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여행 기간이 길다 보니 좀 더 쿠알라룸푸르 구석구석을 다녀볼 계획이었다.
이날은 지난 여행에서 위치가 애매한 관계로 스킵했던 호커센터 ICC Pudu에 가기로 했다.

마침 날도 적당히 흐려서 너무 덥지도 않고, 나쁘지 않았다.

몰랐는데, 숙소 근처에 모스크가 있었네;;

인스턴트커피와 인스턴트 으깬 감자로 아침을 때우고,
야심 차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걸어서 Pudu ICC까지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구글 지도에 따르면 Tu Razak역에서 걸으면 20분 정도 거리었다. 20분 정도쯤이야 나 같은 뚜벅이에게는 산책정도지 하며 호기롭게 나섬.
LRT를 타고 Pasar Seni역에서 갈아타서 Tu Razak 역에 내림. 그래서 밖을 나왔더니

응? 거대한 건물과 앞이 공사중. 흠... 저 길을 걸어가면 되는 건가?
하고 건물 안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니 HSBC은행이 나왔는데 더 이상 길은 없어 보이고 온통 공사판이다. 나 같은 관광객은 물론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다 공사 관련 인부들밖에 없었던...
여기서 한 20분 돌고 돌고 돌며 삽질하다가 결국 그랩을 불렀다... 아놔. 그냥 숙소에서 그랩 타고 오는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었던...
삽질 끝에 그랩타고 도착했더니 1층 호커센터가 거의 문을 닫았다 ㅠ 오후 2시까지 밖에 안 한다고... 실망해하는 나를 보고 친절한 사장님이 2층에 가면 식사할 수 있다고 거기로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고마워요 ㅠㅠ

1층과 달리 2층은 가게가 별로 없었고, 어째 다 같은 가게 같았다. 일하는 사람이 같은 거 같은....
말레이시아에서는 바쿠테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바쿠테를 주문했다.

음...비주얼이 싱가포르 송파 바쿠테와 좀 많이 다르다.

갈빗대도 있지만 유부와 돼지고기, 돼지내장 등등 다양하게 들어 있다. 국물도 더 진하고 한약재가 더 들어간 듯. 바쿠테 맞죠?;; ㅋㅋㅋ
짭짤하니 맛은 좋았고 양도 많았다. 근데 아직도 바쿠테가 맞는 건지 의문이...

바쿠테를 먹곤 옆 가게에서 코피(Kopi)를 마셨다. 뭔가 짭짤한 걸 먹고 나면 왜 달달한 게 생각날까? 평소라면 무조건 아메리카노지만 달달구리 커피가 생각나서 요걸로.

ICC Pudu 2층의 전경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시 보니 ICC Pudu 2층은 호커센터라기보다는 天乐冰室라는 카페테리어였다. 
삽질하느라 늦은 자 호커센터를 즐길 수 없나니. 근데 1층 호커센터가 음식도 많고 북적북적하긴 해도 2층이 훨씬 쾌적하고 좋았다. 그리고 여기까지 굳이 다시 호커센터를 찾으러 오진 않을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충분히 즐겼기 때문에 미련은 없음.

ICC Pudu외관. 
실망과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가졌다. 먼가 진이 다 빠져서 아무것도 하기 힘들었던.

저녁은 편의점에서 신기해서 사뒀던 똠얌오뎅으로 간단하게 때웠다. 근데 요거 생각보다 맛나네!!

저녁엔 헬스대신 밤 수영을. 수영장에서의 야경도 꽤 멋있다.

저녁엔 느긋하게 숙소 테라스에 야경을 즐기고.

저 멀리 어두운 밤에도 화려한 불빛으로 존재감을 뽐내던 '천후궁'. 동남아 최대 사원이라는데, 그냥 여기서 본 걸로 만족 ㅋㅋㅋㅋ 후기를 보면 굳이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이다. 근데...안 가서 나의 이번 여행이 중간에 빠그라진 걸까? ㅠ 괜한 생각을 해 봄.
그렇게 또 하루가 끝!

호커센터에서 식사를 마치고 차이나타운 상점가를 좀 돌아다녔다.

내가 묵은 호텔모노도 그렇고 차이나타운 내에는 이런 형식의 건물들이 즐비해있다. 꽤 예쁘단 말야.

아침과 달리 상가도 문을 열었고 관광객도 북적북적 거리며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났다.

