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무더위에 땀철철 흘리며 유달산을 등산하고 드디어 하산이다!
하산길에 손혜원 전 의원이 최고의 휘낭시에 맛집이라고 극찬한 채옥순 디저트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마침 목포 마지막 메뉴인 홍어애탕을 먹으러 가는 길에 있어서 들리기 딱 좋았던.

내리막길을 걸어오다 보니 채옥순 디저트 카페가 바로 눈에 띈다. 실례합니다~

뒷마당이 있는 1층과

이국적인 느낌의 2층

주인장의 빈티지 수집품들이 인상적인 카펜데, 개인적으로 이 나전, 자개액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청록색에 자개가 어우러진 색감이 넘 고급지고 럭셔리하다!
난 일단 무지 더웠지만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줘야 하니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시나몬 휘낭시에를 주문.

캬.. 커피잔 색깔 봐. 너무나 내 취향이잖아. 물어보니 파이렉스 빈티지란다. 그릇 브랜드 문외한이라 찾아보니, 상당히 유명한 거 같음 ㅎㅎ
커피는 드립인데 적당히 구수하니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고, 휘낭시에는 오...원래 휘낭시에가 이렇게 쫜득한건가? 먹어보면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맛별로 구매해 옴 ㅋㅋ 오리지널, 시나몬, 무화과, 유자 총 4가지인데, 역시 난 시나몬이 좋아.
카페에서 더위도 식히고 커피로 기운을 좀 차린 후 목포진으로 향했다.

목포 올 때마다 들렀던 '행복이 가득한 집'.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못 들렸네. 일본식 가옥에 정원이 인상적이었던 곳인데.

그 앞에 자리한 옛동양척식주식회사. 여기도 목포근대역사관으로 운영 중이다. 다들 봤던 곳이고 시간이 없어 이번엔 패스~

저 사슴수퍼마켙은 지난번에 왔을 땐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젠 문 닫았나 봄 ㅠ
조금 더 걷다보니

목포진지 안내가 나온다. 근데 '소년 김대중 공부방'은 뭐지? 의문을 품고 좁은 오르막 계단을 올라간다.

오 깃발 ~ 조금 더 오르니

목포진, 전라우수영이라는 깃발이 나부끼고

멋진 나무도 한 그루
응 근데 저건 뭐지?

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년 시절 공부하시던 곳을 이렇게 기념관으로.

과거로의 여행. 소년 김대중은 이 경치를 뒤로하고 열심히 공부했나 봄. 나였으면 바깥 풍경 구경하느라 멍 때리고 있었을 것 같은데 ㅋㅋ
이 동네 낡고 허름하긴 하지만 경치는 참 좋더라.
다시 발길을 돌려 목포진지를 향해.

대전 남간정사에서도 봤던 건데, 난 우리나라의 이 홍문이 그렇게 멋지더라.

목포지관.

그리고 이곳이 목포진이었음을 확인시켜준 공덕비들. 이것도 일본 놈들이 묻어버렸는데, 해방 후 발견한 것이라고.
이젠 기차시간까지 1시간도 안 남아서 얼렁 마지막 식사를 해야 한다. '목포라면 홍어라면'으로 고고고!

오늘의 메뉴는 홍어애탕. 애탕을 그렇게 즐겨 먹진 않는데 궁금해서 마지막 메뉴로 정했다.

얼큰한 청양고추 송송. 시래기는 직접 말리신 것이라고. 

홍어애와 내장이 너무 많아서 그것만이라도 다 먹고 가자고 열심히 퍼묵.
정말 신기한 건 나 진짜 청양고추 먹으면 물 마시다가 다른 거 아예 못 먹는데, 여기 청양고추는 너무 신선한 느낌이 들고 너무 맛나다. 정말 신기해. 그렇게 한그루 호로록 비우고. (다 비우진 못 함. 양이 진짜 많음)
다음을 기약하며 기차 타러 고고고!
막판에 시간이 빠듯해서 먼가 제대로 정리 못하고 기차 탄 느낌이다 ㅎㅎ


