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쿠알라룸푸르는 지난해에 일주일간 좋은 추억을 남긴 바 있어 이번에는 한 달 살기, 4주 살기를 해보려 했다. 
비행기로 가면 간편하고 좋지만 그래도 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가장 좋아하는 교통수단인 기차는 없어서 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전에 아침 식사부터 ㅎㅎㅎ

숙소를 나섰는데 골목 끝에 이런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내가 묵은 숙소가 모스크 스트리트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거리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것이다. 오 꽤 좋은 아이디어 같다.
대략 정리를 하자면 모스크 스트리트는 원래 하카(중국 푸젠성 출신 이민자)들이 폐지나 고물 등을 거래하던 곳이라고 한다. 판자로 인력거를 만들어 쓰기도 하고 그랬다는.
이후 1930년대에 정부에서 이 거리를 매입, 싱가포르 발전 신탁 (SIT) 아파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싱가포르 최초의 공공임대 아파트였다고. 이후 싱가포르의 다른 곳에서도 공공임대 아파트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 공공임대 아파트의 형태도 잘 설명되어 있었는데, 보통 4층 높이에 각 층마다 6개의 방이 있었고 한 개의 주방과 두 개의 화장실을 함께 사용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이었다고.
한마디로 내가 묵었던 숙소들이 이 싱가포르의 첫 공공임대 아파트를 개조한 것들이었다. 어쩐지 구조가 독특하다 싶었는데, 이런 연유가 있었구만. 역사를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로웠던.

길을 걷다 만난 힌두 사원인 스리 마리아만 사원. 신발 벗기 귀찮아서 안 들어 감 ㅎㅎ

아침은 이번에도 난양올드커피(南洋老咖啡). 이날은 2층 뮤지엄도 겸하고 있는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옛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고 사진찍기 좋았던 곳. 그리고 에어컨도 나오고!

뇨냐락사와 테 타릭으로 아침 식사를.

뇨냐락사는 아쌈락사와 달리 국물이 거의 없는 비빔면 같았다. 맛은 나쁘진 않은데 아쌈락사와는 달리 특별한 특징이 없었다.

걷는 김에 불아사도 또 찾아갔는데 마침 예불 중이었다. 5년 전 쯤 중국 청두(成都)에서 처음으로 중국절의 예불을 본 적 있는데, 우리나라 절에서 읊는 불경의 발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흥미로웠었다. 이번에도 운 좋게 예불 장면을 목격.

근데 전날 내가 불아사에서 놓친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莲心坊맞나? 암튼 채식 레스토랑이 지하에 있었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저 글자를 보고 나는 무슨 참선하는 곳인가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궁금해서 내려와 봤더니...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아침 먹었지 ㅠㅠ 가격도 저렴하던데.

아쉬운 데로 장미 보이차를 마셨다. 다음에 혹시라도 오면 무조건 여기서 식사를 할 테야!
진한 불아사의 보이차까지 마시고 난 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버스를 타기 위해 하버프런트로 향했다.

내가 타고 갈 버스는 AEROLINE이라는 버스인데, 2층 버스에 후기도 아주 좋아서 나도 믿고 예약했다. 

내 좌석 8A. 발판도 올라오고 비행기 VOD처럼 버스 안에도 VOD시스템을 갖춰놨다. 상당히 좋음. 그리고 생수 1병도 기본 제공해 주며 점심도 제공한다.
1층에는 간단히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라운지도 있고,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다! 소문대로 시설이 상당히 괜찮은 버스이다.

여행 중엔 군것질은 필수지 ㅋㅋ 말레이시아에는 바닐라 콜라가 있더니 싱가포르에는 망고 콜라가 있었다. 세상에 또 안 먹어 줄 수 없지. 그러나 맛은 좀 인공향 ㅎㅎ 생선껍질을 튀긴 스낵이 있길래 궁금해서 사봤는데 So So. 매운맛도 있던데 하버프런트 편의점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30분 정도를 달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건너가는 다리가 나타났다. 이제 곧 말레이시아다! 와중에 예쁜 물 색깔.

말레이시아 입국 심사까지 마치고 나니 점심 도시락을 나눠줬다. 후기가 좋아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부실 ㅠ 근데 맛있었다! 신기하게도 ㅋㅋㅋㅋ 풋콩대신 다른 걸 줬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래도 도시락 주는 게 어디냐며.

후식으로 커피도 준다. 한국도 4만 7천 원 정도 하는 가격에 이런 서비스 웬 말이냐. 아주 만족스럽다.
중간에 말라카에 있는 휴게소도 들렀다.

말이 휴게소지 그냥 화장실이다 ㅋㅋㅋ

음식점은 없었지만 먹을 것을 파는 트럭들이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내내 보이던 팜트리들. 말레이시아가 팜유 산업으로도 유명하다고.
그렇게 달리고 달려 5시간 여만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대가 아주 컸던 숙소 EST Alia로 이동.

숙소 문을 여니 베란다를 통해 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숙소가 고층이라 경치도 좋았다.

주방과 테이블

이 숙소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층이기 때문이다.  복층에 묵어보는 거 아주 살짝 버킷리스트였거든. ㅋㅋ

복층에 놓인 침대. 아주 넓다.

상당히 높고 넓은 숙소다.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역시 고냥이 그림 :)

티비가 좀 작긴 했지만 넷플릭스도 볼 수 있고 만족스러웠다. 숙소는 에어비앤비 통해서 했는데, 같은 건물에 여러 숙소들이 있었으나 여기 인테리어가 제일 좋아 보여서 예약을 했다. 결론은 잘한 선택이었다는 것. 시설도 깔끔하고 온수도 나오고 상당히 괜찮았다.
체크인을 5시 가까이 되어 한 관계로 대충 짐을 정리하니 벌써 저녁시간이었다.
숙소인 EST Alia는 KL Sentral과 한 정거장 차이인 Bang Sarr역에 위치해 있어서 꽤 편리했다. 건물도 역에서 바로 이어져서 이래저래 움직이기 좋았던.
일단 저녁을 하러 Nu Sentral로 향했다.

지난번 여행 때 궁금했지만 못 먹었었던 푸드코트의 Penyet 식당에서 Ayan Penyet Grand를 주문함. 소스는 내가 고를 수 있었는데, 청고추를 간 소스가 내 취향이라 골랐지만 매웠다 ㅠ. 그리고 옆에서 테 타릭도 하나 주문. 맛은 나쁘진 않았는데 역시 나시르막이 짱인 듯.
싱가포르에서 넘어오는데 시간을 대부분 보낸 탓에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금세 잠잘 시간이.
낯선 숙소에 살짝 적응이 덜 되어서 잠이 안 오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는 게 아닌가? 말레이시아가 나를 또 너무 격하게 환영해 주네 ㅋㅋㅋ

이런 날씨와 함께 쿠알라룸푸르에서 첫날을 마무리.

호커센터에서 식사를 마치고 차이나타운 상점가를 좀 돌아다녔다.

내가 묵은 호텔모노도 그렇고 차이나타운 내에는 이런 형식의 건물들이 즐비해있다. 꽤 예쁘단 말야.

아침과 달리 상가도 문을 열었고 관광객도 북적북적 거리며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났다.

차이나타운을 둘러본 후 MRT를 타고 하버프런트로 왔다. 하버프런트는 다음날 말레이시아로 건너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하는 곳인데, 답사 겸 겸사겸사 와 봤다. 시간이 되면 센토사 섬도 가볼까 하고.
참고로  MRT는 하나카드에서 새로 나온 트래블로그카드로 사용해서 탔는데, 싱가포르 일반 지하철이나 버스도 모두 사용가능하다. 한 달 동안 사용한 금액을 모아서 하나머니로 청구하는데, 사용 중에 잔액이 없어도 청구일에 맞춰 하나머니로 충전만 해놓으면 되니까 완전 편하다. 환전수수료도 없어서 더 좋음. 앞으로 해외여행엔 무조건 사용하지 싶다. 

한국의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물색깔. 예쁘다.

저 멀리 센토사 섬도 보이고. 하지만 말레이시아행 버스 라운지를 찾아 헤매다 지쳐서 그냥 센토사 섬은 포기했다.

하버프런트에서 돌아와 다음 숙소인 시크 호텔로 옮겼다. 여기는 캡슐호텔로 모노호텔 바로 옆옆집이었다 ㅋㅋㅋ. 바보 비용 출혈로 인해 저렴하고, 후기가 좋아서 잡은 건데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싱가포르는 숙박비가 LA와 별 차이가 없다. 도미토린데도 6~7만 원 기본이다. 나쁘진 않은데 역시 여럿이 자는 도미토리라 불편함은 있었다.  그래도 깔끔해서 좋긴 하다. 너무 중국 스러워서 냄새가 날 것은 감안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침대 위에 묵었던 숙박객의 발냄새 빼고 -_-

두 번째 숙소에 짐을 푼 후 요즘 싱가포르에서 힙하다는 하지레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전에 유명한 송파 바쿠테에서 저녁을. 본점도 가까운데 있었지만 숙소에서 더 가까운 곳이 있길래 여기로 옴.

카이란과 바쿠테 작은 것, 그리고 미판!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은 상태라 작은 걸 시켰는데, 이렇게 큼지막한 갈빗대를 두 개가 딱 나온다. 

그리고 내 사랑 카이란 ㅋㅋ
송파 바쿠테는 사람들 말대로 우리나라 갈비탕 맛이다. ㅎㅎ 한약재가 더 들어가고. 근데 확실히 초반에 돼지누린내가 살짝 나긴 한다.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처럼 고기 잡내를 잘 잡는? 없애고야 마는? 나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태국에 갔을 때도 고급식당이라 추천받아 간 곳에서도 돼지 누린내가 나던... 
암튼 송파 바쿠테는 유명 맛집답게 맛은 기본적으로 좋았다. 특히 국물이 맛나서 많이 먹게 되는데 종업원이 돌아다니며 리필을 해주기도 했다. 역시 잘 되는 집은 이런 서비스부터 남다르다. 
바쿠테를 클리어하고 버스를 타고 하지레인으로 고고!

버스를 기다리며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恭喜发财—大吉라는 글자가 ㅎㅎ 역시 차이나타운이라 중국향이 물씬 난다.

버스는 이층 버스였다. 아주 좋아.

아랍스트리트에 내려서 쭉 걸었다. 날씨 예술이야.

모습을 드러낸 하지레인(Haji Lane). 아랍스트리트가 가로수길이라면 하지레인은 세로수길이라고 해야 하나? ㅎㅎ

하지레인은 원래는 아랍스트리트 상점들의 창고들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1970년대까지는 바다를 통해 메카로 성지 순례를 가는 이들을 배웅하기 위한 곳이 되었다고 한다.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 찍기 좋은 곳.

올해는 술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 안 마시려 했는데, 이 분위기 안 마실 수 있나? 마침 해피아워라 딱 한 잔 했다. 근데 여기도 할인만 해줌 ㅠ
말레이시아도 그렇고 싱가포르도 그렇고 술값이 비싼 나라라 술을 끊기에 좋은 여행지인 듯 ㅋㅋㅋ

분위기 좋고, 노래도 좋고, 기분도 좋고~
살짝 피곤하여 다시 숙소로 복귀

숙소 가는 길에 발견한 레이플스 호텔(Raffles Hotel). 이 호텔에서 탄생했다는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을 맛보고 싶었는데, 힘들어서 포기.

마리나베샌즈(Marina Bay Sands)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인공 수로가 나타난다. 저 배를 실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ㅋㅋㅋ 암튼 화려하고 화려하고 화려한 곳이다. 하지만 쇼핑에 관심 없는 나는 대충 둘러보고 밖으로.

이 사진만 찍으면 되지 머 ㅋㅋ 머라이언 동상은 굳이 보러 가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야경도 멋지구나.

싱가포르의 애플스토어. 홍콩 애플스토어가 짱이라고 생각했는데, 싱가포르가 더 예뻤다.
클락키까지 걸어볼까 했지만 이날 거의 3만 보 가까이 걸은 상태라 무릎 나가지 싶어서 얌전히 숙소로 돌아갔다. 이렇게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인천발 에어프레미아는 싱가포르에 새벽 1시경 도착한다. 그래도 워낙 작은 나라라 공항에서 택시 타면 2만 원 정도로 시내에 진입할 수 있다.

숙소로 향하던 길에 찍은 싱가포르 야경. 유명한 싱가포르 플라이어도 보인다.
날 태운 그랩 운전사분은 중국계로 싱가포르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셨다. 끊임없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래도 물가가 너무 비싼 건 인정 ㅋㅋㅋ 하도 말이 많으셔서 들어드리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맛집이나 소개해달라고 ㅋㅋ. 호커센터 가보려고 한다 하니 차이나타운에 있는 호커센터를 추천해 주셨다. 거기가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오케이 접수!

내가 첫 날 숙박한 곳은 호텔 모노(HOTEL MONO). 이게 좀 사연이 있는데, 원래는 첫날 숙소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캡슐 호텔로 예약하고, 호텔 모노는 이튿날 묵으려 했다. 그런데 바보 같이 날짜를 잘못 입력해서 같은 날 두 숙소를 예약해 버린 것이다. 싱가포르의 살인적인 숙소 비용을 줄이고자 환불불가 조건으로 예약하는 바람에 환불도 안되고, 결국 좀 더 비싼 숙소인 호텔모노에서 묵고 다른 캡슐 호텔은 포기했다. 바보 비용 발생 후...
암튼 호텔 모노는 아고다에서 사진이 너무 매력적이라 예약했다. 차이나타운 모스크스트리트에 위치했으며,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 같은데, 가격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12만원 정도? 이름 그대로 건물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노톤으로 꾸며져 있어서 아주 인상적인 곳이다. 

엘리베이터도 인테리어는 새로한 것 같은데 버튼은 옛날 그대로 둔 것 같다.

숙소가 좁긴 했지만 호텔답게 필요한 것들은 잘 갖춰져 있었다. 타월도 뽀송하니 좋았고 어매니티도 구비되어 있었다. 찻 잔도 예뻤고 드라이기 등등 호텔에 기대하는 물품들은 다 구비되어 있었다.
모노톤의 인테리어는 내가 마치 옛날 흑백 영화 속에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단지 아쉬웠던 건 뭔가를 때리는 소리가 밤새도록 들렸는데, 다행히 새벽 2시경 숙소에 도착한 나는 금세 곯아떨어져 버려서 거슬리지 않았다. 아마도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하지 않았다면 엄청 신경쓰였을 것 같긴 하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여행을 오면 이상하게 아침 일찍 일어난단 말이야. 새벽 2시에 잠들었음에도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났다.
싱가포르에 머무르는 시간이 워낙 짧다보니 오래간만에 부지런한 여행 모드로 돌입했다.
우선 아침식사와 근처에 있는 불아사를 가기 위해 대충 세수만 하고 모자 눌러쓰고 고고!!

여행하기 딱 좋은 맑고 살짝 더운 날씨. 숙소 다음 골목에 힌두교 사원이 있었다. 하지만 난 불교 신자니까? ㅋㅋ 패스.

싱가포르에서의 첫 식사는 남양노커피(南洋老咖啡) 한국어로 쓰니 어감이 이상하다 ㅋㅋㅋ 많은 사람들이 야쿤토스트나 토스트박스를 가지만 찾아가기 귀찮아서 불아사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들었다. 근데 잘 선택한 듯. 옛 싱가포르를 표방한 듯한 인테리어에 맛도 괜찮았다.
토스트 세트를 시켰는데, 카야 토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 수란에 간장을 뿌려준 게 정말 신의 한 수 인 듯하다. 너무 맛나.
여긴 박물관도 겸하는 곳인 듯 한데, 첫날은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나왔다.

카페에 안내되어 있던 싱가포르식 커피 용어. 아이디어 좋은 듯. 그런데 이건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거 같기도?
난양올드커피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불아사(佛牙寺)로 향했다.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진 절이라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부처님 진시사리를 처음 본 것은 4년 전쯤 중국 시안에 부처님 손가락 사리를 모신 법문사(法门寺)에서였다. 법문사는 따로 관광을 신청해서 가야 할 정도로 먼 거리에 있었는데, 불아사는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안에 있어서 찾아가기도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부처님 치아 사리는 촬영이 금지된 관계로 눈으로 만.

법당을 둘러보고 옥상에 오르니 이국적인 식물들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거대한 마니차가 있었다.
불아사에서 기도도 좀 드리고(중화권을 여행할 때면 이렇게 유명한 절을 찾아서 여행 잘 마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곤 한다. 꽤 의미있는 여행코스이다 ㅎ) 체크아웃을 위해 다시 숙소로.

가는 길에 발견한 북경동인당. 역시 차이나타운이라 이런 것도 있구나. 너무 아침 일찍이라 문을 안 열어서 구경을 못한 게 좀 아쉬움.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 뒤 다시 차이나타운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호커센터로! 유명한 맥스웰 호커센터가 근처에 있긴 했지만 그랩 운전사가 추천해 준, 현지인이 많이 간다는 차이나타운 내에 있는 호커센터로 고고!
여기는 영어로는 Chinatown complex, 중국어로는 牛车水大厦 인데, 중국어는 도저히 해석이 안된다. 소차물빌딩? 갑갑하다. 중국어 실력 ㅋㅋ
지하는 식료품, 1층은 이런 저런 상품을, 2층에 푸드코트인 호커센터가 있다.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수많은 음식점이 펼쳐진다.

人太多,食太多。그랩 운전사가 음식점이 1~2백 개 있다고 했는데, 중국인들 특유의 허풍이려니 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허풍은 아닌 듯하다. 너무 많아서 뭘 먹을지 고르는 것도 일인 듯.
하이난식 치킨라이스 집을 비롯해 몇몇 집들은 유명 맛집인지 줄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좀 구석 쪽을 돌면서 점심 메뉴를 고르고 다녔다. 

그러다 발견한 이 집. 335 港式烧腊 홍콩식 간장에 조린고기. 아주머니는 당연히 내가 중국인인 줄 아시고 ㅋㅋ

나는 저 유리벽에 붙어있는 치킨라이스+야채 세트를 주문했다.

짜란~ 꽤 푸짐하다. 한국돈 6,500~7,000원 사이이니 가격도 나쁘진 않은 듯. 저 맑은 탕과 치킨과 야채 사이에 있는 돼지껍데기는 서비스로 주셨다. 근데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흰쌀밥이다! 아마도 치킨 육수를 넣은 것 같은데 감칠맛 나면서 너무 맛난 던 거다.

부들부들 짭조름했던 돼지껍데기도 존맛탱.
돼지껍데기는 주인아주머니가 내가 외국인인 거 알고는 먹어보라며 아주 맛있다고 하셨는데, 정말이지 너무 맛나서 메뉴를 잘못 주문했다 싶을 정도였음. 계속 맛있냐고 괜찮냐고 어떻게 우리 집 알고 왔냐고 물으시던 아주머니 ㅎㅎ 한국인은 잘 안 오는 곳인가? 나중에 인스타그램에도 올리라고 하심 ㅋㅋㅋ
영어와 중국어와 광둥어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시던 쾌활하신 아주머니. 혹시 다른 집들도 다 이정도 수준의 맛을 내는 걸까? 궁금했다. 좀 더 오래 머물렀다면 다른 식당들도 열심히 탐험했을 텐데 좀 아쉬웠던.
 

지난해 말레이시아를 처음 갔다 온 후 왜 사람들이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많이 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좋은 인프라와 영어 사용 환경, 한국보다는 저렴한 물가와 가성비 좋은 콘도들. 언젠가 나도 한 달 살기 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에어프레미아라는 항공사에서 싱가포르 왕복은 50% 세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는 워낙 가까워서 일단 비행기표를 냅다 지르고 여행을 준비했다. 갈 때는 프리미엄 좌석으로 올때는 이코노미 좌석을 40만 원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예약했다.

