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서 마지날 날이 되었다.
한 달 살이 계획이었던 나는 집안 급한일로 좌절을 하게 되고, 급 부랴부랴 여행의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슬프다...
하필 궁금한 음식점들을 잔뜩 발견한 다음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슬퍼할 틈이 없다! 빨리 최대한 먹어줘야 한다!! ㅋㅋ
아니 전날 수리아몰을 가려고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나왔더니. 세상에! 나 왜 맛집을 찾아 헤맨 거니? 나시르막을 비롯해 아침부터 점심까지 파는 노점들이 호텔 바로 옆에 잔뜩 있었던 것이다. 여길 두고 다른 데서 삽질을 하다니 ㅋㅋㅋ

저 노점들이 다 밥집이었단 걸 마지막에 발견하다니 ㅠㅠ

여러 집들을 구경하다가 뭔가 깔끔하고 맛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봤다.

그냥 외관을 보면 밥집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안에 들어서면 이렇게 맛난 것들이 잔뜩. 자기가 원하는 걸 고른다음에 계산하는 방식인데, 나는 오후에 다시 올 요량으로 나시르막을 시켰다. 또 나시르막 ㅋㅋㅋ

하지만 나시르막만 사긴 아쉬우니까 생선이랑 공심채 볶음도 같이 포장해왔다. 가게 안에서 먹을까 했지만 아직 부끄럽..ㅋㅋ 덥기도 하고 해서, 너무 현지인들만 있는데 내가 먼가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 원래 안 그런 사람인데 이날은 왠지. 조기 귀국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서 그랬나... 암튼 7.7링깃, 약 2,500원가량 주고 사 먹은 아침은 나를 더더욱 슬프게 했다. 이렇게 저렴하고 맛난 음식이 널렸는데, 아직 한 번 밖에 안 먹어봤는데 떠나야 하다니. 억울하도다 ㅠㅠ
아침을 먹고 어찌하면 싸고 저렴하게 싱가포르로 건너가 귀국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지를 고민하고, 혹시 에어아시아 예약해 놓은 거 환불되는지도 이리저리 찾아봤다.
답이 안 나온다. 아니 답은 나왔는데, 내가 싫다 ㅋㅋㅋ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빨래 돌리고 짐 좀 미리 싸놓고 하다보니 금세 점심시간이..
그래서 이번엔 다른 집으로 고고!!

이번엔 인도 음식점이다. (인도 아주머니가 장사하셨으니까 인도 음식 맞겠지?;;). 점심 시간이 좀 지나서 2시쯤 갔나? 반찬이 많이 빠졌다.

이번에도 포장해와서. 비가 왔거든

매콤한 고추소스를 올린 생선과 야채 3종, 닭껍질 튀김. 닭껍질 튀김은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주심 :)
근데...솔직히 인도요리와 말레이시아 요리 구분이 안된다. 카레 빼고는 비슷하게 느껴져서....미안요...

점심을 먹고 파빌리온까지 걸었다. 카페에서 항공권 마저 정리하려고 이리저리 찾아 헤맸지만 결국엔 역시 스타벅스 ㅋㅋ 근데 외부에 앉았더니 와이파이가 안 터진다. 제길. 되는 게 없어.

그렇게 신세한탄을 하다, 서러움을 느끼다, 걱정을 하다, 숙소로 다시 돌아 옴. 작년에 처음 이 길을 걸을 때 낯선 길이라 지도를 몇 번 확인하고, 여긴 또 아랍계가 많이 살아서 좀 무서움을 느끼고, 숙소까지는 너무 멀게 느껴졌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근데 이젠 익숙해져서 지도도 안 보고 걷게 됐는데. 또 올 수 있을까?
마음을 다잡고 바틱에어를 통해 싱가포르로 가는 다음날 비행기를 예약했다. 에어아시아는 취소가 안된다고. 왜??? 알 수 없는 비행사. 
슬픔 속에 수영 한 판하고, 저녁을 먹으러 잘란 알로로 향했다.
이번엔 明记를 갈까 했는데, 하필 휴무다. 아 놔 왜 되는 일이 없어!!
그래서 다시 豪天美食馆으로.