서울 올라가는 기차에서 아까 사 둔 쫀데기를 꺼내 봄. 가격은 저렴하진 않지만, 쫀데기가 도톰하니 조금씩 뜯어먹는 재미가 있었다. 가게에서 방금 나온 쫀데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맛났는데, 역시 그냥 먹으면 좀 별루다.
그렇게 쫀데기와 함께 짧았던 1박 2일 목포 여행 마무리~

목포 여행 둘째 날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유달산 등반이다.
유달산 등반한다면 많이들 비웃겠지만 ㅋㅋ 나 같은 등린이에게는 적당히 힘들고 도전할만한 산이다.
원래는 날이 더워 아침 일찍 가려했는데, 요즘 넘 부지런히 생활하다 보니 이날은 토요일이기도 해서 조금 게으름을 부렸다. 그러다 보니 벌써 체크아웃할 시간. 이런.
그리하여 우선 점심을 먹고 기차역에 짐을 보관하고 등산을 하기로 했다.
이날 아침겸 점심은 바로 중화루의 중깐.

여기도 목포 MBC 유튜브를 보던 중 알게 된 곳인데, 화교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중깐이란 중화루에서만 파는 메뉴로 면은 기스면이나 울면에 쓰이는 얇은 면에 간짜장 소스를 함께 내어주면 비벼 먹는 짜장면이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 찍어 봄. 중깐은 일반 짜장면에 비해 비싼편이다.

얇은 면과 푸짐한 간짜장. 중깐이 드디어 나왔다! 슥슥 비벼서

한 젓가락 듬뿍 입 안에 욱여넣으면. 오호.. 이거 괜찮은데?
중깐은 중국요리를 먹고 나면 너무 배불러서 일반짜장면을 먹기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을 위해 선대 사장님께서 개발하신 메뉴라고 한다.
나같이 두꺼운 면을 싫어하고 소화를 잘 못 시키는 사람들에게 너무 좋은 메뉴다. 원래 울면이나 기스면도 좋아해서 이 면이 너무 맘에 들었다. 서울에서도 파는 집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첫날 봐뒀던 목포 쫀데기를 사러 갔다. 바로 길 건너편에 건물 하나가 쫀데기만 파는 건물인 게 신기했는데, 이렇게나 장사가 잘되다니.

박나래가 나혼산에서 소개해서 화제가 됐던 걸로 아는데, 난 방송은 못 봤는데 알 정도면 정말 화제이긴 했나 보다.
일단 5개들이 2 상자 사고, 맛은 나중에 보는 걸로! 목포역사에 짐보관함에 가방을 넣어두고 드디어 유달산을 향해 걸었다.

십여분 걷다 보면 나오는 옛일본영사관. 현재는 근대역사문화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긴 이미 여러 번 봐서 외관만 사진 찍고 패스.
이 일본영사관도 그렇고 대전의 옛 충남도청사도 그렇고. 일본 놈들이 지어놓은 건물들 보면 다 정면에 대로가 뻥 뚫려 있어서 위치를 참 잘 잡았다 싶다. 이 건물에서 내려다보면서 그놈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 재수 없어.

영사관 뒤편에는 일본 놈들이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방공호가 있다. 여기도 전에 봤었지만 한 번 더 찾았다.

왜냐. 일본놈들 욕하고 싶어서. 일본놈들이 지들이 쓸 방공호를 조선인들을 마구 부려 만든 곳이다. 요즘 들어 너무 싫어지는 일본. 이거 보면서 더욱 욕함.
방공호와 옛 영사관에서 빡침을 뒤로하고(굳이 찾아가서 빡치기 ㅋ) 살살 오르막을 걷다 보면

노적봉이 나온다. 반가워~

자 이제 본격적으로 유달산을 올라볼까!

그전에 충무공께 참배드리고. 하...이 나라를 어쩔까요 장군님 ㅠㅠ

유달산 이야기. 그렇다고 한다. 처음 목포 왔을 때부터 유달산이 난 너무 좋았다. 아늑하면서도 쉽지 않고. 바다와 마을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산. 한때는 유달산 밑자락에 숙소 구해서 한 달 살아볼까 생각도 했었다. 아침마다 산책하고 그러면 살도 빠지지 않을까? 하고 ㅋㅋ

계속해서 산에 오르는데, 이런 카페가 생겼다. 오! 전망 좋고. 하지만 난 더 올라가야 한다.