프레미아 42 뱅기표

저녁 늦은 비행기라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저녁 먹고 놀기로 함.(혼자 ㅋ) 확실히 작년에 미국 갈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사람도 많고, 면세점도 대부분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제 진짜 코로나 끝?!
하나은행에서 '트래블로그'라는 카드가 새로 나왔는데, 스카이 허브나 마티나 라운지를 10,000원에 사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오래간만에 공항 라운지를 찾았다.
마티나는 가본 적이 있어서 이번엔 스카이허브로.

음식은 마티나 라운지와 별 차이 없었고, (하지만 테라 생맥주는 맛났음) 크기는 조금 더 넓은 느낌이었는데 그럭저럭 있을만했다. 근데 10,000원 이벤트 하니까 라운지를 이용했지, 요즘은 그다지 라운지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스카이허브 라운지는 체크인 카운터뷰다 ㅎㅎ

에어프레미아 탑승! 

프리미엄 좌석이라 담요와 슬리퍼, 어매니티를 제공해 준다. 

헤드폰과 어매니티. 헤드폰은 특별히 좋은 건 모르겠는데, 귀국 편 이코노미에서 줬던 이어폰과 비교하면 백만 배 좋긴 함 ㅋㅋ
어매니티는 파우치부터 맘에 들었고, 

헉슬리와 콜라보했는지 핸드크림, 오일미스트는 헉슬리 제품이었다. 후기로 많이 보긴 했지만 제품 용량도 꽤 크고 맘에 들었다. 아직 사용하진 않았지만 ㅎㅎ. 그리고 치약, 칫솔.

좌석 오른쪽엔 컵 등을 간단히 둘 수 있는 받침대와 리모컨, 좌석 조절 버튼이 있고 좌석 왼쪽에는 작은 주머니가 있어서 간단한 것들을 넣어둘 수 있다.

프레미아 42는 42인치의 레그룸을 제공한다는데, 보시다시피 엄청 넓다. 오른쪽은 좌석 발받침을 펼친 건데, 그래도 자리가 넉넉하다. 

웰컴드링크로 난 물 ㅎ

VOD화면도 넓고 좋다. 볼게 많진 않지만 그래도 오며 가며 '남산의 부장들' '육사오' 등 최신 영화들이 있어서 볼만했음.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해서 기내식은 기본 제공되긴 하지만 돈을 주고 이것저것 사 먹을 수 있기도 하다. 

기내식은 스파게티와 돼지고기 김치찜이 나왔는데, 나는 김치찜으로 선택. 근데 너무 맛있다. 인간적으로 그냥 식당에 내놔도 될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기내식이 이렇게 맛있다니! 아시아나, 대한항공 저리 가라였다. 저 초코케익도 너무 맛나고 고급진 맛이라 싹 다 비웠다. 그릇도 FSC 들보다 고급져서 아주 맘에 들었다. 
비행 스케줄만 빼면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보다 낫지 싶다. 너무 좋아!

좌석 위에 빛나고 있던 와이파이 표시등. 귀여워서 함 찍어 봄.
화장실은 너무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용을 못했는데, 후기로는 향기도 좋고 깔끔하다고들 하더이다.

어느덧 싱가포르 상공 위를 날고 있는 에어프레미아. 
새 비행기에 넉넉한 좌석, 맛난 기내식으로 기분 좋게 싱가포르 여행 시작!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조금 게으름을 부리며 침대 위에서 뒹글~

여행의 마지막 날은 늘 이렇게 날씨가 좋을까? 머 날씨가 좋으면 기분도 좋으니 마지막을 즐겁게 누려보자고!

궁금했던 바닐라맛 펩시 콜라도 마셔보고. 코카콜라도 바닐라 맛이 있지만 난 펩시를 더 좋아하니까! 이런 콜라들이 늘 그렇듯 향이 강하게 나진 않는다. 그나저나 말레이시아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콜라도 다양한 맛을 판매하고 있다. 인구도 우리나라보다 적은데. 우리나라는 왜때메 불가능할까?

여행을 할 때면 그 지역 재래시장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쿠알라룸푸르의 유명한 재래시장인 초우킷(Chowkit) 시장을 찾았다. 아침 일찍가야 볼게 많지만 점심즈음 간 터라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근데 머 문 닫은 건 그렇다 쳐도 냄새가... 나같이 후각이 둔한 사람들도 힘들 정도이니...추천하긴 힘든 곳인 것 같다.

큰 실망을 하고 그냥 미드 밸리 메가몰로 자리를 옮겼다. 미드 밸리 메가몰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 불리는데,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지하 1층도 다 못 돌았다.

한참을 정신이 팔려서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배가 고파서 아직 시도 안 해봤던 새로운 메뉴에 도전했다. 바로 판미(Pan mee)와 로작(Rojak).

판미는 그냥 우리나라 칼국수와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김치 판미도 팔고 있었음 ㅋㅋㅋ 로작은 오이, 망고, 파인애플 등에 으깬 땅콩과 소스를 버무려서 먹는 건데 생각보다 맛났었다.

식사도 했겠다 커피를 한 잔 하려고 스타벅스로 갔는데, 또 갑자기 한바탕 스콜이 쏟아졌다.

근데 이번엔 천둥번개를 동반해서 갑자기 분위기가 세기말로 변신 ㅎㅎㅎ

2~30분가량의 스콜이 쏟아지고 난 후의 길거리. 꽤 운치 있다.

그리곤 언제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쳤냐는 듯 맑게 개인 하늘. 열대지방 날씨 매력적이야 ㅎㅎㅎ

그렇게 싸돌아 다니고도 시간이 남아서 (밤 11시 비행기라 후...)

다시 파빌리온 ㅎㅎㅎ 오며 가며 보기만 했던 파빌리온 지하 1층에 위치한 DOME이라는 카페다. 브런치와 파스타 등을 파는 것 같던데.

난 걍 아메리카노 ㅎㅎ 수리아몰에도 있고  싱가포르에서도 본 것 같은데, 꽤 유명한 프랜차이즈인가 보다. 잔 맘에 듦.

편안하면서도 조금은 심심했던 말레이시아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돌아오는 비행 편에 에어아시아 승무원이 일을 너무 못해서 배고픔에 화가 난 상태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그리고 추운 에어아시아 기내에서 벌벌 떨며 오긴 했지만. 동남아는 태국 말고는 큰 관심 없었는데, 말레이시아도 예상외로 인프라도 잘 되어있고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을 느끼고 옴. 역시 세상은 넓어.

말레이시아 쇼핑 품목들.

그중 문제의 막스 앤 스펜서 초코 퍼지 케이크. 처음 샀던 케이크는 비닐도 뜯지 않았는데 숙소의 개미들이 완전 장악해 버려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식겁했다. 후..

서양 드라마를 보면 나오는 초코 퍼지 케이크가 늘 궁금했는데 (한국에도 많이 팔긴하지만 현지인들이 만든 걸 먹어 보고 싶었음) 막스 앤 스펜서에 있길래 구입해봤다. 제조는 영국에서 했고 초콜릿은 영국과 벨기에 산이라고.

종이 상자 안에 비닐로 한번 더 밀봉되어 있던 초코 케이크. 아니 개미 놈들은 어떻게 저 안을 들어간 거지? 

꾸덕꾸덕한 초코 크림이 보는 것만으로도 달다 +_+

후... 저주받은 수전증 ... 결론은 맛있었다 ㅋㅋㅋ

말레이시아 여행 끝!!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전날이 되었다 ㅋㅋ

이날은 아침부터 빡치는 일이 생겼다. 아침으로 주문한 나의 나시르막을 그랩 배달원이 먹튀 한 것이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동안 현금으로만 계산하다가 이번엔 카드로 결제했는데, 이놈이 팁을 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난 가볍게 무시하고 밥을 기다렸는데, 안 오는 것이다! 전화도 안 받고. 황당 그 자체.

열받아서 바로 그랩으로 내 밥 도둑 맞았다고 항의하고, 안 되는 영어로 메일도 보내고 했다. (그랩은 이런 일이 종종 있는지 상당히 빨리 취소처리를 해줬다)

아마도 현금으로 계산하는 거였다면 안 튀었지 싶기도 하고. 암튼 즐거웠던 쿠알라룸푸르 여행에 오점을 남긴 놈이다. 이름이 압둘 머시기였는데, 내가 넌 저장해 놓는다.

암튼 그리하여 아침 시간도 훌쩍 넘기고 숙소에 먹을 거라곤 귀국하면 먹으려고 사놓은 인스턴트 나시르막과 어제 먹다 남은 프로슈토 정도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인스턴트 나시르막을 개봉 ㅠㅠ

나시르막과 삼발소스가 함께 동봉된 인스턴트 나시르막.

두 개의 파우치가 들어 있으며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봉지째 데워주면 된다. 3분 카레처럼.

계란도 오이도, 땅콩도 멸치도 없는 초라한 인스턴트 나시르막 ㅠ 프로슈토가 그나마 살려줬다. 후...그럭저럭 배를 채우긴 했음.

이 날은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남들이 다 간다는 곳들을 좀 가보기로 했다. 

우선 페탈링 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콰이차이홍(kwai chai hong, 鬼仔巷)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만난 고냥이. 슬슬 금묘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넘나 반가웠던 녀석.

온 김에 페탈링 스트리트 한 번 돌아봐주고. 군것질도.

밥솥으로 한 맛이 나는 카스텔라에 땅콩을 넣고 반 접은 건데, 딱 생각하는 그 맛이었음 ㅎ

페탈링 스트리트를 한 바퀴 돌고 슬슬 걸어서 콰이차이홍에 도착했다. 마치 옛날 상하이? 홍콩? 느낌인데, 중국인들이라면 향수를 느낄만한 곳이겠다 싶은.

칼 가는 아저씨 벽화

다양한 벽화들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벽화를 활용해서 사진들도 잘 찍더라.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장소.

한참을 걷는데 흐린 날씨에 갑자기 바람이 마구 불면서 비가 올 듯했다. 

마침 거의 다 구경하기도 해서 다시  Pasar Seni역으로 고고고

공짜 버스인 GO KL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디서 타는지 몰랐는데, 파사르 세니역에 정차한 걸 보고 한 번 타봤다. Go KL은 여러 라인이 있는데, 내가 탄 것은 그린 라인으로 부킷빈탕과 페트로나스 타워까지 왔다 갔다 하는 노선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비가 후드득 쏟아진다. 동남의 스콜이란.

GO KL 후기를 말하자면 확실히 공짜라 약간 외국에서 온, 돈을 아껴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았다. 또 대부분 남자로 조금 위협적이었음. 그러나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사람이 계속 전화를 하자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나와 그 사람에게 가더니 당장 내리라고. 그냥 경고하는 걸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짜 내쫓았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 무리들도 같이 내렸다. 와... 대박.. 솔직히 처음엔 약간 버스 탄 거 후회했었는데 운전기사 아저씨 보고 마음이 놓였었다. 먼가 안전하게 지켜주실 것 같다는 믿음이 100% 생김 ㅎㅎ 

부킷빈탕에 도착해서는 다른 GO KL버스를 기다리며(재미 들림 ㅋㅋ) 맥도날드를 찾았다. 전에 눈여겨 봐 둔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먹기 위해!! 중국에도 맥도날드나 KFC에 요우티아오와 죽, 또우장을 파는 아침세트가 있던데 말레이시아에는 나시르막을 팔다니! 너무나 신선하고 잼나는 체험인 것! 우리나라에 진출한 패스트푸드점들도 요런 것 좀 해주면 안 되나?

아침에 나시르막 사기 당한 것도 있고 해서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점심 메뉴로 정했다. 치킨 1조각짜리로 주문해서 15.40링깃. 싸진 않다.

상당히 사이즈가 크다.

프라이드치킨이 든 나시르막. 계란프라이가 약간 인공적인 모양이다 ㅎ 삼발소스는 꽤 매웠고 치킨은 다른 나시르막과 달리 너무 프라이드치킨이라 ㅋㅋㅋ 그럭저럭 맛나게 먹었다. 이런 경험 좋아!

점심을 먹고 다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로 향했다. 수리아 몰도 또 구경하고. 남들 다 간다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래 한 번쯤은 이런 유명한 관광 스팟도 와줘야지. 와중에 내가 찍었지만 꽤 잘 찍은 듯하여 만족스러움.

관광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마지막날 밤이기도 해서 라마다 스위트 1층에 있는 BLU APRON이라는 레스토랑 겸 바에서 한 잔 하러 들렀다. 마침 해피아워이기도 하고. 근데 보통 해피아워면 1+1 아닌가? 싱가포르도 그렇고 여기도 걍 할인 가격에 준다. 좀 짜다 ㅋ

분위기 좀 내보려 야외 테이블에 앉음. 근데...맥주양이...장난하나? 와중에 저 문구가 맘에 들어서 "Bad decisions make good Stories"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간단하게 트러플오일 감튀를 시켰는데 꽤 맛났다. 하지만 맥주가 너무 양이 적어 안주가 넘 많이 남은 관계로 맥주 한잔 더 주문 ㅋㅋ 이 스타우트 맥주도 넘나 맛났던 것! 

기분 좋게 두 잔 걸치고 숙소에 들어왔더니

또 이렇게 멋진 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 자기엔 시간도 이르고 마지막날 밤이기도 하고 다시 부킷빈탕 밤거리를 걸으러 나섰다.

늘 버스킹이 열리는 부킷빈탕 사거리. 그 위로 지나가는 모노레일과 초록색에 붉은 글씨가 인상적인 Lot10 백화점. 많은 인파. 나에게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꼽으라 하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보다 이 광경이라고 할 것 같다.

산책 후 잘란 알로 야시장을 찾았다. 역시 숙소는 잘 잡은 듯하다. 유명 야시장을 부담 없이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건 진짜 큰 메리트다.

식당은 지난번에 맛나게 먹었더 明记로!

타이거 맥주 하나 시켜주고.

지난 번에 여자들이 많이 먹는다고 추천해 줬던 건데. 궁금해서 함 시켜봤다. 굿 초이스. 고동?이라고 해야 하나 입으로 쪽 빨아서 안에 든 내용물을 먹는 건데 양념도 맛나고 맥주 안주로 완벽했다.

그리고 너무 맛난 사테! 이번엔 적당히 시켰다 ㅎㅎ

떼샷.

이날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사람 많은 곳이 더욱 많았고, 밤늦게까지 쿵짝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맛났고 즐겁고 약간은 심심했던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주일은 근교 여행을 하지 않으면 좀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섯째 날이 되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ㅎㅎ 그래서 이날은 그냥 KL센트럴을 함 가보기로 했다. 거기에도 Nu Sentral이라는 큰 쇼핑몰이 있다 하여. 쇼핑몰 투어나 해보기로.

그전에 그랩으로 나시르막과 테 타릭을 배달시켰다. 이번엔 나시르막 소통. 소통은 오징어를 뜻하는데, 어디선가 엄청 맛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함 시켜봤다. 맛은 머 나시르막 그 맛. 나시르막은 가게마다 다른 삼발 소스가 매력인 듯하다. 
쌀밥 먹을 때 단 음식 먹는 걸 안 좋아하는데 요 테 타릭은 꽤 잘 어울린다. 태국의 짜이와 비슷한데 좀 덜 달고, 덜 진해서 생각보다 자주 사 먹게 되는 음료다.
아침 먹고 이번엔 모노레일을 타고 KL Sentral로 고고고. 

마트부터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여기도 규모가 만만치 않지만 역시 파빌리온이 나은 듯. 그래서 걍 쉬면서 간만에 코스타 커피나 마셨다. 

그리고 나선 5층인가 6층에 있던 푸드코트에 가서 또 다시 나시르막을 ㅋㅋㅋ 이번엔 생선을 시켜봤다. 생선 위의 청고추를 다져서 만든 소스를 얹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좀 실망. 생선도 좀 딱딱해서 별로였다. 푸드코트도 맛난 곳은 맛나던데..
누 센트럴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우리나라 고터를 생각하고 갔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그래서 숙소로 복귀해 좀 쉬다가 다시 파빌리온을 갔다 ㅋㅋㅋ 
파빌리온에서 잘란알로를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잊지 못할 발 마사지를 받았다.

이흐어라고 읽어야 하나? 암튼 여기 넘버 7이라 불리는 마사지사가 있는데,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다. 아마도 혼혈?
근데 1년이 넘도록 낫질 않던 나의 왼쪽 발목을 정말 기적처럼 낫게 해 줬다. 병원 의사들도 찾지 못했던 내 발등 위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열심히 문질러주고 부항까지 떠줬는데, 신기하게도 잘 안 꺾이던 발목이 부드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완전 대박.
다른 발목도 최근에 부상을 당했는데, 상당 부분 호전되었다. 왼쪽 발목은 이제 마사지 받을 필요 없고, 오른쪽 발목만 이틀 뒤에 한 번 더 마사지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와 정말 이렇게 마사지 잘하는 사람은 태국 방콕에서 지인 추천으로 갔던 닥터풋 이후 처음이다. 
마사지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객가인 집안 출신으로 말레이어, 중국어, 객가어, 영어, 광둥어까지 총 5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대부분의 객가인 화교들은 4~5개 언어는 기본인 듯하다.
베이징 출신 와이프와 결혼해서 베이징에 이미 집도 사놨다고. 세상 부자셨어. 
나보고 결혼하라고, 나중에 대화할 사람 없어서 외로울 거라며 한국에서도 안 듣는 잔소리?를 여기서 들었다 ㅋㅋ
마땅한 남자를 못 만났다 하니, 자기가 마사지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을 보는데 자기 와이프에게 무례하게 구는 남자들이 딱 두 나라 있다고 했다. 바로 한국과 일본. ㅎㅎㅎㅎ
뭐 요즘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 세대분들을 보면 그럴 만두... 
암튼 아저씨도 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크림도 발라주고 부항도 원래는 안 해주는 건데 해주시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말라카만큼 인상에 깊이 남았던 시간이다. 

술 값이 비싼 나라라 술을 안 마시려 했는데, 파빌리온 지하 마켓에 이탈리아산 프로슈토와 코파를 팔고 있는 게 아닌가? 맨날 코스트코에서 파는 미국에서 만든 것만 먹다가 진짜 이탈리아산을 보니 안 먹어 볼 수가 있어야지 ㅋㅋ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도 한 병 함께 샀다.
아쉽게도 샴페인 잔이 없어 걍 유리컵 아무거나에 따라 마심. 먹다 남은 망고스틴과 람부탄도 함께.
말레이시아는 다른 종교도 인정하지만 대부분이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마트에 돼지고기와 술은 별도의 코너가 있고, 거기서 따로 계산해야 한다.  캐셔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만져서도 안되기 때문. 유튜브를 미리 보고 가서 다행이었지 싶다. 몰랐으면 실수했을 뻔.

처음 보는 스파클링 와인(대부분 처음 보는 거지만 ㅋㅋ)인데, 안 달고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한 병을 홀로 다 비우고도 담날 멀쩡했던.
이렇게 또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바 앤 뇨냐 뮤지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좀 더 작은 버전의 뮤지엄을 발견했다.

바로 말라카 하우스 MALAQA HOUSE. 입구에 중국계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안내를 하셨다. 

여긴 바바 앤 뇨냐와 달리 마음껏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중국 사극에서 많이 보던 가군데, 보통 여기에 앉아서 차를 마시던. 나도 넓은 내 집을 갖게 되면 집 안에 두고 차와 다과를 즐기고 싶다.

읽을 순 없었지만 멋진 서체가 맘에 들어서.

이런 걸 중정이라고 해야 하나? 바바 앤 뇨냐에도 이런 식의 중정이 있었다.

이런 의자와 탁자 역시 집 안에 두고 차나 마시고 싶다.

여기도 또 다른 중정

화려한 자개로 수놓은 의자와 탁자들

입구에서는 좀 작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와 보니 상당히 큰 집이었다.