생각해 보니 사테를 한 번도 안 먹어서 주문

카이란은 필수고

이거 이름을 찍어온다는 걸 깜빡했네

흰 죽과 크리스탈 타이거 맥주도 함께.
아 근데 머랄까 좀 아쉽다. 다 明记에서 먹었던 메뉴들과 동일한데 솔직히 明记의 음식이 더 내 입에 잘 맞았다. 일단 사테는 고기가 좀 질겼고, 그중 양고기는 쯔란이 들어가서 좋긴 했는데 작년에 먹고 놀랐던 그 사테와는 다른 일반 양꼬치 같았음.
저 고둥같이 생긴 요리도 明记에서 먹을 때는 생각보다 안에 내용물이 쏙쏙 잘 빠져서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여긴 너무 안 나와서 꽤 많이 버렸음. 철이 아닌 건지, 여기 재료가 안 좋은 건지, 조리법이 문제인 건지. 양념은 참 맛났는데, 암튼 속상. 맥주안주로 너무 좋은 메뉴인데 ㅠ
뒤돌아 보니 음식까지 나를 속상하게 했네.

그래서 맥주 두 병 마심 ㅋㅋㅋ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냥이 두 마리. 이 세상에 돈과 그 돈으로 살 물건과 냥이만 있었으면 좋겠다. 

화려한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밤.

그리고 새벽까지 흥청망청 북적북적이던 부킷빈탕과 잘란 알로. 안녕~~ 머 또 올 수 있겠지?;;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새벽에 미친 듯이 천둥번개 치던 것과는 달리 맑고 깨끗한 공기로 아침을 맞이했다.

숙소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풍경. 숙소가 LRT인 Bangsarr 역에 위치한 관계로 이렇게 열차기 지나다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열차 소음이 심했다고 하던데 나는 그닥... 소리에 예민한 편인데도 불편함을 못 느꼈음.

아침이 되었으니 나는 또 부지런히 아침을 먹기 위해 그랩으로 배달을 시켰다 ㅋㅋ

나시르막 소통과 테 타릭, 그리고 커피는 잔돈을 바꾸기 위해 숙소 1층 레스토랑에서 주문. 레스토랑이 좀 고급진 곳이라 커피값이 나의 나시르막 밥값이랑 비슷했다 ㅠ

배달되어 온 거라 엉망진창 ㅋㅋ 그래도 맛은 조음.

주방 식탁에서 바깥 경치 보며.

이날은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인 콘도 수영장에서 수영 배우기를 위해 미드밸리 메가몰로 수영복과 기타 등등을 사러 갔다. 간 김에 환전도 하고.

수영복, 수영모자, 수경, 스포츠 타월 등을 샀는데, 한국돈으로 6만 5천 원정도 지불했다. 잘 산 건가?;

미드밸리에서 환전도 했는데, 나중에 수리아몰이나 파빌리온과 환율을 비교해 보니 미드밸리가 10원 정도 더 쳐줬다. 근처에 머무른다면 무조건 여기서 환전을 해야 함.

지난번 여행 때 판미를 먹었던 푸드코트를 다시 찾았다.

이번엔 채식으로.

처음 방문한 곳이니 일단 세트로 주문했다. Homemade soup set A 17.50링깃

밥, 탕과 함께 내가 원하는 반찬 3가지를 고를 수 있었다.

중식 야채볶음은 늘 맛있기 때문에 와구와구 잘 먹음.

탕에는 내가 좋아하는 흰 목이버섯과 연근 등이 들어 있었다. 만족스러운 식사.

미드밸리 마트에서 간단한 망고와 구아바, 세제 등을 사고 숙소로 복귀했다. 밀린 빨래를 돌리며 맛나게 과일 섭취. 망고는 진짜 동남아에서 먹어줘야 해.