1차 전망. 무슨 정자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ㅋ 그냥 바람도 너무 시원하고 경치가 좋아서 잠시 쉬었다.
전망을 보고 조금 걷는데, 역시 여름 낮에 등산하는 자살행위다. 너무나 더워서 별로 안 걸어도 땀이 뻘뻘 났다. 마침 둘레길이 나타나 숲길로 한참을 걸으니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달성사가 나타났다. 원래는 보광사를 가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발길이 달성사로 향했다. 이게 다 인연이겠지?

달성사는 대웅전이 없고, 극락보전이 있었다. 공양미도 올리고 기도도하고. 뭐든 잘되게 해 주세요!

오 이게 나쁜 놈이 마시면 말라버린다는 그 우물인가! 너무나 우울정자로 만들어져서 괜히 신기함.

명부전의 목조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 1719년에 만들어진 거라는데, 임진왜란 이전에 조성한 불상 조각 중 지장보살 삼존상과 시왕상이 모두 전해지는 건 이 달성사의 명부전이 유일하다고 한다. 오 이래서 발길이 닿는 대로 가야 해.
멋진 절을 구경하고 다시 보광사로 가려했는데, 길을 못 찾겠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찾을 수가 없더이다. 정말 달성사가라는 부처님의 뜻이었나.
원래 명부전도 안 가려고 했는데, 웬 벌 한 마리가 내 주위 가까이 맴돌아서 피하려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런 신비주의 안 좋아하지만 신기하잖아! ㅎㅎ
절에서 나와 보광사를 못 찾고 헤매다 보니 일등바위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그래 기왕 온 거 정상에나 올라보자.
유달산의 일등바위는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기 위해 영혼이 대기하는 곳이라고 한다. 심판을 받고 나면 삼학도의 학을 타고 극락으로 가던가 고하도의 용인가 거북이를 타고 용궁으로 간다고. 이런 스토리 넘 좋아. ㅎㅎ
한참을 걸으니 40m만 가면 된단다. 40미터쯤이야 껌이지!

하지만. 산에서의 40미터는 평지 40미터와 아주 많이 달랐다. 내가 방심했다. 이 계단지옥.
그나마 최근 열심히 운동해서 덜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했다. 

죽겠다 싶을 때쯤 일등바위가 나타났다. 흐어...힘들어

해발고도 228M! 어디 자랑할만한 높이는 아니다 ㅋㅋ 지난달에 올랐던 북악산 청운대가 293M였는데, 그것보다 낮네;;

바다와 마을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한참 경치를 감상했다. 하지만 더워.. 날이 너무 좋아도 힘들다;; 하산하자!

5년 만에 목포를 찾았다.

날씨가 예술이었다. 이렇게 또 나를 반겨주는 목포.

목포를 처음 간 건 2007년 3월이다.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처음 홀로 떠나는 여행을 했던 곳이 바로 목포다.

목포를 갔던 건 당시 신문에 목포와 군산에 근대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를 잘 보전해야 한다는 기사가 실려서이다. 당시 호기심에 떠났던 여행인데, 생각보다 좋았던 기억에 5년 전에도 회사를 그만뒀을 때 두 번째로 찾았었다. 

그리고 이번엔, 회사를 그만둔지는 1년이 넘었지만 돈은 벌고 있어서 흠... 지난 두 번과는 좀 다르다 ㅎ(먼 소리야)

암튼 목포 여행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넘 놀랐다. 나 지난 5년 간 뭐 하고 살았니?

목포 도착 후 숙소를 찾아가는데, 고양이 골목이란 것이 나타났다. 아니 고양이면 무조건이지!

그렇게 아주 작은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으면 한참을 보냈다. 생각보다 너무 예쁘게 잘 꾸며서 감동했잖아.