바바 앤 뇨냐 뮤지엄보다는 화려함은 덜 했지만 더 정감이 갔던 곳. 아마도 저렴한 입장료(10링깃)에 옛날 작은 타일을 기념으로 가질 수 있었어? 그리고 작은 부채를 기념으로 샀는데 아주 맘에 들어 잘 보관 중이다. 사진을 안 찍어놨네;;

말라카 하우스를 나와 걷던 중 발견한 건물. 아마도 호텔로 쓰이는 거 같던데 화려하고 멋지다. 담에 여기 함 묵어보고 싶다.

영춘회관. 화려하다. 말레이시아 화교들의 사교 장소 같은데, 화교들은 자신들이 진출한 나라들에 이런 식으로 회관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이어 가는 것 같다. LA차이나타운에서 봤던 潮州会馆도 그렇고, 우리나라 향우회 같은 느낌인데 먼가 규모가 더 큰 느낌?

계속 걷다 보니 존커 워크의 또 다른 입구에 도착했다. 

존커 워크는 골동품 수집 매매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어떤 골동품들은 3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것도 있다고 한다. 또한 15세기 말라카 탄왕조?의 무사였던 Makam Hang Kasturi의 묘가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고.

그 외에 영업시간 등이 표기되어 있는데, 그렇구나... 말라카를 중국어로 马六甲라 표기한다는 걸 배웠다 ㅎㅎ

계속 걷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했어 예쁜 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건물이 약간 대만 느낌도 나고 일본 느낌도 나고. 저 청록색과 흰색의 조화가 맘에 들었다.

메뉴명이 기억이 안 난다;;

맛은 좋았고, 분위기도 아늑하니 괜찮았던 곳.

다시 카페에서 나와 길거리 구경하다 발견한 모스크. 중국 회교도들의 모스크는 이슬람 전통의 모스크와 또다른 매력이 있다. 시안에서 봤던 모스크도 신기했는데, 믈라카에서 만난 중국화 된 모스크도 매력이 있다. 하지만 복장 때문에 귀찮아서 안에는 안 들어 감 ㅎ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믈라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야시장 탐방! :)

음식 파는 노점들이 정말 많았는데, 유튜브 보면서 궁금했던 오탁오탁(OTAK OTAK)을 맛보기로 했다.

구워지고 있는 오탁오탁

하나를 집어서 바나나잎을 벗겨보니 이렇게 생선살이 맛나게 구워져 있었다. 꽤 맛나서 완전 맥주 안주로 딱이던데. 맥주가 없어서 아쉬웠던. 

골목 여기저기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그다음은 커리 피쉬볼. 동남아 지역은 피쉬볼이 진짜 맛나다. 탱글탱글하고. 한국은 왜때메 이 맛이 안 날까? 맛은 커리맛에 양도 푸짐하고 아주 좋았음.

그다음은 돌돌. 말레이시아 디저트로 유명하다던데,

오래되어 낡은 테이블과 포커스 나간 사진. 엉망진창이군 ㅋㅋ 여러가지 맛이 있었는데 이건 아마도 코코넛 맛? 쫀득 달달하니 맛났다.

어느덧 존커워크 야시장에 어둠이 내리고, 난 쿠알라룸푸르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 와중에 화려하고 예쁜 건물들.

낮에 봤던 강변은 화려한 조명으로 마치 다른 곳인 듯 변신해 있었다.

한 시간 여를 달려 다시 돌아 온 쿠알라룸푸르 TBS버스터미널. 사람이 많긴 했지만 주변은 너무 무서웠으며, 무슬림계 그랩 운전사는 모른 척 나에게 거스름 돈을 덜 줄려고 해서 즐거웠던 믈라카 여행을 조금 기분이 나쁘게 마무리했다. 쯧. 

말레이시아 넷째 날 아침. 드디어 제대로 나시르막을 먹었다.

보통 닭고기랑 많이 먹던데 나는 소고기로! 가격은 8링깃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한 2,500원? 여기 살고 싶다 진짜 ㅠㅠ 

아침에만 여는 곳이지만 이렇게 간판도 있고, 전화번호도. 유명 나시르막집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든든하게 아침도 먹었겠다. 오늘은 믈라카 혹은 말라카를 가는 날이라 숙소에서 좀 거리가 있는 TBS버스 터미널로 갔다.

믈라카행 버스티켓. 13.40링깃으로 5천 원 좀 안 되는 돈이다. 버스 회사마다 가격이 다르던데 내가 탄 버스는 나쁘지 않았음. 

한 시간 좀 넘게 걸려서 믈라카 버스 터미널에 도착, 해상 모스크를 보러 그랩을 타고 이동했다. 그러나...경비 서는 분이 방문객은 시간이 지나서 들어갈 수 없다고..롸? 그래서 걍 먼발치서 사진을 찍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말라카해협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ㅠ(모스크에는 그닥 관심이..)

근데 또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더니 모스크 내부 관람은 안되지만 밖에서 구경하는 건 괜찮다고 들어와도 된다고...

잉? 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또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ㅋㅋㅋ 참고로 해상모스크 주변엔 카페나 편의점을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입구에 한 아주머니가 음료를 팔고 있을 뿐이었다. 건물들은 많은데 사람이 사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유령도시 느낌. 대부분 모스크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만 있지 싶다.

 그래서 미련없이 바로 이동. 그 유명한 네덜란드 광장.

믈라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여기가 말레이시아의 구(古)수도였다는 것과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기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 그래서인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또 페낭과 더불어 말레이중국 화교들의 거점이라고 들어서이다.

네덜란드 광장의 분수대.

네덜란드 교회.

그 외에도 다른 유명한 유적들이 있었으나  나의 목적은 존커 워크여서 패스 ㅎㅎ

존커 워크로 옮기려는데 울리던 종소리. 괜히 운이 좋게 느껴졌다 :)

네덜란드 광장과 존커 워크 사이에 있던 작은 강변. 많은 여행 유튜버들이 여기서 낮맥 한 잔씩 하던데. 건전한 여행을 위해 얌전히 산책만 했다. 생각보다 더 좋았던 곳. 1박 2일을 했어야 했다...누구야! 믈라카는 당일치기면 충분하다고 한 사람!

강변을 한 바퀴 돌아 한참을 걸으니 이런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남부지방 건물들의 특징인 기루. 햇살이 뜨거울 땐 해를 피해,  비가 갑자기 쏟아질 땐 비를 피해 걸을 수 있는 이 양식은 대만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게 바로 삶의 지혜인거겠지? 각 기후에 맞게 발전된 건축 양식들을 볼 때면 내가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상해여신'이라는 분을 만남 ㅋㅋㅋ '천상성모'라... 그래도 10링깃을 드리고 복을 빌었다. 복 좀 내려주세요.

조커 워크의 시작점인 开运们 운이 열리는 문이라. 괜히 더 마음에 듬. 요즘 자꾸 복이 트이는 거에 욕심난다. (나 불행해? ㅋㅋㅋ)

나시르막 먹은 후로 쫄쫄 굶어서 허기를 달래고자 들어간 식당 Famosa Chicken Rice Ball. 존커 워크 여기저기에 같은 간판이 보여서 엄청 유명한 집이겠다 싶어 방문했는데, 맛은 그닥...가격 대비 별로였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걷다가 발견한 옛 건물.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상당히 맘에 들었다.

존커워크는 야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는 특별히 구경할 만한 것이 없긴 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길거리를 걸으며 독특한 양식의 옛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랄까?

그러던 중 바바 앤 뇨냐(baba & nonya) 헤리티지 뮤지엄이 있길래 방문했다. 유료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바바 앤 뇨냐가 페라나칸, 즉 말레이시아인과 중국인의 혼혈의 남자,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청나라 말기 살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중국인과 말레이반도 현지인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대대손손 이어 온 역사가 이 집에 담겨 있다. 중국식 화려한 장식과 영국의 양식의 건축이 혼합된 이곳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렀던 곳.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셋째 날이 밝았다.

전날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먹은 탓에 아침은 가볍게 열대과일로 시작했다.

내 사랑 망고스틴과 람부탄, 잭푸룻. 두리안 믹스커피(아마도?)와 함께. 좀 많나? ㅋㅋㅋ 망고스틴의 저 뽀안 과육. 싸게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줘야 한다!!

믹스커피를 마시긴 했지만 역시 아침엔 진한 블랙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그래서 스벅으로. 여기 컵마개 맘에 들어 찍어봤다. 우리도 저런 컵 뚜껑을 도입하면 스탑퍼도 필요 없고 좋을 텐데 말이야.

이날은 전날 가려다 만 므르데카 광장, 차이나타운 일대를 가기로 했다. 

므르데카 광장을 MRT를 타고 가면 Pasar Seni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역에서 이런 멋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Dayabumi Complex'라는 옛 말레이시아 철도청? 건물이라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멋진 고층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솔직히 우리나라 보다 멋진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다는 느낌.

이날의 첫 목적지 센트럴 마켓이다.

예쁜 하늘색이 칠해진 센트럴마켓 건물.

무려 1888년에 지어졌다고.

센트럴 마켓의 포토 스폿. 

센트럴 마켓은 원래 주석광산 커뮤니티를 위해 지어진 마켓이고, 수산물, 고기, 야채 등을 팔던 곳이라 한다. 나중엔 이 건물을 해체하려 했는데 말레이시아 헤리티지 신용기금이 이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참여해 지금의 컬처 마켓이 됐다고.

그러나 왜 건물의 외관 사진만 있느냐? 바로 건물 안에 볼만한 게 별로 없어서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이라는 이름이 민망하게 정말 정말 정말 구경할게 너어어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갔다 ㅋㅋㅋ 센트럴 마켓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아쌈락사 가게가 있길래 함 시켜봤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먹은 올드타운커피의 락사는 제대로 된 락사가 아니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던 터.

가격은 그렇다. 저렴하다. 대충 환율 300원으로 계산하면 3천6백 원? 4천 원 아래로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혜자스러운 말레이시아.

역시 올드타운에서 먹은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그렇게 맛없게 만들다니. 약간 우리나라 참치김치찌개도 생각나고 해장용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하마터면 락사를 오해할 뻔했네.

그렇게 락사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무리하고 므르데카 광장을 향해 나섰다.

므르데카 광장 가던 중간에 만난 생명의 강. 멋지게 잘 꾸며놔서 한참을 봤다. 이 강 옆으로 멋진 벽화가 그려진 건물들도 있었는데 못 찍었네;;

한 십여 분 넘게 걸어 도착한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중에 다시 들어가봤는데, 쿠알라룸푸르의 역사와 옛 모습을 사진과 미니어처로 전시하고 있었다. 카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패스.

그런데. 광장 입구에 레드카펫과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Deepavali'를 축하한다는데 도대체 'Deepavali'가 뭔지?

일단 궁금해서 계속 걸어갔는데, 먼가 말레이시아의 정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고, 기자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머야 큰 행사 열리고 있던 거?

신기한 건 여기저기 음식 부스가 있었는데 공짜라고 했다. 헤나도 공짜로 해주고 있었고. 그래서 먹음 ㅋㅋ

다양한 공연도 이어졌다. 뭔데 뭔데. 도대체 이 행사 뭐야?

알고 보니 힌두교의 최대 축제인 디파발리 혹은 디왈리라고 한다. 원래는 10월이라고 하는데, 왜 지금? 계획대로 전날이 왔었으면 못 봤을 행사인가. 정말 2022년은 나에게 "놀면 복이 오나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놀 때마다 운이 좋아?

그렇게 공짜 음식과 공연을 보고 원래 목적인 므르데카 광장으로 갔다.

광장 바로 앞에 이런 비석이. 바로 여기가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이라는 뜻이겠지?

드높이 펄럭이는 말레이시아 국기. 이제는 완전한 독립국으로 자신들만의 나라를 지켜가고 있는, 므르데카 광장의 깃발을 보자니 요즘 우리나라 생각나서 한숨만 나온다. 

므르데카 광장에서 보이는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원래는 영국 식민지 시대 행정부 건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대법원과 섬유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공공도서관. 

중심지여서 그런지 므르데카 주변엔 멋진 건물들이 많았다. 마지드자맥이라는 모스크도 있었지만 굳이 안에 까지 들어가고 싶진 않아서 패스.

므르데카 광장에서 걷고 걸어 차이나타운인 페탈링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너무 짝퉁 가게가 즐비해있어서 실망. 빠니보틀이 완전 맛집이라고 소개했던 호키엔미나 먹으러 왔다. 

빠니보틀이 가게 정보를 공개 안 해서 내가 정말 구글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찾아냈다. 가게이름은 '金莲記‘. 

빠니가 극찬한 호키엔미. 중국 푸젠출신 화교들이 즐겨 먹는다는 이 면은 약간 짜장면 같기도 하고 꽤 맛났다. 무조건 저 소스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극찬하는 카이란 볶음 ㅋㅋ 중국인들이 하는 음식점에 오면 무조건 먹어줘야 한다. 한국에서 먹을 수 없는 요리. ㅠ

하루종일 싸돌아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복귀하는 길에 만난 특이한 과일 샐러드? 여러 열대과일을 토막 내어 고춧가루, 라임즙? 레몬즙?을 뿌리고 버무려 먹는 건데, 매콤 새콤하니 맛났다. 하지만 신맛이 체질에 맞지 않는 나는 많이 못 먹고 버릴 수밖에 ㅠ

알차게 돌아 다닌 나는 내 방에서 보이는 멋진 KL타워 야경을 보며 쿠알라룸푸르의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전 날 말레이시아의 백반이라 할 수 있는 나시르막 파는 곳을 알아둬서 아침 일찍 출동했다.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음식들이 줄지어져 있다. 하지만 밥이 준비가 안된 듯하여 다들 대기 중. 나시르막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쌀 밥에 삼발소스, 튀긴 멸치, 땅콩, 계란을 기본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선택해서 먹는다. 너무나 궁금했던 메뉴.
하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밥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서 포기 ㅠ. 난 포기가 빠른 녀자니까.

그리하여 맞은편에 있는 중식당으로 고고.

내가 시킨 것은 닭고기 죽이다. 아침으로 부담 없이 든든하게 먹기 딱 좋은. 저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가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무난하게 아주 잘 먹음.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전 날 쇼핑해 두었던 믹스 커피를 한 잔 했다. CHEKHUP이라는 브랜드로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라고 하더이다. 이 커피는 저 설탕스틱이 맘에 들어서 구입. 맛은 평범한 믹스커피인데, 설탕스틱 녹여 먹으니 좀 있어 뵌다? ㅋㅋ 선물용도 괜찮은 듯하여 하나 더 사서 지인에게 선물로 드렸다며.

아침을 그냥저냥 보내고 환전을 위해 파빌리온으로 넘어갔다. 근데 환율 너무 별로다. 하필 내가 또 우리 원화가 바닥을 칠 때 여행을 갔던 터라 저 모양 저 꼴. 이번 2월에 갔을 때는 3.43이었으니...말 다했지 머. 여행시기 거참.

암튼 환전을 하고 아침에 못 먹은 나시르막을 푸드코트에서 시켜 먹었다. 스트릿 푸드만큼의 기분은 안 나지만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었서 좋았다. 
나의 첫 나시르막에 대한 인상은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밥을 먹을 느낌이라 소화도 잘 되고 부담 없어서 상당히 좋았다! 솔직히 맛은 머랄까... 너무 평범한 맛? 저 닭요리만 빼고는 너무 익숙한 맛들이라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밥에서는 은은하게 코코넛 밀크 향이 올라와서 매력 있었음.

그리고 후식으로 ㅋㅋ 전날 못 먹었던 허브젤리를 먹기 위해 공화당으로!

굉장히 중국 스러운 그릇과 주전자이다.

요렇게 한방차를 젤리? 푸딩? 으로 만들었는데, 그냥 먹으면 쓰고 맛이 없다. 그래서 저 옆에 작은 주전자에 담긴 꿀을 따라서 함께 먹어줘야 한다. 나처럼 한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인 후식.

후식까지 잘 챙겨 먹은 나는 쿠알라룸푸르의 또 다른 대표 쇼핑몰인 수리아 KLCC에 왔다. 쿠알라는 정말 일주일 내내 쇼핑몰만 구경해도 다 못 볼 듯하다. 쇼핑몰이 엄청 크고 많고 몰려있고. 의외로 동남아 쇼핑의 천국은 쿠알라였다.

그렇게 수리아몰을 구경하고 있는데 막스앤스펜서가 엄청 크게 떡 하니 있는 게 아닌가! 
11년 전 뉴욕에서 처음 알게 된 막스앤스펜서. 그땐 출장 중이고 멋도 몰라 어버버 하다가 몇 년 후 홍콩에서 제대로 구경했는데, 패키지도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샀던 휴대용 장바구니가 넘 예뻐서 아직도 들고 다니고 갈 때마다 사고 그랬는데.
그러고 보니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들에는 다 막스 앤 스펜서가 있었다. 미국도 LA에선 못 봤는데(못 찾은 건지..) 뉴욕에서 목격했었고, 알고 보니 싱가포르에도 있고, 여기 말레이시아도. 좀 신기했음. 

여전히 예쁜 패키지 디자인들. 와중에 김이 있다 ㅋㅋㅋ 김의 세계적인 인기 어쩔.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수리아몰의 그 많은 매장들을 뒤로하고 막스앤스펜서에서만 요렇게 야금야금 쇼핑을 해봤다. 세제와 행주는 숙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나머지는 기념품? 근데 저 라벤더 티슈를 다 털어왔어야 했다. 향이 너무 좋고 질도 너무 좋은데 품절되더니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던 ㅠ 지금도 아껴 쓰고 있다..후...

이거 수리아몰에서 장 본 것들. 저 알리카페는 말레이시아의 인삼으로 불리는 통캇알리가 든 커핀데 , 다들 맛있다던데 나는 걍 일반 커피믹스와 차이를 모르겠... 스테미너가 살아나는 것도 잘 모르겠...
나머지는 구아바 말린 것과 너무나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탄산 맛인 '100+' 그리고 망고스틴!! 먼가 태국보다 싼 느낌인데. 내가 태국에서 비싼 동네에 있었어서 그런가. 암튼 열대과일은 말레이시아가 더 싼 느낌이다. 

이날 저녁은 록록(LOK LOK)이라는 말레이시아 꼬치 음식인데, 사태(satay)와는 또 다른 음식이다. 재료의 종류에 따라 튀기거나 데쳐서 내놓는데, 주인장의 추천에 따라 이것저것 시켰다. 

야채는 데치고 다른 재료들은 튀기고. 저 위의 소스들을 발라서 먹거나 찍어 먹으면 된다. 

총 11 꼬치를 시켰는데, 배 터져 죽을 뻔. 근데 나중에 유튜브를 보는데 어떤 남자 유튜버는 혼자 한 3~4 꼬치 밖에 안 먹더라? 후...내가 미련한 거냐 그 남자가 입이 짧은 거냐...결론은 맛있었음 ㅋ

배는 불렀지만 동남아에 왔는데 두리안을 안 먹을 수 있나 ㅋㅋㅋ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 두리안을 동남에서도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그리고 두리안도 종류가 많은데 무상킹을 최고로 쳐주고 그다음 우당, D24 등등으로 순위가 매겨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무상킹으로 ㅋㅋ

맨날 손질되어 있던 두리안만 먹다가 이렇게 즉석에서 바로 생두리안을 먹으니 맛이 더 풍부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무상킹 두리안은 그동안 먹어 본 것 중에서 가장 맛이 진하고 질감도 꾸덕하고 그랬다. 한마디로 맛있음. 다른 말로는 두리안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질색할 만한 그런 맛임 

양이 많고 배가 불렀지만 클리어. 언제 또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남겨선 안된다고!!
 