세탁기를 다 돌리고 빨래도 널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수리아 몰에 갔다. 내 사랑 막스 앤 스펜서를 가기 위해! 혹시라도 지난번에 품절된 라벤더 티슈가 재입고 됐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방문했으나 없었다. 그래서 1+1 하는 커피나 좀 사고 쇼핑몰 방황.

그러다 보니 또 저녁이 되어 저녁 식사를 ㅋㅋ

이번에는 용토푸(Yong Tau Foo)라는 체인점을 찾았다. 지난 여행 때 나시르막 먹느라 궁금했지만 시도를 못했던 곳인데 마라탕처럼 내가 원하는 재료들을 담으면 한 번 데친 후 맑은 육수에 담아주는 곳이다. 탕만 마라가 아닐 뿐 비슷하다.

피쉬볼과 버섯, 야채 등. 그리고 여기는 청펀이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아는 그 홍콩의 청펀 같은데,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맛은 맑은 탕 샤브샤브 느낌? 맵기도 선택할 수 있긴 했는데, 나는 그냥 안 매운맛으로 했고, 피쉬볼은 매우 맛났다. 부담 없이 먹기 좋은 맛.

저녁을 먹고는 소화를 시킬 겸 부킷빈탕 파빌리온까지 걸어갔다. 수리아와 파빌리온이 연결된 구름다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지난 여행 때는 시도를 못했다가 이번에 찾아서 함 걸어가봤다. 생각보다 가깝고 신기했던 곳. 

파빌리온에서 본거 또 보고 또보고 하다가 ㅎㅎ 숙소로 복귀.

열차가 지나가는 멋진 야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끝마쳤다.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전날이 되었다 ㅋㅋ

이날은 아침부터 빡치는 일이 생겼다. 아침으로 주문한 나의 나시르막을 그랩 배달원이 먹튀 한 것이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동안 현금으로만 계산하다가 이번엔 카드로 결제했는데, 이놈이 팁을 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난 가볍게 무시하고 밥을 기다렸는데, 안 오는 것이다! 전화도 안 받고. 황당 그 자체.

열받아서 바로 그랩으로 내 밥 도둑 맞았다고 항의하고, 안 되는 영어로 메일도 보내고 했다. (그랩은 이런 일이 종종 있는지 상당히 빨리 취소처리를 해줬다)

아마도 현금으로 계산하는 거였다면 안 튀었지 싶기도 하고. 암튼 즐거웠던 쿠알라룸푸르 여행에 오점을 남긴 놈이다. 이름이 압둘 머시기였는데, 내가 넌 저장해 놓는다.

암튼 그리하여 아침 시간도 훌쩍 넘기고 숙소에 먹을 거라곤 귀국하면 먹으려고 사놓은 인스턴트 나시르막과 어제 먹다 남은 프로슈토 정도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인스턴트 나시르막을 개봉 ㅠㅠ

나시르막과 삼발소스가 함께 동봉된 인스턴트 나시르막.

두 개의 파우치가 들어 있으며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봉지째 데워주면 된다. 3분 카레처럼.

계란도 오이도, 땅콩도 멸치도 없는 초라한 인스턴트 나시르막 ㅠ 프로슈토가 그나마 살려줬다. 후...그럭저럭 배를 채우긴 했음.

이 날은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남들이 다 간다는 곳들을 좀 가보기로 했다. 

우선 페탈링 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콰이차이홍(kwai chai hong, 鬼仔巷)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만난 고냥이. 슬슬 금묘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넘나 반가웠던 녀석.

온 김에 페탈링 스트리트 한 번 돌아봐주고. 군것질도.

밥솥으로 한 맛이 나는 카스텔라에 땅콩을 넣고 반 접은 건데, 딱 생각하는 그 맛이었음 ㅎ

페탈링 스트리트를 한 바퀴 돌고 슬슬 걸어서 콰이차이홍에 도착했다. 마치 옛날 상하이? 홍콩? 느낌인데, 중국인들이라면 향수를 느낄만한 곳이겠다 싶은.

칼 가는 아저씨 벽화

다양한 벽화들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벽화를 활용해서 사진들도 잘 찍더라.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장소.