저 에어컨 실외기 밑에 매달린 고양이 보입니까? 아이디어 너무 좋다. 이거 꾸민 사람 누군지 너무나 칭찬해!

그렇게 한참을 넋놓고 놀다가 정신 차리고 숙소를 찾았다.

내가 머물 숙소는 건맥stay. 1층에는 1897 건맥펍이라는 호프집도 있다. 그동안 목포를 오고 싶어도 자주 오기 힘들었던 이유가 적당한 게스트하우스가 없어서였는데, 그사이에 꽤 많이 생긴 것 같아서 아주 반가웠다. 여긴 손혜원 전 의원이 페북에 소개해서 알게 된 곳인데, 적당한 가격에 깔끔해 보여서 선택했다. 특히 목포 젊은이들이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 같아서 취지도 좋고, 목포를 애정하는 1인으로 힘을 좀 보태고 싶기도 했다.

참고로 목포 해상물상가거리에서는 8월 19일까지 토야호라는 입장료 1만원에 생맥주 무제한 축제가 있다고 한다. 시간만 맞으면 왔을 텐데 사정상 ㅠ.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 조만간 또 와줘야지 :)

암튼 나의 숙소는 203호 싱글 룸이었다.

1박 2일동안 혼자 지내기에는 적당한 크기

깔끔한 화장실과 어매니티, 타월 제공.

기존 여인숙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1박 5만 원)에 깔끔한 숙소를 찾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짐을 대충 풀고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2007년 처음 목포 왔을 때 이 자연사 박물관을 너무 재밌게 관람했던 기억이 나서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그때 인상 깊었던 것이 이 공룡뼈였다.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박물관에 자리한 큰 공룡뼈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신났었는데, 어째 그때보다 더 많아진 거 같다.(물론 복제품이지만) 와중에 진짜 공룡뼈를 목포 자연사 박물관에서 구입하여 전시한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무슨 공룡뼈인지 기억은 안 남 ㅎㅎ) 그걸 본 것만으로도 목포 여행 뽕 뽑았다고 생각한다 ㅎ

신나게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고 갓바위를 보러 갔다. 예전에 엄청 멀게 느껴졌는데, 자연사박물관에서 너무나 가깝더이다. 날씨 무슨 일이니? 나 요즘 여행할 때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자꾸 하늘이 나보고 더 놀라고 하는 거 같아 ㅋㅋㅋ

무려 16년 만에 찾은 목포 갓바위. 여러 썰이 있던데, 머..재미는 없어서 ㅎㅎ. 전에는 갓바위를 정면으로 보려면 배를 탔어야 했는데, 이젠 다리를 걸으며 편하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5년 전보다는 목포가 그래도 좀 더 여행객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짧은 갓바위 구경을 끝내고 났더니 군것질 파는 트럭이 보였다. 오 근데 소라가 있다. 이런 건 또 먹어주면서 걸어야지~

소라를 먹으며 평화광장까지 바다 구경 겸 산책을 했다. 너무 평화로워. 2007년에 이 길을 자전거 타고 놀았는데, 자전거 대여소가 안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아가씨 둘이 뭐 홍보할 게 있다고 붙잡았다. 근데. 신천지였다. 

아니 사이비 정권이 들어서니 신천지들이 대놓고 활동한다. 목포 평화광장에 마이크로 자기들을 신천지라고 소개하면서 홍보를 하는 광경을, 내가 보게 될 줄이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진짜로?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 정말 어이 상실. 이 사이비 정권 언제 끝나노? 아으 짜증.

그렇게 사이비 신천지들을 극혐하며 한참을 걷는데,

엇! 여행하기 전 유튜브에서 봤던 쑥굴레다. 김영철 아저씨가 동네한바퀴 프로에서 드시던.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짜잔~ 쑥굴레는 쑥떡에 앙금을 씌우고 조청에 담가 먹는 디저트다. 원래는 경상도 음식인데, 경상도 아지매가 목포로 시집와서 목포에도 전파가 된 음식이라고 한다. 본점은 원도심 쪽에 있고, 여긴 평화광장점.