 

왜때메 시간은 이리 빨리 지나가며. 다시 말레이시아 여행을 앞두고 부랴부랴 정리한다.
심지어 사진도 12월에 올려놨었네 ㅋㅋㅋ 영어 공부한답시고 이리 내팽겨두다니.
일단 시작은 2022년 11월 1일이다. 나도 내가 코로나 끝나자마자 이렇게 빨빨 거리며 해외를 나갈 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말레이시아 항공, 대한항공, 에어아시아뿐이 없다. FSC항공사들은 비행기 값이 너무 사악하여 에어아시아로 선택했다.
오전 7시 50분 비행기라 고민하다가 걍 공항에서 밤샘. ㅋㅋㅋ 아침에 피곤하게 일어나느니 이게 낫겠다 싶었는데, 둘 다 별로임. 걍 편한 시간 때 비행기 타는 게 쵝오!

처음 타보는 LCC인데, 에어아시아는 특히나 악평이 한가득하여 연착 등등은 각오했다.
하지만 웬걸? 노연착이었다 ㅋㅋ 아 물론 소독한다고 조금 보딩이 10분 정도 늦긴 했지만 이 정도는 머 애교지.

늙은 할미에게 에어아시아는 지성팍이 맨유에서 뛰던 시절 스폰하던 회사로 익숙하다. 그 붉은색의 유니폼. 내가 그 비행기를 타게 됐다.

먼가 의자가 가벼워 보인다.

키 158인 나에게 좌석 앞뒤 간격은 널럴했다. 다만 좌우간격은 좀 좁은 편이라 덩치 큰 사람이 옆에 앉는다면 많이 불편할 듯.

그리고 대망의 기내식! 기내식은 비행기 타는 재미 요소 중 하나인데 아무리 저가비행기라고 해도 안 시킬 수가 없지! 그래서 예매할 때 함께 예약해 뒀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싸고 나중에 밥이 떨어져서 쫄쫄 굶은 불상사(이건 귀국 편에 자세히 얘기를...) 막을 수 있다.

커피는 예정이 없던 것인데, 메뉴판에 무려 '히말라야 솔트 라떼'가 있는 것 아닌가? 소금커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안 시킬 수가 있나! 하.지.만. 히말라야 솔트는 도대체 어디에? 그냥 달달한 믹스커피맛이었다...후...

식사 메뉴는 치킨 브리야니. 나시르막이 넘 궁금했지만 평이 안 좋길래 만만해 보이는 걸로 시켰는데, 무난무난했다. 머 걍 치킨 카레맛? 이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사람들은 걍 동남아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아마도 동남아 음식이 별로 일 듯.
동남아 향신료 들어간 음식들을 맛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맛없는게 아니라 향신료가 안 맞거니 한식 체질인 거겠지. 아님 새로운 음식 먹는 걸 안 좋아하거나.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밝혔으면 좋겠다. 동남아 음식에 대한 모독이야.

이건 아이스 마일로. 동남아에서는 아직도 마일로를 많이 먹던데, 궁금해서 시켜봤다. 어릴 때 먹었던 맛이 기억이 안 나서. 근데 싱겁다...

기내식 먹고 다운 받아 온 영상 보면서 드디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 미국은 너무 멀어 힘들고 일본이나 대만은 너무 가까워 아쉬웠던 나에게 딱 적당한 비행시간이었다.

영어와 말레이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는 공항
이때가 이태원 참사가 있고 얼마 안 되었는데, 입국 심사원과의 대화가 참 착잡하게 느껴졌다.
입국 심사원 : 한국 어디서 왔니?
나 : 서울에서 왔어
입국 심사원 : 너도 이태원 갔었니?
나 : 아니
입국 심사원 : 잘했어
아놔...발목이 다쳐서 여행을 취소할까 말까 하다가, 이태원 참사가 터져서 (밤새 유튜브로 생중계 지켜본 1인), 참사가 터진 것도 터진 거고 이 정권이 너무 그지 같이 일을 처리해서. 설마 세월호 같은 일이 또 터질까 했는데 더 심각하고 사악하게 터져버려서 한국에 있기 싫어서 온 여행인데. 너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 + 이 정권에 대한 극혐수치가 또 올라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또 빡치네.

암튼 무난하게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왔더니, 말레이시아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무조건 알게 되는 올드타운화이트커피가 뙇 있었다.

다들 카야토스트에 커피를 마시지만, 비행기에서 커피를 마신 탓에 말레이시아 밀크티라는 테다릭을 마셨다. 맛은 태국 짜이처럼 진허니 맛나다.

그리고 내가 시킨 것은 락사! 아쌈락사가 워낙 유명하다길래 함 시켜봤다.

화교가 만든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국수가 중국 미펀이랑 비슷하다.

근데 파인애플이 들어있네? 응? ㅋㅋ
약간 역한 맛이 나서 실패한 듯. 이게 아쌈락사가 나랑 안 맞는 건지, 아님 익숙지 않은 맛이라 별로였는지, 이 올드타운화이트커피가 요리를 못 한 건진 모르겠는데, 추천은 안 한다. ㅋㅋㅋㅋ 하지만 나중에 다른 푸드코트에서 먹은 아쌈락사는 맛있었음. 멀까?

그랩을 기다리며. 구름과 하늘 머선 일이니? 그랩은 PINTU5에서 잡으면 됨. 아마도 PINTU가 말레이어로 출구라는 뜻인 듯. 센트럴로 고속열차 타고 그랩 잡아서 숙소 가면 한 10링깃정도 싸지만,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그랩 타고 감. 발목도 안 좋고.

이국적인 풍경. 구름이 너무 예뻤고 이게 열대지방의 구름인가? ㅋㅋㅋ

나의 숙소는 부킷빈탕의 라마다 스위트. 건물은 라마다 스위트이지만 grey stone이라는 업체가 임대해서 영업하는 형태였다. 원룸에 주방과 세탁기가 있어 묵기 좋은 레지던스 호텔이다.

샤워부스가 있는 욕실+화장실. 냄새도 안 나고 깔끔했지만 애기 바퀴벌레가 있었...근데 너무 너무 작아서 걍 참고 씀. 일주일 동안 두 마리 나와서 다 작은 걸루 낫 배드. 이것도 싫은 사람은 고급 호텔 추천.

심플한 침대와 타월

소파와 TV, 넷플릭스, 식탁 등 혼자 지내기엔 적당한 곳이었다. 물론 좀 낡긴 했지만...

냉장고가 아주 좋진 않지만 낫배드. 식기 등도 잘 갖춰져 있었다.

베란다 뷰. KL타워가 보인다.

다른 방향에서는 파빌리온도 보이고.

하지만 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잘란알로 야시장이 5분 거리에 있다는 것! 이제 막 오픈하기 시작했다.

너무 음식점이 많았는데, 그냥 가장 크고 사람 가장 많은 곳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유튜브 보니 빠니보틀이 공형철인가랑 같이 간 곳이 여기더라며. 꽤 맛집인 듯했다)

구운 생선이 주력인 맛집인 듯.

하지만 나는 카이란이 더 눈에 들어왔고요! 어흐 동남아 와야만 먹을 수 있는 것. 최대한 많이 먹어줘야 한다.

사태. 사태는 정말 1도 관심 없었는데, 그래도 또 유명하다니 먹어보자 해서 시켰는데. 세상에 무슨 일이니. 나 걍 일식 꼬치집 1 에서 파는 꼬치생각하고 먹었다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환장했자나.

그리고 주 메뉴인 그릴드피쉬. 안 맛있을 수가 있나? 겉바속촉에 소스도 너무 맛나고. 사태를 넘 먹어버려서 맘껏 즐기진 못했지만 너무너무 맛났던 것.

올드타운화이트커피에서 망친 첫 현지식을 잘란얄로에서 커버하고 소화시킬 겸 밤산책에 나섬.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이 풍경. 아주 맘에 든다.

무슨 날인지 모르겠는데 말레이시아 국기가 여기저기. 원래 이런 건가?;

한 1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파빌리온. 화려하다.

화려한 쇼핑몰을 실컷 구경하고 발이 아파서 카페를 헤매던 중 발견한 찻집. 유튜브에서 저 젤리허브차를 먹는 걸 봤는데, 이 날은 배가 너무 불러서 담날 먹기로.

대신 소화도 잘 되고 머 그렇다는 廿四味 차로 마심. 사전에 따르면 광동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냉차 중 하나라는데 아이돌 그룹 이름이기도 한가 봄 ㅋㅋㅋㅋ
하지만 맛이 너무 쓴 거. 한약 잘 먹는 나도 쉽진 않았다 ㅠ 괜히 사탕을 준 게 아니었어.
이렇게 말레이시아에서의 첫날은 마무리되었다는.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고 싶은데, 막상 여행을 다니다 보면 또 집이 그리워진다. 

암트랙이 취소되어 다른 도시를 가볼까 싶기도 했지만 집에 고양이도 그립고, 먼가 몸도 지친 거 같아서 그냥 예정보다 하루빨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도착한 아름다운 산타페역. 계속 봐도 너무 좋다 ㅎㅎ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려고 역사 안에 카페에 갔는데 이런 문구가 ㅋㅋㅋ 내가 섹시를 표방하진 않지만 그래도 괜히 팁을 주게 만드는 고도의 상술.

사진 포커스 무슨 일이니 ㅋㅋㅋ 그래도 역사가 예쁘니까.

행복했던 샌디에이고의 여행을 마치고 암트랙을 타고 다시 LA로 출발!

예쁜 암트랙 컵에 담긴 아메리카노와 함께!

 창밖으로 보이는 샌디에이고의 거친 파도. 

무슨 역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괜히 예뻐 보여서.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미국스럽게 느껴지는지.

암트랙을 타고 2시간 반 정도를 달려 다시 LA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친구가 마중 나와줘서 차에 짐을 싣고, 지난번에 못 먹었던 타미스 버거(Original Tommy's)를 먹으러 왔다 ㅋㅋ

그러고 보니 여기도 핑크네. Tacos El Gordo도 그렇고. 맛집은 핑크인가!

어마 무시했던 천조국의 코카콜라. 중국도 이 정도로 주진 않던데 ㅋㅋㅋ

칠리 치즈 프라이 크...

Chili Tamale. 이건 약간 라자냐 같은 느낌. 친구도 처음 먹어봤다는데 존맛.

그리고 칠리버거 후.... 이거랑 할라페뇨 들어간 Calienta Burger도 시켰는데, 사진을 찍기 전에 잘라버려서 ㅠㅠ

타미스를 경험하고 나서 왜 LA 가면 인 앤 아웃만 얘기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자기들만 먹으려고 그랬나? 치사하게 ㅋㅋ 나 진짜 이 햄버거 먹고, 타미스야말로 미국 베스트 버거라고 주장하고 싶어졌다. 아니 이 칠리버거를 두고 어떻게 인 앤 아웃이나 쉑쉑 따위를 들이미는 건가! 못 배운 사람들 같으니! 이건 완전 먹어줘야 함. 미국 여행 필수 버거!

아 근데 불편한 게 하나 있다. 여긴 좌석이 없어서 포장해가거나 서서 먹어야 한다;;;; 근데 그래도 괜찮아!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Original Tommy's World Famous Hamburgers

햄버거를 먹고 다시 친구네로 왔다. 마지막 만찬을 위해 짐을 두고 밖으로 나왔는데, LA가 진짜 나를 위해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주는구나.

시간이 없던 우리는 부지런히 걸어서 동네 술집에 찾아갔다. 그리고 이 나초와

맥주 샘플러. 맥주는 솔직히 별로였는데, 친구와 동네 펍에서 맥주 한 잔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중요하지 않았음 ㅋㅋ

그렇게 친구와 한 잔 하고 다시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친구네 집으로 고고!

공항까지 배웅해준다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리프트를 타고 공항에 왔다. 리프트가 너무 빨리 와서 갑작스럽게 인사를 하고 호다닥 공항으로 ㅎㅎ 

공항에서는 미국에서 못 먹어봤던 우유를 하나 사봤다. 우윤데 포장이 너무 귀엽고, 상당히 맛나다.

그렇게 보름 동안의 미국 여행을 마치고 14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갈 때와 달리 꽉꽉 차서 눕코노미를 못했다는 슬픈 마무리.

공항에 도착하니 요렇게 마약견이 가방을 검사하고 있었고, 짐을 찾고 집에 갈 때쯤 몇몇 아이들은 퇴근하고 있었다. ㅋㅋㅋ 귀여워!! 수고했어!!

이렇게 미국 여행 끝!

출라 비스타에서 돌아온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샌디에이고의 마지막 밤을 즐기러 나섰다. 그전에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근처에 있던 Old Spaghetti Factory라는 곳으로 찾았다.

여기도 오며가며 보게 된 곳인데, 건물 외양이 있어 보이고 가게 이름도 매력적이라 한 번 들어가 봤다.

가게 내부가 생각보다 근사해서 바로 착석 ㅎㅎ

세트메뉴라고 해야 하나 수프와 본식이 함께 제공되는 메뉴였다. 일단 야채수프와 빵부터. 수프는 생긴 게 완전 비호감인데 ㅎㅎ 약간 슴슴하니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그리고 본 메뉴인 라자냐. 너무 맛있긴 했는데 너무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다 먹진 못했지만 훌륭했던 곳.
밥을 실컷 먹고 나서 어딜 갈까 하다가 리틀 이태리로 향했다. 관광지 분위기 나고 잘 꾸며진 곳이라 샌디에이고에서 제일 많이 갔던 곳인 듯.

평일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저 보라색 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었는데, 색깔이 너무 비현실적이야 ㅠㅠ

꽃이 땅에 많이 떨어져 있길래 제일 멀쩡한 거 하나 주워봤다. 이쁘다...
그렇게 주변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주 매력적인 기타 연주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미국 와서 길거리 공연하는 사람 많이 봤지만 편차가 너무 심했는데, 이번에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홀린 듯이 소리에 이끌려 갔다.

사운드가 쏘울풀하더라니! 나도 모르게 팁을 $5 주고..ㅎㅎㅎ

매력적인 연주를 배경 삼아 칵테일 한잔을 했다. 칵테일 이름은 Sunset Blvd.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미국에 와서 석양을 많이 감상한 터라 이 날도 석양을 볼만한 곳을 찾았으나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마침 Sunset Blvd 칵테일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앉은자리에서 나름 석양이 잘 보여서 정말이지 아름답고 낭만적인 마지막 밤이었다.

석양이 지는 리틀 이태리...아 저 꽃나무 우리나라도 좀 어떻게 수입 안되나. 너무 아름답자나.

예쁜 리틀 이태리 사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진짜 디자인 참 잘해.

숙소로 돌아올 때는 트롤리 그린라인을 타고 산타페(Santa Fe) 역에 내렸다. 샌디에이고 도착했을 때도 역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밤에 보니 더욱 아름다웠다.
고백하자면 산타페라는 말이 나에게는 약간 좀 촌스러운 단어였다. 물론 무슨 뜻인진 몰랐고 ㅎ 아마 자동차 이름으로 먼저 접해서 그런가. 하지만 이제 나는 '산타페'하면 이 아름다운 역사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

LA 유니온 스테이션도 그렇고 미국의 역사들은 다 교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역사에서 내린 나는 또 겁 없이 숙소까지 걸어왔다. 샌디에이고 다운타운의 밤거리.


숙소에 들어가기 전 항상 대기자가 긴 줄로 늘어서 있던 술집 El Chingon이 웬일로 한가한 것이다! 마침 Michelada도 한 번 더 마셔보고 싶어서 쓱 입장 ㅎㅎ 그랬더니 기본으로 나초를 저렇게 많이 주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안주를 안 시키는 건데! 세비체도 함께 시켰던 터라 너무 배부르게 먹었다. 라자냐 먹은 것도 소화가 덜 됐는데 말이지.
아 우리나라 미첼라다 파는 곳 없나? 너무 맛나다 ㅠㅠ
El Chingon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샌디에이고에서 먹방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날은 한국에 귀국하기 위해 pcr검사를 받아야 해서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침은 숙소 근처에 있던 베이글 가게 Spill the Beans Coffee and Bagels. 늘 많은 사람이 줄 서 있던 곳이다. 베이글을 안 좋아해서 노 관심이었는데, 그래도 유명 맛집인 듯하여 마지막 날에 시도해봤다.

내가 원하는 맛의 베이글과 크림치즈를 고를 수 있었는데,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니까 가게 점원이 추천해줬다. Serrano Hab&Jack베이글과 Shallot n Chive 크림치즈를 선택했는데, 베이글을 방금 오븐에 데워서 그런지 꽤 맛났다. 베이글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좋아할 듯.
Spill the Beans Coffee and Bagels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PCR 테스트를 하러 샌디에이고 공항 근처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의 애정하는 교통수단 트롤리를 타고!

트롤리 그린라인에서 창밖을 보며. 이날도 날이 너무...영화였어

잠시 정차했던 건널목.

목적지였던 미들타운 스테이션의 건널목. 저 멀리 공항이 보인다.

샌디에이고 국제공항. 김포공항도 이렇게 가까이 보기 힘든데,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PCR 검사까지 마치고 드디어 나의 샌디에이고에서의 마지막 탐험이 시작됐다! 바로 출라 비스타 Chula Vista 찾아가기!
출라 비스타는 멕시코 티후아나 Tihuana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인데, 여기에 또 아주 유명한 타코 집 Tacos El Gordo가 있다 하여 도전해보기로 했다. 티후아나식 타코를 한다고 하는데,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서 일단 먹으러 감. ㅋㅋ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트롤리 블루라인의 San Ysidro 방향으로 탑승 -> Palm Avenue 역에서 하차 -> 934번 버스 탑승 -> Palm Av & Beyer Way에 내려야 하는 아주 고난도의 도전이었다.

Palm Avenue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에 찍은 한 컷! 버스를 기다리면서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 아래 약간은 황량한 느낌이 들면서 마치 내가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 미국 로드 무비에서 보던 그 장면이랄까?
버스를 타고 안내 방송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Tacos El Gordo 간판이 아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월하게 도착!

이런 느낌일 줄이야 ㅋㅋㅋ 핑크 핑크 하니 예쁘다.

하지만 예상 못한 난관을 만났으니, 바로 메뉴가 다 스페인어고, 점원들도 대부분 스페인어밖에 못한다;; 일단 나는 블로그에서 본 대로 Tacos de Suadero와 Tacos de Adobada를 시켰다. 시킬 땐 몰랐는데, 내가 쟁반을 들고 각각의 타코 만드는 곳에 가서 주문해서 받아 온 다음에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겁나 헤매다 어찌어찌 하긴 했다 ㅎㅎㅎ

짜잔! 타고 두 개짜리가 Suadero 소고기를 얇게 썬 것이고. 존맛탱. 타코 하나짜리가 adobada 매콤한 양념한 돼지고기 있다. adobada가 맵다고 들었는데, 전혀 안 매웠고 ㅎㅎ 역시 나는 소고기 더 맛있는 거 같다.
그리고 저 그릴드 페퍼는 따로 달라고 했는데, 돈은 안 받은 듯하다. 아무튼 다 좋은데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타코를 좋아하고 탐험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 중 하나였다.
TACOS EL GORDO!

타코도 먹었겠다. 멕시코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하길래 리프트를 타고 넘어갔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걷는 길이 좀 애매한 거 같아서 이번에는 리프트로!
출라 비스타에서 멕시코가 보이는 곳은 바로 라스 아메리카 프리미엄 아울렛(Las Americas Premium Outles)이었다.ㅎㅎ 여기는 명품보다는 대중적인 미국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산책 겸 걷기 좋았다.