한참을 걷는데 흐린 날씨에 갑자기 바람이 마구 불면서 비가 올 듯했다. 

마침 거의 다 구경하기도 해서 다시  Pasar Seni역으로 고고고

공짜 버스인 GO KL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어디서 타는지 몰랐는데, 파사르 세니역에 정차한 걸 보고 한 번 타봤다. Go KL은 여러 라인이 있는데, 내가 탄 것은 그린 라인으로 부킷빈탕과 페트로나스 타워까지 왔다 갔다 하는 노선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비가 후드득 쏟아진다. 동남의 스콜이란.

GO KL 후기를 말하자면 확실히 공짜라 약간 외국에서 온, 돈을 아껴야 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았다. 또 대부분 남자로 조금 위협적이었음. 그러나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고 되어있는데, 어떤 사람이 계속 전화를 하자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 아저씨가 운전석에서 나와 그 사람에게 가더니 당장 내리라고. 그냥 경고하는 걸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진짜 내쫓았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 무리들도 같이 내렸다. 와... 대박.. 솔직히 처음엔 약간 버스 탄 거 후회했었는데 운전기사 아저씨 보고 마음이 놓였었다. 먼가 안전하게 지켜주실 것 같다는 믿음이 100% 생김 ㅎㅎ 

부킷빈탕에 도착해서는 다른 GO KL버스를 기다리며(재미 들림 ㅋㅋ) 맥도날드를 찾았다. 전에 눈여겨 봐 둔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먹기 위해!! 중국에도 맥도날드나 KFC에 요우티아오와 죽, 또우장을 파는 아침세트가 있던데 말레이시아에는 나시르막을 팔다니! 너무나 신선하고 잼나는 체험인 것! 우리나라에 진출한 패스트푸드점들도 요런 것 좀 해주면 안 되나?

아침에 나시르막 사기 당한 것도 있고 해서 맥도날드 나시르막을 점심 메뉴로 정했다. 치킨 1조각짜리로 주문해서 15.40링깃. 싸진 않다.

상당히 사이즈가 크다.

프라이드치킨이 든 나시르막. 계란프라이가 약간 인공적인 모양이다 ㅎ 삼발소스는 꽤 매웠고 치킨은 다른 나시르막과 달리 너무 프라이드치킨이라 ㅋㅋㅋ 그럭저럭 맛나게 먹었다. 이런 경험 좋아!

점심을 먹고 다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로 향했다. 수리아 몰도 또 구경하고. 남들 다 간다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래 한 번쯤은 이런 유명한 관광 스팟도 와줘야지. 와중에 내가 찍었지만 꽤 잘 찍은 듯하여 만족스러움.

관광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마지막날 밤이기도 해서 라마다 스위트 1층에 있는 BLU APRON이라는 레스토랑 겸 바에서 한 잔 하러 들렀다. 마침 해피아워이기도 하고. 근데 보통 해피아워면 1+1 아닌가? 싱가포르도 그렇고 여기도 걍 할인 가격에 준다. 좀 짜다 ㅋ

분위기 좀 내보려 야외 테이블에 앉음. 근데...맥주양이...장난하나? 와중에 저 문구가 맘에 들어서 "Bad decisions make good Stories"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서 간단하게 트러플오일 감튀를 시켰는데 꽤 맛났다. 하지만 맥주가 너무 양이 적어 안주가 넘 많이 남은 관계로 맥주 한잔 더 주문 ㅋㅋ 이 스타우트 맥주도 넘나 맛났던 것! 

기분 좋게 두 잔 걸치고 숙소에 들어왔더니

또 이렇게 멋진 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직 자기엔 시간도 이르고 마지막날 밤이기도 하고 다시 부킷빈탕 밤거리를 걸으러 나섰다.

늘 버스킹이 열리는 부킷빈탕 사거리. 그 위로 지나가는 모노레일과 초록색에 붉은 글씨가 인상적인 Lot10 백화점. 많은 인파. 나에게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꼽으라 하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보다 이 광경이라고 할 것 같다.