또 멀리 떠나간 포커스. 아이폰으로 포커스 좀 잘 잡아보고 싶다. 근데 앙금도 단데 달디 단 조청까지 찍어먹으니 너무 달다. ㅋㅋ 쑥맛은 거의 못 느끼겠고. 한 번쯤은 먹을 만 한데, 글쎄.... 나처럼 단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인 것 같다.

쑥굴레를 먹고 또 한참을 걸어 영산강 하구둑까지 왔다. 왼쪽이 영산강 오른쪽이 목포 바다다. 16년 전에 저 하구둑도 자전거 타고 달렸는데, 이젠 통제하나 보다. 당시엔 왼쪽의 저것이 영산강인 줄도 몰랐다 ㅎㅎ 옛날엔 홍어가 저 강을 따라가다 보면 삭았다는 거지?

한바탕 걷고 났더니 힘들어서 잠시 숙소로 복귀했다.

적당히 휴식을 취한 후 슬슬 저녁을 먹으로 나왔다. 미향의 도시인 목포인데, 아직 제대로 된 밥을 안 먹었다니! 민어골목이 바로 옆이라 민어를 먹으러 나갔다.

민어골목으로 가던 중에 발견한 일본식 상가주택들. 예전에 왔을 때보단 확실히 골목에 좀 더 생기가 돈다. 그땐 진짜 다들 방치되어 있어서 낮에 걷기도 좀 무서웠는데.

그리고 도착한 '민어의 거리'ㅋㅋ 아니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ㅎㅎㅎ 근데 민어집은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었다. 민어회 포장정도? 하 슬프고 서럽네. 쯧.

그래서 방향을 틀어 홍어라면을 먹으러 갔다. 목포 MBC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곳인데, 나중에 주인장께서 편스토랑에도 나왔다고 하시더이다. 세상 유명한 집이었어 ㅎㅎ

가게 앞에 수국에 색깔별로 너무 예쁘게 피어있다! 

메뉴가 홍어라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많다. 오 그렇다면. 혼밥세트 1번이요!

묵은지와 단무지를 먼저 내어주신다. 김치는 전라도 지라~  5년이나 묵은 김치란다. 김치가 5년이나 묵었으면 더 이상 김치가 아니라 약이지 약. 오 새콤하다. 근데 생물 황석어를 넣어 김치를 담그셨다는데 오래 묵어 그런지 비린내도 전혀 안 나고 맛난다.

곧이어 나온 홍어회. 크 그 비싼 홍어회를 요로코롬 파시니 넘나 좋구먼유.

알려주신 대로 밥, 홍어, 김치와 함께 먹으니 우와 김치의 신맛은 사라지고 단맛만 남았다. 홍어는 적당히 삭아서 초보자도 먹을 수 있을 정도고. 이 집 홍어 제대로 하시네.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홍어라면 등장! 두둥!

홍어를 진짜 잔뜩 넣어주셨다.

코가 뻥 뚫리는 맛의 홍어라면. 나중에 알고 보니 저 고추 청양고추라고. 세상에. 맵찔이인 나한테 청양고추가 하나도 안 맵게 느껴졌다. 홍어 때문인 건가? 너무나 신기한 경험.

홍어라면 너무 맛있었지만 양이 넘나 맛아서 홍어만 쏙쏙 골라먹고 반은 남긴 듯 하다. 혼밥세트 혼자 먹기엔 진짜 양이 넘 많다 ㅎㅎ

배불리 저녁을 먹고 해산물상가거리 한 바퀴 돌았다. 사람은 없지만 천천히 걷기 좋았던 곳.

산책을 마치고 살짝 고민했다. 맥주를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내가 요즘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바로 요놈의 맥주 때문인데, 하필 건맥스테이는 숙박하는 사람에게 생맥주 1잔과 건어물 무료 쿠폰을 주고 있었다. 이러니 내가 갈등을 해? 안 해?

하지만 또 선물을 주는데 받는 게 예의 아니겠어? ㅋㅋ 그래서 생맥주 한 잔과 건어물 안주인 진미채를. 크흐.... 9일 만에 마시는 맥주다. 그동안 금주였거덩.