산책을 하다가 뭔가 좀 특이한 풍경이 보여서 가봤더니 바로 저어~기 멕시코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삼면이 바다에 북으로는 막혀있는 나라에 살다 보니 이렇게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걸 보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트롤리 블루라인 종점인 San Ysidro역에서 멕시코 국경까지 넘어갈 수 있다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또 호기심이 발동하여 찾아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리니 북적북적한 가운데 이런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멕시코 국경으로 가는 안내표지판이 있다. 나도 이 길을 따라 가보기로.

그리고 국경 도착! 저 문만 넘어가면 바로 멕시코인 것이다!! 두근두근. 나도 한 번 건너가 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느껴졌지만 워워하고.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 괜한 문제 일으키지 싶어서 얌전히 돌아왔다. 실제 코로나 전에는 샌디에이고 여행 온 김에 멕시코로 여행 갔다 온 사람들도 꽤 있더이다.
나는 아직 영어가 시원찮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이번에는 미국으로 가는 안내판이다 ㅎㅎ

약간 살벌했던 미국 세관-국경수비대. 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보려고 했더니 수비대로 보이는 사람이 "무슨 일이죠 맴?" 이라고 살벌하게 물어보길에 "낫씽"을 외치고 얌전히 트롤리 역으로 갔다 ㅎㅎ 쓸데없는 호기심은 넣어두세요.

San Ysidro역의 맥도날드는 꽤 유명한 거 같다. 일단 역에 도착하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고, 저렇게 간판을 맥도날드 트롤리 스테이션이라고 할 정도면 상징적인 장소인 것 같다.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인가!

맥도날드 내부는 이렇게 생겼었다. 약간 쇼핑몰 한가운데 있는 느낌? 지난번에 산타모니카에서 맥도날드에 아주 실망한 터라 따로 사 먹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의 멕시코 국경 탐험을 끝마치고 다시 쉴 겸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하나 구입한 펩시 체리맛. 우리나라도 좀 출시해주면 안 되겠니!

샌디에이고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LA 보다는 남쪽에 위치해서인지 확실히 더 기온이 높긴 했다. 그래서인지 꽃들이 더 활짝 피어있었다.

내가 LA에서 처음 발견하고 너무 좋아하게 된 이 나무의 꽃이 샌디에이고에서는 너무 예쁘고 비현실적으로 활짝 피어있었다.

둘째 날 가게 된 관광지는 바로 올드타운 샌디에이고 역사 기념 공원이다. 숙소에서 트롤리 타고 한 2~30분이면 도착했던 것 같다.

입구에는 이렇게 마을 전체를 표시한 지도가 있다. 우리나라 민속촌 비슷하면서도, 옛날 건물들을 박물관이나 기념품샵으로 개조한 관광지이다.

이렇게 보면 아울렛 같아 보이긴 하는데 ㅎㅎㅎ

안내소이자 기념품 파는 곳을 들어가면 이렇게 미니어처로 만든 마을을 볼 수 있다. 이런 거 너무 좋음!
안내소에서 가볼만한 곳들 일부 추천받고 나섰다. 이날 일요일이라 문 닫은 곳도 몇 군데 있긴 한데, 머 상관없음!

여기에서 발견한 또 새로운 나무. 저렇게 노란 꽃이 탐스럽게 핀 나무는 또 첨 본다. 역시 다른 대륙에 와 있구나 깨닫게 되는 모먼트.

처음 방문한 곳은 MACHADO Y SILVAS 뮤지엄이다. 1843년에 Machodo가족이 딸 마리아와 남편 실바스를 위해 지은 작은 집인데, 나중에 살롱, 레스토랑으로 운영했다고 한다. 1975년부터는 박물관으로 새롭게 탄생했다고.

내부에는 당시 집기들을 재현해놓고 있었다.

그 다음에 방문한 곳은 시가 샵이었는데, 점원들도 너무 옛날 시대 복장을 하고 있어서 재밌었던 곳. 한쪽에 시가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와 시가 피는 거 처음 봤는데 냄새 너무 심하던데. 이걸 어떻게 피는 거야;;; 좋은 구경 했다 하고 나옴.

무슨 건물인지 기억이...

옛날 느낌 물씬나는 수제 캔디샵. 충동구매할 뻔했으나 안 함. 칭찬해 나 자신.

아침에 전날 먹다 남은 브뤼또를 먹어서 그닥 배가 고프지 않았으나, 또 맛난 멕시칸 집이 있다고 하여 안 먹을 수가 있어야지 ㅋㅋㅋ. 그래서 비프타코와 Horchata와 어제 같이 선셋 타코 투어 하던 친구가 마셨던 Michelada를 시켜봤다.

Horchata는 친구가 길거리에서 사줬던 것이 더 맛나긴 했다. 여긴 좀 살짝 밍밍한 맛.

그리고 타코... 난 좀 작은 또띠야에 담긴 걸 원했는데, 양이 너무 많았...; 글고 약간 타코벨 맛? ㅋㅋㅋ 저 사워크림은 그닥...

다른 음식들은 소소하게 먹을만했는데, 물건은 이것! 미첼라다? 미켈라다? Michelada였다! 발음은 사람마다 달리해서 뭐가 정확한 건지 모르겠다;;;
암튼 이건 맥주에 살사 소스, 칠리 라임 솔트 등을 섞어 마시는 건데, 웬일이니. 일단 하나도 안 취하고 매콤, 상큼하니 진짜 여름에 딱인 맥주였다. 한창 더운 대낮에 마셔서 취기가 오를까 봐 살짝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없었음. 아 너무 맛있어!! 이렇게 또 새로운 문물을 알아갑니다. 가장의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은 ㅋㅋㅋㅋ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올드타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특이한 선인장들도 있고. 와중에 선인장에 저렇게 또 낙서를 해주는 인간들 ㅋㅋㅋ

그리고 실제 마구간도 있어서 당나귀도 볼 수 있었다.

옛날 느낌 물씬 나는 상점들

길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커다란 식당가가 있었고, 거기에서 또 이렇게 라이브 공연을 하는 팀이 있었다. 누군가가 베사메무쵸 불러 달라고 했는데, 다른 노래 부르더이다 ㅋㅋㅋ 신기했던 건 베사메무쵸 발음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것! 현지인들도 그렇게 발음하는구나!
올드타운을 둘러보는 데는 한두 시간 정도면 아주 충분했다. 그래서 시간이 너무 남았길래 날도 덥고 좀 쉴 겸 다시 숙소로 복귀.

첫날은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입구에 가스램프 쿼터 지구라고 표시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가스램프를 못 봤다는 ㅋㅋㅋ
적당히 휴식을 취하고 코로라도섬에 가러 페리를 타러 갔는데, 길을 조금 헤매는 바람에 코앞에서 배를 놓쳐버렸다...젠장.

그래서 잠시 배를 기다리며 맥주타임 ㅋㅋㅋ

맥주를 마신 곳은 내가 너무 가고 싶어 했던 미국의 전형적인 펍이었다. 이때가 LA 다저스랑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조금만 빨리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면 경기를 보러 갔을 텐데 말이지!

시원하게 맥주를 한 잔 하고 났더니 이렇게 페리가 도착했다. 잘 부탁해!

페리에서 바라본 샌디에이고 풍경. 홍콩 생각도 나고. 역시 난 바다가 좋고 배 타는 게 좋다!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코로나도 섬이라는 거지?! 슬슬 해가 지려고 한다.
코로나도 섬에서 나의 목적지는 호텔 델 코로나도(Hotel del Coronado). 여행 전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여기가 아주 유명한 스팟이었고, 호텔도 너무 예뻐 보여서 묵지는 못하지만(너무 비싸 .... 부자가 될 테야) 구경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호텔까지의 이동 수단은 바로 버스!

미국에서 버스 탈 때 주의할 점은 내리는 역에서 저 노란 줄을 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하차벨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영화에서나 봤지 진짜 해보니까 재밌었다 ㅎㅎ 살짝 긴장됨. 내릴 곳을 놓칠까 봐.

그렇게 도착한 호텔 델 코로나도. 와....영상에서 봤던 것만큼 너무 예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딱 석양이 질 때였다. 이렇게 이틀 연속 샌디에이고에서 멋진 석양을 감상해주고.

와일드한 샌디에이고의 파도 위로 지고 있는 해를 보자니. 이번 여행은 정말 축복받았나 싶고, 석양을 보기 위한 여행이었나 싶다. 조슈아 때부터 정말 석양 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맞추는 듯.

그 와중에 너무 아름다운 호텔 델 코로나도.
갬성적이었던 코로나도 석양을 실컷 감상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선착장 근처에서 만났던 냥이. 정말 미국에서는 고양이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안녕~

코로나도 섬 선착장 근처 공원에서 바라본 야경. 왜 코로나도 섬 야경 멋지다고 아무도 얘기 안 해준 거야!

홍콩, 상하이의 야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돌아올 때 원래는 5번가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다른 선착장에서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서 Foot of broadway에서 내렸다. 그랬더니 저런 멋진 군함이! 무슨 USS 미드웨이 박물관이라고 하던데 나는 노관심이라 패스 ㅋ

돌아오는 배 안에서 발견한 페리 스케줄표. 1915년부터 운행했다니. 세상에나. 홍콩이나 상하이를 가면 꼭 페리를 타는데, 샌디에이고도 페리 타는 걸 강추한다. 친구나 가족끼리 오면 저 하버 투어도 잼날 듯.
선착장에서 리프트도 우버도 잘 안 잡혀서 결국 걸어왔는데... 내가 간이 부은 건짘ㅋ 그래도 노숙자도 별로 없고 걸을만했다. 물론 중간에 싸움이 난 건지 경찰차와 엠뷸런스가 출동한 곳을 지나긴 했지만...
그렇게 샌디에이고의 둘째 날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안 먹어 본 것이었다! 마침 숙소 왔갔다 할 때마다 궁금하던 곳이 있어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주기!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면서 물어봤더니 이 아이스크림 이름이 쿠키몬스터란다 ㅎㅎ. 아주 맘에 들어!
가게 이름은 Cali Cream Homemade Ice Cream. 점원도 힙하게 잘 생김 ㅋㅋ

알찼던 샌디에이고에서의 2일 차는 이렇게 마무리!

갑작스럽게 샌디에이고로 여행을 온 나는 기차 안에서 우선 숙소를 부랴부랴 예약했다. 숙소 위치는 다운타운 가스램프 쿼터.
하지만 도착시간은 오전 9시 반 정도라 체크인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우선 짐만 맡기고, 호스텔 매니저에게 근처 식사할 곳을 추천받았다.

이름이 참.. 상의 없다고 해야 하나. 암튼 여기이다 ㅋㅋ

커피와 오믈렛을 시켰다. 워낙 유명한 곳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심지어 아침부터 술 마시는 사람들 천지. 특히 블러드 메리 칵테일이 유명한지 많은 사람들이 죄다 그걸 주문하고 있었다. 나도 그 맛이 궁금해서 샌디에이고 여행 중에 한 번은 먹어보려 했으나 어째 저째 못 먹었네. 그리고 저 커피잔 너무 탐났었음. ㅎ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산책 겸 걷고 있는데, 이렇게 길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날이 토요일이라 여기도 장이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상품들을 파는 노점들. 나도 좀 이것저것 사고 싶었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럴 기운까진 없었다. 와중에 날씨 무슨 일이니? 캘리포니아는 진짜 날씨가 너무 예술이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관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트롤리를 탔다. 여행 책자에서 샌디에이고 교통수단으로 트롤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무척 궁금했었는데, 트램이네? ㅎ
하지만 역시 미국 서부에서 대중교통은 좀 위협적이다. 노숙자들도 많이 타고 마리화나 냄새도 많이 나고 혼잣말하는 사람도 많고 ㅎ 하지만 가격이 공짜인 듯? 일단 돈을 내거나 패스를 찍는 곳이 없다. 나는 혹시 몰라 교통카드인 PROTO도 사고 충전도 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찾질 못했다. 그리고 내가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당황.

리틀 이탈리가 있는 동네에서 내려서 다시 산책. 크흐...하늘...날씨...

여기도 파머스 마켓이 엄청 크게 열렸다.

예쁜 분수대

그리고 너무 탐났던 다양한 종류의 살사. 정말 잔뜩 사 오고 싶었다.

잠시 리틀 이태리를 둘러보고 체크인하러 다시 숙소로. 다운타운 근처엔 꽤 오래된 멋진 건물들이 많았다. 이건 발보아 극장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늘 거의 무계획으로(그래도 대략적인 큰 그림은 그림) 여행을 다니긴 하지만 이번만큼 무계획인 적은 없었다. ㅎㅎ 당장 이날 오후 남는 시간을 어찌 보낼지 고민하는 중에 호스텔 벽면에 선셋 타코 투어 찌라시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어머 이건 뭐야? 다행히 그날 투어가 있었고 4시 반까지 신청하면 된다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신청과 결제를 일사천리로 끝냈다.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모이는 장소로 출발!

도착했더니 이런 버스가 딱! ㅎㅎㅎ 너무 귀여운데 ㅋㅋㅋ 신청자들은 나 포함해서 한 6명 정도 되었다.
선셋 타코 투어는 말 그대로 샌디에이고의 유명한 타코 집들을 투어하고 마지막에 바닷가에서 선셋을 보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타코에 눈을 떠 타코 타코 노래를 부르던 나에게 너무나 딱인 투어였다. 그렇게 신나게 첫 번째 타코 집으로!

가게 내부 힙하다!

카운터도 느낌 있어.

그리고 시킨 타코와 맥주. 아! 음식값은 투어 비용과 별도다. 내가 알아서 내야 함 ㅋ 약간 매운맛 타코였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때부터 젊은 미국 친구들과 함께 팀을 이뤄 다니기 시작 ㅎ
힙한 가게 분위기의 타코 집 iSALUD

그리고 다른 장소로 무브 무브!

두 번째 타코 집은 리틀 이태리 안에 있는 푸드코트의 NOT NOT TACO. 이번에는 맥 앤 치즈가 들어간 타코.

마지막은 오션 비치에 있는 Mike's Tacos club이었다. 여기서는 브뤼또로 시켜봤는데, 너무 양이 많아 ;;

세 곳의 타코 집 모두 구글 평점 4.6 이상의 아주 맛집들이었고, 입안 가득 맛난 기분을 전해주는 곳이었다. 특히 마이크 타코 클럽은 위치가 대박이었는데.

우리가 타코를 먹고 나왔더니 이렇게 해가 지고 있었다. 거친 파도와 강렬한 붉은빛의 커다란 해가 지는 모습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와일드함이었다.

그리고 유난히 거칠게 느껴졌던 샌디에이고의 파도. 암트랙을 타고 오면서 느끼긴 했는데, 확실히 샌디에이고가 LA보다 파도가 거친 느낌이다. 그것도 참 신기했고.

갑작스럽게 오게 된 샌디에이고에서 갑작스럽게 떠난 선셋 타코 투어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중심가라 그런지 완전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고, 근처 펍에서 혼자 한 잔 하고 들어갈까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걍 얌전히 잠자러.
그렇게 나의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다양한 여행 수단 중 기차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시간은 좀 오래 걸려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멍 때리고 보면서 갈 수 있고, 자동차보다는 덜 흔들리고, 운신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기차 안에서 커피 마시고, 도시락, 간식 먹는 것도 좋고.
내 여행 인생 중 최종 목표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인데, 당분간은 망한 거 같고.
미국의 암트랙(AMTRAK)을 알게 된 건 미국인과 결혼한 친한 언니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기차여행은 상상도 안 해봤는데(자동차의 나라 아닌가!) 기차가 잘 되어있다고 해서 궁금하던 차였다.
코로나 때 밖에를 잘 못나가다 보니 여행 유튜브를 많이 봤는데, 암트랙 침대열차가 너무 시설이 좋았던 것이다! 심지어 음식들도 너무 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망설임 없이 암트랙을 타자!라고 결정하고 후다닥 미국 LA로 여행을 오게 된 것이다.
내가 예약한 좌석은 Roomette로 한방에 위아래로 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열차 탑승 구간은 LA에서 시카고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떠나는 Southwest Chief 노선이었다. 티켓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었는데 $766이었고, 원래 $623에 구입할 수 있었는데 주저하다가 그 가격의 티켓을 놓쳐버렸다. ㅠ

LA를 시작해 애리조나-뉴멕시코-콜로라도-캔자스-미주리-일리노이 시카고까지 총 7개 주를 지나는 미국 횡단 열차였다!

암트랙을 타기 위해 LA유니온스테이션에 도착했다.

마치 교회같이 생긴 LA유니온 스테이션.
암트랙은 비행기와 같이 체크인을 하면서 짐도 붙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구입한 Roomette석은 First Class로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었다. 나를 배웅 나온 친구들은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ㅋㅋㅋ 궁금하기도 해서 혹시 라운지에 함께 입장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만약 라운지에 자리가 충분하다면 가능하다고. 이때부터 암트랙 서비스에 급 호감이!

암트랙 라운지 입구. 간단한 먹거리와 커피, TV, 소파, 테이블 등이 놓여있어서 대기시간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너무 예뻤던 암트랙 컵. 기념품으로 팔면 좀 사오고 싶었는데, 없더이다 ㅠ

기차 시간이 다 되어 열차 타러 고고고!

건너편에는 서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Surfliner기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땐 몰랐지. 내가 저 열차를 타게 될 줄. 아마도 복선이었을까?

내 앞에 도착한 거대한 암트랙 열차. 2층 열차인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위압적이야. 역시 천조국인가!

친구들과 창가에서 작별의 인사를 하고. 저 멀리 'Los Angeles'가 걸린 간판을 보자니, 진짜 떠나는 건가 싶고.

내 좌석은 2층이었고, 이렇게 의자가 두 개가 마주보고 있으며, 옆에 옷장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대략 이렇게 되어있다.

의자 옆에는 테이블을 넣었다 뺐다할 수 있게 되어있고. 메뉴판이 꽂혀있다. First Class는 기본 생수가 2병 제공되고, 도착할 때까지 저녁 코스 2번, 아침 2번, 점심 2번 총 여섯 끼가 제공된다. 식사는 열차 탑승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미리 체크해둬야 한다. 복도에는 암트랙 로고가 그려진 예쁜 컵과 커피가 무료 제공되고 있다. 이외에도 샤워실도 있고, 비누, 타월도 무료 제공이다. 이 정도 서비스를 10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합리적이다.

앉자마자 어질러 주기 ㅋㅋ

하필 내방 맞은편에 Surfliner가 세워져 있다니. 이것도 복선인가. 심지어 비즈니스 클래스.

안녕 LA~ 즐거운 시간이었어!!

먼가 미드에서 많이 보던 저 정유통? 이제 슬슬 열차 구경을 나서 볼까?

또 다른 타입의 First Class인 Room. 여기는 $1000 이상 줘야 하는데, 확실히 좌석도 넓고, 안에 세면대도 있고 좋다. 친구들이랑 같이 타고 여행하면 좋을 듯.

복도에 놓여있던 무료 커피.

예쁜 암트랙 컵. 몇개 좀 챙겨 올 걸 ㅠ

가장 기대했던 Obervation칸. 여기 앉아서 멍 때리고 경치 구경해야지!

경치가 너무 좋자나. 그것도 편하게 기차에 앉아서 보니까 더 좋자나!

그리고 드디어 식사 시간! 애피타이저로 크랩 케이크를 시켰다. 그리고 레드와인으로 기분 좀 내주고. 기본으로 주는 빵은 걍 소소했다.

이 크랩 케이크는 진짜 강추하는데. 유튜버들이 먹는 거 보고 그닥 안 땡겨서 샐러드를 시킬까 했는데, 그래도 또 특별한 거 먹어줘야지 싶어서 바꿨는데,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 왜 이렇게 맛있어? 스테이크 먹기 위해 맛만 보고 남기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었다 ㅎ

이런 경치를 보면서 먹었다구!

한창 애피타이저를 먹고 있는데, 이렇게 석양이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와 무슨 일이니. 영화네 영화.