산책 후 잘란 알로 야시장을 찾았다. 역시 숙소는 잘 잡은 듯하다. 유명 야시장을 부담 없이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건 진짜 큰 메리트다.

식당은 지난번에 맛나게 먹었더 明记로!

타이거 맥주 하나 시켜주고.

지난 번에 여자들이 많이 먹는다고 추천해 줬던 건데. 궁금해서 함 시켜봤다. 굿 초이스. 고동?이라고 해야 하나 입으로 쪽 빨아서 안에 든 내용물을 먹는 건데 양념도 맛나고 맥주 안주로 완벽했다.

그리고 너무 맛난 사테! 이번엔 적당히 시켰다 ㅎㅎ

떼샷.

이날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사람 많은 곳이 더욱 많았고, 밤늦게까지 쿵짝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맛났고 즐겁고 약간은 심심했던 쿠알라룸푸르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주일은 근교 여행을 하지 않으면 좀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섯째 날이 되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ㅎㅎ 그래서 이날은 그냥 KL센트럴을 함 가보기로 했다. 거기에도 Nu Sentral이라는 큰 쇼핑몰이 있다 하여. 쇼핑몰 투어나 해보기로.

그전에 그랩으로 나시르막과 테 타릭을 배달시켰다. 이번엔 나시르막 소통. 소통은 오징어를 뜻하는데, 어디선가 엄청 맛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함 시켜봤다. 맛은 머 나시르막 그 맛. 나시르막은 가게마다 다른 삼발 소스가 매력인 듯하다. 
쌀밥 먹을 때 단 음식 먹는 걸 안 좋아하는데 요 테 타릭은 꽤 잘 어울린다. 태국의 짜이와 비슷한데 좀 덜 달고, 덜 진해서 생각보다 자주 사 먹게 되는 음료다.
아침 먹고 이번엔 모노레일을 타고 KL Sentral로 고고고. 

마트부터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여기도 규모가 만만치 않지만 역시 파빌리온이 나은 듯. 그래서 걍 쉬면서 간만에 코스타 커피나 마셨다. 

그리고 나선 5층인가 6층에 있던 푸드코트에 가서 또 다시 나시르막을 ㅋㅋㅋ 이번엔 생선을 시켜봤다. 생선 위의 청고추를 다져서 만든 소스를 얹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아서 좀 실망. 생선도 좀 딱딱해서 별로였다. 푸드코트도 맛난 곳은 맛나던데..
누 센트럴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우리나라 고터를 생각하고 갔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그래서 숙소로 복귀해 좀 쉬다가 다시 파빌리온을 갔다 ㅋㅋㅋ 
파빌리온에서 잘란알로를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잊지 못할 발 마사지를 받았다.

이흐어라고 읽어야 하나? 암튼 여기 넘버 7이라 불리는 마사지사가 있는데,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다. 아마도 혼혈?
근데 1년이 넘도록 낫질 않던 나의 왼쪽 발목을 정말 기적처럼 낫게 해 줬다. 병원 의사들도 찾지 못했던 내 발등 위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열심히 문질러주고 부항까지 떠줬는데, 신기하게도 잘 안 꺾이던 발목이 부드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완전 대박.
다른 발목도 최근에 부상을 당했는데, 상당 부분 호전되었다. 왼쪽 발목은 이제 마사지 받을 필요 없고, 오른쪽 발목만 이틀 뒤에 한 번 더 마사지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와 정말 이렇게 마사지 잘하는 사람은 태국 방콕에서 지인 추천으로 갔던 닥터풋 이후 처음이다. 
마사지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객가인 집안 출신으로 말레이어, 중국어, 객가어, 영어, 광둥어까지 총 5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대부분의 객가인 화교들은 4~5개 언어는 기본인 듯하다.
베이징 출신 와이프와 결혼해서 베이징에 이미 집도 사놨다고. 세상 부자셨어. 
나보고 결혼하라고, 나중에 대화할 사람 없어서 외로울 거라며 한국에서도 안 듣는 잔소리?를 여기서 들었다 ㅋㅋ
마땅한 남자를 못 만났다 하니, 자기가 마사지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을 보는데 자기 와이프에게 무례하게 구는 남자들이 딱 두 나라 있다고 했다. 바로 한국과 일본. ㅎㅎㅎㅎ
뭐 요즘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 세대분들을 보면 그럴 만두... 
암튼 아저씨도 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크림도 발라주고 부항도 원래는 안 해주는 건데 해주시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말라카만큼 인상에 깊이 남았던 시간이다. 

