼는데도 시간이 남아돈다. 공항에서 무려 10시간 가까이 있는 듯 ㅎㅎㅎ 이젠 슬슬 허기지기 시작함.

그래서 아쌈락사 먹음 ㅋ 역시 락사는 푸드코트에서 먹어야 맛나는 음식일까?
긴 대기 끝에 드디어 비행기 탑승!

돌아올 땐 에어프레미아 이코노미석이었는데, 단신인 나에겐 이코노미석도 이렇게 넉넉했다 ㅎㅎㅎ

테이블은 다른 이코노미석처럼 앞 좌석에 달림.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을 줬다. 메뉴는 센스 있게 야채죽이었다. 그리고 쿠스쿠스샐러드. 아...에어프레미아 진짜 기내식 맛집인 듯. 너무 맛있어.

창가엔 서리가 꼈고. 그렇게 무사히 한국 도착. 

급 귀국하느라 뭘 많이 못 샀다 ㅠㅠ
그렇게 나의 말레샤 한달살이는 실패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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