그리고 대망의 암트랙 시그니처 아이언 스테이크(Flat Iron Steak)! 두둥!

솔직히 비주얼은 너무 좋았지만, 그래 봐야 기차에서 주는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겠어?라고 큰 기대는 안 했었다.

그런데 맙소사. 저 완벽한 굽기와 탄력이 넘치는 고기의 식감. 이건 웬만한 고오급 레스토랑 스테이크와 견줄만했다. 그래서 결국 또 다 먹어치우고.

후식으로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미국에서는 뭔가 치즈케익을 먹어줘야 할 것 같고. 근데 와 또 이게 왜 이렇게 맛있어?
암트랙 디너는 진짜 무조건 완전히 필수로 먹어줘야 한다!! 저녁도 배불리 먹고 경치도 구경하다가 슬슬 잘 준비를 하러 침대에 누웠는데.
다시 LA로 리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기차 탈 때부터 뉴 멕시코 산불 때문에 열차를 어딘가에서 갈아타야 할 거라는 안내가 나오긴 했다. 좀 귀찮겠지만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겼는데, 밤 12시 넘어 갑자기 다급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강풍이 심하게 불어서 뉴 멕시코의 산불이 우리 열차의 코스인 애리조나와 콜로라도까지 번지고 있다고. 그래서 방금 부사장이 연락 와서 열차를 돌리라고 했단다. 안내하던 직원이 자기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너무 미안하다고. 그로 인한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암트랙 CS에서 직접 연락을 할 거니까 핸드폰 잘 켜 두라는... 롸? 듣고 있어도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아니. 왜 그 산불은 하필 내가 고대했던 미국 횡단 열차 탈 때 나며, 하필 왜 내가 탄 열차가 가는 노선에서 난단 말인가! 아니 나 지금 어디 영화 속에 있니? 이게 말이 돼?
와 그때부터 나는 난리가 났고, 마침 안부를 물으러 연락 온 친구에게 나 다시 LA로 돌아간다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내가 탄 열차는 바스토(Barstow)라는 곳까지 갔다가 열차를 돌려서 다시 LA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ㅋㅋㅋㅋㅋㅋ. 후아...

잊을 수 없다. 바스토. 내 친구도 잊지 못한다 ㅋㅋㅋ. 그래서 결국, 최종적으로 나는 캘리포니아를 벗어나질 못했다. ㅋㅋㅋ
하필 돌아오는 중에 한국 번호를 쓰는 핸드폰은 꺼져있고, 새로 산 아이폰은 중간에 먹통이 돼서 날 너무 당황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등록해뒀던 이메일로 암트랙의 안내 메일이 왔으나 결국 통화는 하지 못했다. 다른 승객들한테 물어봤더니 암트랙 전화를 받은 사람은 한 두 명 정도고, LA 역에 가면 매니저가 안내해줄 거라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했다고...
열차에서 내릴 때 어떤 승객이 승무원과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그 승무원 할머니 왈(암트랙에는 어르신 승무원이 엄청 많다) "내가 40년을 암트랙에서 일했는데, 열차가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야."
미국에서 이런 경험 해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40년 일한 분도 처음 겪는 일을 겪은 여행객이 바로 나야 나!

결국 LA 유니온 스테이션에 새벽 3시 20분쯤 도착했고, 다들 허탈하게 터덜터덜 창구로 갔다.
창구에서 흑인 스태프가 홀로 이 많은 승객들을 대응하고 있었는데, 머 그들도 무슨 방법이 있겠나? 일단 이름 적어두고 다른 열차를 알아볼 건지 취소할 건지 물었다. 나는 머 여기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환불 신청했다. 그랬더니 세상 반가워하는 눈치? ㅋㅋㅋ 그래 차라리 이게 서로 편하지.
하지만 여기서도 느껴지는 흑인과 백인의 격차는, 백인 매니저인듯한 사람은 사무실에서 흑인 스태프가 물어보면 지시하고 밖으로는 절대 안 나오는 것이다. 결국 궂은 민원처리는 흑인 스태프의 몫. 보다 못한 한 백인 아저씨가 뒤에 있는 매니저에게 당신이 책임자냐고 물어보면서, 그런데 왜 당신은 나와보지도 않냐고 했다. (오 쎄다.)
결국 그 백인 매니저는 마치 못해 창구 밖으로 나와서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일단 숙소는 제공해줄 수 없고.(당연하지 새벽 3시에 어디서 숙소를 구해) 우리도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라는 뻔한 얘기뿐. 그 백인 승객 아저씨는 매니저의 그 말에 우리가 기차를 돌려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뭐 하고 있었냐라고 항의. 오 이게 소비자의 천국 아메리카인가!
하지만 아저씨의 강한 항의에도 매니저는 대합실에서 차가 다닐 때까지 지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정도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그래 뭘 더 할 수 있겠니. 그래서 다들 걍 그렇게 그렇게 마무리.

와중에 유니온 스테이션 대합실 예쁘네 ㅋㅋㅋ
내가 비행기표를 LA-In, 뉴욕-Out으로 끊어놨기 때문에, 어떻게든 뉴욕으로 가야 했다. LA로 돌아오는 동안 이리저리 궁리를 해봤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일단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가는 암트랙은 취소하고(암트랙 보험을 들까 말까 했는데, 들어놓길 잘했다. 덕분에 취소수수료가 없었다). 시카고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까 했지만 일단 시카고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애초에 기차 타고 가는 거에 의의를 뒀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뉴욕에서 아웃하는 걸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서부에서 보내다가 그냥 LA에서 아웃하기로 했다. 또 마침 샌디에이고로 가는 열차가 새벽 6시 10분에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포기했던 샌디에이고 여행이 이렇게 부활했다! 친구보고 다시 데리러 나오라고 하기도 뭐하고, LA에서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ㅋㅋㅋ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는 샌디에이고로 출발하게 됐다!

안녕? Surfliner! 아마도 너를 타게 될 운명이었나 봐. ㅋㅋㅋ

샌디에이고로 가는 중에 이렇게 일출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도 어찌 보면 값진 경험이다.

이렇게 뜨거운 태양과 함께 미국 여행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었다.

서프 라이너는 해변가 기차답게 이렇게 멋진 바닷가를 보면서 갈 수 있었다.

저녁에 배부르게 먹었지만 새벽 내내 제대로 못 자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배가 고팠다. 마땅히 연 식당도 없고 해서 빵과 커피가 제공되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끊어서 아침은 일단 해결. 빵은 걍 그냥저냥. 머 많이 먹히지도 않았어.
어찌 보면 황당하고 화나고, 열받을 상황인데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일단 열차에서 자고, 암트랙 디너 코스 먹고, 창밖 경치 구경하는 게 목표였는데, 대충 다 해보긴 했으니까? ㅋㅋㅋ심지어 전액 환불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개이득? 나 너무 긍정적이니?

그렇게 정신없던 시간을 보내고 2시간 30분 정도 만에 도착한 산타페 역.
와... 도착하자마자 샌디에이고 날씨가 너무 좋고 심지어 역이 너무 예뻐서 간 밤에 일어난 일은 바로 잊혔다.

역사 안도 너무 예쁘자나 ㅠㅠ

기차역 밖, 바닥에 있는 산타페 역 표시.
이건 아마도 운명이었던 걸까? 나 너무 설렌다!

4년 만에 조우한 친구들과 헤어질(줄 알았던 ㅋ) 시간이 되었다.
예전에 상하이를 세 번째쯤 여행 갔을 때, 왠지 이번에는 비 내리를 상하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 여행 중에 비 오는 상하이를 즐긴 적이 있었다. 그때 ‘역시 나는 상하이와 잘 맞아’하면서 괜히 우쭐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번 LA여행이 마치 그때와 같았다. 실은 4년 전 친구가 한국에 잠깐 왔다 돌아갈 때, 마침 나도 회사를 그만둬서 이때다 싶어 같이 LA를 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친구의 사정으로 불발되고만...
그런데 이번에 온 것이 정말 타이밍상 너무 제대로였는데, 4월이 마침 LA에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덥지도 않고 적당히 쌀쌀하며 맑은 날씨가 내내 이어진. 나처럼 맑고 햇살이 눈부신 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완전 최적의 날씨였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지 LA의 비 오는 날도 한 번쯤 경험하고 싶기도 했었다.
이런 나의 바람을 마치 엿들은 듯! 친구들과 마지막 밤을 보내며 와인을 마시는데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친구들이 너가 오니까 날씨가 진짜 좋네. 타이밍 진짜 좋다. 이런 말을 해줄 때도 원래 이맘때쯤 LA 날씨 원래 좋은 거 아냐?라고 시크하게 대답했었는데, 와 비까지 내려주니 기분도 좋고, 먼가 우쭐? 약간 신비한 경험?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면 운치 있는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암트랙(AMTRAK)을 타기 위해 나서는데 이렇게 새벽에 비가 내렸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정말 이번 LA 여행은 신의 한 수였어.
이날은 기차시간이 오후 2시경이었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게티센터(Getty Center)를 가기로 했다. 여기도 원래 스킵하려고 했던 곳인데, 친구네 집에서 한 15분이면 갔고, 할 일도 없고 ㅋㅋㅋ
그런데 새벽에 비가 내린 덕분인지 이날 날씨가 너무 예술이었다. LA가 마지막 날까지 날 또 이렇게 환송해주는구나!

친구네 동네 한 컷. 하늘색깔 무슨 일이니? 아무리 아이폰 카메라가 갑이긴 하지만 노필터로 이런 색감 실화냐?

그리고 도착한 게티센터 정원. 저 멀리 바다까지 보일 정도로 공기가 너무 맑았다.

날씨도 예술이고 경치도 너무 좋아서 사진 백만장 찍음.

사람들이 이 각도로 사진을 많이 찍길래 왜 그런가했는데, 그럴만했음. 내가 사진을 못 찍어서 그렇지 ㅋㅋ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저 멀리 무슨 섬이 보인다고 했는데, 이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사진에는 나름 담는다고 담긴 했는데. 저어기 희미하게 섬이 보인다.

이렇게 실컷 경치를 구경하고 하산.

하산하는 모노레일에서 찍은 풍경.
그렇다. 작품은 하나도 안 보고 경치만 실컷 보다가 내려왔다.
게티센터를 가기 전 친구한테 작품들은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딱히 보고 싶은 작품도 없고. 친구가 반 고흐 '아이리스'라도 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많이 황당해했다. 내가 반 고흐를 좋아하지만 그 작품은 별로 취향도 아니고. 오늘 날씨가 예술인데 무슨 '아이리스'따위를 보냐고 센 척했다. ㅋㅋㅋㅋ 그렇게 작품 따위 스킵하고 정원만 돌고 커피 한 잔 하다 보니 떠날 시간이 얼추 되었다.
친구는 어디 가서 게티센터 갔다왔다고 말하지 말라했다. 창피하다고 ㅋㅋㅋㅋ. 그래도 '아이리스'보다 이날 날씨가 더 예술이라는 건 인정해줬다. :) 인간이 위대한들 자연이 선사해주는 이런 날씨만 할까?

마지막 날 점심은 술꾼 부부에게 내가 쏘기로 했다. 여행 내내 고마웠고, 밥도 많이 사주고 해서 내가 한턱 쏠 거야!라고 의기양양하게. 한식을 좋아하는 두 부부를 위해 코리아타운의 곱창집으로 갔다. 맛집이어서인지 너무 맛있고, 양도 푸짐하고 아주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내 체크카드가 결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카드가 든 지갑을 차 안에다 두고왔다. 젠장. 결국 곱창 값은 친구가 결제하고. 한국에 오면 내가 우리 동네 맛집 황소곱창에서 쏘기로 했다.
하... 너무 당황스러워. 내가 올 때 한 150만 원 정도 통장에 넣어뒀는데, 벌써 다 썼다고? 멀 그렇게 산 거야? 어플을 확인해보니 잔고가 몇십만 원 남아 았었는데 왜 그런 거야? 젠장. 하고 원인을 따져봤다.
결론은 잔고는 남아있었으나 해외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하다보니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하루 이틀 정도 걸렸고, 앞으로 결제될 금액이 더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잔액이 곱창 가격보다 1~2만 원 모자랐던 것이다. 하...
정말 너무 황당. 여행 체크카드 잔고 수시로 확인합시다. 그냥 신용카드 사용하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미안한 마음에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커피는 내가 쏠거야!! 하면서 커피 한잔을 기어이 샀다. 비싼 걸루 ㅋㅋㅋ

다른 친구가 기차역까지 함께 배웅해준다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친구네 사무실로. 친구 사무실은 체이스은행 빌딩에 있었는데, 여기야말로 LA뷰 맛집이었다. 수영장도 있고 말야.

그렇게 환상적인 날씨의 LA를 뒤로하고 이제 시카고로 떠나기 위해 LA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ion)으로 향했다.

LA에서 9박 10일 동안 여행한다는 건 의외로 좀 아쉬운 기간이다. 애초에 난 이렇게 오래 있지 않으려고 했다. 딱히 볼 게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한 2박 3일 정도 샌디에이고를 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볼 거 없다고 걍 LA에서 놀자고 꼬셔서 그대로 눌러앉아서 놀았던 것이다 ㅎ
근데 생각보다 뭔가를 많이해서인지 여유롭게 친구네 동네 산책을 많이 못해 아쉬웠다. 막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아침 산책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LA를 떠나기 전 날인, 이날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친구 부부가 아이들 등교 준비로 바쁜 틈을 타 홀로 다운타운까지 산책을 하기로 했다.

너무 맑고 햇살이 눈부셨던 아침. 산책 시작!

동네 교회를 지나

미국에서 처음 보고 너무 신기했던 보라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와 전형적인 미국집.

길가에 예쁘게 핀 백장미. 가운데는 분홍색인 것이 참 예쁘다. 나이 드니 좋아지는 꽃 ㅋㅋㅋ

아직 나무에 걸려있던 이스터에그. 마침 내가 간 기간이 부활절 주간이었다.

그렇게 다운타운까지 한 3~40분 정도 걸어왔다. 그리고 도착한 컬버시티 호텔 앞. 왜 이 사자가 좀 중국스러워 보이는 거지?;
미국에서 미국만의 특색 있는 커피를 아직 못 마셔봐서 근처에 있던 필즈커피(Philz Coffee)를 방문했다.

원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맛보려 했으나 여기 메뉴들이 특이하길래 또 도전 정신이 발동하여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봤다. 메뉴판에 보이는 이 로제 커피의 색깔이 너무 예뻐서 이걸로 시켰다. 가격은 사악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영수증을 보니 나쁘지 않음. 스몰 사이즈가 $4.85. 아침 겸 라떼로 마셔줬다.

홀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다시 친구네 집으로 고고. 가는 길에 이 꽃이 좀 더 많이 핀 나무가 있어서 또 사진 한 장 찍어줌ㅋㅋㅋ. 나 이 꽃나무가 너무 좋아서 샌디에이고에서는 백만 장 찍었다. LA는 날이 아직 쌀쌀?해서 꽃이 덜 피었는데 샌디에이고는 흐드러지게 펴서 너무 예쁘더이다. 네이버 렌즈에서는 능소화라고 나왔는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날은 특별한 일정이 있다기보다는 조슈아 여행을 함께했던 친구네 회사로 가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Carson이라는 동네에 있는데, 닥터 드레, 아이스큐브, 이지이 형님 등이 사시던 캄튼(Compton) 옆 동네이다. 그 동네가 너무 궁금했지만 여자들끼리 있는 관계로(여자가 아니라 동양인들이 거길 간다는 게) 너무 위험하여 캄 다운함 ㅋㅋ
근데 이 칼슨이라는 동네는 내가 생각하는 도심지의 그런 빌딩 숲이 있는 동네가 아니었다 ㅋ. 거대한 물류창고들이 즐비한 곳으로 심지어 사유지라고;;; 친구에게 설명을 듣고 미국은 또 한번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친구가 보통은 토렌스로 나가서 식사를 한다고 하여 이동. 먼가 민폐끼친 느낌이라 좀 미안했다 ㅎㅎ

우리는 Kagura라는 일식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오 이집 상당히 맛있다. 돈까스는 너무나 늘 맛나는 거고. 마제면도 멘야하나비만큼 맛나다.
하지만 너무나 의외의 맛이 있었으니 바로 중간에 있는 우니리조토이다. 비주얼은 좀 많이 거시기한데. 밀가루를 못 먹는 친구가 고르고 골라 주문한 메뉴였다. 처음엔 다들 당황했지만 맛을 보고 세상에나. 와. 너무 맛있었다. 진짜 우마이!!
그렇게 친구와 즐거운 식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고고!
이 날은 특별한 스케줄이 없던 관계로 시간도 좀 남아서 근처 허모사 비치(Hermosa Beach)로 드라이브하면서 가기로 했다.

잠시 차에 내려서 걸어 간 허모사 비치 피어.

푸른 태평양 바다.

먼가 오래되어보이는 공장 굴뚝들과

모래사장과 파도가 치는 바닷가. 그리고 너무 예쁜 하늘.

차 안에서도 너무 경치가 예뻐서 사진을 마구 찍어줬다. 바닷가 특유의 이런 풍경 너무 좋아 ㅠㅠ
신나게 바닷가 드라이브와 홀푸드를 들렀다가 친구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가는 중에 나머지 필즈커피를 맛보기 위해 ㅋㅋ 잠시 다운타운에 들렸다.

이 건물이 아마존이라고 했었나? 컬버시티에는 소니 스튜디오도 있고, 예전 영화 산업의 중심지였어서 OTT 서비스 업체들이 입주하고 있다 한다. 애플TV인가? 도 올 거라고 했던 거 같은데.

너무 궁금했던 모히토 커피도 맛보고.

친구 딸램이 보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해서 함께 동네 도서관을 갔다. 미국 도서관 궁금하기도 했어서 나도 따라나섰는데, 너무 좋자나!

이렇게 서가마다 검색을 할 수 있는 스크린들을 설치해놨다. 역시 천조국인가!

이건 책 제목이 맘에 들어서 ㅋㅋ 영어 원서는... 불가능하다.
8일간의 LA의 여행을 마치고, LA 에서의 마지막 밤(인 줄 알았지 ㅋㅋㅋ ㅠㅠ)이 왔다. 술꾼친구부부와 마지막 저녁 식사를 집에서 조촐히 하기로 했는데, 친구가 또 이렇게 요리를.

코스트코에서 파는 치오피노(Chiopino). 밀키트로 판매되고 있으며, 친구가 완전 강추하면서 꼭 먹어야 한다고 했던 건데, 완전 맛나. 처음 들어 본 요리였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래한 음식이라고. 완전 내 취향 저격이야. 한국 코스트코는 왜 없어!

그리고 뿔뽀(Pulpo). 난 뭐 문어숙회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웬걸 너무 맛나는데. 이 녀석 한 요리하는데?
친구가 해 준 맛난 요리와 와인과 함께 옛날이야기하며 웃다가 흥분하다가 쿠사리 주다가 깊은 새벽까지 LA에서의 마지막 밤인 줄 알았던 ㅋㅋㅋ 그날을 아쉬움 속에 보냈다.

언젠가부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먹거리였다. 하지만 미국은 시그니처 음식이라고 할만한 건 햄버거 정도밖에 없어서 음식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고 시작했다. 친구 만나는 게 중요했던 거니까!
그래도 맛집들은 많을테니 친구들한테 추천받으며 다녔는데, 친구가 가장 추천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치킨와플이었다.
맙소사. 와플 위에 치킨을 얹어먹다니...와플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요즘 유행하는 크로플도 안 좋아한다) 나는 거기에 튀긴 치킨이 올라간 걸 상상하니 세상 퍽퍽하고 너무나 별로였다. 그래서 계속 거부를 해왔는데, 이 술꾼 부부가 어찌나 강추하던지.
그래서 이날 가보게 되었다. 가게 이름이 'Met Her At A Bar'였는데, 꽤 낭만적인 이름이다. 가게 이름이 이러니 친구가 여러 번 말했는데도 안 외워졌지ㅋㅋ 전혀 예상 못한 가게 이름이었다.