술 값이 비싼 나라라 술을 안 마시려 했는데, 파빌리온 지하 마켓에 이탈리아산 프로슈토와 코파를 팔고 있는 게 아닌가? 맨날 코스트코에서 파는 미국에서 만든 것만 먹다가 진짜 이탈리아산을 보니 안 먹어 볼 수가 있어야지 ㅋㅋ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도 한 병 함께 샀다.
아쉽게도 샴페인 잔이 없어 걍 유리컵 아무거나에 따라 마심. 먹다 남은 망고스틴과 람부탄도 함께.
말레이시아는 다른 종교도 인정하지만 대부분이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마트에 돼지고기와 술은 별도의 코너가 있고, 거기서 따로 계산해야 한다.  캐셔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만져서도 안되기 때문. 유튜브를 미리 보고 가서 다행이었지 싶다. 몰랐으면 실수했을 뻔.

처음 보는 스파클링 와인(대부분 처음 보는 거지만 ㅋㅋ)인데, 안 달고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한 병을 홀로 다 비우고도 담날 멀쩡했던.
이렇게 또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전 날 말레이시아의 백반이라 할 수 있는 나시르막 파는 곳을 알아둬서 아침 일찍 출동했다.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음식들이 줄지어져 있다. 하지만 밥이 준비가 안된 듯하여 다들 대기 중. 나시르막은 코코넛 밀크로 지은 쌀 밥에 삼발소스, 튀긴 멸치, 땅콩, 계란을 기본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선택해서 먹는다. 너무나 궁금했던 메뉴.
하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밥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서 포기 ㅠ. 난 포기가 빠른 녀자니까.

그리하여 맞은편에 있는 중식당으로 고고.

내가 시킨 것은 닭고기 죽이다. 아침으로 부담 없이 든든하게 먹기 딱 좋은. 저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가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무난하게 아주 잘 먹음.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전 날 쇼핑해 두었던 믹스 커피를 한 잔 했다. CHEKHUP이라는 브랜드로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라고 하더이다. 이 커피는 저 설탕스틱이 맘에 들어서 구입. 맛은 평범한 믹스커피인데, 설탕스틱 녹여 먹으니 좀 있어 뵌다? ㅋㅋ 선물용도 괜찮은 듯하여 하나 더 사서 지인에게 선물로 드렸다며.

아침을 그냥저냥 보내고 환전을 위해 파빌리온으로 넘어갔다. 근데 환율 너무 별로다. 하필 내가 또 우리 원화가 바닥을 칠 때 여행을 갔던 터라 저 모양 저 꼴. 이번 2월에 갔을 때는 3.43이었으니...말 다했지 머. 여행시기 거참.

암튼 환전을 하고 아침에 못 먹은 나시르막을 푸드코트에서 시켜 먹었다. 스트릿 푸드만큼의 기분은 안 나지만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었서 좋았다. 
나의 첫 나시르막에 대한 인상은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밥을 먹을 느낌이라 소화도 잘 되고 부담 없어서 상당히 좋았다! 솔직히 맛은 머랄까... 너무 평범한 맛? 저 닭요리만 빼고는 너무 익숙한 맛들이라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밥에서는 은은하게 코코넛 밀크 향이 올라와서 매력 있었음.

그리고 후식으로 ㅋㅋ 전날 못 먹었던 허브젤리를 먹기 위해 공화당으로!

굉장히 중국 스러운 그릇과 주전자이다.