아니 근데 여기서만 파는 지역 맥주가 있네?  그럼 또 마셔줘야지 ㅋㅋ 하지만 이건 내 타입이 아니었다...실망 ㅠ

그래도 양심상 맥주는 다 안 마시고 자리를 떴다.

잠자러 가기 전에 루프탑이 있다하길래 구경하러 잠시 들러 봄. 오 조명까지 있어서 꽤 운치 있다.

좋네 좋아.

하지만 난 피곤하니까 취침하러 이만~

쓰고 싶은 글들이 많지만 지금 목포에 대한 이슈가 너무 뜨거워서 나도 한 마디 보태고 싶어서 쓴다.

내가 쓰고자하는 이야기는 목포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그리고 이때다 싶어 잘난 여자 물어뜯는 우리 사회의 단면 이 두 가지다.


1. 우선 목포다.

내가 목포에 대해서 각별한 건 10여년 전인 2007년, 다니던 회사가 망하고 난 후 혼자 여행이란 걸 처음 가본 곳이 바로 목포이기 때문이다.

당시 신문에서는 군산, 목포 등 일제 시대 잔재들인 근대 건축물들을 무조건 없앨게 아니라 슬픈 역사도 역사라며 문화유산으로써 보존해야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가 나왔다.

과거로의 여행 겸 색다른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 그렇게 떠난 나의 목포 여행은 구도심과 신도심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숙소는 구도심에 속하는 목포 국제여객선항 근처 아무 모텔에 잡고 시내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는데,

첫 날 돌아 본 신도심쪽은 아파트에 상가에 서울과 별반 다른 분위기가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날이 저물어 숙소 근처를 돌아 온 나는 너무 깜짝 놀랐다. 목포역에서도 별로 멀지 않은 그 곳이 저녁 9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너무 깜깜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여자 혼자 그런 으슥한 골목을 참 잘도 돌아다녔다 싶다. 

다음날 아침 그 주변을 여행했는데, 정말 역사 책에서나 보던 동양척식주식회사니 일본식 정원과 일본식 가옥을 개조해 만든 파스타집 '행복이 가득한 집', 유달산의 일본 옛 영사관 등등 정말 우리 나라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건물들이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최근 다시 목포를 가고 싶어서 숙소를 알아봤지만 여전히 모텔 아니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 정도 밖에 없어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손혜원 의원 조카가 운영한다는 '창성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아마 진작에 가지 않았을까?

여행가도 마땅히 묵을 곳 없는 그곳. 

10년 전부터 너무 사람이 없었던 그 구도심. 지금은 오죽했으랴. 

그런 그곳을 손혜원 의원이 투기하려 했다니. 정말 기자들은 그 곳을 가보기나 하고 기사를 쓴건가 싶다.

기자 자신이라면 그 곳에 100만원이라도 투자할 생각을 하겠는가?


2. 잘난 여자에 대한 못 마땅함.

개인적으로 손혜원 의원 같은 사람이 같은 조직에 있으면 두가지로 갈릴 것 같다. 

나의 상사일 경우 일하기 빡세겠다(좋은 의미로). 다른 팀 상사일 경우 멋지다.

손혜원 의원이 그 동안 만들어 온 브랜드들에 대한 감탄은 물론, 자한당의 별 그지 깽깽이 같은 소리에 상식적인 선에서 기발하게 사이다 같은 발언을 해 '어쩜 저리 말을 잘하지!'라는 생각을 해왔던 나에게 이번 사태가 능력있고 잘나고 말도 잘하는 여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못 마땅함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문재인 정부를 흠짓내기는 너무나 당연하고

여자가 남자만큼 일잘하고 똑똑하고 말잘하고 수완 좋은 꼴을 못 보겠는다는 저변에 깔린 속 좁은 가부장적 심리의 표출이라고 본다.

여자가 왜이리 나대! 라는 그 밴댕이 소갈딱지같은 심리 말이다.


결국 이 사회(보수 언론)는 한 명의 잘난 여자한테 매달려서 지들이 못난이라고 외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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