여기는 철저하게 백신 증명서를 체크했던 가게이기도 하다. 요즘은 어떨라나.

친구는 치킨와플을 주문하고, 끝까지 치킨와플에 불신을 가졌던 나는 오므라이스로. 여기 커피 꽤 진하니 맛나다. 빈 속에 마시는 커피는 역시 최고야 :)

문제의 그 치킨와플. 하지만 생각보다 치킨이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고, 와플도 그다지 뻑뻑하지 않아서 상상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선택하지는 않을 메뉴이다 ㅋㅋㅋ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좋아할 듯.
이 가게가 알고 보니 친구가 예전에 살던 동네라고. 어느덧 미국으로 이민 간 지 10여 년이 된 친구. 얘기하고 있을 땐 우리가 그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다는 걸 못 느끼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난 친구가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진지한 얘기를 하는 걸 쑥스러워하는 우리는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늘 가벼운 얘기만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서로의 많은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나이 들어서 깨닫게 된 건 친구의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해도 마음은 여전할 수 있다는 거? 이렇게 어른이 좀 됐나 보다.
이번 여행은 약간의 업무도 동반한 것이라 내가 이날 오후에 미팅이 잡혀서 시간이 좀 애매했다. 친구는 굳이 나를 데려다주러 차를 타고 나왔고, 택시 타도 되는데 말야. 고맙고 미안한 마음? ㅋㅋ
근처 쇼핑몰인 센츄리 시티의 웨스트필드에 가서 소화도 시킬 겸 아이쇼핑을 다녔다. 그리고 찾아간 85℃!! 세상에.

여긴 대만의 유명한 베이커리인데, 나는 중화권 여행 갈 때마다 여기서 빵보다는 씨쏠트 커피를 사 먹는다. 여행 도중에 여길 발견하면 무조건 사 먹는데,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몰라서이다. 최근에 CU편의점에서 이 커피를 팔긴 하지만 매장에서 사 먹는 만 못하다. 아무튼 85℃를 미국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한국은 왜 안 들어와!!
그런데 너무 충격이었던 것은 친구가 이 커피를 마구 흔들어서 섞어 마시는 거다. 맙소사. 내가 깜짝 놀라 너 뭐 하는 거야!? 그걸 왜 섞어! 라고 했더니 친구가 더 놀람 ㅋㅋㅋ 친구에게 이 커피 마시는 법을 다시 알려줬다. 이건 절대 네버 섞어 마시면 안된다규!
85℃의 씨솔트 커피를 마시고 좀 더 산책을 하다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미팅 장소로 떠났다.
미팅 장소가 선셋 스트립(Sunset Strip) 근처였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 한 잔 하고 주위를 돌아봤다.

선셋 스트립에서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파친코 빌보드였다. 미국 드라마이지만 우리나라 소재의 드라마가 저렇게 대대적으로 걸려있다니. 진짜 K컨텐츠의 힘인가? 음식은 잘 모르겠고, K드라마와 K뮤직은 진짜 인지도가 상당한 것 같다.

이 근처에 다양한 클럽들이 모여져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하다. 이건 The Roxy Theatre. 컬러풀하다 ㅎ

여긴 어떤 클럽 벽인 거 같았는데, 다양한 밴드들의 이름을 새겨놨다.
선셋 스트립에서의 미팅까지 마친 후 친구와 그리피스(Griffis) 천문대를 오르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친구를 만나러 근처까지 고고!
이때 처음 Lyft택시는 탔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좀 비싼 요금으로 탔더니 정말 비쌌다 -_- 거리는 3.5km 정도인데 무러 36달러 조금 넘게 나옴...하...캘리포니아 물가 정말 너무하다. 친구가 새삼 더 고마웠던 순간 ㅋㅋ
그리피스는 친구 딸램도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전에 타이타운의 새로운 가게에서 타이요리로 배를 채웠다. 벌써 세 번째 태국 음식 ㅋㅋㅋ

볶음 누들과

볶음밥과

돼지고기 초이삼 볶음.
어째 다 볶음 요리였네 ㅋㅋ

요건 근처 태국 가게에서 구입한 태국 디저트. 친구가 추천한 건데 입 심심할 때 먹기 딱 좋을 것 같다.
든든하게 밥도 먹었겠다. 그리피스 천문대로 출발!!

저 멀리 그리피스 천문대가 보인다.

중간에 전망 포인트에서 한 컷. 저 멀리 보이는 다운타운. LA는 진짜 넓고 평평하다.

정상에 오르니 해가 지려고 한다. 나이스 타이밍! 조슈아에서도 그렇고 석양 타이밍이 참 좋다 이번 여행.

저 멀리 헐리우드 사인도 보이고. 시간이 된다면 저기까지 함 하이킹해보고도 싶다.ㅎ

다운타운 줌인.

가까이에서 본 그리피스 천문대. 이날은 개방하는 날이 아니라 안에는 못 들어가 봤다.

그리고 LA의 야경. 크...어쩜 이렇지? 한국에서는 높은 빌딩도 많아서 시야에 걸리는 게 많은데. 참 넓고 넓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지평선인가!

LA의 야경 실컷 구경하고 하산 길에 한 컷.
그리피스도 갈까 말까 했던 곳인데 갔다 오길 잘한 것 같다. 여행지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가주기는 해야 할 듯.

나에게 타코란 그냥 가끔 먹는 외식 메뉴였다. 처음 타코를 접한 건 타코벨이었는데, 맥도날드 같은 느낌의 패스트푸드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뒤로는 온더보드나 감성타코 등에서 화이타라던가 퀘사디아 같은 메뉴를 더 많이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LA에서 타코를 새롭게 배우게 됐는데, 바로 El Taurino 타코!이다.
이 날은 술꾼부부와 다운타운에 가기로 한 날인데 그전에 맛난 타코 집을 데려가 준다고 했다. 나는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타코가 새로운 메뉴가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웬걸! 가게 분위기부터 압살이다.

내가 21세기 레스토랑에서 소가 박제된 것을 볼 줄이야. 멕시코, 스페인 느낌 뿜뿜한다.

그리고 나온 것이 바로 이것!! 왼쪽 위가 돼지고기 아래 가운데가 소고기, 그리고 오른쪽의 저건 튀긴 또르띠아와 치즈? 같은 걸 얹은 건데. 와 진짜. 왜 타코가 이렇게 맛난 거라고 지금까지 몰랐을까? 저 소고기 타코와 그린 살사는 너무 맛있어서 솔직히 더 시켜먹고 싶었는데, 앞으로 먹을 것들이 더 많이 남아있어서 참아야 했다. 돼지고기 타코는 내가 그닥 돼지고기를 안 좋아해서 그냥 예의상 먹었는데, 웬일이니 이것도 맛있자나! 약간 우리나라 제육볶음 느낌?
이때부터 완전 멕시칸에 빠져버리고, 급기야 샌디에이고에서는 타코 투어까지 하게 됐다 ㅋㅋㅋ
El Taurino의 위치는 바로 이곳. 여러 곳이 있는데, 내가 간 곳은 본점? 이었다.

내가 하도 타코타코 노래를 부르니까 귀국할 때 친구가 트레이더스 조에서 타코 시즈닝을 선물로 사줬다 ㅋㅋㅋ
역류성 식도염 좀 나아지면 당장 해 먹어 줄 테다.
감격스런 타코 식사를 마치고, 타코의 여운을 느끼며 찾아간 곳은 다운타운에 있는 아트 디스트릭트였다.
며칠 전 다운타운의 충격과 친구가 다운타운은 동네가 좀 위험해서 남편이랑 가는 게 좋겠다 하여 함께 여행을 하게 됐다.
그전에 친구가 요즘 힙하다고 추천한 로우 다운타운(ROW DTLA)을 갔었는데, 우리가 너무 평일 오전에 가서인지 문을 안 연 가게도 많았고, 그다지 볼 게 없었다. 아직은 여행지로 가기엔 좀 가게가 더 많이 들어와야지 싶..
그리하여 바로 근처인 아트 디스트릭트로!

너무 일찍 가서 맥주집도 안 열었고 ㅠ 와중에 고양이 그림 귀여워서 ㅎ

국내 여행 방송에서도 나왔던 그래피티들

그래피티2

와중에 보이던 사회복지서비스센터의 그림도 이렇게 힙할 일인가!

미국에서도 은근히 고양이 그림들을 많이 봤다. 정작 실물 고영씨들은 보기 힘들었지만.
아트 디스트릭트 구경은 꽤 볼만했지만 역시나 우리가 너무 일찍 가서인지 딱히 문 연 가게도 없고...너무나 썰렁하고. ㅎ 하지만 진짜 여자 혼자 오기에는 좀 쉽지 않은 동네이긴 했다. 숙소 잡으려던 곳이 여기에 있었는데, 무지 후회할 뻔.
아트 디스트릭트까지 구경하고 난 우리는 너무 시간이 남아돌았다! 타코 먹은 게 아직 소화도 안됐는데, 어디 먹으러 갈 수도 없고...
그리하여 쥐어짜서 찾아낸 곳이 바로 이 엘 푸에블로 LA 역사 공원(El Pueblo de Los Angeles Historical Monument)이었다. 여행책자에서 보고 알게 된 곳인데, 암트랙 타는 날 시간 남으면 가보려던 곳이다. LA의 초창기 모습을 재현? 해낸 곳인데, LA가 원래 멕시코 땅이었던 만큼 멕시코풍의 기념품들을 잔뜩 팔고 있었다.

정작 가판대는 하나도 안 찍고 이런 것들만.
친구 부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곳 구경도 너무 빨리 끝나서 돌아 나왔다...

그때 발견한 이것. 뭔가 멕시코 원주민들이 했을 법한 제사의식 같은 걸 재현하고 있었다. 막 이상한 허브들도 태우고. 기 좀 받고 갑니다 ㅎ
여기에서의 일정도 너무 빨리 끝나서 그냥 근처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내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걸 아는 친구들은 그렇게 또 동행을.(할 것도 없고 ㅋㅋㅋ)

차이나타운 입구에도 ROUTE66 표지판이 있었다. ROUTE66가 여기도 이어졌었구나. 하긴 바로 근처가 유니온스테이션이니까.

너무나 차이나타운임을 알아볼 수 있는 입구. 코리아타운이나 재팬타운 그리고 다른 나라 타운들에서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는데, 중국만 유독 전 세계 자신들의 타운에 이렇게 티를 낸단 말이야. 그것도 참 신기해.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걸은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단 차오저우회관(潮州会馆). 해외에 나간 중국 화교들은 대부분 광둥성이다 보니 이렇게 그 동네 요리는 내세우나 보군 이라면 속으로 아는 척했다 ㅋㅋ. 역시 많이 알수록 많이 보임.

미국에서 딱히 기대했던 음식은 없는데, 그나마 좀 궁금했던 게 바로 이 미국식 중화요리였다. 역시 영화와 티비의 영향이 이렇게 크다. 맛은 좋았으나 너무 양이 많고, 아직 타코가 소화가 다 안된 관계로 대부분을 打包해갔다. 여기 굉장히 유명한 곳이던데, 연예인 사진들도 엄청 많고. 그리고 종업원들은 전혀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포츈쿠키. 근데 포츈쿠키 메모에는 원래 복권번호가 나오나? 지난번에 친한 언니가 준 포츈쿠키에서도 그렇던데.
차이나타운까지 무려 다섯 군데를 돌아다닌 우리는 그래도 시간이 너무 남았다 ㅋㅋㅋㅋ. 그래서 찾아간 곳이 그로브몰(Grove Mall). 여기도 여행 책자 보고 시간 되면 가고 아니면 말고, 했던 곳인데 ㅎ

근데 도착하자마자 너무 예쁜 트램이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또 트램 너무 좋아하쟈나! 안 탈 수 없지!
내가 트램타고 신나 하자 친구 부부는 자기네 딸이랑 며칠 전에 와서 탔다며, 나보고 딸이랑 취향이 비슷하다고 -_-

트램에서 바라 본 경치

그리고 여기서 발견한 프랑스 가게와(이름을 모르겠다) 핫소스 가게!! (이거 완전 대박), 고대하던 씨즈캔디(SEE'S CANDY)에 들러서 신나게 구경과 쇼핑을 하고. 남들은 옷가게 등등에서 신나게 쇼핑하지만 ㅋㅋㅋ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다시 친구네 집으로 고고!
근데 그로브몰에서 느낀 건 나 의외로 쇼핑몰 구경을 제일 좋아하는 걸 수도 있다는 것? ㅋㅋㅋ 세상 눈이 반짝거렸네. 난 내가 그런 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지.
친구네 집에 온 후 다들 아이들 챙기느라 바쁘길래 소화시킬 겸 혼자 동네 산책에 나섰다. 전날 친구가 알려준 길대로 잘 걸어서 컬버시티의 다운타운까지 걸어왔더니. 아니!

이날이 컬버시티 파머스마켓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런 걸 알려줘야지 이 친구야! 친구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날 열리는 줄은 몰랐다고 ㅋㅋ
사담이지만 LA 여행은 여러모로 나와 참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느낌이다.

이건 그냥 뉴올리언스 여행 가고 싶은 마음에 찍어 본 뉴올리언즈 음식을 파는 부스.

컬버시티 다운타운에 오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CULVER HOTEL이다. 미드에서 볼 법한 예쁜 호텔.

그리고 먹은 치폴레(Chpolte)! 와 이거 머니? 백슨생님 유튜브에서 방탄 진인가 정국인가가 치콜레로 잘못 발음해서 화제가 됐다며 레시피를 알려주셨는데, 그때도 너무 궁금했지만 이날은 타코에 눈을 떠서인지 더욱 먹어 보고 싶었다. 소화시키러 나왔다가 다시 더 집어넣어주는 나레기 클라스!
아 근데 너무 맛있자나 ㅠ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잔뜩 들어간 이 음식을 어찌 안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맨날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날 이후 못 먹었다는 슬픈 결말 ㅠ 의외로 먹을 타이밍이 없었다.
근데 미국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던지, 내가 콜라랑 한 17달러 정도 줬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왤케 가격이 올랐냐고. 원래는 한 12달러? 정도 했다 하네. 미국 인플레 답이 없다. 내 주식도 답이 없다 ㅠ

치폴레를 맛나게 먹고 양심상 다시 걸어서 친구네로 귀가. 가는 길에 있는 공원도 한 컷 찍어주고. 오래된 나무가 참 많아 부러워.

이건 그냥 미드에서 많이 보던 중국음식 담는 종이 박스 ㅋㅋ 약간 여기에 음식 담아 먹는 거 해보고 싶었었는데 (별걸 다ㅋ)반가워서!
生意兴隆! 사업번창!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드디어 친구와 말리부로 떠났다.
암 생각 없이 여행을 온 나를 위해 친구가 말리부를 제안했고,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콜!
근데 말리부도 하이킹해야 함? 다들 샤랄라 원피스 입고 찍던데. 긴 청치마를 입고 간 나는 살짝 당황.

여기가 아이언맨 로다주의 집터라던데, 저기에 CG를 한 거라고.
중요한 포인트를 봤으니 하이킹 아닌 하이킹을 하고 말리부를 떠났다. 산책을 하기엔 해가 너무 뜨거웠다.

말리부 근처에 있던 몰에서 일단 아점을 하기로 하고 찾아간 곳. 입구가 예쁘다.

나는 새우튀김 타코를 친구는 랍스터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당연히 맛있다. 근데 가격이 ㅎㄷㄷ. 카드 결제 내역 보니까 8만 원이 넘었다;;;
첨에 내역서 보고 멀 산 거지? 했는데 ㅋㅋㅋ 영수증과 맞춰보니 이거였다. 랍스터는 미국에서도 많이 비싸군;;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타코가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튀김이라 그랬나. 하지만 다음날 나는 타코가 세상 맛있는 음식이란 걸 알게 됐으니!! 이건 다음 편에.

그리고 함께 시킨 멕시코 코카콜라. 어디선가 멕시코 콜라가 더 맛있다고 하길래 사서 먹었는데...무슨 차이지?;
그렇게 배를 채운 우리는 에보키니 거리로 왔고, 예쁜 가게들이 즐비한 에보키니 거리를 한참 걷고, 커피 마시고 그랬다. 근데 사진이 없네? ㅋㅋㅋㅋ 어쩜 한 장도 안 찍었냐;;;
한참을 걸었는데도 시간이 남아 근처에 있는 LA 베니스 운하 마을을 찾아갔다.

예쁜 꽃들과 집, 작은 운하가 어우러진 한적한 마을.

집집마다 작은 보트가 하나씩 정박해 있었다. 보트가 정박해 있는, Dock이라고 해야 하나? 귀엽다 ㅎㅎ

산책하기 좋았던 예쁜 동네. 대부분 여길 세컨드 하우스로 두고 있다던데... 나도 부자이고 싶다...
한참을 걸은 후 너무나 궁금했던 미국 코스트코를 구경하고(사진을 깜빡했네;;) 드라이브 스루로 드디어 인앤아웃(In-N-Out)버거를! 먹었다.

치즈감자 프라이와 오리지널 버거. 하도 인앤아웃 인앤아웃하길래 함 먹어봤는데. 음...맛있다. 근데...이미 한국에 이런 버거집이 너무 많이 생겨서 특별한 건 잘모르겠...하지만 진짜 LA버거 끝판왕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도 다음 시간에.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친구네 집에 짐을 내려놓고 동네 산책을 나왔다. 친구네 동네 이름은 컬버시티(Culver City). LA공항 근처에 있는 동넨데 우리가 생각하는, 티비나 영화에서 많이 본 전형적인 미국 동네 모습을 하고 있었다. 깨끗하고 걷기 좋은. 알고 보니 우리나라 익산과 자매도시라네?

그리고 너무나 기대했던 친구와 동네에서 생맥주 한잔! 아마도 제일 기대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둘이 맥주 마시면서 수다 떤 게 얼마만인가? 아니 처음인가? 항상 다 같이 우르르 술 마시러 다녔지. 맘 편히 생맥주 사 먹을 수 있는 돈벌이를 하는 직장인이 되어서는 각자 회사 생활하느라 이런 시간을 못 가졌던 것 같기도 하고.

버거를 먹은 지 얼마 안 된지라 헤비한 음식은 시킬 수 없어서 간단하게 안주하려고 시킨 버섯요리. 서버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라길래 '미국인 특유의 오바구나ㅋ'하고 별 기대 안 했는데, 심지어 비주얼이 넘 구린 것이었다.  하지만 웬걸! 한 입 맛보는 순간 세상에 너무 맛있는 거다! 서버님 미안해요 ㅎㅎㅎ 위에 뿌려진 저 굵은소금이 감칠맛을 더해줬고. 너무너무 맛나게 먹었던 버섯요리였다. 레시피 알려줘 ㅠ
펍에서 간단하게 한 잔 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친구들과 3박 4일간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잠시 일도 할 겸 산타모니카로 왔다.
바다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바닷가에서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고, 특히 태평양 바다를 제대로 보고 싶었다. 물론 친구네 집에서도 바다를 보긴 했지만 이런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를 거닐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찾은 곳이 산타모니카였다.

친구가 고맙게도 숙소까지 데려다줬고, 나는 짐을 풀자마자 바다를 보러 뛰어나왔다. 숙소였던 하이 산타모니카는 걸어서 5분도 안되어 바다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하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일..ㅠ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친구가 오늘 보름달 떴다고 꼭 보라고 연락이 와서 밖을 나가보니 이렇게나 밝은 달이 산타모니카를 비추고 있었다. 팜트리 위의 보름달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사진으로 봐 왔던 LA의 야경이었다.