요렇게 한방차를 젤리? 푸딩? 으로 만들었는데, 그냥 먹으면 쓰고 맛이 없다. 그래서 저 옆에 작은 주전자에 담긴 꿀을 따라서 함께 먹어줘야 한다. 나처럼 한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인 후식.

후식까지 잘 챙겨 먹은 나는 쿠알라룸푸르의 또 다른 대표 쇼핑몰인 수리아 KLCC에 왔다. 쿠알라는 정말 일주일 내내 쇼핑몰만 구경해도 다 못 볼 듯하다. 쇼핑몰이 엄청 크고 많고 몰려있고. 의외로 동남아 쇼핑의 천국은 쿠알라였다.

그렇게 수리아몰을 구경하고 있는데 막스앤스펜서가 엄청 크게 떡 하니 있는 게 아닌가! 
11년 전 뉴욕에서 처음 알게 된 막스앤스펜서. 그땐 출장 중이고 멋도 몰라 어버버 하다가 몇 년 후 홍콩에서 제대로 구경했는데, 패키지도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 샀던 휴대용 장바구니가 넘 예뻐서 아직도 들고 다니고 갈 때마다 사고 그랬는데.
그러고 보니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들에는 다 막스 앤 스펜서가 있었다. 미국도 LA에선 못 봤는데(못 찾은 건지..) 뉴욕에서 목격했었고, 알고 보니 싱가포르에도 있고, 여기 말레이시아도. 좀 신기했음. 

여전히 예쁜 패키지 디자인들. 와중에 김이 있다 ㅋㅋㅋ 김의 세계적인 인기 어쩔.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수리아몰의 그 많은 매장들을 뒤로하고 막스앤스펜서에서만 요렇게 야금야금 쇼핑을 해봤다. 세제와 행주는 숙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나머지는 기념품? 근데 저 라벤더 티슈를 다 털어왔어야 했다. 향이 너무 좋고 질도 너무 좋은데 품절되더니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던 ㅠ 지금도 아껴 쓰고 있다..후...

이거 수리아몰에서 장 본 것들. 저 알리카페는 말레이시아의 인삼으로 불리는 통캇알리가 든 커핀데 , 다들 맛있다던데 나는 걍 일반 커피믹스와 차이를 모르겠... 스테미너가 살아나는 것도 잘 모르겠...
나머지는 구아바 말린 것과 너무나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탄산 맛인 '100+' 그리고 망고스틴!! 먼가 태국보다 싼 느낌인데. 내가 태국에서 비싼 동네에 있었어서 그런가. 암튼 열대과일은 말레이시아가 더 싼 느낌이다. 

이날 저녁은 록록(LOK LOK)이라는 말레이시아 꼬치 음식인데, 사태(satay)와는 또 다른 음식이다. 재료의 종류에 따라 튀기거나 데쳐서 내놓는데, 주인장의 추천에 따라 이것저것 시켰다. 

야채는 데치고 다른 재료들은 튀기고. 저 위의 소스들을 발라서 먹거나 찍어 먹으면 된다. 

총 11 꼬치를 시켰는데, 배 터져 죽을 뻔. 근데 나중에 유튜브를 보는데 어떤 남자 유튜버는 혼자 한 3~4 꼬치 밖에 안 먹더라? 후...내가 미련한 거냐 그 남자가 입이 짧은 거냐...결론은 맛있었음 ㅋ

배는 불렀지만 동남아에 왔는데 두리안을 안 먹을 수 있나 ㅋㅋㅋ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 두리안을 동남에서도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그리고 두리안도 종류가 많은데 무상킹을 최고로 쳐주고 그다음 우당, D24 등등으로 순위가 매겨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무상킹으로 ㅋㅋ

맨날 손질되어 있던 두리안만 먹다가 이렇게 즉석에서 바로 생두리안을 먹으니 맛이 더 풍부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무상킹 두리안은 그동안 먹어 본 것 중에서 가장 맛이 진하고 질감도 꾸덕하고 그랬다. 한마디로 맛있음. 다른 말로는 두리안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질색할 만한 그런 맛임 

양이 많고 배가 불렀지만 클리어. 언제 또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남겨선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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