차이나타운을 둘러본 후 MRT를 타고 하버프런트로 왔다. 하버프런트는 다음날 말레이시아로 건너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하는 곳인데, 답사 겸 겸사겸사 와 봤다. 시간이 되면 센토사 섬도 가볼까 하고.
참고로  MRT는 하나카드에서 새로 나온 트래블로그카드로 사용해서 탔는데, 싱가포르 일반 지하철이나 버스도 모두 사용가능하다. 한 달 동안 사용한 금액을 모아서 하나머니로 청구하는데, 사용 중에 잔액이 없어도 청구일에 맞춰 하나머니로 충전만 해놓으면 되니까 완전 편하다. 환전수수료도 없어서 더 좋음. 앞으로 해외여행엔 무조건 사용하지 싶다. 

한국의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물색깔. 예쁘다.

저 멀리 센토사 섬도 보이고. 하지만 말레이시아행 버스 라운지를 찾아 헤매다 지쳐서 그냥 센토사 섬은 포기했다.

하버프런트에서 돌아와 다음 숙소인 시크 호텔로 옮겼다. 여기는 캡슐호텔로 모노호텔 바로 옆옆집이었다 ㅋㅋㅋ. 바보 비용 출혈로 인해 저렴하고, 후기가 좋아서 잡은 건데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싱가포르는 숙박비가 LA와 별 차이가 없다. 도미토린데도 6~7만 원 기본이다. 나쁘진 않은데 역시 여럿이 자는 도미토리라 불편함은 있었다.  그래도 깔끔해서 좋긴 하다. 너무 중국 스러워서 냄새가 날 것은 감안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침대 위에 묵었던 숙박객의 발냄새 빼고 -_-

두 번째 숙소에 짐을 푼 후 요즘 싱가포르에서 힙하다는 하지레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전에 유명한 송파 바쿠테에서 저녁을. 본점도 가까운데 있었지만 숙소에서 더 가까운 곳이 있길래 여기로 옴.

카이란과 바쿠테 작은 것, 그리고 미판!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은 상태라 작은 걸 시켰는데, 이렇게 큼지막한 갈빗대를 두 개가 딱 나온다. 

그리고 내 사랑 카이란 ㅋㅋ
송파 바쿠테는 사람들 말대로 우리나라 갈비탕 맛이다. ㅎㅎ 한약재가 더 들어가고. 근데 확실히 초반에 돼지누린내가 살짝 나긴 한다.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처럼 고기 잡내를 잘 잡는? 없애고야 마는? 나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태국에 갔을 때도 고급식당이라 추천받아 간 곳에서도 돼지 누린내가 나던... 
암튼 송파 바쿠테는 유명 맛집답게 맛은 기본적으로 좋았다. 특히 국물이 맛나서 많이 먹게 되는데 종업원이 돌아다니며 리필을 해주기도 했다. 역시 잘 되는 집은 이런 서비스부터 남다르다. 
바쿠테를 클리어하고 버스를 타고 하지레인으로 고고!

버스를 기다리며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恭喜发财—大吉라는 글자가 ㅎㅎ 역시 차이나타운이라 중국향이 물씬 난다.

버스는 이층 버스였다. 아주 좋아.

아랍스트리트에 내려서 쭉 걸었다. 날씨 예술이야.

모습을 드러낸 하지레인(Haji Lane). 아랍스트리트가 가로수길이라면 하지레인은 세로수길이라고 해야 하나? ㅎㅎ

하지레인은 원래는 아랍스트리트 상점들의 창고들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1970년대까지는 바다를 통해 메카로 성지 순례를 가는 이들을 배웅하기 위한 곳이 되었다고 한다.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 찍기 좋은 곳.

올해는 술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 안 마시려 했는데, 이 분위기 안 마실 수 있나? 마침 해피아워라 딱 한 잔 했다. 근데 여기도 할인만 해줌 ㅠ
말레이시아도 그렇고 싱가포르도 그렇고 술값이 비싼 나라라 술을 끊기에 좋은 여행지인 듯 ㅋㅋㅋ

분위기 좋고, 노래도 좋고, 기분도 좋고~
살짝 피곤하여 다시 숙소로 복귀

숙소 가는 길에 발견한 레이플스 호텔(Raffles Hotel). 이 호텔에서 탄생했다는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을 맛보고 싶었는데, 힘들어서 포기.

마리나베샌즈(Marina Bay Sands)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인공 수로가 나타난다. 저 배를 실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ㅋㅋㅋ 암튼 화려하고 화려하고 화려한 곳이다. 하지만 쇼핑에 관심 없는 나는 대충 둘러보고 밖으로.

이 사진만 찍으면 되지 머 ㅋㅋ 머라이언 동상은 굳이 보러 가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야경도 멋지구나.

싱가포르의 애플스토어. 홍콩 애플스토어가 짱이라고 생각했는데, 싱가포르가 더 예뻤다.
클락키까지 걸어볼까 했지만 이날 거의 3만 보 가까이 걸은 상태라 무릎 나가지 싶어서 얌전히 숙소로 돌아갔다. 이렇게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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