관광지라 다들 흥청망청 노는 걸 보니(이때 한국은 아직 코로나 마스크 해제 전) 나도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놀고 싶다는 생각 반, 이제 늙어서 저리 놀 힘도 없다는 생각 반으로 홀로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저 멀리 그 유명한 산타모니카 피어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기다려라! 일 끝내고 내일은 거기로 놀러 가 주마!

숙소에서의 아침은 친구가 바리바리 챙겨 준 것들과 아메리카노. 미국의 마트에는 정말 다양한 음료와 칩들이 존재한다. 맘 같아서는 한 달 살기 하면서 다 맛보고 오고 싶었다. 난 늘 새로운 맛에 목이 마르다!!
아침도 먹었겠다 이제 산타모니카 좀 돌아볼까!

전날 저녁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큰 나무가 건너편에 있었다니.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도 역사가 짧은데 이렇게 웅장한 나무들이 꽤 많다. 이런 종류의 나무가 크게 자라는 건지, 우리나라처럼 큰 전쟁을 겪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상당히 부럽다.

홈리스의 과자를 훔쳐먹다 딱 걸린! 다람쥐와 청설모를 합친 것 같이 생긴 이 녀석. 아예 홈리스 과자 봉지 안에 들어 가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 나와서 저러고 있다.ㅋㅋㅋㅋ

그리고 이 풍경! 크흐...이거자나!!
친구가 산타모니카에서 일 끝나고 뭘 할 거냐고 묻길래 전형적인 ISTP인 나는 그냥 바다 거닐고 놀 거라고 했다. 첨언하자면 ISTP의 여행 스타일이 나는 재밌게 놀았는데, 남들이 보기엔 별거 없는 그런 여행 스타일이라고 한다. ㅋㅋㅋ 완전 인정. 아무튼 그래도 미국까지 왔는데 별거 없이 놀고 갈까 봐 친구가 신경 쓰였던지 숙소 근처에 일요일마다 파머스마켓이 열린다고 거기 함 가보라고 링크를 보내줬다. 너 원래 이렇게 세심했니? ㅋㅋㅋ 나이 들고 오래 알고 지내니 친구의 또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도착했더니 웬 비휴상이 놓여있다. LA에서 차이나타운도 아닌 이곳에서 비휴를 볼 줄이야. 여기도 중국인이 많이 사나? 크기가 큰 마켓은 아니었으나 지역 농부인듯한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재배한 것들은 판매하고 있었다. 그중에 저 베리 모음은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으나 혼자 다 못 먹을 것임이 분명해 걍 사진으로만 담았다.
아쉽게도 파머스마켓에서 적당한 먹거리를 찾지 못한 나는 (빵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제대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었다) 오는 길에 발견한 어스 카페(Urth Caffe)로 향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발견한 산타모니카 도서관. 너무 예쁜 거 아니니?

어스 카페는 미국 여행 책자를 보던 중 알게 된 카펜데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고 ㅋㅋㅋ 그냥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찾아간 곳이다. 근데 정말 유명한 곳인지 웨이팅이 꽤 걸렸다. 물론 한국인들도 있었고 ㅎ

내가 시킨 스페니쉬 오믈렛+과일 추가, 그리고 카페라떼. 맛은 머 너무나 익숙하고 상상한 그 맛.
점심을 두둑하게 먹고 드디어 산타모니카 피어로 출발! 로망 부자인 나는 해변가를 자전거 타고 달리는 로망도 있었기에, Lyft의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근데 자전거 타는 건 너무나 추천하지만 Lyft의 전기자전거는 너무나 비추한다. 사진을 안 찍었지만 자전거가 너무 무겁고, 무엇보다 비싸고, 자전거 파킹 하는 곳 위치가 해변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 그냥 해변 산책가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빌리는 게 더 나을 듯.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산타모니카 피어에 왔고!

너무 신났고!

남들 다 찍는 ROUTE 66의 끝자락 사진도 찍었다!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미드에서 많이 보던 이 유원지, 나도 느껴보고 싶었어!

그렇게 내적 흥이 나서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이것! 오잉? Tajin이라는 멕시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과일 샐러드를 파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했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는 당장 하나 주세요!를 외쳤다.
(지금 사진을 정리하다가 뒤늦게 발견한 저 Tostilocos!! 여행 다녀온 후 백슨생님이 유튜브에 저걸 만들어 먹는 걸 올렸는데...후아...나레기 왜 넷플릭스 '천상의 맛 멕시코' 안 봤니? 그땐 왜 멕시코 음식이 별로였을까 어흑...집에서 만들어 먹어봤는데, 똥손이 내가 만들어도 맛있는데 현지에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ㅠㅠ 어흑...)

암튼 다른 사람은 핫소스 뿌려주는데 나는 그냥 주길래 핫소스!를 외쳤다. 배만 안 불렀어도. 혹은 입맛이 맞는 친구만 있었어도 다 먹는 건데. 이렇게 또 멕시코 음식에 눈을 떴다.
대만 갔을 때 과일에 매실 가루와 소금이 섞인 듯한 마법의 가루를 뿌려 먹고 너무 맛나고 새로운 경험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저 칠리+라임+솔트가 섞인 멕시코 마법의 가루가 너무 맘에 들었다. 열대과일은 이런 시즈닝들과 함께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이 가루도 한국 올 때 당연히 챙겨 왔다 ㅋㅋ

산타모니카 피어에서 머슬 비치로 내려와서 바닷물에 살짝 발을 담갔다. 이게 그 태평양 바닷물인가! ㅋㅋㅋ 휴지도 수건도 없어서 젖은 발이 살짝 걱정됐지만 웬걸 모래가 너무 뜨거워서 모래사장을 걸어 나오는 사이에 이미 발이 다 말랐다. 다 좋았는데 싫었던 건 마리화나 냄새...으...피는 사람만 좋은 건가 마리화나는...

너무 장시간 걸어서 힘들어 숙소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발견한 이 밴드! 와 어르신들 에너지 무슨 일이며, 락 마니아는 아니만 딱 봐도 너무 잘하신다는 게 느껴진다. 이게 내가 반했던(지금은 아님ㅋㅋ) 미국의 매력 아닐까 싶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는 저 방식이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멋지게 느껴졌다. 한국은 아직도 나이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이게 바로 미국이 자유의 상징인 이유겠지? 아 근데 너무 잘하 심. 합주도 좋은데 보컬할배 젊으셨을 때 한 섹시하셨을 것 같음. 한 분 한 분 솔로 연주도 너무 잘하심. 나도 그래서 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분들 아마추어가 아니야.

숙소에서 약간의 휴식을 갖고, 이날이 일요일이라 tvN '현지에서 먹힐까' LA 편에 나왔던 스모어가스버그(Smorgasburg)가 열려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원래는 포기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다행히 시간을 맞춰갈 수 있었다.
이번엔 친구들 없이 드디어 미국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보잣! 흔들렸지만 탭 카드다 ㅋㅋ
하지만...해외여행 다닐 때마다 구글맵이라던가 바이두맵 같은 신문물 덕에 자신 있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나는 LA에서 좌절하고 만다. 지상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무사히 근처까지 도착했으나 스모어가스버그까지 걸어가는 길에 홈리스 텐트촌이었던 것이다! 하.. 아무리 무서운 거 없는 나이지만 총기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쫄보가 되었다. 미국의 슬럼가는 아시아의 슬럼가와는 비교가 안됐다. 특히 대마와 마약이 성행하는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결국 겁 없이 이런 곳을 온 내 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인생 처음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왔다. 우버나 리프트를 타고 갈까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그땐 이미 문을 닫겠다 싶어서 포기했다. ㅠㅠ 혹시라도 여길 가게 되면 꼭 개인 차나 택시를 타고 갈 것을 추천한다.

패배자의 심정으로 다운타운을 방황하다가. 원래 라스트 북스토어도 갔었는데 정말 잠깐 보고 나와서 사진은 패스.

속상한 마음에 숙소 근처에서 맥도날드 와구와구. 라고 하지만 소화력 상실로 잔뜩 사놓고 대부분 남김. 미국 본토의 맥도날드를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라 맛만 본 것으로 의의를 둔다. 그리고 너무 맛없다. 양상추는 어디 건조기에 돌린 거임? 어쩜 수분기가 하나도 없냐. 그리고 맥치킨버거 너무 실망이야. 내 맥날 최애 메뉴 중 하난데, 이러기야? 마요네즈는 어디 간 거니? 완전 비추.

저녁도 실패하고 호스텔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비록 여행지와 저녁은 실패했지만 너무나 환상적인 날씨의 LA는 기분이 나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산책 중 발견한 마리아치가 노래하는 식당. 돈도 안 내고 함께 즐거웠다 ㅎㅎ 이런 모습 볼 때면 나도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든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참고 넘어가면 나는 자유로울 수 있어! ㅋㅋ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격한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람들. 괜히 기분 좋아진다. 중국에서도 이런 장면을 목격했는데, 의외로 흥의 민족인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과 소소한 여행으로 즐거웠던 산타모니카의 둘째 날은 이렇게 지나가고

셋째 날 아침은 숙소 자판기에 있는 인스턴트로 대신했다. 뭔가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컵라면과 치즈가 들어간 느끼한 무언가도 먹고 싶어서 저 이상하게 생긴 걸 샀는데...그림이랑 너무 다르자나? 그리고 둘 다 일본 거였다. 젠장. 농심이랑 삼양은 마트만 영업하지 말고 이런 호스텔에도 좀 영업을 해보라고!

이 날은 친구와 말리부를 가기로 한 날인데, 조금 늦어진다 하여 아침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찍어봤다. 이 경치를 또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산책하다 발견한 무인 배달 로봇.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 어느 건물 앞에 도착해서 뭐라 뭐라 하던데. 잘 찾아간 건지 괜히 걱정되고 ㅋㅋㅋㅋ 넘모 귀엽다.

2박 3일간 잘 지내다 가는 Hi Santamonica. Hi USA라는 미국 호스텔 체인인 것 같은데 너무 맘에 들어서 나중에 샌디에이고에서도 이 체인에서 3박 4일간 지냈다.
즐겁고 외로웠던 2박 3일간의 산타모니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친구와 함께!

조슈아 여행을 마치고 친구1과는 사흘 뒤에 다시 보기로 하고 친구2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친구1과 함께 나에게 늘 LA에 오면 버선발로 마중 나오겠다는 친구2는 최대한 LA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우선 그 유명하다는 북창동순두부를 먹고 싶다 하니 친구 집에 가는 길인 토렌스 지점에 들렀다.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지만 ㅋㅋ)

나는 프랜차이즈는 굳이 어느 지점을 선호할정도의 미식가는 아니다. 그래서 굳이 코리아타운이 아니어도 북창동순두부의 탄생지인 미국 LA에서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미국에 온 지 사흘밖에 되지 않기도 하고 나는 해외여행 내내 한식을 안 먹어도 괜찮은 입맛을 지녔기에 이 순두부찌개가 너무 맛있고 특별한 느낌을 받진 못했다. 정말 한국에서 먹는 바로 그 맛이었고 ㅎㅎ

해외에 오래 살아 본적이 없어서 이 맛이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특별하게 다가갈지는 모르겠지만 단기 여행자에게는 굳이 꼭?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맛없다는 게 아니라 너무 한국이랑 맛이 똑같아서! 하지만 미국에는 맛난 음식이 없으니(ㅋㅋㅋ) '미국에서 먹는 순두부찌개'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괜찮은 경험이었다.

순두부찌개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친구네 동네인 랜초팔로스버디스(Rancho Palos Verdes), PV(친구가 이 동네는 줄여서 PV라고 한단다. 자기네도 발음하기 귀찮겠지 ㅋㅋ)로 출발!

친구네 집에 짐을 풀고 우리는 동네 산책을 나왔다. 친구가 처음 집주소를 알려줬을 때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ㅋㅋㅋ 아무리 봐도 영어는 아니잖아?

여행 전 검색을 해보니 바닷가 근처 아주 근사한 동네였다. 영화 인셉션 촬영지라는 얘기도 있고, 성공한 한상(韩商)들이 모여 사는 부촌이라고 하더라. 너 성공했구나! 자식!

친구가 퇴근길에 찍어 보내 준 석양이 지는 길 드라이브하는 영상은 정말 영화 그 자체였다. 현지인들이 트레킹을 하러 많이 온다고도 하고. 하지만 장롱면허인 나는 친구가 데려오지 않으면 오기 힘든 그런 곳이었다 ㅎㅎ

돌고래를 볼 수도 있다는 이 동네. 바닷가 옆이라는 것이 참 좋았다.

동네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보름달이 아주 선명하게 떴다. 여기서는 달이 더욱 가까이 보여서 내가 해외에 오긴 왔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국적인 이 풍경.

산책을 마치고도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우리는 롱비치(Long Beach)까지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왜 롱비치냐? 내가 힙합에 입문한게 바로 Snoop Dog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스눕독이 롱비치 출신인데, 그의 가사와 G-funk뮤지션들 음악에 종종 등장하는 동네이다. 그래서 딱히 유명한 것은 없으나 (퀸 메리호 정도?)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친구가 별로면 혼자라도 가려했는데, 마침 친구네 동네서 30분이면 가는 곳이었던 것이다.

롱비치 가기 전 스벅에 들러서 커피도 사고. 이 동네 스타벅스는 LA에서도 꽤 유명한 것 같았다. 바닷가가 이렇게 잘 보이고, 석양이 지는 풍경이라니. 동네였으면 진짜 자주 왔지 싶다.

롱비치를 가던 중 친구가 혹시 컨테이너 야적장 이런데 가봤냐고 물었다. 물론이지! 난 그런 곳 좋아해! 라고 했더니 친구가 반가워하면 자기도 컨테이너가 항구에 쌓여있는 것 보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롱비치 야적장을 보면서 드라이브했다. 의외의 지점에서 통하다니! 대학교 때부터 무역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런 풍경을 좋아했다.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니 나 역시 너무나 반가웠다.

한산한 롱비치의 한 거리. 아마 여기가 롱비치에서 제일 힙한 곳인 듯한데 시간이 늦어서(저녁 9시밖에 안됐는데!) 문 연 가게가 별로 없다. 특히나 친구가 술을 못 마셔서. 걍 쓰윽 훑어보기만 함.

이렇게 롱비치까지의 드라이브로 첫 날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여행지에서의 아침 산책을, 특히나 바닷가 동네 산책을 너무 하고 싶었던 나는 오전 7시쯤 일어나 홀로 친구네 집을 나섰다.

크흐...이 풍경...친구네 집 언덕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보는 바닷가는 정말 이 동네가 비쌀 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니 ㅠㅠ

홀로 스벅에서 커피 한 잔 하고, 돌아와서 친구가 해 준 아침 밥 먹고 LA 다운타운으로 고고!

다운타운에 주차를 하자마자 어디서 방금 파김치를 먹고 말을 하는 사람한테 나는 입냄새같은 냄새가 나길래 근처에 한식당이 있나...하면서 궁금해하던 차에 친구가 "이게 마리화나 냄새야"하고 알려줬다. 헐... 내가 미국에 오긴 왔나 보다.

길거리에서 마리화나 냄새도 맡고. 처음 마리화나 냄새를 맡게 된 나는 너무 실망(?ㅋㅋ)한 것이, 마리화나는 먼가 허브를 태우는 그런 냄새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너무 냄새가 역했다는 것이다. 나도 내가 왜 멋대로 그런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친구1의 동네도 그렇고 친구2의 동네도 주택가이고 다들 잘사는 동네라 위험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다운타운에 도착해서 처음 맞닥뜨린 것이 마리화나 냄새라니... 진정한 LA의 시작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애플 매장. 옛날 극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매장이라던데, 그 어느 애플 매장보다 고급져 보였다. 역시 회사가 돈이 많으니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던. 화장실도 매우 럭셜했는데, 화장실 앞을 가드가 지키고 있었다. LA에 노숙자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여행 중 미국의 빈부격차를 처음 느끼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애플 매장을 나와 그랜드센트럴마켓으로! 친구도 처음 가본다고 하는데, 여기도 관광객들한테만 유명한 건지 내 친구들은 왜 다 한 번도 안 가본 것인가!

그랜드센트럴마켓 가는 길에 친구가 사준 호르차타? 오르차타? Horchata. 네이버 지식 백과에 따르면 "덩이줄기(tube)인 ‘기름골(tiger nut)’을 설탕, 물과 함께 갈아 차갑게 마시는 스페인의 대표 음료"라고 한다. 하지만 LA에서 파는 것들은 멕시코식으로 계피와 바닐라를 넣는다고.
맛은 완전히 나의 취향 저격! 계피도 좋아하고 바닐라도 좋아하는 나는 한 모금 마신 순간 이걸 맨날 사먹을 것임을 느껴버렸다. 이때부터 시작인가? 멕시코 음식에 빠져든 게!

그랜드센트럴 마켓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에그슬럿(eggslut). 한국에도 들어왔지만 아직 못 먹어본 나는 이렇게 본점에서 먹게 됐다. ㅎㅎ 머 큰 기대를 안 하기도 했지만 맛은 괜찮했고. 너무나 상상 가능한 그 맛. 근데 여기의 매력은 맛보다 에그슬럿을 만드는 주방을 구경하는 것이다.
큰 철판을 가득 채운 베이컨이 익어가는 과정과 요리사들이 각각의 재료를 쌓아가며 하나의 완성된 버거를 만드는 것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ㅋㅋㅋ 레스토랑 게임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완전 게임 실사판이다 ㅋㅋㅋ

오르차타도 이미 하나 다 먹고, 에그슬럿도 하나 다 먹어서 배가 안 고팠는데(나이 드니 저절로 소식. 근데 살은 왜 찜?), 그래도 친구가 하나 더 먹자고 해서 오이스터를 3개만 시켜 먹었다. 아 맛있는데 너무 비싸.
그리고 여기서 발견한 미국의 신?문물. 바로 그린 핫소스!

핫소스라곤 타바스코 핫소스 밖에 모르던 나에겐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맛이 더 개운하고 프레시한 느낌이라 완전 반함. 그래서 집에 올 때 당연히 사 왔다지 ㅎㅎ

그리고 너무 개성 넘치고 예뻤던 그랜드센트럴마켓의 간판들.
맘 같아서는 더 있고 싶었던 곳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코로나 전에는 얼마나 많았던 거냐!) 다음 여행지로!

다음 여행지는 멜로즈거리였다.

여행 계획을 대충 짜는 나는 그냥 그날그날 땡기는 곳을 가는 편인데, 어딜 가나 고민하던 중 멜로즈도 많이 간다길래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예전에 살던 동네라고. 근데 여기가 노토리어스 비아지가 총 맞은 곳이라고 설명해준. 이 친구 나보다 더 힙합을 잘 아는데? 그리하여 드라이브 겸 코리아타운을 지나 멜로즈로 향했다.

티비와 영화에서 보던 팜트리가 줄지어있는 LA도로. 하늘이 맑아서인지 지대가 높은 건지, LA에서는 유독 하늘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행 내내 날씨가 이리 화창해서 비현실적인 느낌.

그렇게 멜로즈 거리를 갔다가 할리우드 거리를 지나 타이타운으로 갔다. 쇼핑할 것도 아니고 드라이브하면서 보는데 굳이 안 내려도 될 것 같았던.

그리고 찾은 것이 친구 둘이 극찬을 했던 타이 음식점 Pa Ord Noodle. 뭐라고 읽어야 하는 거야? LA 영어 쓰는 거 아니야? 왤케 다 읽기 어렵니.

내가 너무 사랑하는 똠얌국수.

그리고 쏨땀!!
정말이지 태국 음식은 늘 옳다.
너무나 맛나게 먹고 비싼 팁을 내고(미국 여행을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팁 문화다!) 이틀간 나의 여행지이자 숙소가 있는 산타모니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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